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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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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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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332

작성
23.05.24 19:00
조회
5,856
추천
84
글자
9쪽

기만(2)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딸내미를 생각보다 잘 두었군. 멍청하지만 제법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그런데 그대를 보니 느껴지는 것이 있군.”

“나는 네가 개 같다는 감정 말고 느껴지는 것이 없는데?”

“본 한씨세가는 성세는 커졌으나 내부가 부실하오. 가주는 죽어가도 뒤를 이을 마땅한 자는 없지.”

“네 가족이 있지 않느냐?”

“동생은 총관의 자질일 뿐 그 이상이 되지 못하고 다른 본세가의 인물들을 제 멋대로 사는 것이지 결국은 내가 죽으면 본가는 쇠퇴할 것이오.”

다른 이들은 가주의 자질이 없다는 말과 함께 가주는 작게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기침에 느껴지는 비릿한 향과 죽음의 냄새는 이미 그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이 가주가 되어주시오. 어떻게 운영해도 좋소. 이대로 망한다면 그 또한 하늘의 뜻이고 성장한다면 내 눈이 틀린 것이 아니겠지... 단지 내 딸아이가 아이를 여럿 낳고 그 아이 중 사내아이 하나에게 한씨의 성을 물려주시오.”

가문 그리고 식솔들의 모든 것을 백여산에게 맡긴다는 말에 백여산도 순간 얼굴이 굳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그렇소. 내 마지막 부탁이오.”

자신의 죽음 이후를 백여산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말에 백여산이 한숨을 쉬었다.

“망할 새끼.”

“부정하지 않겠소. 그래서 받아들일 것이오?”

“하아... 개새끼...”

“고맙소.”

욕투성이 말이었지만 대답은 긍정이었다.


@@@


가주의 마지막은 정말 멀지 않았다.

이제 길어봤자 열흘 정도의 삶을 가진 가주는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해둔 상태였다.

“가주의 일에 대해서는 총관이자 동생인 한창종에게 그리고 상단의 운영을 수련이에게 말하시오. 영특한 아이이니 큰 도움이 될것이오.”

“네 묘비에는 뭐라 지으면 되겠나?”

“묘비는 필요 없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죽을 것이니.”

“왜? 이미 죽은 부인 뒤라도 따라가려고?”

“어찌 알았소?”

“쯧!”

백여산의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가주는 길을 떠났다.

“괜찮으냐?”

아직 가주 아니 이제는 전 가주이자 자신의 아비가 삶의 마무리를 위해 떠났다는 것에 한수련은 눈밑이 퀭한 얼굴이었다.

“이것도... 받아들여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꽤 힘들 거다.”

죽음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삶을 살았던 백여산과 달리 한수련은 아비의 죽음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화련이에게는 아버지가 여행을 갔다 말해야 했어요. 그러니까 몇 밤을 자면 오냐고 물었죠... 그런데... 대답을 해주지 못했어요.”

어린 동생에게는 아직 이런 무거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듯 둘러대는 그녀의 모습에 백여산이 말했다.

“이미 끝난 삶이다.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지.”

“그게 뭘까요? 소중한 것들은 떠나갔어요. 가문의 사람들을 잃어가며 받아온 설삼도 팽가에서 얻은 이득도 모두 그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데... 이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삼촌이자 총관인 한창종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잠시 쉬는 것이 좋겠구나. 가주님 조카는 제가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을 가주라 부르는 한창종 총관의 말에 백여산이 묘한 느낌을 느끼며 말했다.

“그래. 지금은 쉬는 것이 맞겠군.”

혼자 남은 백여산은 세가를 한번 둘러보며 말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전대 놈의 말처럼 무인의 수가 너무 적어. 무가가 아니니 그러겠지만... 그래도 전력은 필요하다.”

그렇게 결심을 한 백여산이 가주의 집무실로 향하던 찰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벌써 떠났어?”

자신의 아비를 찾는 아이는 한화련이었다.

눈을 비비며 좀 전에 떠난 아비를 찾는 한화련에게 백무산이 아이에게 말했다.

“나중에 보고 일단 지금은 무공을 익히자꾸나.”

무공을 익히자는 말에 한화련의 눈이 커졌다.

“아 맞다! 어서 익히자 사부!”

아비의 죽음이 머지않음을 모르는 아이의 눈에서 나오는 순수함은 백여산에게 살짝 버거울 정도였다.



@@@

잠시 후

연무장에서 봉을 들고 있는 백여산은 한화련에게 말했다.

