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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디페랑스
작품등록일 :
2022.05.13 00:31
최근연재일 :
2022.06.18 17: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392
추천수 :
138
글자수 :
133,679

작성
22.05.26 23:42
조회
164
추천
4
글자
9쪽

일진

DUMMY

엥? 아니 웬 도둑놈?


“부딪쳐 상하게 했으면 보상을 해야지 입 씻고 그냥 가려고?”


순식간에 네 명의 남자가 그를 둘러쌌다.

덩치는 꽤 커서 기영의 체격보다 약간 작아 보였는데 모두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어디 병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가 허리를 굽혔다 일어나는 남자를 힐끗 보며 말했다.


“아 그거야 병원 가서 찍어봐야 아는 거고,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치면 이거 뺑소니 아니냐?”

“야, 경찰 불러!”


그러면서 고딩들은 그를 향해 인상을 쓰며 위협했다.

그는, 아니 그녀는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건장한 남자들도 이런 황당한 일을 겪는구나.


아, 이거 어쩌지?


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그냥 핸드폰 꺼내들고 경찰서에 전화해.


기영이 바로 마음으로 대답했다.


응?


그 놈들 괜히 허세부리는 거야. 조금이라도 당황하면 약점이라도 잡은 듯이 더 물고 늘어질 거야.


운동으로 단련된 이 몸으로 이 녀석들 혼내줄 수 없어?


싸우기 위해 만든 몸이 아니라서. 그런 녀석들은 싸워서 혼내준다고 해도 골치 아픈 게 오히려 조금 맞고 바닥에 나뒹굴며 온갖 진상 짓을 다 할 거야.


아, 그렇겠지?


그냥 경찰서에 신고하는 척만 해도 그 녀석들 알아서 도망갈 거야.


아니 잠깐······.


왜?


우리의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잖아. 이런 게 쉽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설희는 경찰서에서 형사와 면담을 할 때 먹혔던 게 또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아, 그렇다면 괜찮군. 나도 한 번 구경해 봐야겠네.


그 때 사방에서 그를 에워싸고 있던 녀석들이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보고 도발을 시작했다.


“야 이거 뭐야, 아저씨 엄청 쫄았나 보네.”


후드티를 입은 한 녀석이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그러게 말야, 운동 좀 한 거 같은데 겉보기와는 달리 두부인가 봐.”


그 말에 다른 녀석들이 낄낄거렸다.

한적한 곳이라고 해도 산책길이 나 있는 만큼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곳인데도 꽤 덩치가 있는 사내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멀리서 보고 피해가는 것 같았다.

백설희는 네 녀석을 하나하나 훑어본 후 중에서 리더가 되는 녀석을 찍었다. 조금 뒤편에 떨어져 있었고 몸집은 중간쯤 되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웠다.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껄렁대긴 했는데 날카롭게 찢어진 눈 안에서 빠르게 좌우로 굴리는 눈동자가 보통은 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러대는 녀석의 팔을 옆으로 툭 치며 가죽재킷을 입은 녀석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엇? 이거 봐라, 쳤어?”


그녀가 그리 힘을 주지 않고 밀어냈는데도 과도하게 비틀거린 녀석이 다시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주먹을 쥐고 팔을 높이 쳐들었다.


“그만.”


이번에는 그녀가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후드티를 가리키며 짧게 말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주먹을 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딱 멈췄다.

후드티는 어리둥절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돌연 석상처럼 굳어진 것이 쪽팔린 듯 천기영을 향해 내려치려는 몸짓을 했다.

하지만 그의 팔은 여전히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녀석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빛이 스쳤다.


“야 인마, 장난하지 말고.”


가죽 재킷을 입은 녀석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후드티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중간 체격인데 꽤 단단해 보이며 그들 중에서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아 넷 중의 리더로 보였다.

사실 어느 무리든 조금만 지켜보면 우두머리는 티가 나는 법인데 언제나 무리의 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남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하기 때문에 고집이 눈과 얼굴에 배어 있다.

설이가 가죽재킷에게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러자 녀석이 그녀/그의 눈빛을 받고 찔끔 시선을 회피하다가 다시 마주보았다.

눈에 힘을 주며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느껴졌다.


제법이네.


설이는 후드티에게 향한 손끝을 천천히 가죽재킷에게 돌렸다.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휙, 과녁에 화살이 박히듯 빠르게 찍었다.

그러자 후드티의 주먹이 가죽재킷을 향해 날아갔다.

휙!


“억, 이 씨발놈아, 뭐하는 거야?”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러면서도 동작을 멈추지는 않았다.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뭐하는 거냐고?”


가죽재킷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피했다.

후드티가 당황한 얼굴로 울상을 지으면서도 두 팔을 휘저으며 가죽재킷에게 공격을 계속했다.

