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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30,170
추천수 :
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19 19:27
조회
6,197
추천
89
글자
9쪽

만남(5)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


꿈을 꾸었다.

즐겁지 않았던 나날 아니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나날이었다.

“적의 왼쪽 날개가 무너졌습니다!”

진형이 무너진 곳을 바라보던 백여산은 자신의 옆의 수하들에게 말했다.

“부순다.”

“존명!”

쾅!그 말과 함께 수하들이 앞으로 달려가 진형에 충격을 가했고 그 틈을 백여산이 들어갔다.그러자 동시에 적의 왼쪽 날개에 전력이 집중되었고 진형이 무너지는 것을 각오하는 듯 백여산을 둘러쌓았다.

“함정인가..”

순전히 자신만을 죽이기 위한 진형을 보며 말하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구나. 마교의 율법의 마귀여.”

승려였다.

불상생의 계는 한참 전에 어긴 듯 피투성이의 가사(袈裟)와 눈에 번들거리는 광기가 보인다.

“진창에 빠졌군. 부처가 그리하라 하더냐?”

“너희들 덕분에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이제는 너희가 잃을...”

그 말은 끝나지 못했다.

푸욱!

“컥!”

승려의 목을 뚫고 나간 것은 검이었다.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승려의 마지막 소리에 모두가 검이 그곳에 박혔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늦은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아니 무공의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강자, 약자 모두가 같은 순간에 반응을 했고 백여산은 검을 쥐며 말했다.

“말이 너무 길군.”

그 말과 함께 퇴로가 막힌 백여산은 수하들에게 말했다.

“뚫고 나가라.”

“존명!”

퇴로를 만들라 했으니 이제 정면을 상대할 차례였다.

촤악!서걱!

철퍽!

좌르륵!

피와 내장이 흩날리고 살점이 검에 붙어있다.

강기 조차 아니 내공조차 담기지 않은 검에 모두가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죽여라! 하나뿐이다!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악을 쓰며 백여산을 죽이라 외치는 자는 있었으나 그의 죽음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묵묵히 앞의 적을 죽여가며 수하들이 퇴로를 뚫을 때 까지 앞의 것을 베어 넘긴다.

하지만 수하들은 퇴로를 뚫지 못했다.

“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퇴로를 뚫기 버겁습니다.”

“호법님의 명이다! 죽어서도 따라라!”

갇혀서 하나씩 바스라지는 이들 중에 땅에서 서 있는 것은 극소수였고 이내 모두가 쓰러졌다.

“이겼다!”

“적들이 물러난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와아아아!”

적들이 승기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후퇴를 하자 퇴각하는 이들을 쫒아갔고 이내 남은 것은 종호법 백여산과 누워있는 이들뿐이었다.

“쿨럭!”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배까지 길게 잘린 중년인은 퇴로를 뚫기 위해 백여산과 함께 했던 자였다.

“죄.. 죄송합..니다.. 뚫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죽어감에도 퇴로를 뚫지 못한 것에 사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백여산은 말했다.

“너희들이 도망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결국은 실패했구나.”

“괜찮..습..콜록! 니..다... 당신이... 살아..있다..”

말을 끝마치지 못한 상태로 동공이 풀리며 심장이 멎은 중년인의 마지막 말은 백여산이 살아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갈라진 품에서 작은 종이같은 것이 보였다.

철퍽!

피에 젖어 이제는 펼치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종이를 펼치자 안에는 작은 꽃그림이 있었다.

조악한 솜씨였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꽃그림 옆에는 자그마한 글귀가 써있다.

사랑하는 우리아빠.

“쓸모없는 것을 들고 다녔군.”

가족애, 사랑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죽었으니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다.

남은 것은 침묵과 피 그리고 누군가의 슬픔뿐이다.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들 중 살아있는 것들은 이제 없었으며 아군은 추격을 적군은 땅을 피와 내장으로 어지럽히고 있었다.

“움직여야겠군.”

적의 진형은 무너지고 퇴각하며 오합지졸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지만 그래도 움직여야한다.

교의 존속을 위해

그렇게 발을 내딛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는 지금 자네의 모습에 만족하는가?”

@@@


새벽이 길게 늘어지고 달이 밝히는 시간이었다.

“헛..!”

자면서 꿈 속의 소리에 갑자기 깨어난 백여산이었다.

“후우...”

누군가를 죽이고 얻은 삶이었지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가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법이 되는 것이 싫었다.

