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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949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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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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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잡았다 요놈1

DUMMY

10. 잡았다 요놈1



“쑥, 명주, 광목, 계피, 정종, 향, 또 뭐가 있나... 암튼 내가 말한 거 다 챙겼냐?”

“아니 무슨 도사님이 이렇게 덜덜 떠세요? 어디서 들은건 많으셔더 저런 건 ... 히야...”

“원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몰라? 그리고 저런게 푸닥거리 종합세트에 다 들어있는건데, 혹시 빠졌나 살피라는 거야.”

“진짜 센놈들은 말이죠......”

“맞다. 닭피. 예전에 홍콩 귀신 영화들 보니까 부적을 닭피로 쓰고 그러면 다 불타서 죽고 그러던데?”

“미신은 절대 안믿으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주비서는 내가 말한 목록을 살피면서도 나를 한없이 한심하게 바라봤다.

이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놈 같으니.


“18세기 화학자 돌턴이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원자는 지금 깨지다 못해 우주만큼 넓은 세계관을 갖게 됐잖아? 저런게 다 미신같아도 언젠가 사이언스 브랜치가 될지 모를 일이야.”

“암요. 그럼요. 도사님은 조만간 세계 무속의 한 획을 그을 분이십니다. 무속과 사이언스의 절묘한 만남이라.”


한참 주비서와 퇴마용 도구들 때문에 옥신각신하던 도중에 고객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런 농장규모도 처음이지만, 시골집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규모의 저택에 나도 주비서도 놀라고 말았다.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도사님.”

“고생은요. 이쪽은 오늘 제 일을 도와줄 제 비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객은 법당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심하게 기운이 없어 보였다.

주비서는 그런 고객의 눈을 연신 싸늘하게 바라봤다.

인간의 몸뚱아리를 하고 있어도 근본은 귀신이기에 그런 주비서의 눈빛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저희가 먼저 집을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예.”


고객은 마당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집주변이 복잡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택이긴 하나, 심플한 외관이었기에 그저 널따란 잔디밭위에 세워진 모던한 건물 정도였기 때문이다.


“뭐가 좀 보여? 왜 그렇게 주인 아주머니를 노려봤어?”

“그게......”

“왜왜? 나는 사실 귀신 그림자도 못봤거든.”

“저두요. 희한하리만큼 깨끗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하다못해, 대문이나 입구, 창 등에라도 귀신이나 그런 것들이 하나는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건 억지다. 없을 수도 있지.”

“그렇죠. 그런데, 이상하게 수호신마저도 죄다 쫓겨난 기분이랄까요?”

“수호신도 있어?”

“워낙 사이언티픽하신 분이시니 안 믿으시겠지만, 귀신의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덕을 쌓고 산 조상들 덕에 자손들을 지키는 수호신들이 한 둘은 있기 마련인데. 아예 없어요.”

“그런데 왜 아주머닌 노려 봤는데?”

“원래 그렇게 보고 그래야 고객들이 좀 더 믿어주고 그런 거에요.”


푸닥거리나 굿은 물론이고, 부적을 쓸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땅의 음산한 기운도 없고, 이토록 기운이 맑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뭔가에 눌리는 듯한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고객이 대대로 큰 문제 없이 살아온 집터라고 했어.”

“그럼 터 자체의 기운이 강한가 봐요.”

“말이 안되는게 그런데 터의 기운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다고, 선조 내내 괜찮게 살았었는데, 한 꺼번에 바뀐다는 거지?”

“그걸 알아내는 건 도사님의 몫이죠.”


주비서 이 자식은 꼭 뭔가 어려운 문제에 도달하면 나더러 해결하라고 떠밀기 바쁘다.

뭐 그게 내 일이긴 하지만, 잘난체는 혼자 다하다가 결정적인 때마다 쏙 빠지는 거 보면 얄밉기 그지없다.


“그냥 유전자가 원인 아닐까? 암은 병력이라는 게 있거든. 잠깐만.”

“으! 깜짝이야. 저기 누가 있었네요?”

“서울서 오신 도사님이시로군요.”


드넓은 뒤뜰 항아리무리 쪽에서 누군가 황급히 우리쪽으로 왔다.


“손은수라고 합니다.”

“이 집 고모에요.”

“저희는 사모님께 허락을 받고 이 집의 기운을 살피는 중이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제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괜히 분위기에 압도당해 그런건지.

고모라는 여자는 음산하기 그지 없었다.

진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운을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언니한테 말씀 들었어요. 실은 부모님 저리 되시고 바로 용하다는 무속인 모셔다가 크게 굿판도 벌이고 했는데 점점 더 하시니.”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안해 본 게 없어요. 유전 병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고 검사도 많이 하고 했는데, 이상하죠. 연령대와 건강상태 상관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여긴.”


귀신이라고는 도통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데 나를 잡은 건, 주비서였다.

이 자식도 아무도 없는 게 이상하다고 했으면서 왜 말을 막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 귀신들만 볼 수 있는 영의 세계가 있을지 몰라 나는 녀석의 의중을 따라 말을 돌렸다.


“말씀하세요.”

“풍광이 아름다워 아프던 병도 나을 거 같은 데, 안타깝습니다.”

