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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01 21:20
최근연재일 :
2023.09.26 12:0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30,176
추천수 :
3,425
글자수 :
140,332

작성
23.05.06 20:53
조회
7,397
추천
105
글자
10쪽

은퇴(6)

재밌게 봐주십셔.




DUMMY

###

은퇴(6)

6화


“둘이 아는 사이인 것 같아서 좋게 말하는 건데 못 알아듣는군.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한걸음이라도 더 오면 사지를 찢어주마.”

백여산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굳어버렸다.

아니 완전히 얼어 버렸다.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오면 사지를 찢어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하북팽가의 여인은 조금 달랐다.

“아하하! 재밌는 농담이네요.”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움직이지는 않고 있었다.

살기도, 기세도 없는 그저 내뱉은 말이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말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이곳의 모든 이들을 짓누르는 감각이었다.

“재미? 농담? 네 팔다리가 하늘에 날아가는 것을 보아야 진짜인 줄 아는 성격인거냐?”

여전히 단호하게 백여산의 말에 한수련이 기겁을 하며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러세요!”

작은 일개 세가에서 여식 하북팽가의 여인인 팽효윤은 위치부터 다르다.

그런 그녀가 다가와 주는 상황에서 이렇게 분위기를 박살내는 것은 분명 곤란한 짓이었다.

“수상한 이들 그리고 위험한 이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예전의 나의 일이었고 너를 지키는 것이 지금의 나의 일이다. 그런데 이런 녀석들이 다가오는 것을 참으라고? 맹주도 나에게 그런 명령은 내리지 못했다.”

맹주조차 그런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에 순간 팽효윤의 표정이 굳었고 이내 물었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나요?”

“있지. 피냄새. 그리고 저 호위들의 무공의 기틀까지 어디선가 보았지...”

피냄새와 무공의 기틀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팽효윤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무슨 트집을 잡으시려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너야 말로 무슨 낯짝을 이곳에 들이미는 줄 모르겠구나. 내가 못 알아 볼 것이라 생각하고 다가온 것이냐?”

백여산의 말에 팽효윤을 감싸는 진형이 생겼다.

명백한 보호진형에 팽효윤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물러나라.”

“위험합니다.”

“위험? 그것은 너희들이 이미 일을 저지를 때부터 그리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호위진형을 짜봤자 효용이 있을 것 같으냐? 적어도 너희들의 대주는 나를 정면으로 상대하지 말라고 했을 터인데.”

백여산의 말에 한수련이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이해가 잘 안되는데...”

“아직도 모르겠느냐? 저 계집이 머리다. 너희들을 죽이라고 명을 내렸던 그리고 지금은 뻔뻔하게 모른 척 다가오고 있지.”

백여산의 말에 한수련이 말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요! 하북팽가에서 무슨 이유로 우리를 친다는 것이죠? 하북팽가와 우리 한씨세가는 우호적인 관계라고요!”

“우호? 단순히 밑의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을 우호라고 한다는 것이냐? 이렇게 가까이 와서 웃어주고 말을 걸어주고 아는 사람처럼 대한다고 우호적이라고 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네 생각이 한참 잘못 된 것이다. 적어도 난 날 죽이려는 상대가 나에게 우호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백여산의 주장에 팽효윤이 그를 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죠?”

“그리 똑똑한 계집은 아니구나. 지금 이곳에서 날 리가 없는 피 냄새 내력의 유사함까지 같은 무공으로 키운 하나의 부대가 분명한데 어떻게 알았냐니 그런 실수는 천마신교의 자들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마교조차 하지 않는다. 모욕적인 말이군요.”

“너희들은 그 모욕적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패배했지. 수장들을 잃고 겁이 나서 달아나 버렸다.”

공멸에 가까운 싸움이기는 했지만 분명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은 존재했다.

마치 시인하는 듯한 팽효윤의 말에 한수련이 시체가 담긴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효..효윤 소저 거짓말이죠? 소저가 모두를 이렇게 만들다니 말이 되지 않잖아요?”

그 말에 팽효윤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아비는 그래도 조금 수완이 있으나 싶었는데 딸년은 이리 멍청하다니 이래서 천박한 혈통의 것들은...”

그녀의 말에 한수련의 얼굴이 굳었다.

“정말인가요?”

“그래. 애초에 거기서 죽어주었으면 별일 없었을 것을 나까지 나서게 하다니 귀찮은 년이야.”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가지면 안 될 것을 가져갔으니까.”

“우리가 무엇을 가져 갔다는 것이죠?”

그 말에 팽효윤이 비웃듯 말했다.

“말해줄 것 같...”

“그 함이지 않나?”

“..?!”

순식간에 맞추는 말과 팽효윤의 반응에 백여산이 말했다.

“기이한 뒤틀림 그리고 미세한 실금까지 무언가를 기록하는 물건인 것 같더군. 무슨 무공이라도 기록한 것 같은데...”

“어찌 알았나?”

“그냥 해본 말이야. 그런데 이리 쉽게 시인하다니 역시 똑똑한 계집은 아니구나.”

백여산의 비아냥에 팽효윤이 곁에 있던 한수련을 보며 말했다.“

애초에 너희들것이 아니다. 웃돈을 주고 가져갔다고 주인이 바뀌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것은 우리 팽가의 것이야. 너희 같은 것들이 가져야 할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그녀의 말에 한수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냥 달라고 했으면 줬을거에요.”