“네가 익힐 무공은 구두룡창(九頭龍槍)이다.”

“이름이 멋져!”

“실제로 쓰면 더 멋질 것이다.”

“와아!”

신나는 아이에게 백여산이 제일 먼저 창을 양손에 쥐고 말했다.

“일 초식 사미(蛇尾)다.”

구두룡창 일초식 사미(蛇尾)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의 창이라고 가르쳤지만, 시작인 그 꼬리는 뱀의 것이라는 것은 기이한 말이었다.

하지만 한화련은 그것을 알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

“응!”

“일 초식은 지극히 간단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응!”

“찌르기 그것 하나 뿐이다.”

“응!”

“이해는 하고 말하는 거냐?”

“아니 무슨 말인지 어려워.”

이해는 아직 하지 못했다는 말에 백여산이 아직 다섯 살 남짓의 한화련에게 봉을 들고 다가가 말했다.

“이것을 창으로 생각하고 잘 봐라. 초식이고 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꿰뚫는 것이다. 그리고 일 초식은 그것에 가장 잘 맞게 되어 있지. 그러니 일단 찌르기를 하자꾸나.”

“응! 기본은 중요하다 그랬어!”

그 말에 백여산이 손을 들더니 이내 중앙에 자그마한 점을 찍더니 말했다.

“이곳을 맞추는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백여산이 슬슬 걸어 다니며 손을 움직였다.

푹!

“맞췄어!”

“다시”

푹!

“한 번 더.”

푹!

“좀 더 빠르게 간다.”

푹!

그렇게 이각정도를 반복하자 한화련의 손이 까지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아이의 손으로는 봉을 오래 잡으며 상대를 찌를 수 없는 것이었다.

체력의 소진으로 인해 힘이 약해지고 순간의 실수가 나왔다.

“앗!”

빗나간 찌르기에 백여산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다시.”

“응!”

푹!

그렇게 다시 이각을 하자 한수련의 까진 손에 짓무르는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하지만 아프다는 말하나 없는 모습에 백여산이 한화련에게 말했다.

“힘들지 않느냐?”

“힘들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아이에게는 이 단순한 찌르기는 지루할 수도 있으며 손이 까지는 통증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정하게 미루고 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화련의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야. 가문에 도움이 되려면 강해져야 해.”

스스로 고통을 참으며 무언가를 위해 인내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서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각오에 백여산이 한화련의 창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너에게 창을 가르치는지 아느냐?”

“몰라!”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지만 이정도 당당하니 살짝 웃음이 나온다.

“하하.. 네가 주먹을 지르는 것을 보았다. 네가 찌르는 것을 보았다. 휘두르고 베는 것은 네 재능이 아니야. 상대와 여러 초식을 나누며 파악하는 것 또한 아직 미숙하다. 그렇다면 네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빠르게 끝낼 창이다. 그리고 이 무공은 그것에 최적화되어있지.”

구두룡창은 백여산이 호법시절 얻은 무공이었다.

정확히는 교의 율법을 어겨 처단한 자의 무공이었다.

누군지 기억난다.

창의 괴물이라 불리었던 창괴 그를 처단하고 얻은 이 무공은 예전의 모습과는 여러 곳이 다르다.

백여산이 나름 뜯어고친 무공이었고 그렇기에 천하의 어떤 창술을 가져와도 밀리지 않았다.

지르기에 특화된 무공 그리고 지르기에만 재능이 있는 소녀 그 둘의 만남에 백여산이 말했다.

“이것 또한 인연인가.”

“응? 인연? 뭐가?”

“아니다. 어찌 됐든 너는 찌르기를 중심으로 연마한다. 그리고 일초식 사미는 모든 초식의 원형이자 창은 근원이다.”

“무슨 뜻이야?”

“구두룡창은 열 개의 초식이다. 아홉 개의 용의 머리는 강력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을 허망할 정도로 작고 미미한 뱀의 꼬리이지 그렇기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죽는 거다. 이런 사소한 찌르기에 자신의 심장이 뚫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으음...”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에 백여산이 한화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커가며 알 것이다. 지금은 당장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맞겠구나.”

“오늘은 더 안 해? 난 더 할 수 있는데...”

“그래 손님이 왔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이다.”

그렇게 한화련의 손에 금창약을 발라주고 들여보낸 백여산은 한씨세가의 정문으로 향했다.끼이익...

문을 열자 앞에는 손님들이 있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십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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