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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65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5.23 23:02
조회
171
추천
2
글자
10쪽

시험(試驗)

DUMMY

경찰서를 나온 설이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약속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킨 후 얼마쯤 기다리니 문 안으로 들어선 젊은 남녀가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설이야.”


정수경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김지후가 같이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남녀로 사귀는 중이었다.


“왔어? 앉아.”

“괜찮아? 이렇게 밖으로 나돌아 다녀도 돼?”


수경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얼굴은 좋아 보인다.”


설이의 앞자리에 앉으며 수경이 말했다.

그 동안에 김지후는 먹을 걸 시키러 카운터로 갔다.


“나 때문에 여행도 다 망쳤지?”

“망치긴 뭐.”

“나중에 다시 한 번 가자.”

“그래.”


그러면서 수경은 설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뭘 자꾸 보고 그래?”

“아, 나 같으면 그런 일을 당하고 적어도 몇 달은 밖에 나오지 못할 거 같아.”

“글쎄.”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그런데 너 엄청 예뻐졌다. 안 하던 화장도 다 하고.”


그러면서 옆에 다가온 지후에게 동의를 구하듯 눈길을 보냈다.

지후도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 너 본래 꾸미고 다니는 거 잘 안 하잖아.”

“아, 그래야 할 거 같아서. 경찰서에 다녀왔거든.”

“그래? 하기야 남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여자가 예쁘면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 대접도 달라지고.”


그러면서 옆에 앉은 지후를 힐끔 쏘아보았다.

“왜 날 보고 그래?”

“오빠도 길거리 같이 걷다 보면 고개 돌리고 눈동자 돌아가는 거 다 보이거든.”

“아놔!”


김지후는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설이는 픽, 웃었다.


“그런데 경찰서엔 왜 간 거야?”

“잡으라는 놈은 안 잡고 나보고 허위 진술을 했다느니 애먼 사람을 무고했다느니 하잖아. 그래서 제대로 하라고 큰소리 좀 치고 왔어.”

“정말이야? 네가 그랬어?”


수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이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마주보며 빙긋 웃었다.

고등학교때부터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면서 그녀가 흰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는 걸 아는 수경은 이번에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양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 대단하다.”

“정말.”


지후도 맞장구를 쳤다.


“그 동안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연예인 오디션 보러 가는 것처럼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고 나온 것부터 이렇게 당당한 태도 하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 너 내 친구 맞니?”

“후후, 좀 달라졌지?”

“좀이 아니야, 이것아!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싹 바뀌는 거.”


그녀가 지후를 보며 물었다.


“일취월장?”

“그거 말고 있잖아.”

“환골탈태?”

“아 맞아, 그거.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거 같아.”

“혼자서 싸워 나가려면 아무래도 무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맞아. 여자의 무장은 더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아까 그 적반하장은 무슨 얘기야? 자세히 좀 말해 봐.”


그러자 설이는 어제 검찰에 간 것부터 용산경찰서에서 담당 형사를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말했다.

다 듣고 난 수경과 지후는 안색이 변하며 분노했다.


“와우, 이거 매스컴에라도 터뜨려야 되는 거 아냐? 아까 대충 얘기한 걸 듣고 적반하장이 떠올라 얘기했는데 딱 그거 맞네, 그치?”


그러면서 수경은 다시 지후를 바라보았다.


“그래.”


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사건 때문에 우리가 기자들과 인터뷰까지 했잖아. 물론 실명은 하나도 안 밝히고. 그 기자들 연락처 아직 갖고 있는데 연락해 볼까?”

“아직 기다려 봐. 지금 상태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나뿐만 아니라 같이 여행 갔던 친구들 신상 다 털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그런데 네 말대로라면 그 서문태라는 놈이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건데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어?”

“괜찮아, 이거 봐라.”


그러면서 설이는 숄더백에서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기 시작했다.


“경호회사에서 준 건데 이건 경보기야. 버튼 누르면 엄청 큰 소리가 울리거든. 이 소리 들으면 백이면 백 다 도망칠 거야. 그리고 이건 스프레이인데 조금만 맡아도 눈을 못 뜨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그래. 그리고, 이건 알겠지?”

“그건, 전기······충격기?”

“그래. 그 밖에도 치한퇴치용으로 삼단봉이라든지 가스총, 은장도까지 있더라고.”

“헐, 은장도?!”


