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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30,184
추천수 :
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22 20:07
조회
6,029
추천
85
글자
6쪽

기만(1)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아침이 밝았다.

햇볕이 약간 열어둔 창문의 틈새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모습에 백여산이 눈을 다시 떴다.

“이번에는 잘잤군.”

몸이 날아갈 것 같고 뻐근함도 없다.

원래 그랬지만 오늘은 더 그런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주변을 구경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 시선에 묘한 부담감을 느끼며 걷는 사이 백여산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아 백대협!”

한수련이었다.

“어 그래. 잘 잤느냐?”

“네 덕분에 잘 잤습니다.”

“다행이구나.”

백여산이 한게 뭐가 있기에 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덕분이라니 감사 인사를 받아둔다.

“아버님.. 아 그러니까 가주님과 만나뵈시겠어요?”

한씨세가 가주를 뵙겠냐는 말에 백여산이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아프다면서 만나도 괜찮겠느냐?”

“오늘은 상태가 꽤 좋으신 것 같고 약도 준비가 되어가요!”

그녀의 웃음에 백여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굴이나 한번 보자꾸나.”

그 말과 함께 가주 그러니까 한수련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작은 집무실 그리고 안에서 서류를 옮기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종이의 냄새는 익숙하기도 했고 또한 그립기도 했다.

“종이 냄새는 무릇 삶의 냄새인 것 같구나.”

“그런가요? 저는 익숙해서. 잘 모르겠네요.”

“피 냄새는 주로 삶의 마지막 냄새이지 하지만 종이와 땀의 냄새는 그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는 냄새가 아니더냐?”

즐거운 듯 내뱉는 말에 한수련이 고개를 끄덕였으며 집무실을 향해 외쳤다.

“그렇군요! 아버님! 저 왔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대답이 있었다.

“들어오너라.”

드르륵...

문이 열리며 안을 보자 탁한 냄새가 났다.

희미하게 하지만 진한 냄새였다.

그리고 안에서 나는 병자의 냄새 그것은 건강한 자의 것이 아니었다.

피냄새와 같은 삶의 마지막의 냄새였다.

종이의 냄새와 먹의 냄새에 가려져 다른 이들은 맡지 못하지만 백여산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자네는 죽어가는군...”

백여산의 말에 안의 중년인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는 것이지 않소?”

“나는 지금 농을 하자는 것이 아닐세.”

농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백여산이 그를 향해 걸어갔다.

텁!

멱살을 잡은 백여산은 그를 보며 말했다.

“이따위 몸 상태가 설삼 한 뿌리로 나을 것 같나?”

“...”

침묵하는 그를 보며 백여산이 얼굴을 찌푸렸다.

“알고 있군. 죽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이랍시고 딸에게 그따위 심부름을 시키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차라리 오기 전에 내가 죽기 전을 바랐소.”

“멍청한 새끼, 네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딸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하는 것이냐?”

두 사람의 말에 한수련이 대화를 따라잡지 못해 물었다.

“저기.. 그게 무슨 말이죠?”

“아직도 모르겠냐? 네 아비는 죽고 있으며 설삼 한 뿌리로는 살아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저 너에게 희망을 주고자 설삼을 가져오라고 보낸 것이다. 네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이 죽기를 바라며 말이다.”

백여산의 말에 한수련의 눈이 순간 자신의 아비를 향했다.

“아버지... 그게 정말인가요?”

“...”

침묵을 지키는 자신의 아비에게 한수련이 다가가 물었다.

“거짓말이죠? 설삼이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귀하고 중요한 것이라 제가 직접 그 먼 거리를 다녀오라 하셨잖아요. 그러면 모두가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 갈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녀의 눈에 간절함이 깃들어 있는 모습에 한수련의 아비가 말했다.

“미안... 하구나..”

아비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 딸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며 간신히 얻었는데... 목숨을 걸고 가져왔는데... 그런데도 안 된다고요?”

“...”

“이러지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더 잘할게요. 아버지 떠나지 마세요. 그럴 거죠? 우리 가족은 언제나처럼 웃을 수 있잖아요? 그렇죠?”

의미 없는 물음에 백여산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런 멍청한 결말이라니 딸의 가슴을 그렇게 헤집고 싶었나?”

“모르는 사이에 죽었으면 적어도 슬픔이 덜 할 것이라 생각했소.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여행의 분주함 사이에 섞여 옅어질 것이라 생각했소. 하지만.. 결국 이런 꼴이군.”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자 백여산이 그를 보며 말했다.

“네 욕심으로 인해 딸이 죽을 뻔했다. 홀로 죽으면 되는 것을 딸을 길동무로 삼으려했다는 말이다.”

“알고 있소. 그것에 대해서는 은공께 정말 감사하고 있소. 팽가의 도군마저 이겨냈다고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으니 말이오. 그런데... 결국은 헛걸음을 시키고 말았소. 미안하오.”

그의 말에 백여산이 가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으...”

안면이 으깨진 것은 아니지만 코뼈가 뒤틀려 피를 흘리자 한수련이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꺄악!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 제가 잘못한 것이에요. 제가 욕심으로 백대협이 이곳으로 온것이고 제 욕심 때문에 백대협이 헛걸음 하신 것이에요.. 모두.. 흐윽.. 제.. 잘못이에요...”

애원하듯 마치 자신이 이모든 슬픔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백여산이 그를 보았다.

“네 아비를 용서하는 거냐? 너에게 그 고생을 시키고 사람들을 죽게 했으며 마지막까지 이 사실을 숨겼다. 이것이 용납이 되느냐?”

“용서할 필요 없어요. 아버지도 저를 위한 것이고 저도 아버지를 위했어요. 가족끼리 서로를 위한 것에 용서는 필요가 없어요.”

순간 백여산의 머리에 박히는 모습에 백여산은 가주를 보며 말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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