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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951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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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한 넘어 한6

DUMMY

28. 한 넘어 한5



무척 당당하고, 미신 따위는 절대 믿지 않을 것 같은 태세.

보통 우리 법당을 찾는 첫 고객이나 누구의 손에 이끌려 온 사람들의 공통분모다.

그런 태도에 상처받고 그런 사람은 아니다.

왜? 나도 그런 부류 중 하나니까.

직업이다 보니, 신이 어쩌고 조상이 어쩌고 하는 멘트를 가끔 써먹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귀신이 집안을 어떻게 하고, 건강을 좋게 나쁘게.

이거 너무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하지 않은가.

물론,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 모두를 무시할 수 있다고는 단정짓지 않는다.

내가 다 살아본 것도 아니고, 전생은 더더욱 모르니까.

전생이 있는지 여전히 의심은 스럽다.

하지만 내 눈으로 보게 되고, 육감으로 느끼는 걸 부정할 순 없는 것이니 만큼, ... 모르겠다.

일단 이 여잔 지금 굉장히 나를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 뒷조사를 하셨나요?”


이렇게까지?

누구에게서, 내지는 딸에게서 들었다는 표현은 그럭저럭 이해하겠지만, 뭐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라고 내가 의뢰받자마자 뒷조사까지 하는 정성을 부리겠는가.


“그렇게 성의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럴 정도로 무능한 부류의 무속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상대가 이상한 논조를 부릴 땐 나 역시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강하게 나가는 게 영업적 전략이다.


“그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두 가지 근거로 사실을 말씀하시고 계시는 군요.”

“근거요?”

“일단 따님께서 제게 따님이 볼 수 있다는 영적인 존재들에게서 들은 이야길 어제 해 주었습니다.”


고객의 엄마는 딸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아직 못들으셨나 보군요.”

“애가 귀신같은 게 보인다고는 했었지만 이런 얘긴 처음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 근거는 어머님께서 제가 방금 그 얘길 하자마자 표정이 변하셨어요.”

“그런 말 듣고 기분나빠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기분이 나쁜 것과 뜨끔한 표정은 다릅니다.”

“그래서요? 지금 저와 잘잘못을 따지자고 부르신 겁니까?”

“제가 경찰도 아니고, 경찰이라 한들, 이미 종결된 사건을 해서 무엇합니까? 게다가 ......”

“무슨......”

“어머님도 비슷하게 당하신 부분도 있고, 친척분 중에 돌아가신 분도 있으시군요.”


처음엔 이런 엄마라는 여자의 태도에 살짝 부아가 치밀었지만, 눈동자를 다시 들여다 봤을 때, 과거가 보였다.

그런데 처음엔 보이지 않던 과거가 왜 지금은 보이지?

다시 바라봤을 땐 이미 과거에 대한 잔상은 사라졌다.

잘못봤나?

뭐가 됐든 이 엄마라는 여자에게도 사연이 있음이 분명하고, 그 사연의 희생자가 이 아이의 전 부모였다는 게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전부다.


귀신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고통.

그리고 이 엄마라는 여자가 그렇게 신고를 하고 다니고, 법으로 무장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이유.

모두 의도적이거나 남을 해하고자 일부러 그런 것들이 아니기에 더 가슴아픈 상황이다.

만약 귀신들이 무조건적인 복수를 위한 거였다면, 아마 이미 이자들은 급살을 맞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도 같이 데려갔겠지.

하지만, 귀신은 아이 때문에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나쁜 심성이 아닌 아이의 엄마라는 여자 때문에 더더욱 흔들릴 것이고.

귀신들이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붙어 있는 건지.

아니면 죽을 때의 원한 그대로를 머릿속에 프로그램시켜서 무조건 프로그램된 먹잇감이 망해가도록 기생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젯밤 잠을 잘 수 없어 하염없이 달빛을 바라보는 주비서를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비서는 자신의 원한도 알 수 없고, 그저 죽음에 대한 기억 뿐이니 답답함이 더 심각할 테니.


결단을 내려야했다.

도저히 학생도, 이 엄마라는 여자도, 귀신도 지금 당장은 자신의 의지대로 해결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는 어머님과 만나고 싶어 모신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왜 우리 아이한테 부모님과 함께 오도록 요청하셨나요?”

