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각의글 님의 서재입니다.

공유 인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97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6.03 22:19
조회
143
추천
3
글자
10쪽

양동작전

DUMMY

기영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KM 뉴타운으로 향했다.

설이도 운동복 차림에 후드점퍼를 걸치고 대문 밖으로 나와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한 뒤 급히 출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여서 혹시 납치범인가 했는데 다른 사람이었다.


“용호S&G에서 백설이 씨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이일섭입니다. 급하게 이동중이신데 지금 어디 가십니까?”

“아, 엄마 찾으러 가요.”

“어머니께서 어디 계신데요?”

“누가 전화를 해서 엄마를 데리고 있다고 해서 가는 중이에요.”

“데리고 있다고 하면······, 혹시 납치?”

“예, 그렇게 생각돼요.”

“그렇다면 혼자 가는 게 위험한 거 아닙니까? 경찰에 신고는 하셨어요?”

“아뇨. 그럼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요.”


보디가드는 그 말을 알아듣고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가 백설이 씨를 경호해야 하니 목적지를 알려주세요. 택시를 뒤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예, 메이지 호텔이라는 곳이에요. 검색해 보니 한 군데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KM 뉴타운 예정지라는데 철거가 진행 중인 구역으로 알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우리도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지요.”


전화를 끊고 다시 지도에서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보니 도착 때까지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걸로 나왔다.

택시는 강변북로에 접어들었다.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가 서부간선도로로 갈아탄 뒤 15분쯤 뒤 오른쪽으로 빠져나가서 시내를 한 동안 달리다가 높은 장막이 가로막은 지역에 도착했다.


“저 안쪽에 메이지 호텔이 있다고 하는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디요?”

“여기서 내릴게요.”


기사가 말하자 설이는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미 상당히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한 쪽은 주택가와 시가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반대편은 십여 미터 이상의 높이까지 길고 높은 가림막이 구역 전체를 봉쇄하고 있었다.

다시 휴대폰에서 지도를 불러 메이지 호텔과의 거리를 재보니 직선거리로 2백 미터 정도 되었다.

제대로 가려면 두 배 정도는 걸릴 것이다.

길이 있다면.

그녀는 장막이 쳐져 있는 담벼락을 따라 걸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으리라.

사람들이 철거를 위해서라도 드나드는 입구는 있어야 하니까.

같이 온다고 한 경호원들은 아직 연락이 없었다.

그들이나 혹은 기영이 도착하면 만나서 같이 들어갈까 생각중인데 멀지 않은 곳에 두 명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그녀를 봤다.


“어라, 정말 왔네?”

“쬐그만 계집애 혼자 오다니 간이 큰가봐. 아니면 또라이든지.”


그녀는 주저 없이 그들 앞으로 다가가 앞에 섰다.


“어디야? 앞장서.”

“와! 지렸다.”

“나 사진 보고 존나 연습했잖아. 얌전히 며칠만 있으면 곱게 돌려보내 줄 거라고 달래는 거 말이야. 내가 또 이쁜 여자애 울먹이는 거 못 보잖아.”

“형님 내심 기대한 모양인데 안됐수.”

“헛소리 집어치우고 안내 안 할 거면 꺼져.”

“어린년이 어른에게 말하는 꼬라지 보소. 나이로 봐도 삼촌뻘인데 싸가지가 영 바가질세.”

“닥치고 우리 엄마 있는 곳으로 안내나 해.”


그녀가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자 움찔한 사내가 급히 물러서며 말했다.


“알았다, 따라 와.”


길을 가는 행인이 봤으면 문이 있는 줄도 모를 문이 빠끔히 열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생겼다.

두 사내를 따라 개발지구 안으로 들어섰는데 온통 폐가들로 가득 찬 거리가 나왔다. 단독주택과 다세대, 상가주택, 그리고 연립들이었을 어두침침한 거리의 건물들은 모두 무채색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집 안에 있어야 할 잡동사니들과 거리의 깨진 콘크리트 조각, 녹슨 철근과 벽돌들이 길을 막고 있어 지나가기에도 불편할 정도였다.

개중에는 멀쩡한 집들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지붕이 헐고 담이 무너져 사체의 내장처럼 안이 다 보이는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사람이 안 산다고 생각하니 아무데고 막 부수고 다녀도 되는 장소가 되어버려 일부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내를 따라 가다 보니 노숙자인지 철거반인지 아니면 막노동 일꾼인지 그냥 불량배인지 구분이 안 될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해머나 곡괭이 같은 장비를 손에 쥔 사람도 있고 그냥 건들거리며 지나가는 그녀를 힐끔거리거나 음침한 눈으로, 혹은 노골적인 번들거림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었지만 평범한 여자가 혼자 지나갔다가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디 있나 궁금하던 참에 기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메이지 호텔 6층인데 아무것도 없어.

-정말?

-그래. 그쪽에는 낯선 사람들이 많구나.

-그럼 엄마는 여기 없다는 건가?

-아마 그럴 것 같아.


설이는 사내들을 따라가던 발길을 멈췄다.

그러자 두 사람도 멈춰서 뒤돌아봤고 주변에 서성거리던 사람들도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우리 엄마 여기 있는 거 맞아요?”

“엄마? 아가씨 엄마를 왜 여기서 찾아?”

“이 재개발지구에 있는 메이지 호텔에 있다고 했잖아요.”

“우리는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 누가 그런 말 했나?”


그녀의 주위로 천천히 모여드는 사내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듯한 검은양복의 중년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모두 고개를 흔들며 왁자하게 낄낄거렸다.