두 사람은 탁자 위로 불려나온 물건들을 만지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건 너 가져. 생각해 보니까 나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


그녀는 경보기와 스프레이를 수경에게 밀어 주었다.


“네가 필요해서 준 거잖아.”

“나는 충분히 있어. 집에도 같은 게 있고.”


그러자 수경은 그걸 받을까 말까 하는 눈빛을 지후에게 보냈다. 김지후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명색이 남자친구이고 남자친구가 있는데 호신용품을 따로 갖고 있는 게 과연 적당한가 생각중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내가 항상 너하고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그럼 이것만 받을까?”


그녀는 경보기와 스프레이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야, 그것들 여기서 사용했다가는 큰일 나. 이 가게 한두 시간은 문 닫아야 할지도 몰라.”


“아 그렇구나. 조심, 조심.”


그 이후로 둘이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고 그 동안 김지후는 인터넷 검색창과 자기만의 정보, 연락망을 통해 서문태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공과 패션, 그리고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마무리될 즈음 수경이 그에게 물었다.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있는데······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

“도대체 뭔데?”

“자세히 얘기하자면 구역질만 날 거 같으니까 못하겠고. 하는 짓이 웬만한 재벌 2, 3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것 같아.”

“뭐야, 개망나니라는 거야 아니면 개쓰레기라는 거야?”

“둘 다. 그 놈에게 걸려서 신세 망친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야. 남자들도 시비에 말려들었다가 반신불수 된 사람이 무수히 많고. 하여튼 소문이 그래.”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다고?”

“그 사람 뒤만 봐 주는 법률팀이 따로 있다고 할 정돈데. 이번에 설이가 당한 것도 서문태가 주로 쓰는 수법 중 하나라고 해.”

“와.”


정수경이 어이가 없는지 입을 딱 벌리고 설이를 바라보았다.


“너, 다 알고 있었어?”


무심한 설이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이번에 알게 됐지. 그 전에야 생판 모르는 사람인 걸.”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아?”

“세상 무서운 걸 알게 해 줘야지.”

“아무리 그래도 너 이상한 거 같아. 멀리 외국에라도 가 있어야 될 거 같은데······?”

“너도 우리 아빠랑 똑 같은 소리 하는구나. 외국으로 도망가면 그 놈이 그냥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고 말 것 같아? 얼씨구나 하고 쫓아오겠지.”

“아, 그렇겠다. 그런 놈들은 외국에서 더 활동이 자유롭지.”


그 말에 지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그리고 그녀는 수경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석에 끌린 듯 그 눈을 바라보던 수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와의 만남을 끝내고 저녁때가 거의 다 되어서 설이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본 날이었다.

그것을 뭐라고 하면 될까?

카리스마라고 하면 되나?

뭐든 어때.

그렇지?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둘 중에 누가 묻고 누가 대답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거의 자문자답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었다.

제대로 의지를 갖고 대결을 벌인 상대는 물론 용산경찰서의 형사 정기준이었다.

물론 당사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단순히 그녀의 미모에 혹해서 굴복한 것이라 여길지 몰랐다.

하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텔레파시 능력으로 강하게 압박한 것이었다.

어쩌면 당사자가 느낀 사실이 맞을지도 몰랐다.

매우 아름다운 여성의 말은 부탁도 명령처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여성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사람 눈을 똑바로 보면서 명령을 내렸잖아.

그렇지.

이게 과연 누구에게나 통하는 건지는 더 시험해 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능력과 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보자.

그는 인터넷으로 초능력에 대해 검색했다.

천기영이 집에서 하는 일도 고스란히 백설이에게 전달되었다.

그녀가 직접 기영의 집 안에서 자신의 손으로 검색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남자에게는 그녀가 단지 창 밖의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으로 여겨졌다.


정신적인 초능력은 사이킥(Psychic), 사이오닉(Psionic) 또는 사이(Psi)라고 하는데 이는 초인지 능력과 염동력으로 나뉜다.

초인지 능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 곧 초감각을 소유한 경우인데 이를 이에스피(ESP) 또는 에스퍼(esper)라고 한다.

이에는 사이코메트리, 텔레파시, 투시, 천리안, 독심술, 정신조작(마인드 컨트롤) 등이 포함된다.

염동력은 염력 혹은 정신동력이라고도 하는데 순전히 정신적인 힘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을 말한다.

이들 초능력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는데 대부분은 허황된 것으로 취급되었지만 극히 일부는 사실로 증명되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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