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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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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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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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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갈래1

DUMMY

8 나 돌아갈래1


싱글생글 웃는 저 새끼랑 담판이라도 지으려는 순간, 잠시 화장실에 갔던 김민석 법사가 나왔다.


“몸조리 잘 하고 있어. 참, 그리고 소개를 안했는데, 당분간 네 도우미겸 수행비서를 할 주형석군이야.”


너무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보여?

아니지. 직접 물어야지.


“보여?”

“뭐가?”

“보이냐고!”

“어머니께는 이미 인사를 드렸다. 아무래도 네가 너무 과로하는 거 아니냐시면서 사람 하나 붙여달라셔서. 여자보단 남자가 같이 생활하기 편하잖아.”

“아니 딴 소리 말고 대답이나 하라고.”

“무슨 대답?”

“지금 그러니까 이 새끼가 보여?”

“며칠 아프다가 깨어나서 이런데, 보기보다 순한 사람입니다. 식사랑 청소. 그리고 법당에 오게 되면 간단한 심부름 정도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법사님.”

“그럼. 전 이만.”

“야. 가지마.”

“난 엄마 병원 좀 가봐야 해.”

“그럼 나도 갈래.”

“가긴 어딜 간다 그래?”

“어머니 쾌차하시라고 손이라도 잡아 드리고 와야지.”

“다음에 하자. 다음에. 엄마 항암 치료 때문에 힘드시다.”


당장 어떻게 해도 이 귀신딱지를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였다.

김민석 법사를 보내고 나서, 한참을 놈과 말도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참을성이 대단하십니다.”

“......”

“궁금하실텐데? 갑자기 저 아무것도 모르는 법사 나부랭이가 절 볼 수 있는 게 말이죠.”

“......”


괜히 섣불리 놈과 말을 섞었다간 홀려 버릴 것 같은 기분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당연히 궁금하지.

분명히 며칠 전엔 누구도 놈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수행비서가 되어 나타나? 이런 건 시대지난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일인데, 지금 내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잖아.

이래서 귀신한테 홀리면 미치는 가 보다.

그거 말곤 설명이 불가하다.


“베란다를 보세요.”


나는 놈이 시키는대로 베란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어어어어어어.”

“놀라시긴. 이제 도사님 눈에도 보일 겁니다.”

“무......무슨.”

“그런게 있어요. 내 능력을 도사님에게 나눠 주고, 나는 잠시 다른 놈 몸을 빌리는 거죠.”

“원래 그 모습이었잖아.”

“말하자면 복잡하고. 도사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빙의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왜 안 한 거지?”


이 자식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까다로운 외모지상주의자인 듯 하다.

갑자기 내 얼굴과 자기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또 씨익 웃는다.


“말씀드렸지만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내가 살다살다. 날 오랫동안 봤다며. 내가 이래봬도 무속인 계의 아이돌인거 모르나 본데. 아니지. 일단 됐고. 베란다의 저 귀신인지 여자는 어떻게 된 거야?”

“외로운가 보죠. 가서 물어보세요.”

“저렇게 서슬 퍼렇게 노려보고 있는데 무슨 수로?”

“그럼 오라고 할까요?”

“됐어. 됐어.”


나는 리모콘으로 베란다쪽 커튼을 쳤다.


“아 젠장.”


이 자식이 대체 내게 어떻게 뭘 심어놓은 건지 보여선 안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속인으로 살아가곤 있어도, 신병도 없고, 귀신도 들리지 않기에 가족들도 내심 다행이다 싶어 하셨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개떡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는 건지 도통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지.

몸뚱아리가 생기면 대충 뭔가 보이지 않을까?

나는 녀석의 눈을 응시해 봤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 1분이라도 괜히 이 자식과 손잡을 걸 고민했었나 보다.


“내가 그래서 어떻게 해 주면 돼?”

“당분간은 돈을 쓸어 담으시면 됩니다.”