“하찮은 것들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오점이 남을 때가 있지. 살인멸구(殺人滅口) 간단하고 빠르지 힘이 없는 것들은 그것조차 못하...”

그 말이 끝나기 전에 한수련의 주먹이 날아왔다.쩌억!

“이 시발년아!”

팽효윤의 아래턱에 바로 꽂힌 한수련의 주먹에 순간 팽효윤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쿵!

“아..으...”

뇌가 흔들리고 입에서 쇠 맛이 났다.

이빨이 부러진 것은 아닌 듯 했으나 혀를 깨물었는지 출혈이 적지 않았다.

일격에 자신들이 모시는 이가 쓰러지는 모습에 다른 호위들이 움직이려 했다.

“내가 말했지? 여기서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네 주인을 비롯해 모두 죽는다.”

으드득...

여전히 느껴지는 무형의 압박감은 아무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평범해 보이는 중년에 가까운 사내였지만 그의 행동이 말이 아무런 기운도 없었지만 모두를 부여잡고 있었다.

“이 미친 계집이..!”

턱을 맞고 쓰러진 팽효윤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한수련이 그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모두 가족이 있는 사람이었어, 네가 함부로 죽여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녀의 말에 팽효윤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러고 무사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사? 이미 물 건너갔잖아. 그럼 복수라도 해야지...”

그녀의 눈에 살기가 감돌 무렵 백여산이 앞으로 나섰다.

까가각!

입고 있던 옷이 거칠게 긁혔지만 찢어지기는커녕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정련된 도강이 옷을 긁으며 나타난 인물은 백무산 보다 조금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팽효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수.. 숙부님..?”

“그래 몸은 괜찮으냐?”

그 말과 함께 일어난 팽효윤은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 큰 부상은 아닙니다.”

“그럼 됐다.”

냉철하게 자신의 상태를 보고하는 그녀의 모습에 팽효윤의 숙부가 물었다.

“이름 없이 지낼 자는 아닌데. 혹시 이름을 좀 들을 수 있겠나?”

숙부의 물음에 백여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먼저 친 놈이 말하는 것이 보통 순서 아닌가?”

분명히 기습에 가까운 공격은 그가 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군. 내 예를 차리지 하북팽가의 장로원주 팽문일세. 이정도면 소개가 되었는가?”

“묘비명으로 적기는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하! 재밌는 친구로군. 하지만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네.”

팽가의 장로원주라는 팽문의 말에 백여산이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하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이군.”

“호오.. 한때 좀 돌아다녔나?”

“그렇지 많은 이들을 만났어. 성질이 급한 녀석, 침착한 녀석, 심지어 함정을 파는 녀석도 있었지.”

백여산의 연이은 말에 팽문이 맞장구를 쳤다.

“친구가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이네!”

“없어.”

“뭐?”

“친구 같은 것 없다고.”

“그럼 동료들인가?”

“아니 적이었지 다 내손에 뒤졌지만.”

모두 죽였다는 말에 팽문이 짓궂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모두 죽였다?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백무산이 그의 앞에서 나타나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일세.”

“호오!”

순간 놀란 듯 했으나 반응은 빨랐다.

빠르게 뒤로 움직이며 뽑아놓은 도로 일격을 날렸다.

끄드득!도강이 둘러져 있음에도 베어내지 못하는 옷을 보며 팽문이 신기한 듯 말했다.

“그 옷 재질이 무엇인가?”

“그냥 싸구려 천일세. 왜? 베어내지 못하니 무슨 보갑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그렇군. 누구의 손에 들려 있냐에 보검도 한낮 싸구려 철검보다 못할 수도 있지. 하지만 조금만 진정해주게 나는 싸움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닐세.”

싸움을 위해 오지 않았다는 말에 백여산이 잠시 뒤로 물러섰다.

“무엇을 원하나?”

“그 함 그리고 자네가 누군지 궁금하군.”

“죽을 놈들에게 그런 것 까지 알려줘야 하나?”

명백한 살의를 퍼트리는 모습에 팽문이 도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전서를 보냈네. 내용은 간단하지 내가 죽거나 행방불명이 된다면 한씨세가를 멸문시키라고 말이야.”

“자신이 들고 있는 병기가 도인지 부러진 쇠 조각인지도 모르는 놈들은 그다지 무섭지 않은데 말이야.”

그 말에 팽문이 자신의 도를 보았다.

으지직...

도에 금이 가더니 이내 부서지기 시작했다.

후두둑...

정면으로 닿은 적이 없었다.

그저 베기를 두 번 시도한 것뿐인데 강기가 둘러 쌓여있는 도가 버티지 못했다.

싸구려 천 옷과 온갖 희귀 금속으로 제련된 도의 내구성은 당연히 차이를 가진다.

그런데 그 차이를 뒤집어내고 역으로 부순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도의 주인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가 보통 실력자가 아니란 뜻이다.

“이거 보통내기가 아니구먼.”

“너는 생각보다 약하고.”

“허허 그런 말은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군. 확실히 자네라면 팽가에 위협이 될 수 있겠어.”

“그러니 얼른 끝내자고.”

팽가의 위협이 될 여지가 있는 백여산이 기수식을 취하자 그가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들며 말했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토요일 저녁이 되길 바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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