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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1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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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추천
7
글자
10쪽

29화 - 한 번 말했다.

DUMMY

29화 - 한 번 말했다.


탁. 쪼르르륵. 몹쓸 커피 향이 내 코끝을 찌른다. 지금당장 이 자리에서 떠나고 싶었다. 나는 이 검은 물을 마시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프시케 언니. 전에도 말했듯이 말보다 주먹이 몇 배는 빠르신 분이다. 나는 프시케 언니가 우아하게 커피 한 모금을 하시는 동안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있어야 했다. 설사, 그것이 기계적인 미소라 할지라도 말이다.


“엘렌, 많이 놀랐느냐?”


당연히 많이 놀랐지요. 갑자기 교수가 되어 아카데미에 나타나다니!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고요. 그런데 아버지도 알고 계신 걸까? 아니지 론데르만 전 가주님이나 프란 형부가 허락했을까? 내 의문은 프시케 언니의 작은 미소로 풀렸다. 이것과는 별개로 그 미소가 참으로 아름다우시네요.


“흔쾌히 허락하셨다. 네 형부가 울며 매달리긴 했지만.”


왠지 그림이 그려진다. 가지 말라며 프시케 언니의 옷을 붙잡고 계신 프란 형부가. 그리고 매몰차게 내치는 프시케 언니.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중에 이반이랑 영화관에 가자고 할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건 애인들이나 보는 거라구! 이런 불순한 생각! 훠이훠이! 날아오르라!


“그건 그렇고 아카데미 생활은 어떠냐?”

“이제 막 생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가. 네 얼굴을 보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로구나.”


다시 피식 웃으신 프시케 언니는 커피 한 모금으로 입술을 축이셨다. 참으로 궁금하네. 저 맛을 어떻게 버티시는 거지? 쓰고 시고 으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교수가 되신 거예요?”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차가운 한기와 함께 이 방에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나는 프시케 언니가 재미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 의도가 있을 터였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신 프시케 언니는 굳게 닫힌 입술을 열고 나오셨다.


“아카데미에 숨은 반역자들을 색출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그들이 너를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지.”

“네? 갑자기 반역자들이라뇨? 그리고 저를 노린다고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제가 뭐라고...”

“너를 가지고 슈네이도르 가문을 흔드는 거지.”


프시케는 그다음에 이어질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때 묻지 않은 어린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불합리한 일들을. 아직은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나라의 세자의 관심이 너에게 있다는 것을 적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가문의 치부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


겨우 세례식을 치른 이 아이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애써 아카데미에 보낸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숨겼다. 어쩌면 순간 기억능력만 있는 다프네를 노리는 편이 그들로선 가장 편할지도 모른다. 자신이나 엘렌은 한 가지씩 재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엘렌이 세자의 약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역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엘렌을 납치하여 슈네이도르 가문의 손과 발을 묶으려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슈네이도르라 할지라도 세자의 명은 거역할 수 없는 법. 그가 전면으로 나선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터였다. 이건 역도들이 원하는 바였다. 그래서 소중한 동생인 엘렌을 지키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교수직을 수락한 거다.


‘아버님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랐었지. 세자와 엘렌이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으니까.’


프시케는 아버님의 힘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인자하신 웃음 속에 담긴 공허한 기운. 순간, 위험하다 느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을 뻔했다. 가까스로 참아내긴 했으나 그만큼 론데르만 전 가주의 기운은 자신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곤두세울 정도였다.


“그러니 수업이 끝나면 매일, 내 연구실로 보고하러 오너라.”

“제가 애도 아닌데...”

“한 번 말했다.”


프시케 언니의 살벌한 눈빛에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만족스러운 얼굴로 잔을 비우신다.


“마지막으로 절대 혼자 다니지 말거라.”


이 말에 나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프시케 언니 성격상 절대 거짓을 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순히 위협이 아닌 안전이 달린 일이라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그만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슈네이도르 영지 안은 안전할 테니까.


“그건 절대 안 될 말이다.”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세자가 다시 엘렌에게 접근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도 눈치 채 실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엘렌을... 프시케는 끔찍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번 일은 자신의 선에서 처리해야 했다. 이 점은 아버님도 동의하신 일이었다. 그런데 너무 딱딱하게 말한 것일까? 철부지 동생의 질문이 날아왔다.


“제 목숨이 위험하잖아요?”

“녀석들은 음지에서 나오지 않을 거다.”