가죽재킷은 계속 피하다가 맞서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우두머리인 만큼 운동 신경이나 싸움은 그가 더 나은가 보았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다가 역습을 하며 퍽퍽, 쳐 댔다.


“이 새끼가 미쳤나?”


쫄따구라고 생각했던 놈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자 열이 뻗친 것이다.

난데없이 같은 동료들이 주먹다짐을 하자 나머지 둘은 어리둥절해서 어어, 중얼거리면서 구경만 했다.

설이는 그 중에서 키가 기영의 몸만큼이나 큰 스포츠머리를 불렀다.


“야!”


스포츠머리가 그를 돌아보자 설이는 다시 가죽재킷을 가리키며 말했다.


“잡아.”


단호하게 말하자 스포츠머리는 주춤주춤 가죽재킷을 향해 다가가서는 기영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스포츠머리를 똑바로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했다.


“꽉 잡아.”


그러자 가죽재킷의 뒤로 다가간 꺽다리가 가죽재킷을 와락 껴안듯이 잡았다.


“아, 뭐야?”


갑자기 행동이 봉쇄된 가죽재킷이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이거 못 놔?”


그러는 사이에도 후드티가 앞으로 다가와 가죽재킷의 배와 얼굴을 퍽퍽 쳤다. 순식간에 그의 입과 코가 터져 피가 흘러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한 명, 가장 뚱뚱한 녀석이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그곳을 벗어나 도망쳤다.

뚱보가 십여 걸음 뒤로 물러난 뒤 몸을 돌려 달아나려 할 때 뒤에서 덜미를 잡아채듯 부르는 소리에 덜컥 휘청거렸다.


“야, 돼지?”


뚱보가 돌아서자 기영이 손을 들어 까닥했다.


“이리 와.”


뚱보가 주춤주춤 다가왔다.

어느새 서로 뒤엉켜 있던 세 명의 싸움은 멎어 있었다. 그들은 다 같이 고개를 돌려 기영과 뚱보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이는 같이 모여 있는 세 놈에게 다가가 그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흠칫 놀라며 눈길을 피했다.


“너희들 친구 아니냐? 친구끼리 왜 싸우고 그래?”


설이가 타이르듯 말하자 그들은 억울한 눈빛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설이가 손바닥을 내밀어 막았다.


“모두 따라 와.”


그리고 몸을 돌려 공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마디 남기고 앞서 나가자 네 녀석은 서로 마주보며 눈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지금 그들은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해 매우 당황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말이 나올 수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으로 기영의 뒤를 따라갈 것인지 아닌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그냥 도망치자는 쪽이 둘, 따라가자는 쪽이 둘로 나뉘었다.

평소의 그들이라면 이렇게 뒤를 보이며 걸어갈 때 뒤쫓아 가 다구리를 놓는 게 일순위였는데 지금은 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앞서 걸어가던 기영이 돌아보며 말했다.


“빨리 안 따라오고 뭐해?”


그들은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주춤주춤 그 뒤를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의 근린공원이라서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은 곳곳에 벤치가 많이 놓여 있었다.

운동이나 산책을 하며 쉬었다 가라고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 중에서 인적이 드문 곳의 벤치에 기영이 가서 앉았다.

네 청소년이 다가와 서자 그/녀는 기역자로 된 건너편의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앉아.”


네 녀석이 앉자 설이가 물었다.


“너희 고등학생이냐?”

“······예.”


가죽재킷이 그를 힐끗 쬐려보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공손하게 대답해.”

“예.”

“일진이고?”

“예.”

“나이는?”

“열아홉······.”


설이, 그리고 기영과 네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디 고등학교?”

“남서초 고등학교.”

“학교에서 일진이면 뭐든지 맘대로야?”


그들의 얼굴에 뻔뻔함과 자랑스러움이 슬며시 묻어나왔다.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까지 나와 행패를 부려?”


다시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넷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름.”

“도태영.”

“다음.”

“이후경.”

“그리고.”

“김만조.”

“또?”

“최태만입니다.”


마지막의 뚱보만 정확한 문장으로 대답했다.

다른 놈들은 아무래도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하는 걸 반항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너희들 담배 피우냐?”


그 물음에 이후경과 최태만이 주섬주섬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담뱃갑을 라이터와 함께 내밀었다.


“됐다. 난 안 피워.”


손짓으로 물리며 다시 말했다.


“설마 자기 돈으로 샀을 리는 없을 테고, 어떻게 구했지?”

“우리 셔틀이 알바하는 편의점이 있거든요. 거기서 그냥 달라고 하면 돼요.”


뚱보 최태만이 술술 이야기하자 도태영이 고개를 돌려 노려보았다.


“역시 나쁜 녀석들이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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