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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940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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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한 넘어 한3

DUMMY

25. 한 넘어 한3




대체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여고생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엮이지 말자.

말리지 말자.

괜히 이렇게 휘둘렸다간 그냥 힘들어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시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눈을 보니, 다복하게 자라왔다.

그런데 지금은 분노로 가득하다.

별다른 이력없이 행복하게만 자라온 녀석이 이렇게 찾아왔을 땐 사춘기가 분명하지.


“사춘기라 생각하지 마세요.”


한 방 먹었다.

이 녀석 설마 내 생각을 읽고 그런건가?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초자연의 세계라도 경험 중인 거야?


“의뢰를 맡으시겠어요 마시겠어요?”

“여기 가격을 공시하지 않아서 그런데, 상당히 상담료가 비싸단다.”

“제 수중에 그 동안 모아놓은 오백 정도 있어요.”


뭔백?

이게 정상적인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돈인가?


“집안의 돈이나 타인의 돈으로 지불하는 돈을 받을 수는 없어.”

“저희 집 잘 살아요. 이 정도 돈은 용돈 조금씩 저축하면 금방이에요. 본질을 흐리지 마세요. 도사님이랑 제 경제적인 상황을 걱정 받고 싶어 온 게 아니니까요. 그런 거라면 돈 잘 버는 사업가 엄마랑 의논을 하겠죠.”


집안에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똑부러진 녀석이구나.

일단 들어나 보자.

나는 한 번 더 녀석의 눈빛을 바라봤다.

여학생이라 바라보는 게 쉽지 않은게 혹여나 잘생긴 사람이 계속 바라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서다.


“무슨 일로 왔는지도 내가 맞출 정도로 나는 뛰어난 사람이 못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대에겐 차라리 까고 시작하는 게 전략이다.

그래도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못 미더우면 가라는 뜻이니까.


“도사님. 그런 연막으로 절 보내려 들지 마시라니까요.”

“난 상도의를 지켰을 뿐이야. 할 말 있으면 해 보든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잘 사는 집 자식이에요. 부모님은 두 분 다 사업을 하세요. 두 분 다 친절하시고 가정적이고. 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모님 닮아서 똑똑하고 예쁘기까지 하죠.”


요즘 애들은 지들이 예쁜 걸 다 이렇게 말하고 다니더라.

자신감이. 어후.

나도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유치원 시절부터 알아주던 놈이지만, 얘도 어디가서 자신감 하나로는 절 때 꿀리지 않을 포스를 담고 있었다.


“계속 해.”

“전 봉사활동이나 자선 기부 활동도 많이 해요.”

“학생. 나는 돈도 돈이지만 줄줄이 클라이언트들이 예약된 사람이야.”

“도사님. 저 도사님 세 타임 예약한 거 모르세요?”


이 녀석을 쪼을 게 아니라, 나가서 진상들을 조져야 겠구만.

나는 절대 같은 손님을 두 타임 이상 받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첫 고객을 세 타임이나?


“모르는 게 아니라 시간은 금이란 뜻이지.”

“봉사활동을 하고서 길을 나서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길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앉아 계셨어요.”

“......”

“그래서 전 먹을 것도 드리고 돈도 드리고, 제 담뇨도 그렸었죠.”

“착하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제게 눈이 밝아질 거라고 하셨었어요. 저는 덕담인 줄 알았죠.”

“누가 들어도 덕담인데?”

“아니요. 그 눈이 일반적인 눈이 아니었어요.”

“그럼?”

“귀신이 보여요.”


아.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근엄한 얼굴로 참았다.

판타지 퇴마 영화를 많이 봤거나, 착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냐고 하시면 서운해요. 전 지금 무척 진지하니까요.”

“그래서? 귀신을 쫓아 달라고? 귀신을 쫓는 행위는 좀 더 큰 금액이 들어가. 부모님과 함께 와.”

“제가 귀신을 쫓아 달라고 했던가요? 너무 앞서 가시지 마세요.”


어랍쇼?

진짜 전세계의 청소년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어느 정도 똘똘의 기반을 깔고 있는 녀석과도 대화가 이렇게 힘들다니.

뭐 한 마디 하면 반격으로 세 마디 네 마디는 듣게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듣고 있으면 잘 듣나 안 듣나 이 녀석이 나를 감시하는 이상한 기분까지 드니 참......

이 녀석은 귀신을 보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엔 상대와 대화를 하면, 상황을 판단하고 대입하여 이런 정도의 말로 되받아 치겠구나하는 센스가 잘 발달 된 것 같다.

