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30,194
추천수 :
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05 13:45
조회
8,377
추천
107
글자
11쪽

은퇴(4)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

4화

은퇴(4)




다그닥.. 다그닥...

사람들의 시신을 실은 시체가 덜컹거렸다.

“시체는 그냥 땅에 묻고 가는 것이 제일이야. 그것도 어려우면 짐승 밥으로 쓰면 되는 것을 일일이 가져갈 필요가 있나?”

백여산의 주장에 한수련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를 위해 죽은 사람이에요.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곧 시체 썩는 냄새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네 소변 냄새랑은 비교가 안 될 거란다.”

아까 백여산의 바지에 실례를 한 것을 말하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는 너무 놀라서...!”

“너는 놀라면 남의 바지에 오줌을 싸는 버릇이 있니?”

“그게 아니라요! 안 그래도 그때는 소변이 급한 상태였어요!”

“그래. 자다가도 이불에 실례할 수도 있고 남의 바지에도 실수 할 수 있고 네 나이 때는 그럴 수도 있지.”이미 다 자란 여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한수련은 입을 꾹 다물어 얼굴을 붉혔다.

“옷은.. 배상할게요.”

“이미 그럴 생각이란다. 남의 오줌이 흥건하게 묻은 바지를 어떻게 입고 다니냐?”

“그냥 빨면 되잖아요!”

“꼭 자기 손으로 빨래도 안 해본 녀석이 그런 말은 쉽게 하더구나. 이렇게 물이 들은 바지를 빠는 것이 쉬운 줄 아느냐?”

그러며 소변이 묻은 바지를 보여주자 한수련이 울먹이듯 말했다.

“그.. 그건..”

이 정도 농담 이상이면 울 것이 분명한 그녀에게 백여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 풀을 네 아비에게 먹이면 병이 다 나을 수 있다?”

설삼이라는 귀한 물건이지만 백여산에게는 그냥 기운이 좀 강한 풀에 불과했다.

“네... 어렵게 구했어요.”

“이게 그렇게 귀한 물건이냐?”

“그건 아니지만.. 구매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그 물건을 구매하려면 누군가가 가서 수령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요.”

귀물에 속하는 물건이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노리고 싸우며 얻을 만한 물건은 아니란 뜻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그정도 녀석들이 노린다고?”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무인들의 부대가 고작 설삼 한뿌리를 노리기 위해 덤벼들었다는 것은 기이한 것이었다.

한수련의 말대로 귀한 물건이지만 아주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아니었다.

북쪽의 땅에서 자라는 삼이지만 수백년 묵은 것도 아니고 고작 십 년에서 이삼 십 년 묵은 삼을 이렇게 실력자들이 대규모로 나설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저도 그것이 의아해요. 이게 귀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은밀하게 대규모로 나설 물건은 아니거든요.”

고작 설삼 한뿌리를 소속도 밝히지 않고 처음의 한 번의 요구 이후 바로 살인멸구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상했다.

“이것을 노린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

설삼을 노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에 한수련이 짐을 보며 말했다.

“이 짐마차들은 모두 식량을 비롯한 간단한 거래를 위한 수레였어요. 심지어 가는 길에 모두 판매를 마치고 이제는 거래 대금만 받아놓았죠. 그렇기에 당연히 설삼을 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목적이 아니라면...”

의문에 빠진 한수련의 말에 백여산이 그녀가 들고 있던 함을 잡았다.

“앗.. 먹으면 안 돼요.”

“먹으라고 해도 안 먹으니까 걱정말아라.”

함을 열고 안의 물건을 보던 백여산은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일단 노리는 것이 설삼이 아니라면... 이 한옥이 문제인가?”

한기를 띄는 옥이 문제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수련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값이 꽤 나가지만 살인멸구를 논할 정도는 아니에요.”

“얼만데?”

“금원보 하나면 구할걸요.”

“뭣?”

금원보는 금자 스무냥이다.

금자 한 냥은 은자 스무냥이고 말이다.

그리고 백여산의 한 달 봉급이 은자 한 냥이니 백여산이 이번 생에서는 쥐기 힘든 돈이었다.

