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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55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6.14 22:18
조회
103
추천
2
글자
9쪽

파장

DUMMY

뭐지 이건?


조진오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대박이다.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고 시시해서 단신 기사로도 쓰기 망설여지는 게 한 순간에 특종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는 휴대폰을 다시 켜고 재판의 마지막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한 뒤 사건의 개요가 설명되어 있는 지방신문 링크를 첨부해 편집장에게 보냈다.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인터넷으로 옮겨온 이후 신문 기사도 유튜브나 각종 톡과 마찬가지로 조회 수 장사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기레기로 전락하게 된 이유도 조회 수를 위해 온갖 어그로를 다 끌어 기사를 읽도록 앵벌이처럼 유도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건조차도 그런데 이런 황당무계한 사건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상대로 곧 편집장에게서 메신저 톡이 왔다.


-뭐야, 이거 진짜야?

-예.

-조작 아니고 진짜라고?

-바로 직전까지 눈으로 본 장면입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재를 뿌리다 못해 아예 뒤집어엎었다고, 그것도 판사가?

-그렇다니까요. 녹음한 거도 바로 보낼게요.

-알았다. 수고했어.

-그것뿐입니까?

-소고기 사줄게.


그도 이 바닥에서 10년 이상 굴러먹었지만 편집장 또한 수십 년을 온갖 오물과 똥물 다 뒤집어쓰며 굴렀다.

없는 기사도 폼 나게 포장해 만들어내는데 이미 맛있고 신선한 재료가 갖추어진 걸 보기 좋게 제조하는 데는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각박한 언론 환경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바로 웹소설 작가와 맞먹을 만한 글의 가공 솜씨였다.

톡을 주고받은 지 30분이 지나지 않아 바로 기사가 올라왔다.


어느 판사의 반란인가, 정의의 실현인가?

-서부지방법원 309호 법정에서 벌어진 일


제목부터 클릭을 유도할 만큼 자극적인 기사인데 사실 내용은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았다. 사건의 개요도 그렇고 재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마지막에 벌어진 해프닝이 만만치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헐 이거 뭐야, 판사 미친 듯.


-돈에 굴복하지 않는 판사라 이건가? 유전무죄의 오랜 공식을 드디어 깨뜨리는 건가?


-판사님 응원합니다.

ㄴ제청이요.

ㄴ노노 재청.

ㄴ222222

ㄴ3333333


-검사와 변호사를 한꺼번에 물 먹인 판사님 후덜덜......

ㄴ일타이피 지렸다 ㅋㅋ


-혹시 판사와 피해자가 모종의 관계?

ㄴ그건 또 아닌 듯.

ㄴ괜한 억측은 하지 마시길...

ㄴ그렇지 않고서야 판사가 제 머리에 총을 쏠 리가 있나?



기사에 대한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왔고 순식간에 아래로 밀렸다.

그와 함께 해당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신상털이가 시작되어 그들의 이름이 조회수 순위의 상위에 랭크되기 시작했다.

판사 및 검사의 이름과 피고인 서문태와 김질, 최영만, 그리고 피해자인 백설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몇 시간 만에 팩트인팩트의 원 기사를 카피한 기사들이 제목과 내용만 조금 바뀐 채 뉴스 게시판을 도배하기 시작했고 관련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기사들도 생산되었다.

그 중 많은 것이 서문태의 과거 여성편력에 관한 것과 백설이의 포토 기사였다.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올라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 * *


-일이 꽤 커진 거 같네.

-법정에서 그 기자를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잖아.


판사의 판결을 조종하는 문제와 기자의 손을 묶어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두 설이가 주동적으로 생각했고 천기영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동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서문태에게 변을 당한 이후로 그쪽과의 싸움에서 겉으로 드러난 건 백설이이므로 그녀가 주체적으로 움직인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녀가 싸움을 주도하게 된 것이 정체를 알 수 없었던 흑기사인 천기영을 찾으면서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채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로 그가 있다는 확실한 믿음 때문에 그녀는 과감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기영 역시 응원을 계속했다.

어떻게 보면 키다리아저씨처럼 일방적으로 뒷받침만 해 주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는 설이와 정신적인 교감을 이루면서 자신이 더욱 확장되고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개별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으나 언젠가는 하나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단순히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해서 하나가 된다는 관습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존재가 될지 모르는데 그게 불안하면서도 커다란 기대가 되었다.


-어차피 그쪽에서 항소를 할 텐데, 그럼 2심과 3심 재판이 열릴 때마다 쫓아가 이렇게 할 셈이야?

