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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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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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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16 19:22
조회
6,584
추천
90
글자
7쪽

만남(4)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최후의 호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안 천마신교는 다시 정마대전을 벌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니 확실에 가깝다.

그렇기에 제 이차 정마대전을 바라지 않은듯한 월영신투는 그것을 비밀로 여기기로 했다.

“그래도 나만 아는 비밀은 즐겁네요. 후후 즐거운 밤 되세요. 종. 호. 법. 님.”

그 말과 함께 월영신투가 흐릿하게 사라졌다.

“잘 자라.”


@@@


잠시 후 항아리를 들고 정문 앞으로 향한 백여산은 정문에 경비무사 하나 없는 사실에 약간이나마 탄식의 소리를 내뱉었다.

“허어 여기도 돈 아낀다고 저러는 것인가?”

경비무사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듯한 느낌에 전직 무림맹 경비무사였던 백여산이 탄식하듯 말했다.

똑똑

“안에 계시오?”

안에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멋대로 문을 열거나 담을 넘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외치는 백여산이었다.

그리고 그 외침에 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 오셨군요!”

한수련 그녀의 목소리였다.

얼른 달려가 문을 연 그녀는 잠시 항아리를 보았다.

“이건...”

화장을 마친 뼈가 담긴 항아리를 보며 그녀가 잠시 침묵에 빠지자 백여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편히 갔을 거다.”

남의 마음을 그리 맞춰주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 공감은 해줄 수 있었다.

“그랬을까요?”

“적어도 그럴 것이라고 믿자꾸나.”

“네... 안으로 들어오세요.”

객잔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지친 듯 물건을 짐을 정리하는 모습에 백여산이 물었다.

“다들 네 가문의 식솔들이냐?”

“대부분 고용인이에요. 진짜 한씨세가의 핏줄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저희 가족과 총관을 맡고 있는 삼촌이 거의 전부에요.”

“거의?”

“몇 분 더 있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안 계셔요. 이 자리에서 이야기 드리기도 살짝 애매하고요. 아! 피곤하시죠! 쉴 곳을 안내해드릴게요!”

쉴곳을 안내해준다는 말에 백여산이 그녀를 따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만 백대협이 그때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뒤를 따르는 백여산에게 말하는 한수련이었다.

“팽가의 관계는 어찌할 것이냐?”

그 말에 한수련이 흠칫하더니 말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그래 그 팽윤이라는 자는 가주의 동생에 도군(刀君)이라는 별호가 있는 녀석이더구나. 하북팽가의 가장 중요한 이들이니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맞을거다.”

“억울하네요.”

“세상에 억울한 일이 한두 가지더냐?”

“오늘은 더 억울해서 그래요.”

그녀의 말에 백여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팽가의 이들이 모두 죽길 바라느냐?”

백여산의 중얼거림에 한수련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가문간의 원한이지만 어찌 됐든 단독행동이고 우리 측에서도 먼저 물건에 손을 댄 잘못이고 보상이랄 것도 받았으니 하아.. 그래도 미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힘없는 것이 우리니 참아야죠.”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눈에 백여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것이 맞다.”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 백여산이 어느 숙소를 안내 받았다.

“일단 손님들이 묵는 곳인데.. 조금 부족할지도 몰라요.”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의 방과 짐을 놓을 곳과 간단한 침상이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네 내일 아침에 한씨 세가 사람들 하고 인사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에요. 지금 다들 너무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한수련은 떠났고 대충 겉옷을 걸어놓고 누운 백여산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목표랄 것은 없었다.

아니 구태여 목표를 말하자면 만족을 위한 새로운 삶이었다.

천마신교에서는 가질 수 없는 삶이었다.

단지 몇 가지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삶이었다.

존중이 있지만 두려움과 경계가 있고 부족함 없지만 충족함을 가질 수 없는 삶이었다.

존경이라는 대가로 누군가를 항상 잣대로 판단하고 그것을 넘은 이는 어떤 자라도 처벌해야 했고 교의 인물들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삶은 정마대전에서 더더욱 많은 이들을 죽여야했다.

부족함 없었지만, 호법이라는 자리는 자신과 맞지 않았다.

원하던 삶이 아니었고 순전히 타인의 의지로 앉은 자리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아니 당연한 의무라 생각한 삶이었다.

그런 삶에서 무림맹주의 마지막 말이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그대는 이것으로 만족하시오?

만족

이 말 한마디에 백여산은 가슴의 한곳이 느껴졌다.

불만, 불쾌함, 가슴의 답답함, 원하지 않게 누군가의 삶을 당연히 부서야 하는 삶에서 처음으로 터져나온 감정이었다.

그저 의무감이란 것으로 참아왔던 것에서 불만이란 것이 폭발한 것이다.

즐거움이 없다.

만족 또한 없다.

백여산은 단순히 지위와 향락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살인에 즐거움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떠났다.

한순간 해방감에 가슴이 터질 듯 했고 앞으로의 삶에 두렵기도 했지만 기대감이 심장을 뛰게했다.

그런 삶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했던 일은 무림맹의 경비무사였다.

돈, 명예 그 어떠한 것도 없었지만 좋았다.

사람간의 관계가 대화를 통해 즐거웠고 그들을 존중해주며 역으로 받는 존중 역시 기뻤다.

그렇게 새로운 만족이랄 것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만족을 잃고 나온 곳에서 새로 시작된 삶은 시작부터 피비린내가 나는 것이었다.

솔직한 감정으로는 두려웠다.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것을 해야 할까 봐.

그리고 그것이 남의 삶을 가져가는 것이 되어야하고 결국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두려웠다.

신교를 나오며 많은 것이 대화를 이용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높을 이들은 그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간단한 것을 원했다.

고작 상자 하나에 하나의 가문을 멸문에 가깝게 몰아넣으려 했던 하북팽가처럼 말이다.

그저 대화를 통해서 함을 달라고 했으면 줬을 것을 모두를 죽이려 했던 그들의 행보는 백여산이 그동안 행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대화보다는 칼을 목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베어야 하는 것으로 느끼고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거기서 느꼈다.

천마신교의 율법과 중원의 사상이 애매하게 섞여버린 백여산은 힘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대화를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존중이 없다면 대화도 없다. 하지만 힘이 없다면 존중조차 없는 것이지...”

단순히 원하는 것을 찾을 때 까지 있을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백여산은 이곳에서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편한 감정 그리고 노곤하게 몰려오는 피로와 함께 백여산은 잠에 들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십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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