“집에서 잘 아는 무속인들은 집터를 누르고 있는 잡귀들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건 더 둘러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집 안도 돌아봐야 하구요.”

“예. 그럼 전 이만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예.”


뒤뜰 여기저길 둘러 보다 진짜 이 집 사람들이 아니라, 놀란 내가 먼저 저 세상 갈 뻔 했다.


“저 여자 어때?”

“저도 아무것도 못 봤어요.”

“눈을 들여다 봤어야 하는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나도 제대로 보질 못했네.”

“얼굴에 슬픔은 없었어요.”

“가족이 죄다 아프니까, 본인이라도 추슬러야겠다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왜 아까 내 말은 막으려던 거야? 뭐 다른 거라도 본 게 있어?”

“이거 때문이죠.”


주비서는 내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하아......너무 창피하다.

차라리 묻지나 말걸.


“돈?”

“예.”

“우리가 받을 댓가 말하는 거야?”

“당연하죠.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가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뭐라도 있어 보여야 제대로 땡겨 받을 텐데, 거기다 대고 미주알고주알 아무것도 없어요. 하면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이 지 보니 돈냄새 꽤나 풍기는 집 같은데, 너무 원리원칙대로 할 필요 없어요.”


법 테투리 안에서 나도 말로 사기치는 거로는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놈인데, 주비서는 한 술 더 뜨는 놈이다.

처음에 나타날 땐 되게 거창해 보이더니, 그냥 딱 자기 과거가 알고 싶은 놈 정도로 보인다.

이거 나중에 캐보면 쥐뿔 아무것도 안나오는 거 아냐?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김민석 법사를 데려올 걸 그랬다.

친구라 맘도 잘 맞고, 나름 말투에 품격도 있고.

주비서 이 새낀, 어떻게 된 게 나 보다 돈을 더 밝힌다.

살아 생전 돈에 환장을 했던 건지.

인간적으로 쪽팔려서 누가 들을까 걱정이었다.


고객의 배려로 집까지 둘러 보았지만, 전반적으로 귀신의 흔적 때문에 해를 입은 게 보이지 않았다.


“물은 어떤 걸 사용하십니까?”

“상수도에요.”


지하수라 하면 혹여나 독성물질이 녹아있을 확률이라도 있겠으나, 그 마저도 아니니...

누구 원수진 사람도 없다는데.


“한 번에 견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신중을 기해야 하는 지라.”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큰 집 살림을 저 혼자 하다시피해요. 외부인들 들이면 부정탄다해서요.”

“아......”

“그나마 고모가 도와주시니까 하는 거지. 제가 이러다 먼저 죽을 거 같아요. 도사님만 믿습니다.”

“예. 신령님들께 최대한 빌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오늘 일단 출장비만 약소하게 넣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계산은 계산이다.

고객은 서울에서 출발해서 이곳에 머무는 시간, 그리고 다시 서울까지 가는 시간까지 해서 정말 분당 계산하여 넉넉히 넣었다.

뭐라도 해야 할 텐데.


***


“귀신이 그렇게 깨끗하게 없는 집이 있을 수 있나?”

“있을 수는 있죠. 그런데 귀신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동시다발적으로 왜 아프지?”

“그런 건 우연의 일치죠. 먹는 게 부실하든가.”

“그런 집에서 아픈 사람들한테 산삼은 안 먹여 봤겠냐?”

“그건 그렇죠.”


그러고 보면 차라리 귀신붙은 사람들이 상대하긴 편하다.

심플하니까.

사람말 들어보고, 귀신 말 들어보고 타협점을 찾아서 안녕히 가쇼.

이게 딱 신점 치는 무속인들의 공식이니까.

나같은 경우엔 심지어 눈으로 소통을 할 수 있으니,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직업군이었다.

약간의 언변술과 재치만 가지고 있다면.


아쉬운대로 집안 여기저기 회복을 기원하는 부적을 붙여주고는 왔지만, 그닥 소용은 없을 거다.

복‘복’자 비스무레한 글에 대충 달마도 여러장에서 봤던 문양들 외워서 그리고 온 게 다였으니까.


집안 곳곳, 그리고 아프다는 사람들을 살펴 봐도 도통 캄캄한 미래만 보일뿐.

구체적인 그 무엇도 알 수가 없었다.

법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야 뭐 지내온 세월이 어떻고 저떻고 하겠지만, 이런 집단 질병은 처음이라...

지난 십여년 세월의 짬으로 말하자면, 아까 그 사람들은 그리 두면 결국 근미래에 죽을 운명들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겠는가.


“주비서 잠깐.”

“왜요? 여기 단속이랑 사고 많은 곳이라 잘못하면 딱지 끊어요.”

“잠깐만. 저기 저 여자.”

“어?”

“맞지? 확실하지?”

“헐. 그렇네요. 그런데 왜요?”

“뭔가 심증이 생기는 거 같아서.”


그렇지. 절대 아니땐 굴뚝에선 연기가 날 수 없는 법이다.

이래서 사람이 무섭다니까.

잡았다 요놈!


작가의말

평온한 오후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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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 잡았다 요놈1 22.03.11 153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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