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30,171
추천수 :
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29 15:38
조회
5,532
추천
79
글자
8쪽

기만(4)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백여산의 갑작스러운 가주 승계에 다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

“뭣이?”

“귀에 문제있어? 난 가주 그만둔다고.”

그 말과 함께 백여산은 한수연을 바라보았다.

“말해.”

자신을 보며 말을 하라는 백여산의 질문에 순간 한수련이 멈칫했다.

“네?”

“네가 가주다. 그러니 말을 해야지 아니면 산 사람이 까마귀 앞에서조차 말할 담이 없는 것이냐?”

“가주는 백대협이...”

“말했잖아. 그만뒀어. 다음대 가주는 너다. 나는 뒷방 늙은이고.”

며칠만에 가주가 두 번이나 바뀌는 개판의 현장이었다.

“그.. 그럼...”

“네 말대로 질러라. 네가 하고 싶은 것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란 말이다.”

“그래도 될까요?”

“때린 것들에게는 약을 그리고 머리를 숙인 이들에게는 보상을 주어라. 네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복종하지 않는 자는 머리를 쳐라.”

“그.. 그건 너무 어려운.”

“난 네가 나보다 더 잘할 것을 알기에 맡긴 것이다. 실제로도 네 안목은 제법 정확하지 않느냐?”

뒤에서 힘을 넣어주고 원하는 것을 말하라 하자 한수련이 이들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후우으...모두 본세가가 만들어낸 연합에 들어오세요. 이것은 권유가 아닌 명령입니다. 본 세가를 중심으로 모두가 연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머리는 한씨세가가 맡을 것이고요.”

이 도시의 모든 곳의 주인이 모인 장소에서 한씨세가가 우두머리로 연합을 만든다는 말에 검을 뽑았던 자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귀가 나쁘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그래도 모르니 말씀드리죠. 본 세가가 모두의 위에 섭니다. 아래의 사람들은 따르세요.”

오만하고 자만이 가득한 말에 모인 상단주, 문주들이 반발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이냐!”

“감히!”

“미친 게냐!”

모두의 반발에 한수련을 뒤로 밀어낸 백여산이 말했다.

“거부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게. 하지만 이렇게 수장들이 보기좋게 모인 상황에서 살아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네.”

그 말에 아까 검을 뽑은 자가 말했다.

“고작 한씨세가가 본문을 그리고 우리 모두를 겁박하는 거냐?”

“힘이 되니까. 힘이 없으면 슬픈 법이야. 알지 않나?”

백여산의 말에 검수가 검을 잡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그 힘 한번 보겠다.”

살기가 느껴지는 자세 그리고 희미하게 나는 듯한 혈향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온 것이 아니다.

기세에 혈향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한두 명 죽여본 솜씨가 아니군?”

평온한 곳에서 무공을 익히는 자는 기세에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이고 악에 받친 비명을 들어본 자의 검에서만 그런 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 말을 부정하지 않는 듯 검수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장에서 마교놈들을 적잖이 베어봤지.”

“다들 알고 보면 불쌍한 놈들인데 좀 봐주면 좋았을 것을...”

“죽지 않으면 죽는 전장에 봐주기 따위가 있겠는가?”

그 말에 백여산이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약한 놈들은 그리 말하지. 강한 놈들은 뭐.. 크게 다르진 않네. 다들 사람이니까.”

“농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알아. 우리는 농을 하기 위해 온....”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수가 강사를 뿜으며 검을 찔러왔다.

베기가 아닌 찌르기 검법의 기본이었다.

“말이 너무 많아.”

그 말과 함께 가슴을 노리는 모습에 백여산이 미소를 지었다.

“그치? 나답지 않았어,”

으직!

손으로 검을 쳐내자 강사로 둘러 쌓인 검이 부셔졌다.

마치 한날에 빛나는 모래알처럼 바스라진 자신의 검을 보며 검수의 얼굴이 굳었다.

“이 무슨..?”

당혹스러움이 큰지 멈출 생각을 못하고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그대로 백여산에게 몸뚱이가 돌진했고 백여산이 가슴에 일장 박았다.

“일단 하나.”

쩌엉!

장법을 배에다 꽂자 검수가 쓰러진다.

“커헉..어억...으어”

말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쓰러진 모습에 백여산이 손을 털며 말했다.

“다음.”

“이.. 무슨..”

“강문주가 이리 쉽게 당하다니..”

그 모습에 백여산이 그들을 보았다.

“여기서 모두를 죽이면 머리가 사라진 것들은 쉽게 흩어지지 너희들이 하려던 것처럼 머리 없는 몸뚱이는 그저 뜯어먹기 좋은 고깃덩이야.”

“으으..”

“이곳은 대명의 도시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반드시 심판이 있을 것이오!”

“심판? 내 삶의 경험상 그런 것은 악한 놈보다는 약한 놈이 받는 거더라고 그리고 너희들은 이미 죽어있을 것인데 그 심판을 받는다고 너희들이 저승에서 만족할 것 같나?”