아마 청소년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이 상담한다면 무척 환영할 것이다.

대화를 끊고 싶어 들어가면 끊으려 했던 부분에서 상대가 어떤 의도로 접근했는지를 말하고 원천 차단해 버리니까.

나로서는 답답하고 아쉬운 일이지만, 이 녀석 사춘기라 즉흥적으로 찾아온 것 같지가 않다.


“좋아. 어느날 노인을 도왔더니 귀신을 봐. 이게 지금 하고 싶은 말이지?”

“아뇨.”


졌다.

요즘 왜 이렇게 내 승률이 저조하지?

학교 다닐 때, 그리고 고객과의 상담에서도 다른 건 몰라도 말빨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손은수가.

이 콩알만한 녀석한테 지금 연타로 먹고있네.

아무래도 내가 녀석을 빨리 보내고 싶어한다는 걸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시작이에요.”

“그래. 해 봐.”

“부모님에게 귀신이 들러붙었어요.”

“너 말고 부모님?”

“예.”

“그럼 정말 귀신을 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혹시 수호신 정도 되는 양반들이야?”

“절대 아니구요. 잠재적으로 부모님을 수렁에 빠뜨리려고 하는 자들이에요. 저는 분명히 보여요.”

“부모님께서 지금 어디 아프셔?”

“아뇨. 사업도 승승장구하시고, 절대적인 건강을 자랑하시죠. 그들은 지금을 보는 게 아니에요.”


아까까지만 해도 그냥 사춘기 애가 와서 귀신이 보이니까 좀 해결해 달라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정말 이녀석 말대로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부모님한테 귀신들 들러붙었는데, 수호신도 아니고 아직을 해를 끼치지 않는데? 왜 잠재적으로 수렁에 빠뜨리려한다는 것이지?


“아마, 보통 아이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같이 수렁에 빠져버릴 거에요. 그런데 저는 이성적인 사람이거든요. 과거는 과거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죠. 하지만, 지금은 무척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좋아. 귀신들의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

“네.”

“이렇게 물으면 너무 자격이 없나? 어떻게 알았지?”

“당연한 질문이에요. 어느날 부턴가 그들이 제 부모님 곁에서 떠나질 않자, 제가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했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부모님이셨기에 제 말을 그저 사춘기 아이의 판타지 중독증 정도로만 치부하셨어요. 실제로 저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과 비현실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요.”

“너를 해 하지는 않고?”

“아뇨. 오히려......”


원래 귀신에 대해서 그닥 믿고 싶지 않은 나다.

주비서 저 자식 때문에 본격적으로 보게도 되고 겪고는 있지만.

설마. 이 녀석이 말하는 부모님께 들러붙은 귀신이 수호신이라도 된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 필요 있나?


“아마도 너를 애틋하게 생각하시는,”

“맞아요.”


뭘 맞아?

아직 말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이 녀석은 갑자기 테이블을 탁 치며 내게 호응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수호신같은 부류 아닌가?”

“아뇨.”

“애틋하다며?”

“애틋하겠죠. 전생의 제 부모였으니까요.”


와하하.

요즘 전생 귀신들 다시 나타나는 시즌이라도 되나?

왜 이렇게 자꾸 이런 부류의 고객들이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전생 부모라며?

잘 살고 있는 애한테 왜?

기본적으로 애가 개차반이어도 다음 생애에 이렇게 잘 살고 있으면 보호를 해주고, 아껴주는 게 통상적인 부모들의 세계같다.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는 못했지만, 내 부모를 봐도 그렇고 지금까지 수없이 부모님 자격으로 자녀를 위해 상담을 해온 고객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두 번짼거 알아? 혼란스럽다는 말? 설마 전생부모귀신을 섬긴다 뭐 어쩌고 그러는 거야?”

“아뇨.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귀신들이 저승으로 못간 건 절대 그들을 위해서 좋은 게 아니라고 들었어요.”

“뭐 내가 귀신이 되어 보지 못했지만, 죽었다면 저승에 가는 게 순리일테니.”

“그 분들을 저승으로 보내고 싶어서?”

“그 전에 좀 더 근원적인 이야기 하나 여쭐게요.”


또 다시 긴장이 시작되었다.

어떤 근원적인 이야기인지...


“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왜 한 맺혔다 할 때 한 있잖아요......”


작가의말

포근한 일요일입니다. 모두 훈훈한 오늘 보내시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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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4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6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3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0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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