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각의글 님의 서재입니다.

공유 인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59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5.13 12:06
조회
285
추천
13
글자
9쪽

야구선수 천기영씨 아닙니까?

DUMMY

그는 세 명의 사내가 모두 건장하고 힘이 세어 보여서 그냥 달려들어서는 한 명도 제대로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다시 전원을 켜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에 낯선 인물을 발견한 사내가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기영은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근처에는 맨질맨질하고 손에 쏙 들어갈 정도의 조약돌이 꽤 있었다.

그는 그 조약돌을 한 움큼 쥐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달걀 크기의 돌을 손바닥 안에서 굴린 다음 피칭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달려오던 사내가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관광객이 야구 선수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여 같잖은가 보았다.

그는 허리를 뒤로 젖혔다가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손에 든 조약돌을 내던졌다.

순간 사내는 상체를 옆으로 움직이며 피했는데 물론 그는 돌에 맞지 않았다.

돌이 날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내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는 바로 그 때 실제 돌이 그의 머리를 직격했다.


퍽!


“으악!”


사내는 머리를 감싸 안으며 주저앉았다.

사내가 주저앉은 걸 보고 기영은 앞으로 달려가 바로 그의 앞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상대의 가슴을 힘껏 찼다.

그리고 다시 두 명의 폭력배들을 향해 달려갔다.

여자에게 집중해 있다가 뒤늦게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그림자가 자신의 동료가 아닌 낯선 자라는 걸 알아챈 사내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등산용 스틱처럼 생긴 걸 보면 평소에 갖고 다니던 물건인 것 같았다.

덩치나 생긴 것, 그리고 하는 행동으로 보아 이들은 이곳 주변의 폭력배들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먹이는 절대 놓아주지 않으며 그걸 방해하는 자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포악한 마음.

놈들은 달려오는 그에게 맞서 싸울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기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삼십 미터 가까지 접근하는 순간 주머니에서 다시 조약돌을 꺼내 집어던졌다.

보통 사람이 던지는 돌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돌의 크기와 세기에 따라 상당히 큰 충격을 줄 수가 있는 법이다.

더구나 현 야구선수의 피칭이면 웬만한 흉기 못지않다.

그는 두 명의 건장한 사내들을 향해 연속해서 돌을 던졌다.


퍽!


퍼억!


날아오는 돌을 막을 거라면 차라리 뒤돌아서 등을 내미는 게 나았을 것이다.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는데 그 팔에 정통으로 맞은 조약돌은 거의 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뻑!


이번에는 통증으로 팔을 내린 사이 그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했다.


“끄윽, 이 개새끼가?”


이마에 정통으로 돌을 맞은 사내가 얼굴로 줄줄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렸다.

이제 나머지 한 놈만 남았다.

병원을 다니며 허리를 치료중이지만 지금까지 10년 넘게 운동을 해 온 몸이었다.

아무리 건장하다고 해도 사내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 남은 한 놈에게도 팔을 휘둘러 돌을 던졌다.

그의 동작에 놈은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 사이에 거리를 좁히며 달려 들어가 사내의 가슴을 냅다 걷어찼다.

곧이어 눈여겨 봐 둔 사내들의 스틱을 집어 들고 그들을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폭력배들을 쉽게 제압했다고 해서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그쪽에 신경을 쓴다면 오히려 놈들에게 역습을 당하기 쉽다.

처음부터 개입을 안 한다면 모를까 이왕 하려고 한 이상 철저하게 놈들을 무력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그가 미친 맹수처럼 스틱을 휘두르며 사정없이 후려패자 놈들은 겨우 몸을 일으켜서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피를 줄줄 흘리며 달아나면서도 한 마디 뱉는 건 잊지 않았다.

하지만 기영은 그들의 행동이나 말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자신 또래의 젊은 여자였는데 티와 재킷 등의 상의는 절반쯤 벗겨져 있었고 짧은 치마는 완전히 발끝에 걸려 있었다.

팬티와 속바지도 절반쯤 벗겨진 상태였다.

그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느라 제대로 연애를 해 보지 못했고 당연히 여자의 옷차림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했다.

이쯤 되면 여자가 직접 일어나 몸을 추슬러야 했으나 어디를 심하게 맞았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되는 대로 옷을 껴입힌 채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는지 입과 볼, 눈 주위가 붓고 터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입 안에는 뭔가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여자의 입을 벌리고 그것을 꺼냈다.

여자들이 가슴에 차는 브래지어였다.


“이봐요, 정신 좀 차려 봐요.”


그가 여자의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깨우려 했지만 머리가 힘없이 건들거렸다.

부어오른 눈두덩 사이로 가늘게 눈을 뜬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여기서 더 이상 응급처치를 할 수는 없었고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야 했다.