“이게 금원보 한 개?”

“네. 꽤 비싸죠?”

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에 백여산의 손이 떨린다.

“꽤라고 말할 정도가 아닌데...”

“아..! 백대협 같은 분에게는 푼돈밖에 안 되겠지만. 그래도 저희 세가에는 나름 비싼 물건이에요.”

“푼돈...”

“그렇죠. 이정도 무공을 가지신다면 엄청난 부자시겠죠.”

무공이 강하면 돈을 벌기는 쉬운 것이 맞으나 백여산 같은 경우는 그것을 제대로 활용을 못한 경우이다.

하늘에 닿은 무공으로 하는 것은 고작해야 적이었던 무림맹 경비무사였다.

그리고 받는 돈도 푼돈이었다.

무공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법 자체를 모르는 백여산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아느냐?”

백여산은 순수하게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질문을 마치 자신에게 시험을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근면해야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있어야 하고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참는 자제심도 필요하고요.”

근면

일단 백여산에게는 어느정도 있지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백여산이 그따위 것이 있었다면 천마신교에 돌아가 정파를 멸망시켰을 것이다.

당장에 하고 싶은 일을 참는 자제심

교주가 아니꼬운 상태에서 전대 무림맹주가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바로 호법을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

모든 것이 부족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본도 필요하죠!”

자본도 없다.

그 말에 백여산이 한수련을 보며 말했다.

“그런 것들을 어찌 얻는 것이냐?”

백여산의 질문에 다시 한수련은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보통은 있는 것을 기초로 삼아 활용해야 불려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것을 재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실제로 기울어 가던 가문을 일으키신 분이 아버지이시고요. 그렇게 보면 역시 사람도 중요하네요. 저희는 재물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사람이 부족했고 이런 일을 겪었지요.”

그녀의 말에 백여산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무공.. 은자 두냥...”

이게 전부다.

이것을 기초 삼아 돈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이 혼란스러운 백여산을 한수련에게 물었다.

“너는 그 돈에 만족하느냐?”

만족하는가.

행복한가.

백여산의 삶에 있어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천마신교를 떠나온 것이다.

물론 돈이 많아도 만족스럽고 행복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돈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략 구할 오푼(95%)정도 금전이 영향을 끼치지만 절대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음... 저는 만족해요. 부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족들이 그리고 우리 가문의 사람들이 있는걸요.”

역시 일개 경비무사의 삶을 살아왔던 백여산과 한 세가의 귀한 따님의 금전적인 감각은 달랐다.

이런 모습에 천마신교 최후의 호법이었던 백여산이 고작 이런 돈에 동요하냐는 의문이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최후의 호법(護法) 그러니까 호법이라는 것은 종교의 규율과 법률을 지키는 자다.

어릴 적에는 죽는 것이 흔한 수련을 받으며 자랐고 커서는 천마신교의 충실한 개로서 일했다.

개에게는 보상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 가진 것보다 조금 나은 간식 아니면 주인의 칭찬 정도가 최고의 보상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선을 건너오며 백여산이 받은 것은 공에 대한 치하 그리고 자리였다.

나중에 자리에서 끝까지 올라 호법이 되었지만 이조차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

아니 아예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면 불경한 자리로 취급받는다.

호법이란 것은 그랬다.

교의 율법 강자지존을 지키고 아랫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자리다.

물질적인 것은 음식이 풍족하거나 잠자리가 편한 정도이지 봉급 따위는 철전 한푼도 받지 않는 명예직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정파의 무림맹에서 경비를 맡았던 백여산이 가장 행복해했던 것은 본인의 재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돈을 벌어서 사고 싶은 것을 산다.

그리고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동료와 지낸다.

이것이 백여산의 만족이었다.

그런 모든 것이 흩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백여산은 한수련에게 물었다.

“너는 만족한다는 것이냐?”

“예. 가족과 사람들이 있고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부족하지는 않아요. 이것이면 된 것 아닌가요?”

백여산도 동의하는 바였다.

