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각의글 님의 서재입니다.

공유 인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93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5.16 22:52
조회
236
추천
6
글자
10쪽

텔레파시

DUMMY

백설이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이게 꿈이거나 환청은 아닌가?

익숙한 듯 하면서도 귀에 선 남자의 목소리.


-저 누군지 알아요?


질문을 하고서도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탁 때렸다.

누구냐고 묻는 사람에게 자신이 누군지 아냐니······.

이런 멍청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르니까 누구냐고 물었잖아요.


이렇게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침묵을 지켰다.

흡사 거대한 동굴 속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설마, 정말 환청이었던 걸까?

제발······.

응답하라.


-백설이 씨?

-아.


다시 연결되었다.


-제가 바닷가에서 괴한들에게 얻어맞고 또 강간당할 뻔한 걸 구해주신 분 맞죠?

-예, 맞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게······?

-그 때 제가 마음속으로 구조 신호를 내보냈을 때 그걸 듣고 온 건가요?

-예, 그런 것 같긴 한데, 우리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거죠?

-아마 텔레파시 같아요.

-텔레파시라······.

-그 때도 위험에 처한 제가 간절하게 신호를 보냈을 때 그쪽이 듣고 왔겠죠? 그런데 이름이?

-천기영이요.

-천, 기, 영······.


그녀는 그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되뇌었다.


-이름이 귀에 익은데 혹시, 제가 아는 분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아, 제 주변에 있거나 아니면 유명한 분?

-하하, 총명하시네요.

-만나보고 싶어요.

-왜요?

-큰 은혜를 입었는데 만나서 그걸 갚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 그러시구나.

-가만 보니 조금 비꼬는 거 같은데······. 아, 감사의 말을 안 해서 그렇군요. 그때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뇨, 그런 말을 듣자고 한 건 아닙니다.


설이는 상대의 이름이 귀에 익어 휴대폰을 끌어다 재빨리 검색을 해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이름이 많이 등장했다.

각종 포스트뿐만 아니라 뉴스에도 나왔다.


-야구 선수 맞죠?

-어······.


그는 기습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가 곧 이어 계속했다.


-그런데 우리가 전화나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고 바로 머릿속으로 대화를 나누니 참 신기하네요.

-저도 그래요.

-설이 씨도 처음이라고요?

-예.

-그런데 어떻게 제 머릿속을 두드릴 생각을 한 거죠?

-머릿속을 두드린다, 그거 참 신박하네요.

-질문에 대답.

-처음 기영 씨가 제 구조 요청에 응해 달려 왔잖아요. 단지 마음으로 내는 외침을 듣고 말이죠.

-아, 마음으로. 그때 설이 씨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기는 했어요. 처음엔 귀에 들리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그쪽을 구했을 때 입이 완전히 막혀 있었어요. 말로는 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어떻게 내가 구조를 원하는 외침을 들었는지 의아했어요. 이제야 의문이 풀렸네요.

-문제는 다른 누구도 그걸 듣지 못했는데 오직 기영 씨만 그걸 들었다는 거예요.

-그 말은 우리 둘의 정신적인 주파수가 맞거나 아니면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능력이 있다는 건가요?

-바로 맞혔어요. 그래서 전 기영 씨를 만나보고 싶어요.

-아까는 은혜를 갚는다더니······.

-와 무슨 말을 못해요. 알고 봤더니 기영 씨 좀 쫀쫀한 거 같아요.

-제가 좀 옹졸하긴 하죠.

-설마, 꽁하기까지 한 거예요?

-음······. 큰일을 당했는데도 말하는 거 들어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어서 정신적 외상을 극복했거나 아니면 원래 강한 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거 칭찬?

-물론이죠.

-제가 맛있는 거 사 줄게요.

-아, 거절할 수가 없네요.

-아참, 이거 궁금했는데······. 그 폭력배들을 기영 씨 혼자서 물리친 거예요?

