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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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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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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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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

DUMMY

법무법인 한솔은 국내 대형 로펌의 하나로 소속 변호사만 수백 명에 이르는 법률서비스 업체다.

소속변호사 수가 백 명이 넘는 로펌은 열 개 남짓인데 3백 명 이상은 다섯이 되지 않는데 한솔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러므로 한솔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는 각종 민 형사사건은 백 건이 넘고 각 건마다 한두 명에서 십여 명의 변호사들이 달라붙어 일을 한다.

그 중에서 서문태 사건은 대표 변호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탑 쓰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 사건 규모로 보면 조금도 관심을 가질 만한 게 아닌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의뢰인의 무게 때문이었다.

가장 많은 수임료를 낼 수 있는 국내 최고 부자의 의뢰는 무조건 첫손가락에 꼽는 건 자본주의 세상에서 사업을 하는 이들의 특징이었다.

그러므로 신진 파트너 변호사를 팀장으로 하고 전관을 둘이나 두었으며 역시 실력이 있는 어소시에이트가 둘인 호화진용을 갖추었다.

변호인단의 머리가 그 정도였고 이를 뒷받침할 손발까지 들먹이면 실제 움직이는 인원은 백여 명을 육박했다.

그 손발에는 흥신소도 있고 어엿한 사업 조직으로 활동하는 폭력집단도 있었으며 경호업체도 있었다.

백설이의 아버지가 애써 찾아내 경호를 의뢰한 용호 S&G의 경우 투자를 빙자해 지분 일부만 소유함으로써 그녀의 경호원이 아니라 감시자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므로 피해자인 백설이와 그 가족은 그들의 그물망, 곧 손바닥 안에 있었고 어디로 튀든 다 걸리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애초의 설계대로 백설이는 서문태와 데이트를 하다 우연히 마주친 건달 A와 B에 의해 약간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검찰 및 경찰도 합의를 봤다.

그런데 백설이가 피해자 조사를 받고 난 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검찰 조사에서는 그런 조짐이 없었는데 경찰서 담당 형사와 면담을 한 후 담당관 정기준의 태도가 달라졌고 그 뒤 가해자로 지목된 김질과 최영만의 진술이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게다가 용산경찰서 수사과 전체의 분위기도 강경하게 바뀌었다.

한솔에 있는 3백여 명 변호사들 중 소장파의 선임격인 김태종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책상을 펜으로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그 앞에는 회의용 탁자를 가운데 두고 여섯 명이 양쪽 소파에 둘러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김태종과 두 명의 보조변호사, 그리고 사무장과 조사원들은 경찰로부터 제공받은 김질 및 최영만과 백설이의 대질신문 녹화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자백의 내용보다는 그들의 태도 및 표정에서 어떤 회유나 압박이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했지만 어디에도 그런 흔적은 없었다.


“조 주임님.”

“예.”


주임 조유식은 경찰청 심리분석관을 역임한 조사원이었다. 경찰에 있을 때 용의자를 심문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냈으나 소소한 독직과 뇌물수수로 파면된 후 한솔에 조사원으로 스카웃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영상에서 뭐 특이한 점 있었어요?”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여자애가 진술을 마치고 김질 등에게 넘길 때 한 마디 했죠. 거짓말하지 마요······.”

“예.”

“그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예,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두 사람이 움찔했으니까.”

“최면 수법에 그런 게 있다면서요, 시동어(始動語)라고 하나?”

“트리거(Trigger)라고도 하고요.”

“여자애가 최면술을 썼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리 만나서 설정을 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대질신문 이전에는 마주친 적이 없다? 바닷가에서의 일을 빼고는?”


조유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는 백설이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암시를 걸었다면?”

“암시라도 대뜸 마주치자마자 걸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평범한 미술학도로 최면은커녕 그 비슷한 강의조차 들은 게 없단 말이요.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겼을 리도 없고. 그 아이의 장난이 아니라면 김질 등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술술 불었다는 말인데 이건 더 말이 안 되거든.”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특별히 다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알아서 자백을 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기소되어 재판까지 가는 건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차석 변호사가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영감님들까지 나설 일이 없도록 하려고 했더니만.”


영감님들이란 이미 대법관까지 지낸 후 영입된 시니어 변호사들을 말했다.

그들이 곧 전관 역할을 해 재판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게 된다.