이제 날이 많이 어두워져 사람들의 모습이 검은 그림자로 보였다.

근처의 공터 두어 군데에 건축자재 및 잡목들을 드럼통에 넣고 태우는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고 있어 그림자들이 자주 일렁거렸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긴 했다.


하나, 우리가 지금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

둘,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셋, 그 번호로 이곳 메이지 호텔 601호라는 문자가 왔다.


전혀 별개일 수 있는 세 개의 사실만 툭 던졌을 뿐이었다.

처음 전화를 한 사람이 이 사람들이라는 증거도 없고.

좀 더 생각하고 침착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같이 온다던 경호원들은 어디 있는 걸까?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가장 최근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지지직 하는 잡음만 계속될 뿐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통신 상태 불량이라는 작은 메시지가 떴다 사라졌다.

수도권 한 복판에서 통신 상태가 불량이라니······.


-이 지역에만 통화가 안 되도록 방해전파를 발생시킨 모양이야.

-그런 게 있어?-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긴 한데 재머(jammer)라는 전파 방해 장치가 있다고 해.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우릴 여기로 유인한 게 맞네?

-그렇겠지.

-왜 여기로 유인했을까, 서문태가 시켰을까?

-그럴 거야.

-그럼 어떻게 하지?

-내가 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거리는 별로 멀지 않은 거 같은데 캄캄해서 올 수 있겠어?

-여기저기 건물이 많이 무너지고 길도 없어져 금방 가지는 못할 거야.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 우는 소리 내도 괜찮고 소리 질러도 돼. 바깥에까지 들리긴 해도 감히 들어와 볼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방범대원이나 경찰도 말이지.”

“날 붙잡아두려고 그러는 모양인데 그럼 편히 지낼 장소 정도는 제공해 줘야죠.”

“호오, 듣던 것보다 강단이 있는 아가씨로군. 좋은 생각이야. 여긴 빈 집, 빈 방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얼마든지 있어도 돼.”


그녀는 검은 양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공격해!”


그녀가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자 멍청히 마주보던 약간 뚱뚱한 30대의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에 든 각목을 휘둘렀다.

퍽!


“뭐야 이 새끼?”


갑자기 부하에게서 습격을 당한 검은 양복이 욕을 내뱉으며 몸을 굴렸다.

뚱뚱한 사내의 각목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달려들며 자신의 보스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사내들을 향해서도 몽둥이를 휘둘렀다.

설이는 이어서 다른 방향에 있는 사내들 중에서 얼굴이 잘 보이는 자를 골라 손으로 가리키고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전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사람을 정신적으로 조종하기 위해서는 그와 마주보고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했다.

따라서 상대가 자신에게 주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리쳐 부르든지 손을 들어 가리키는 게 가장 좋았다.

그녀가 두 번의 손가락질에 의해 사내들끼리 싸우도록 하는데 성공했는데 그녀의 앞뒤 대여섯 명이 그 혼란에 휘말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반이 넘게 남았다.

나머지도 같은 식으로 명령을 시도하려 했는데 그녀에게 주의를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달려들기 때문인지 잘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급히 몸을 날렸다.

그러자 사내들이 소리치며 뒤를 쫓았다.


“빨리 가서 잡아.”


길 여기저기 깔려있는 방해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가다 보니 앞을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그녀는 가장 가까이 있는 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시 명령했다.


“다른 사람들 막아!”


그러자 그가 자신의 동료들을 막아섰다.

그 사이로 그녀는 빠져나갔고 그 뒤를 또 두어 명이 재빨리 뛰어가며 몽둥이를 부웅, 휘둘렀다.

긴 몽둥이가 그녀의 포니테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유 인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돌이킬 수 없는 +1 22.06.18 102 1 10쪽
30 지배자의 손길 22.06.17 91 2 10쪽
29 원격제어 22.06.15 89 2 10쪽
28 파장 22.06.14 105 2 9쪽
27 판결 +1 22.06.13 116 2 9쪽
26 변호인단 +1 22.06.12 125 3 10쪽
25 징검다리 22.06.08 114 2 10쪽
24 타인의 시선 +1 22.06.06 134 2 9쪽
23 어떻게 싸울까? 22.06.04 126 3 10쪽
» 양동작전 22.06.03 144 3 10쪽
21 유인(誘引) +1 22.06.02 129 3 9쪽
20 체포 22.06.02 136 5 9쪽
19 대질신문 22.06.01 147 3 11쪽
18 재조사 22.05.30 144 3 9쪽
17 읽혀버렸다 +1 22.05.28 166 4 10쪽
16 일진 22.05.26 165 4 9쪽
15 빙의 (憑依) +1 22.05.25 188 3 10쪽
14 교환(交換) +1 22.05.24 171 4 10쪽
13 시험(試驗) 22.05.23 172 2 10쪽
12 심문(審問) 22.05.23 180 4 9쪽
11 융합(融合) 22.05.21 195 4 10쪽
10 반전(反轉) 22.05.20 178 5 9쪽
9 신변보호 22.05.19 185 4 10쪽
8 협박 22.05.18 199 4 9쪽
7 확장(擴張) +3 22.05.17 217 6 9쪽
6 텔레파시 22.05.16 237 6 10쪽
5 여보세요 / 누구세요? 22.05.15 254 5 10쪽
4 진술보다 정확한 그림 22.05.15 256 9 11쪽
3 응급실에서 사라진 남자 22.05.14 270 11 9쪽
2 야구선수 천기영씨 아닙니까? 22.05.13 290 1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