“하하하하하. 이봐이봐. 내 나이에 부모한테 물려 받은 재산없이 이 정도 재력을 갖춘 거 보면 몰라? 돈이라면 이미 쓸어 담고 있으니까. 너만 나가주면 돼. 그리고 귀신들 보이는 것도 어떻게 좀 하고. 난 절대 원치 않거든. 40살 되면 딱 은퇴하고 다른 일 하면서 유유자적 하는 게 내 삶의 목표라고.”

“그렇게 하시든가요. 다만, 이미 발을 담군 이상 되돌릴 방법은 제 한을 풀어주시는 것 밖에 없죠.”

“그럼 거보F&C 사모님오시면 물어봐 줘?”

“못하실 텐데요.”

“그렇게 해서 네가 떨어져 나가준다면야, 하지. 못할 게 뭐가 있어?”

“하하하하하. 해 보시든가요. 나올 게 없을 테니.”


나도 이 자식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았지만, 본인은 더더욱 그런 듯 했다.

대체 거보F&C는 어쩌다가 생각이 난건지......


***


“아침이라 막혀서 운전 힘드실텐데, 제가할게요.”

“필요 없어. 너 면허는 있냐?”

“별 걱정을 다 하시네.”

“그럼 해 보든가.”


김민석 법사 외에 나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내 차를 맡겨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내 슈퍼카를 좋아하셔서 타보고 싶어하시기에 따로 한 대 사드렸다.

절대 나의 안전과 프라이드를 한 번에 표출할 애마에 흠집가는 걸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석 법사는 베스트 드라이버다.

녀석은 취직 빼고 못하는 게 없는 녀석이니까.

이런 내가 운전을 맡긴 건, 밤새 잠을 한숨도 못잤다.

대리를 부를까 고민했을 정도니까.

다른 신점치는 무당들도 이런가?

내 머리위에 귀신이 보이고, 스탠드 옆에도 귀신이 있다.

와. 도저히 섬뜩해서 한 곳에 10분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익숙이고 나발이고. 이러다 내가 노이로제 걸려 죽고 말겠다.”

“여태 내가 이런 귀신 소굴에서 살아온 거야?”

“그렇죠. 다만, 보이고 안 보이고는 사람마다 랜덤이라.”

“그럼 나는 걔네들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거야?”

“제가 사라질때까지.”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건 뭐 전문 무속인 불러다가 내가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이니까.


“쫓을 방도는 없고?”

“부적 그리는 거 배우셨잖아요. 적당히 꺼지라고 부적 좀 써 보세요. 강남에 새로 빌딩까진 힘들어도 아파트 한 채 벌 정도는 금방 땡길 수 있으실 테니.”

“그런 방법이 있으면 어제 말을 해 줬어야지.”

“하나씩 차근차근.”

“앞으로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돼냐?”

“뭐 주비서 정도로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도사님.”

“그래. 맘대로 해라. 주비서.”


***


정말 신기한 건, 그 동안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과거와 근미래를 보고 점을 쳐 줬다.

말이 점이지 근미래가 보이는 것도 랜덤이라 거의 입담으로 사기를 쳤다고 보면 된다.

내가 보이는 것과 그들이 원하는 답이 늘 일치하는 게 아니니까.

예를 들어, 남편의 바람기가 궁금해서 온 마나님이 있었다.

그런데 마나님이 근자에 죽을 날만 보이는 거다.

이런 경우엔 질펀하게 연기가 들어간다.

자기가 남편 때문에 점보러 왔다는 거 자체를 잊을 때까지 나도 울고 고객도 울고.

한참 시간을 끌다가, 마치 동자신이라도 빙의된 양, 미래를 걱정하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넘어 온다.

그런데.

오늘은 고객 하나하나가 힘들었다.

뭔놈의 귀신들이 그렇게 하나씩 딸려 오는지.

정상적으로 사람 모양이나 격식 갖춰서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귀신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두 눈이 푹 패인건 호러 영화에서 많이 봤을 거다.

그런데 그 깊이가 끝이 없다.

보기 싫어도 자꾸 보이는데, 내가 그 깊이에 빠져 들어버릴 거 같다.

그 공포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또 다른 귀신은 하아...대체 어떻게 하다 죽었는지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들어왔다.