같이 지낼 사람과 삶에 필요한 적당한 재물 이것이 있다면 백여산은 행복할 수 있었다.

천마신교에서 호법에 자리에 앉아 백여 년동안 얻지 못했던 것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 이곳 중원에서는 쉬이 얻을 수 있었다.

“그렇구나.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면...”

중얼거리듯 한 말에 한수련이 그를 보며 말했다.

“백대협은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 같아요.”

교를 위해 살아온 삶에서 검을 내려놓고 이곳으로 왔다.

즐겁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기에 만족할 수 없기에 이곳으로 왔다.

그렇게 적이었던 무림맹의 경비무사직을 맡았다.

작게나마 쥐었던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것 마저 잃어버린 상황에서 백여산은 다른 행복을 찾아야했다.

한번 행복을 맛본 자는 이제 그것 없이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솔직한 말이었다.

가슴 가장 아래에 가라앉은 말이었다.

그것을 꺼내 말하자 한수련이 물었다.

“그런 고강한 무공이 있잖아요? 행복하지 않나요?”

“행복? 그것을 느낀 순간은 가장 약함을 흉내 내었을 때다.”

검을 놓고 무림맹의 일개 경비무사중 하나로 있었을 때 백여산은 행복을 느꼈다.

무공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란 말이었다.

“강함이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렇더구나.”

그의 말에 한수련이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이내 물었다.

“백대협은 저희를 지켜주시고 난 다음에 무엇을 하실건가요?”

“솔직히 정한 것은 없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고향을 찾아가는 것은요?”

“고향이라고 할 곳은 있으나 가족이 죽은 지 오래다. 추억으로 기억하던 곳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고향이라고 해도 타지와 다를 것이 없더구나.”

고향에서도 있을 곳이 없다는 말에 한수련이 백여산의 눈을 보았다.

씁쓸함 허탈함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그런 눈을 보며 한수련이 백여산에게 물었다.

“그럼 저희 세가에서 머무르실래요?”

자신의 세가에 머무르라는 한수련의 말에 백무산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희 세가에?”

백여산의 말에 그녀가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백대협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백대협은 아직 머무르실 곳이 없으니 저희 세가에 있으며 찾아보시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세가에서 머무르며 하고싶은 것을 찾아보라는 말에 백여산이 작게 웃었다.

“하하...”

백여산의 물음에 한수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건방졌나요?”

“아니. 나쁘지 않다. 그래 어딘가에 머무르며 찾는 것이 떠돌아다니는 것 보다 덜 피곤한 법이지.”

백여산의 결정이 후일 무림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라는 걸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즐거운 어린이날! 재밌게 보내시고 주말에도 몇편 올릴게요. 그리고 수란인지 수련인지 하는 오타는 수련이 맞는 거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무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새 시작(1) +4 23.06.02 5,658 79 7쪽
18 기만(5) +5 23.05.31 5,431 81 8쪽
17 기만(4) +3 23.05.29 5,533 79 8쪽
16 기만(3) +4 23.05.26 5,635 86 8쪽
15 기만(2) +2 23.05.24 5,856 84 9쪽
14 기만(1) +7 23.05.22 6,030 85 6쪽
13 만남(6) +3 23.05.21 6,048 87 6쪽
12 만남(5) +4 23.05.19 6,198 89 9쪽
11 만남(4) +3 23.05.16 6,585 90 7쪽
10 만남(3) +6 23.05.16 6,633 96 8쪽
9 만남(2) +5 23.05.14 6,871 97 9쪽
8 만남(1) +2 23.05.08 7,575 99 10쪽
7 은퇴(7) +5 23.05.07 7,629 100 10쪽
6 은퇴(6) +2 23.05.06 7,398 105 10쪽
5 은퇴(5) +6 23.05.05 7,797 111 11쪽
» 은퇴(4) +7 23.05.05 8,378 107 11쪽
3 은퇴(3) +10 23.05.03 9,353 113 11쪽
2 은퇴(2) +2 23.05.02 10,385 121 11쪽
1 은퇴(1) +8 23.05.01 14,478 13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