죽은 자는 죽은 자이다.

이 앞의 일을 보지도 겪지도 못할 수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자신의 삶이 이대로 멈춘다는 것에 모두가 겁에 질린다.

“모두! 도망..커헉!”

도망가려는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숨이 조여온다.

강제력이 없는 내공이 담긴 기세가 아님에도 그 살기가 그리고 그가 쌓아온 것이 이들을 막는다.

“모두 죽고 시체는 적당히 은밀한 곳에 묻으면 죄는 사그라지지..”

백여산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그를 막는 사람이 있었다.

“잠시만요.”

일각만에 당대 가주가 된 한수련이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아래로 둘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보상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머리를 숙이는 자에게는 보상을 머리를 드는 자에게는 경고를 몸을 움직이는 자에게는 죽음을 줄 뿐이지요.”

그녀의 말에 상단주 중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올해부터 시작하여 삼년후에는 팽가의 유통량의 삼 푼(3%)을 우리가 맡기로 했어요. 그중 일 푼(1%)을 그대들에게 넘기죠. 대신 대가는 머리를 숙이는 것이에요.”

“하북팽가의 물류를..?”

“이것이 끝이 아니에요. 힘이 있는 자가 이득을 취하기에는 썩 괜찮은 세상이죠. 우리는 힘이 있어요. 더 거대해질 것이고요. 그리고 그대들에게 나누어줄 보상도 점점 커지겠죠. 어때요? 고개를 숙일만 하지 않나요?”

하북팽가의 거래에서 얻은 삼푼의 물류랑은 일견 적어보이지만 하북팽가의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천하에 퍼져있는 팽가의 손길에는 움직임이 필요하며 그 규모는 이 여기 모인 모두를 포함하고 나머지를 합친다고 해도 반푼(0.5)%조차 되지 않는다.

그것의 네 배를 넘는 수지인 이푼의 물류를 머리를 숙임으로 얻을 수 있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그 뜻을 가장 먼저 이해한 자는 상단의 주인들이었다.

“그대를 따르겠소.”

“새로운 우리들의 머리가 되어주시길..”

셈이 빠르고 판단이 빠르다는 것을 아는 그들의 모습에 다른 이들도 같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반발하여 모두가 죽거나 복종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는 것 어느 쪽이 이득인지는 구태여 따질 필요가 없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죠?”

“그렇소.”

“그렇네.”

“당신을 따르겠소.”

“우리를 이끌어주시오.”

순식간에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모습에 한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물러가세요. 추후 만나서 차 한 잔이라도 하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자고요.”

“알겠소.”

“언제든 불러주시게.”

“그럼 이만..”

모두가 떠나려는 순간 백여산이 땅에 엎어진 검수를 보았다.

“벽에 막혀 있군. 자네는 지나친 살육이 자신의 앞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금만 더 하면 벽을 깰 수 있다.”

벽을 깬다.

그것은 강사를 부리는 절정의 단계에서 다음의 경지인 초절정에 오르는 것이었다.

“쿨럭..! 그게.. 정말이오?”

사실임을 묻는 말에 백여산이 그의 부러진 검을 보았다.

“상인에게는 이익이 믿음이지만 무인에게는 또 다른 것이 믿음이지 내 밑에서 일하게 조금 재밌는 것을 보게 해주지. 새가 껍질을 깨고 세상을 보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지만 힘을 조금 실어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

껍질을 깨어 준다.

무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말에 검수가 서둘러 말했다.

“알겠소. 언제 가면 되는 것이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새 시작(1) +4 23.06.02 5,658 79 7쪽
18 기만(5) +5 23.05.31 5,431 81 8쪽
» 기만(4) +3 23.05.29 5,533 79 8쪽
16 기만(3) +4 23.05.26 5,634 86 8쪽
15 기만(2) +2 23.05.24 5,856 84 9쪽
14 기만(1) +7 23.05.22 6,029 85 6쪽
13 만남(6) +3 23.05.21 6,048 87 6쪽
12 만남(5) +4 23.05.19 6,198 89 9쪽
11 만남(4) +3 23.05.16 6,584 90 7쪽
10 만남(3) +6 23.05.16 6,633 96 8쪽
9 만남(2) +5 23.05.14 6,870 97 9쪽
8 만남(1) +2 23.05.08 7,574 99 10쪽
7 은퇴(7) +5 23.05.07 7,629 100 10쪽
6 은퇴(6) +2 23.05.06 7,397 105 10쪽
5 은퇴(5) +6 23.05.05 7,797 111 11쪽
4 은퇴(4) +7 23.05.05 8,377 107 11쪽
3 은퇴(3) +10 23.05.03 9,352 113 11쪽
2 은퇴(2) +2 23.05.02 10,383 121 11쪽
1 은퇴(1) +8 23.05.01 14,476 13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