1, 2심의 재판관들은 모두 이런 전관들의 후배들인 까닭에 어떤 사건이든 유죄가 내려지더라도 법이 정한 형량의 최소한, 때로는 그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재판까지 가더라도 형 집행정지와 선고유예를 받는 걸 다음 목표로 합시다.”


김태종이 그렇게 말하며 회의를 마무리하듯 손을 들어 올리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 나가자 그의 눈짓에 따라 남았던 사무장이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김태종이 허리를 숙여 거의 머리를 맞댈 정도로 가까이 붙어 앉은 뒤 물었다.


“B를 유인해 한 동안 억류해 두겠다는 계획은 어찌 됐습니까?”


백설이를 B라는 이니셜로 부르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도청과 법적인 문제가 생길 우려 때문에 은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무조건 사용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실패했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동원되었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실패했답니다.”

“누구 모르는 조력자라도 있었소?”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B가 혼자 왔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잡지 못했다고? 이걸 믿어야 하나?”

“저도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확인을 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아냈습니까?”

“조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쓰지 못하고 물러섰다는데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설마, 어린 여자애라서 주저했던 건가? 그렇더라도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려는 것도 아닌데 물러설 이유가 없지 않소?”

“그렇죠. 하여튼 피해자, 아 B가 이렇게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여간 그에 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우선은 플랜B라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사무장 이장범은 법률의 수면 아래쪽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한솔의 변호사들이 불법이나 탈법적인 일을 의뢰할 때 거쳐야 할 몇몇 인물 가운데 하나가 이장범이었다.

그는 이번에 백설이 유인 작전을 세운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현장 지휘는 다른 사람이 했기 때문에 어째서 일이 성공하지 못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망나니 새끼 한 놈 때문에 도대체 몇 명이 개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암암리에 벌어진 일과 별개로 서문태와 두 공범에 대한 폭행 및 성폭행미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졌고 첫 번째 심리 날짜가 정해졌다.

변호인단은 공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김질과 최영만의 자백 진술을 무효화하기 위해 몇 번이나 찾아가 번복을 회유했지만 두 사람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협박과 엄청난 액수의 금전을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먹혀들지 않았다.


“이 새끼들 뭐에 씌었네, 씌었어.”


김태종이 물러나면서 중얼거리자 곁에 있던 차석변호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바위처럼 단단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사건이 수십 년의 형량이나 수천억의 벌금이 나올 정도로 크다면 증인을 제거하기라도 하지 고작해야 징역 1년 이내에 집행유예 정도가 나올 사건에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첫 번째 심리에서 서문태와 김질, 최영만의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검사와의 형량 거래를 선택했다.

재판관실에서 담당검사 이동훈과 마주앉은 김태종은 자신이 가진 패를 먼저 깠다.


“이번 사건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벌금이 선고될 것이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검사와 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자료를 제출하겠지만 서문태가 여러 곳에 기부한 내역도 있고 또 개전의 정이 뚜렷합니다. 물론 자격정지 이상의 전과(前科)도 없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은 김태종이 어떤 패를 꺼낼지 바로 알았다.


“서문태는 선고유예를 내려 주시죠.”


김태종이 말한 것들은 선고유예를 내릴 충분한 요건이 되었다.

피고에게 선고유예를 내린 후 2년 동안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형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는 법적인 절차였다.


“다른 두 사람은?”

“김질과 최영만은 처음의 자백과 달라졌기 때문에 최종 자백 또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해 각각 징역 2, 3년을 처하시고요.”


그의 말에 검사와 판사는 각각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해서 형을 10개월로 하고 집행유예를 때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이동훈이 의견을 제시하자 김태종이 다시 반박했다.


“사회적인 파장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론에는 이미 손을 써 놨기 때문에 대부분은 기사화되지 않거나 간단한 사실 언급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다시 판사와 검사를 번갈아 보며 쐐기를 박듯 말했다.


“저희 영감님들 얼굴을 봐서라도 그렇게 해 주십시오.”


변호인단의 배경으로 포진시킨 전관들은 그들 검사와 판사의 대선배요 스승이기도 했다.

사십대인 그들이 사법연수원에 있을 때 직접 가르친 교수였으니까.

판사가 이동훈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2 kk*****
    작성일
    22.06.15 22:05
    No. 1

    사채업자 아들 하나가지고 몇회를 뽑아 먹는건지 ㅋ 재벌이었음 이스토리 끋날때 까지 쓰겠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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