“부도사. 보여?”


주비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귀신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주비서의 표정을 보니, 아이 엄마라는 귀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주비서는 학생 엄마의 표정을 자신의 얼굴에 투영시켰다.

갑자기 그런 주비서의 눈빛이 학생의 얼굴을 향하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소리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소리보다 더 큰 울부짖음이 온 방안을 감쌌다.

그런 분위기에 학생의 엄마라는 여자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귀신의 말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흐느끼는 소리가 내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저승을 가지 못하고, 어쩌다 이렇게 헤어지게 된 건 이승과 저승의 섭리입니다. 그걸 어머니께서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무속인인 저 역시 그러합니다.”

“죄송해요. 그날 제가 억울한 말씀만 들어드렸어도......”


갑자기 학생이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께서 식당에서 잘못준 음식을 드시고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물론 그 식당은 아버지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손님들의 건강 탓만 했었죠. 그 뒤로 그런 곳들은 싸그리 문을 닫도록 만들겠다 다짐하며 복수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사고와 연관된 부모님 식당은 아니었던 거죠?”


엄마라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하는데, 위생적인 부분과 원산지에 대한 것들이 거슬렸어요.”

“식당 주인이 그 부분은 잘못했군요.”

“당시 바깥어른 되는 분이 아파서 종업원을 들였는데, 중간에서 일이 잘못됐나 보더라구요. 그런데 그걸 바로잡겠다 시간을 달라는데......제가 ......”


생각해 보면 못된짓을 했다거나 일부러 악의적으로 식당을 말아먹도록 해야겠다가 시발점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원론적인 일을 했을 뿐인데, 이 아이의 부모는 부모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부도사님, 제가 어제 부탁드린 향을 가져와 주십시오.”


눈물을 닦고 주비서는 바로 은은한 아로마 향초를 가져와 법당 여기저기에 불을 켜 두었다.


“이건 뭔가요?”

“부적입니다.”

“네?”

“어머님께도, 그리고 저기 계신 어머님께도 필요한 건 복수가 아니라 이해와 위로같습니다.”


나는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상처의 경중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줍지 않게,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고작 하루이틀 사연을 들었다고 그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주비서의 상황을 보건데,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랬을 것이고, 누군가는 들어주길 바랬을 것이다.


“따님이 이댁에 태어난 건 복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

“다만 안타까운 건, 지금 당장 받은 것의 배로 복수를 하신다 해도, 누구에게도 기쁨이나 환희가 돌아가지 않는 다는 거죠.”


갑자기 나는 목이 죄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나의 목을 누르는 손을 주비서가 떼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저는 어머니께서 지금 저승에 가시도록 부적을 써드리지 않을 겁니다. 열쇠는 어머님께서 쥐고 있으시잖아요. 따님을 데려가실지, 아니면 이 집안을 풍비박산내시고 계속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떠돌게 되실지는 어머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그 순간 나를 죄이던 손을 풀어주었다.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귀신들이 사람들 몇 죽어나가고 사업 풍비박산내어 한을 풀면 저승을 간다?

그럼 귀곡산장이나 귀신이 나오는 집은 이론상 맞지 않는다.

결국 피맺힌 한을 복수로 풀어서는 그 곳에 계속 갖혀서 오도가도 할 수 없음을 뜻하지 않겠는가.


***


결국 두 모녀는 끌어안고 십여분을 울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결론은 낼 수 없었지만, 아마 조만간 학생 고객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복채도 받았다.

받아야 나도 저들도 인연이 아닌 비즈니스 관계로 마무리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너무 많은 인연에 연연해 하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상자에 가두게 된다는 것이다.

뭐든 지나치게 연연애 하지 않으려 철저하게 비즈니스 모드로 ...


그나저나, 학생 고객이 나간 이후 주비서가 두문분출하고 있다.


“바람이나 쐐러 갈까?”

“아뇨.”

“우리 용한당 자리나 한 번 가보자고.”

“왜요?”

“누가 알아? 간만에 가보면 그 동안 사라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지.”


주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후회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말

귀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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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 한 넘어 한6 22.03.31 60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7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3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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