-예.

-운동선수라서 힘이 센 건가요?

-운동선수라고 해도 몸은 튼튼해도 싸움을 잘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말이에요. 저도 내내 그게 의문이더라고요.

-제가 투수로 십 년을 넘게 보냈어요. 투수가 뭔지 알죠?

-물론, 그것까지 모르려고요. 공 던지는 포지션이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야구공이 공들 중에선 가장 단단한 종류죠. 골프공과 마찬가지로. 그거 잘못 맞으면 팔다리 부러지고 머리를 정통으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투석은 옛날엔 전쟁터에서 무기로도 썼어요.

-아, 그렇구나. 돌을 던져서 그 사람들을 맞췄다는 거네요.

-맞아요.

-결국 기영 씨가 자신의 특기를 잘 발휘한 거고요.

-그렇게 되는군요.

-아, 그런데 그 사람들이 기영 씨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상을 주려고 찾는 건 아닐 거 같고, 뭐하는 사람들인가요?

-두 명은 조폭이고 주범은 무슨 사채업자의 아들이라나 봐요.

-와 계속 숨어 다녀야겠네요.

-그 사람들 무서워서 재빨리 모습을 감춘 거예요?

-하하, 제가 겁이 많아서요.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야구는 잘 몰라도 이름을 치는 순간 수 없이 많은 문서와 동영상들이 따라 나오는 걸 보면 톱스타급의 운동선수라는 걸 알았다.

그런 인물이 개입된 사건이라면 순식간에 전국에 다 알려질 것이고 그에 더불어 그녀 자신도 신상이 다 노출될 것이 뻔했다.

그러므로 그가 자신을 구해준 뒤 신분을 숨기고 사라진 것은 잘한 일이었다.


-어쨌든 천기영 씨가 제 사건과 관련해서 알려지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그래도 보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그건 인터넷 사신과 동영상으로 많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건 기영씨도 잘 알잖아요.

-어, 예. 언제 한 번 만나도록 하죠.

-아, 자 자, 잠깐만요.

-왜요?

-방금 뭔가 확 스쳤거든요. 눈앞에 그림자가 지나가듯 홱!

-그런데요?

-혹시 자줏빛 상의 입고 있지 않나요?

-아닌데······?

-거울 같은 곳에 전신이 비친 건?

-그것도 아니고.

-이상하네.


설마?

기영은 방금 자신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중에 붉은색 계통의 옷장 앞을 지났고 그건 사물이 비치는 유광 제품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파란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고.

그는 다시 방금 전의 동선에 따라 장롱 앞으로 지나가며 거기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자주색이었다.


-설마, 이걸 본 거예요?

-얼핏 스치듯이 봐서······. 맞아요?

-예.

-와 신기하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해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입이 벌어졌다.

-다시 한 번 해 볼래요?

-예, 잠깐만요.

-어떻게 하는 거죠?

-일단 마음을 집중해야 되는 것 같아요. 아까의 예를 보면 제가 기영 씨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그녀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을 집중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검은 배경 안에 과녁 같은 걸 만든 후 그걸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휴대폰으로 천기영에 대해 검색한 후 그 모습을 기억한 뒤라서 그런지 그의 얼굴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혹은 머릿속에 방 안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실이네요. 자줏빛 소파도 있고 책장에는 책이 많군요.

-정말 이게 다 보이는 거요?


그는 자신의 머릿속이나 혹은 바로 옆에 그녀가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 발코니 쪽으로 나가 봐요.


그녀의 말에 따라 그는 배란다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백설이가 말했다.


-와, 아파트 단지구나. 건너편이 114동이고, 한강도 보이네요? 어디에요?

-반포동입니다.

-저는 보광동인데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지만 지대가 높아서 여기서도 한강이 다 내려다 보여요.

-그럼 우리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거네요.

-그렇군요. 반포동과 보광동은 바로 한강 건너편이니까.