그는 여자를 들쳐 업은 후 나머지 소지품을 챙겨서는 급히 그곳을 떠났다. 그 일대가 모두 관광지요 위락지인 만큼 도로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곳에 가면 택시든 뭐든 얻어탈 수 있을 것이었다.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지나 소나무 숲을 통과한 다음 다시 몇 백 미터를 달려가자 이차선 도로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지나가는 차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택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히치하이킹을 하듯 여자를 업은 채 손을 들어 태워달라고 했는데 몇 대의 차량이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국산 승용차 하나가 멈춰 섰다.

“무슨 일이에요?”

“여자 분이 크게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택시가 안 잡혀서요.”

그는 마스크를 슬쩍 내려 보이면서 말했다.


“아이고 저런······. 빨리 타요.”


그 차에도 젊은 남녀가 앞자리에 타고 있었는데 아마도 부부나 연인인 것 같았다.


“병원에 가신다고요?”


“예, 가까운 병원으로 부탁합니다.”


“자기야, 여기서 가까운 병원 좀 검색해 봐.”


남자가 조수석의 젊은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가 응, 하고 대답하며 휴대폰으로 병원을 검색했다.


“아, 지금 가는 방향으로 3킬로미터쯤 가면 동부병원이라고 있는데?”


“그리로 가야겠네.”


그러면서 남자는 뒷자리에 앉은 기영을 백미러로 보았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는 의사를 표했다.


“그런데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어쩌다가······?”


“그게······.”


“저 혹시?”


“예?”


“야구선수 천기영씨 아닙니까?”


아, 딱 걸렸다.

그는 얼어붙은 듯 정지한 채 창밖의 풍경만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래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의도로 마스크를 살짝 내렸는데 그새 그걸 본 모양이었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어려웠다.

계속해서 대답을 원하는 듯 거울을 통해 계속 바라보자 그는 실토를 하고 말았다.


“제가 천기영 맞는데요, 여기 이 여자 분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요즘 심란한 일이 있어 혼자 여행을 왔다가 이 여성분이 불량배에게 폭행당하는 걸 보고 구해서 병원에 데려다 주려는 겁니다.”


“아······.”


앞좌석의 두 남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두 분은 오늘 저를 못 본 걸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그게. 여자 분이 폭행을 당했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예, 그것도 두 분이 구한 걸로 해서······.”


“하하, 저희가 그런 데까지는 좀······.”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병원 입구에 내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제 얘기는 어디서든 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당분간은 말이죠.”


“예, 알겠습니다. 제가 천 선수 팬이거든요.”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정말이에요. 우리 오빠 천기영 선수 열혈 팬이에요. 오빠 때문에 저도 천기영 선수를 알게 됐고 함께 팬이 됐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정말 잘 생기셨어요.”


“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야구는 아예 그만 두신 건가요?”


“아주 그만 둔 건 아닌데 허리 부상이 완치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해서 그때 가 봐야 알겠습니다. 프로야구 구단들에서도 완치되면 연락하라고 하니······.”


“저런. 빨리 완치되어 필드에 복귀하시길 바랄게요.”


“예. 고맙습니다.”


그러는 중에 여자가 휴대폰 화면에 터치펜으로 사인을 해 달라고 해서 해 주었고 곧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의 응급실 쪽에 멈춘 차에서 기영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여자를 데리고 내렸다.

그는 남녀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여자를 껴안고 응급실로 달려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유 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돌이킬 수 없는 +1 22.06.18 101 1 10쪽
30 지배자의 손길 22.06.17 90 2 10쪽
29 원격제어 22.06.15 89 2 10쪽
28 파장 22.06.14 104 2 9쪽
27 판결 +1 22.06.13 114 2 9쪽
26 변호인단 +1 22.06.12 124 3 10쪽
25 징검다리 22.06.08 113 2 10쪽
24 타인의 시선 +1 22.06.06 134 2 9쪽
23 어떻게 싸울까? 22.06.04 125 3 10쪽
22 양동작전 22.06.03 143 3 10쪽
21 유인(誘引) +1 22.06.02 129 3 9쪽
20 체포 22.06.02 136 5 9쪽
19 대질신문 22.06.01 146 3 11쪽
18 재조사 22.05.30 143 3 9쪽
17 읽혀버렸다 +1 22.05.28 165 4 10쪽
16 일진 22.05.26 163 4 9쪽
15 빙의 (憑依) +1 22.05.25 188 3 10쪽
14 교환(交換) +1 22.05.24 171 4 10쪽
13 시험(試驗) 22.05.23 171 2 10쪽
12 심문(審問) 22.05.23 178 4 9쪽
11 융합(融合) 22.05.21 194 4 10쪽
10 반전(反轉) 22.05.20 178 5 9쪽
9 신변보호 22.05.19 184 4 10쪽
8 협박 22.05.18 198 4 9쪽
7 확장(擴張) +3 22.05.17 216 6 9쪽
6 텔레파시 22.05.16 236 6 10쪽
5 여보세요 / 누구세요? 22.05.15 253 5 10쪽
4 진술보다 정확한 그림 22.05.15 253 9 11쪽
3 응급실에서 사라진 남자 22.05.14 267 11 9쪽
» 야구선수 천기영씨 아닙니까? 22.05.13 286 1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