나는 “그 말을 어떻게 확신하죠?”라는 말을 꺼내려고 했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오늘 아침에 나눈 대화 장면을 떠올렸다. 이반의 눈빛과 비슷한 프시케 언니의 눈빛이 겹쳐 보이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두 눈동자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는 알 필요 없다고. 자신이 지켜 보이겠다고. 아, 마지막 말은 이반과 겹치지 않는다.


“이제 나가 보거라. 네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구나.”


프시케 언니의 말에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던가? 그 정도로 가치가 있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뒤로 한 채,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본 프시케 언니의 얼굴엔 미안한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그것만큼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순 없었나 보다. 나는 프시케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꽤 오래 대화를 나눴네?”


이반이었다. 녀석도 프시케 언니를 오랜만에 보는 것일 텐데 그다지 반가운 표정이 아니다. 하긴 어렸을 적에 덤볐다가 개 패듯이 맞은 적이 있었지. 그 기억으로 프시케 언니를 무서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일부러 새침하게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이반은 머리를 긁적이며 환하게 웃는다. 바보 같은 녀석. 이번에는 에스텔이 물었다.


“엘렌! 무슨 이야기 했어?”


네가 알면 다치는 이야기란다. 그러니 묻지 말아다오.


***


“은발의 마녀가 아카데미 교수로 임명되었더라... 꽤 재밌겠네. 르펜, 그대의 계획이 멋지게 틀어졌는데 어떻게 할 건가? 책임을 져야지 않겠어?”


매력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검지로 배배 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를 시험하겠다는 듯이.


“아마, 론데르만 전 가주의 짓이겠지요.”


그러자 화사한 금발을 가진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풋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르펜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절대 시인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더욱 재미있는 그녀였다.


“무조건 전 그 늙은이의 탓으로 돌리겠다? 이 몸을 너무 물로 보는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목표물을 당신의 앞으로 대령할 테니.”


그의 말투엔 자신감이 깃들어있었다. 그녀는 그의 당찬 모습에 흥미가 돋았다. 슈네이도르의 보물이라 불리는 은발의 마녀의 감시를 뚫고 목표물을 데려올지 문득 궁금해졌다.


“호오라. 재미있는 말을 꺼내는구나. 르펜이여.”

“계획이 틀어졌다고 하더라도 목표물을 데려오는 건 쉬운 일이죠.”

“아카데미 내부에 침입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게다가 은발의 마녀가 있다면 자네의 계획은 실패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


냉철한 판단이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였다. 하지만 르펜은 그녀의 말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하고 있었다. 설사, 론데르만 전 가주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이건 피할 수 없다.


“제가 실패한다면...”

“평생 내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야.”


그녀의 말에 르펜은 웃음을 지었다.


“대신 제가 성공한다면 원하는 고대유물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것을 위해 그녀의 내기를 이끌어낸 르펜이었다. 애초에 그녀와 관계를 맺은 건 고대유물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먼 옛날, 마도 시대의 물건을 고대유물이라 하는데 각 유물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과거, 각 왕국은 자국의 영토에 있을 법한 지역을 골라 고대유물을 발굴하려 노력했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그 이유는 이미 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귀족이라 불리는 자들. 특히 각 왕국을 대표하는 가문에서 저마다 한두 가지씩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고대유물의 수는 각 왕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마법과 검술, 정령 등 여러 분야가 발전되어 유물의 힘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지만, 지금도 각 왕국에서는 고대유물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고대유물을 원하는 르펜의 모습에 그녀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과연 어느 것이 좋을까. 재능을 가진 젊은 청년이냐. 아니면 고대유물이냐.’


그 고민은 바로 해결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르펜의 계획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자신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장담할 수 없는데 젊은 혈기로 성공을 자신하다니. 이번 경우는 젊은 노예가 넝쿨째 들어오는 셈이었다. 그것도 재미있는 장난감이.


“좋다. 그대의 소원이 그러하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그러자 르펜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대답했다. 드디어 목적에 한걸음 다가섰다.


“레이첼 공주님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소원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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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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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7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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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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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36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17.08.01 458 5 10쪽
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34 34화 - 끊을 수 없는 마약이네. +2 17.07.29 40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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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17.07.27 380 6 11쪽
31 31화 - 저를 도와주세요. 17.07.26 325 5 11쪽
30 30화 - 제가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7.07.25 350 5 11쪽
» 29화 - 한 번 말했다. 17.07.24 372 7 10쪽
28 28화 -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2 17.07.23 400 5 11쪽
27 27화 - 너 어떻게 알았어? +4 17.07.22 501 5 10쪽
26 26화 - 내일은 뭐 할까? +2 17.07.21 42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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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 허황과 당황 사이. +6 17.07.09 73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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