피에 떡진 머릿결 사이로 해골인지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보이는데,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보통 이러면 119 구급대를 불러야 하는데, 신입 주비서는 내게 얼음 마사지를 해서 깨워주는 미친 센스.


그러면서 내게 귓속말로 이런다.


“자꾸 보면 적응 돼요.”


와. 나만 그런 건가?

상담을 해 줘야 하는데, 점을 쳐 줘야 하는데 입이 벌어지질 않는 때도 있었다.

판타지 드라마에서 귀신이 잘 생겨서 사랑에 빠지고 나발이고.

주비서만 해도 그런 줄 알았는데.

진짜 거짓말.

하나같이 죄다 공포영화 속 비주얼 그 이상이다.


그 중 최악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뭔가 속삭이는데.

정신바짝 차리지 않았더라면 오줌을 지리고 말았을 거다.


찌닉, 띠꾸 띠디 끼기.


내 몸에 있는 모든 털 하나하나가 쭈뼛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끼디 니따 삐끄 즈 씨꺼.


말을 하고 싶어 하긴 하는데,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차라리 눈을 들여다 보고 모든 걸 다 아는 양 사기 치는 게 훨씬 편하겠다.

귀신을 피해서 도망가려고 하던 그 때.

내게 와서 온갖 공포를 뿌릴 대로 뿌린 고객이 데려온 귀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에 피떡진 몸뚱아리.

그런데도 서글프게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니 문득 위로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그러고 나서야 들렸다.

여전히 희미하긴 했지만 분명 들렸다.


“저 여자가 범인이에요. 저를 죽였어요. 사고가 아니에요.”


그러더니, 고객의 팔목을 가리켰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증거임이 분명했다.

처음으로 나는 귀신의 눈을 바라봤다.

뭔가 보여서가 아니라,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많이 아팠을 텐데, 이제 좀 쉬어요.”


귀신은 꺼이꺼이 어깨를 들썩여가며 울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내 차례다.

아주 짧게 고민을 했다.

고객은 분명 남편이 자신을 자꾸 의심하는 의처증 때문에 고민이라고 해서 왔지만, 실은 남편이 아니라 계속 느껴지는 불길한 감시의 느낌 때문에 부적을 쓰려고 온 것이다.


“부적을 써달라고 하시면 부적을 써드릴거고. 미래를 말해 달라 하시면 미래를 말씀 드릴 겁니다.”

“예?”


나는 귀신이 그러했듯, 고객의 팔을 바라봤다.

뭔가 들킨 듯 급하게 팔을 감추는 고객은 두려운 듯한 낯빛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고객님께서 이 법당안을 나가시는 순간 저는 아무것도 모를 겁니다.”

“......”

“하지만, 고객님은 평생 족쇄를 차고 다니는 것 보다 더 무거운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실은 그런 도피 생활이 오래가지도 못하시겠지만.”

“저는 너무 억울해요.”

“억울한 마음 알겠지만, 고객님을 따라다니는 저 여성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도사님 어떻게 그걸......”

“고객님께서 자수하시면 남편 분께서 모든 걸 밝히실 겁니다. 남편분은 고객님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고객은 마음의 짐이 풀렸다며 두터운 봉투를 내게 건냈다.

고객이 나가도록, 따라온 귀신은 나가지 않았다.

그러더니, 내게 곱게 큰 절을 하고는 사라졌다.


그 뒤로 나는 법당 보료에 드러 누웠다.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사님. 도사님. 야 은수야.”

“왜 그렇게 방정맞게 들어와? 밖에 엘레나 윤 들으면 어쩌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마지막 손님 대박인게, 로비에서 112에 자수를 하더라?”

“앵? 지금?”

“자기가 사람을 죽였는데, 자수한데. 지금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가겠으니 잡으러 오라고 전활 하더라고.”


김민석 법사의 말을 들으니 왜 귀신이 내게 절을 하고 사라졌는지 알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내가 뭘 알겠냐? 나가거든 주비서좀 들어오라고 해 줘.”

“그래 알았어.”


김민석 법사가 나가기 무섭게 주비서가 들어왔다.


“당장, 날 전으로 돌려놔 당장!”


작가의말

편안한 휴일 되십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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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4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6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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