자신들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장에서 남들의 죽음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이제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무림맹에 들어가 문지기를 한 것이다.

피를 흘릴 일 없이 천시받을지언정 분명 필요한 일이었고 자신의 일에 어느정도 자부심까지 가지게 되는 모습에 스스로 웃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워 웃은 것이 아니었다.

“즐거웠다. 낮은 곳에 있었지만, 예전이 그립지가 않았어.”

동료들과의 의미없는 대화, 때때로의 상사의 뒷담, 미녀가 지나가고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용히 말하던 감상 그런 것들은 즐거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즐거움이 아니라는 하늘의 뜻인지 이렇게 쫓겨난 자신이 이런 곳에 닿았다.

그렇게 밤공기를 맡는 동안의 상념에 백여산이 일어났다.

“잠이 안 오는군.”

자리를 벗어나지 말라는 말은 없었으니 손님을 위한 방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서늘한 바람 그리고 살짝 나는 풀냄새 가끔 얼굴에 부딪히는 날벌레를 보는 동안 문득 보이는 불빛이 있었다.

손님이 있던 건물과 비슷한 양식의 아니 애초에 이곳의 건물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으니 이런 분간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곳의 뒤편에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흡!”

“합!”

“읏!”

별것 아닌 흐린 불빛이었지만 곁에서 들리는 기합소리에 백여산이 마치 벌레가 빛에 끌리듯 그곳을 향하였다.


@@@


작은 소녀였다.

자신의 몸 크기에 달하는 목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삼절섬!”

붕붕!

“후...우...후우..”

삼절섬이라며 검을 두 번 휘두르고 숨을 고르는 꼴이었다.

“일결!”

부붕!

일결이라며 끊어진 동작은 두 번으로 나뉘었다.

그런 모습에 백여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진짜 더럽게 못하네.”

그 중얼거림을 들은 듯 작은 소녀가 백여산을 바라보았다.

“누..누구야!”

자신에게 반말하는 이가 천마신교에서의 때 있었다면 본인이 나서기 전에 바로 수하들이 사지를 찢어버렸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천산이 아니고 백여산의 성질은 누그러져 있으며 아이의 물음에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여기 손님이다.”

“손님?”

“그래 꼬맹아.”

꼬맹이라 소녀를 부르자 그 아이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외쳤다.

“나는 꼬맹이가 아니라. 한화련이다!”

화난 듯 외치는 꼬맹이 아니 한화련이라는 여자아이의 모습은 여간 당찬 것이 아니라 백여산이 그 아이를 보며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닌 밤중에 막대기를 들고 뭘 하는 게냐?”

“무공 수련중이야! 아..! 남의 수련을 옅보다니 넌 악인이 분명하구나!”

악인이라는 호칭을 붙임과 동시에 목검을 들이대자 백여산은 장난기가 돌았다.

“이제 이것으로 어린 아이의 심장이 여든아홉 개 째구나.. 후후후.. 운이 좋았어...”

마치 심장을 모으는 살귀처럼 말하자 한화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시.. 심장?!”

“그래 한동안은 기회가 없었거늘 오늘 밤 산책에 이리 좋은 물건을 만나다니 후후 아주 좋아.”

악귀처럼 구는 것에 소질이 있는지 한화련은 이내 주변을 보며 외쳤다.

“아무도 없어요! 여기 살인귀가 있어요!”

그러나 그 외침은 다른 사람들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네 외침 소리를 듣고 누가 올 것 같으냐?”

차단막을 쳤기에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말에 한화련이 목검을 놓고 반대편으로 뛰었다.

쿵!

“악!”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한화련이 땅에 뒹굴었고 백여산이 즐거운 듯 아이를 보며 말했다.

“소용 없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며 네 마지막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백여산이 다가오자 한화련의 얼굴이 공포에 질리더니 이내 울기 시작했다.

“흐끅! 오.. 오지마..! 흐으윽.. 오지마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애걸복걸하는 모습에 묘한 쾌락을 느낀 백여산이 그녀의 몸을 잡고 들어 올리자 이내 전에 했던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쪼르르륵....

소변이 흘러내리며 옷을 적시는 모습을 보며 백여산이 한숨을 쉬었다.

“겁먹으면 오줌부터 지리는 것이 이쪽 혈통의 특징인가...”

한수련을 닮은 한화련이라는 꼬맹이를 보며 느낀 생각이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주말에 한두편 더 올릴게요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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