-어.

-아, 형량을 더 높여 아예 눌러버릴 생각이구나. 그럼 우리도 위험한데······.

-원래 싸움이란 끝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한 쪽이 항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너 좀 무섭다.

-나도 모르게 본성이 나온 건지도 몰라.

-세상에 누가 청순하고 아름다운 얼굴의 안쪽에 이렇게 집요하고 위태로운 영혼이 들어있으리라고 생각할까.

-본래 사람들의 악랄함은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걸레를 쥐어짜면 썩은 물이 나오고 어떤 동식물이든 졸아들 때까지 끓이면 시커먼 진액이 만들어지듯이······.

-우린 아직 쥐어짜지지도 않았는데?

-어쨌든 내 집요하고 악랄한 건 너밖에 몰라. 이젠 네가 책임져야 돼.

-그게 왜 이런 식으로 돼?

-나도 몰라.

기영은 그녀가 이런 식으로 떼를 쓰는 것도 좋았다. 그만큼 자신을 의지한다는 뜻이니까.


-당분간은 밖에 나돌아 다니지 못하지 않겠어? 하루아침에, 아니 단 몇 시간 사이에 너도 유명인사가 됐어.

-마스크 쓰고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이미 사는 곳까지 털린 것 같던데.

-우리 집 주소까지 다 드러났단 말이야?

-구체적인 주소는 아닌데 순천향 병원에 걸어서 다녔고 세린교회 근처에 산다는 것까지 나왔어.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사람들도 더 이상 자세히 밝히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구체적인 주소는 밝히지 않았어. 또 사람들의 비난도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 동네가 다 드러났으니까 사진 하나라도 찍으려고 진을 치는 사람들이 꽤 많아.

-아이고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겠네.

-바깥에 나가서 이런 저런 동정을 보는 거야 내 눈으로도 가능하니까.

-아, 그래야겠어. 저 사람들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니까.


* * *


제3 형사재판 올려치기는 법조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미쳤다.

법정형량이란 게 있다.

모든 범죄는 법에 정해진 형량이 있다. 각기 상한과 하한선이 정해져 있어 그 안에서 형량이 정해지도록 해 놓았다.

이를테면 지금과 같은 폭행 사건의 경우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다. 형법 260조다.

범죄 행위에 있어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것과 유죄일 경우 형량을 정하는 것은 판사의 고유권한이지만 법에 정해진 형량 안에서 결정하도록 해 놓은 것은 사법부의 안정성을 위해서이다.

같은 범죄에 대해 형량이 들쭉날쭉 하면 아무래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다.

그러므로 법관이 고유 권한에 의해 형을 결정했다 해도 법정 형량에 현저히 멀어지면 차후에 징계사유가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주심 판사 조판석(이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까닭에 더 이상 모른척할 수도 없게 되었다.) 역시 그걸 피해갈 수 없게 되자 사표를 제출하고 잠적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아무도, 어떤 기관도 설명을 내 놓지 않았다.

서부지방법원의 공보관은 판결은 재판관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조판석 판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은 백설이의 집과 마찬가지로 판사의 집 주위에 포진해 당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당사자가 눈에 띄기만 하면 낚싯줄을 잡아당기듯 휴대폰을 들이밀며 질문공세를 해 댈 것이다.

주요 타깃인 판사와 백설이, 서문태 등을 만날 수 없게 되자 기자들은 담당 검사와 변호사, 형사까지 찾아갔으나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납작 엎드린 채 기다렸다.

그러는 와중에 최초로 특종을 터뜨린 조진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다.

아내와 이혼한 뒤 처자식과 떨어져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제대로 된 살림이 없이 모텔의 투숙객처럼 지내고 있었다.

또 다시 일거리를 찾아,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특종의 후속 기사로 백설이나 서문태를 인터뷰할 수 있다면 두 번째 특종을 잡을 수 있다고 여기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띵해지며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문 열지 마!

-헉,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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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타인의 시선 +1 22.06.06 134 2 9쪽
23 어떻게 싸울까? 22.06.04 125 3 10쪽
22 양동작전 22.06.03 143 3 10쪽
21 유인(誘引) +1 22.06.02 129 3 9쪽
20 체포 22.06.02 136 5 9쪽
19 대질신문 22.06.01 146 3 11쪽
18 재조사 22.05.30 143 3 9쪽
17 읽혀버렸다 +1 22.05.28 165 4 10쪽
16 일진 22.05.26 16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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