기영은 여전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텔레파시를 통해 멀리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건 어느 정도 이해를 해도 누군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자신의 눈을 통해 바깥 사물을 볼 수 있다니 이게 과연 가능한가 싶었다.


-저도 그래요. 너무 신기해서 흡사 꿈속에 있는 거 같아요.

-아, 생각까지 읽네요?

-그, 그런가요?


설이가 더듬거렸다.


-그건 아무래도, 실례겠지요?

-그럴 거 같아요.

-미안해요.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실제로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어, 그렇겠어요. 본래 대화란 각자가 남이 볼 수 없는 생각을 한 뒤 그것을 말이나 글자로 표현하고 그걸 상대방이 듣거나 읽는 건데 우리는 그냥 생각한 것 자체를 바로 읽는 것이니, 어떤 거름막이나 차단 장치가 없으면 어쩔 수 없긴 하겠어요.

-아, 거름막이나 차단 장치······. 그것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그런데 설이 씨가 제 눈을 통해 제가 보는 것과 똑 같은 걸 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왜 저는 설이 씨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거죠?

-그건 제가 기영 씨의 마음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처음에 제가 기영 씨를 찾았고 불렀으며 그러자 기영 씨가 대답을 했죠. 그 순간에 기영 씨는 제게 문을 열어준 것이고.

-마치 설이 씨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고 그래서 제가 문을 열어 초대하자 집 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둘러보는 것 같군요.

-예, 맞아요. 단지 마음으로.

-그렇다면 반대로, 제가 설이 씨에게 갈 수도 있겠네요.

-아, 그래요. 한 번 해 보죠.

-어떻게?

-일단 저에 대해 생각을 하고······아니 그냥 절 따라 나오실래요?

-따라 나간다······?

-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지금은 생각 자체가 바로 실체니까, 자, 같이 가 봅시다.

-자, 들어왔어요. 눈을 뜨고, 아니 감고······뭐든지 상관없으려나? 우선 살펴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유 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돌이킬 수 없는 +1 22.06.18 102 1 10쪽
30 지배자의 손길 22.06.17 91 2 10쪽
29 원격제어 22.06.15 89 2 10쪽
28 파장 22.06.14 105 2 9쪽
27 판결 +1 22.06.13 116 2 9쪽
26 변호인단 +1 22.06.12 125 3 10쪽
25 징검다리 22.06.08 114 2 10쪽
24 타인의 시선 +1 22.06.06 134 2 9쪽
23 어떻게 싸울까? 22.06.04 126 3 10쪽
22 양동작전 22.06.03 143 3 10쪽
21 유인(誘引) +1 22.06.02 129 3 9쪽
20 체포 22.06.02 136 5 9쪽
19 대질신문 22.06.01 147 3 11쪽
18 재조사 22.05.30 144 3 9쪽
17 읽혀버렸다 +1 22.05.28 165 4 10쪽
16 일진 22.05.26 165 4 9쪽
15 빙의 (憑依) +1 22.05.25 188 3 10쪽
14 교환(交換) +1 22.05.24 171 4 10쪽
13 시험(試驗) 22.05.23 172 2 10쪽
12 심문(審問) 22.05.23 180 4 9쪽
11 융합(融合) 22.05.21 195 4 10쪽
10 반전(反轉) 22.05.20 178 5 9쪽
9 신변보호 22.05.19 185 4 10쪽
8 협박 22.05.18 198 4 9쪽
7 확장(擴張) +3 22.05.17 216 6 9쪽
» 텔레파시 22.05.16 237 6 10쪽
5 여보세요 / 누구세요? 22.05.15 254 5 10쪽
4 진술보다 정확한 그림 22.05.15 256 9 11쪽
3 응급실에서 사라진 남자 22.05.14 270 11 9쪽
2 야구선수 천기영씨 아닙니까? 22.05.13 290 1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