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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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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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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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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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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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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잡았다 요놈2

DUMMY

11. 잡았다 요놈2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리고 그럴 운명이라고 넘기면 그만인 일이다.

문제는 그 놈의 승부근성.

한 때, 과학적인 이성으로 의학을 공부하던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을 쉽사리 놓을 수가 없었다.

가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시골에서 집단으로 암에 걸리는 걸 본 적이 있다.

바로 지하수에 섞인 비소(독극물)이나 유해 시설의 갑작스런 등장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 조차 전혀 없이 이럴 수 있다는 게 누가 일부러 독살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당 근처까지 오도록 골똘이 고민하던 중.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저 여자 보여?”

“누구요?”

“저기, 명품으로 휘감고 저 건물 앞에서 담배피는 여자 말이야.”

“아까 고모라는 여자. 그런데 왜요? 저기가 어딘데요?”

“사설 도박장.”

“그냥 건축 사무소 아니구요?”

“아니야.”

“아까 보니까 잘 살던데, 저 건물 주인일 수도 있잖아요?”

“고객이 처음 왔을 때, 고모는 전업 주부라고만 했거든. 그리고 누가 월세나 임대료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저렇게 화려하게 하고 다니냐? 가족들도 줄줄이 아픈 판에.”

“뭐하는 거에요?”

“요즘은 무조건 증거 제일 몰라? 찍어놔야 나중에 딴소리 안하지.”

“헐. 귀신보다 더 무서운 양반이시네.”


진짜 세상은 넓고 또랑이는 많다고. 즈이 부모님에 오빠에 조카들까지 아파서 사경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저런 곳을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오해인가 하다가도.

내가 은근 음지의 비밀들을 많이 듣고 사는 직업이 아닌가.

저 곳은 아는 사람들은 아는 부자들만 주 고객으로 삼는 도박장이다.


하아......대충 감이 오는데.

그렇다고 심증만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인게, 어설프게 해서 밝혀질 문제였으면 나한테까지 이런 건이 오지도 않았을 거다.


***


밤새 고민하느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차라리 경찰이라면 수사라도 할 수 있겠으나 경찰도 아니고.

어지간해서 남의 인생에 절대 깊숙하게는 들어가지 말자 주의인데.

굿을 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본 걸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심증 백퍼센트지만, 만에 하나 오해일 수도 있다.


띠이이 --


“들어와.”

“어우 깜짝이야. 도사님 옆에 처녀귀신이 계속 지켜 보고 있던 거 알았어요?”

“감사 인사하러 온 거야.”

“감사?”

“조금 전에 이 여자 엄마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다기에 119에 신고해 줬거든.”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더니, 적응이 이렇게 빠르다구요?”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놀랄 필요 있나? 도와주기까지 하는데 해코지 하고 그러진 않더라고. 게다가 돕고 싶대.”

“뭘요?”

“내가 고민하는 걸. 어!”

그렇다.

도둑들은 보편적으로 제발 저리는 편이지?


”지금 내가 적어주는 책들 지금 당장 사다줘.”

“갑자기 책을요?”

“고마워. 덕분에 생각났어. 네가 도움 주겠다는 게 이런 거였어?”


옆에 있던 처녀귀신은 끄덕거렸다.


“범죄수사 심리학과 취조? 심문학의 원리, 범죄는 심리학으로? 갑자기 경찰이라도 하시게요?”

“다 필요한데가 있으니까.”


***


거의 흡입하듯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제가 오래는 안살아 봤지만, 무당이 굿 하기 전에 범죄 수사 심리학 책 탐독하는 건 도사님이 처음입니다.”

“항상 얘기 하잖아. 뭐든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운전이나 잘 해.”

“그런데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죠?”

“뭐? 내가 귀신의 생각까지 읽어 낼 정도의 능력은 없다.”

“아니요. 엊그제 법당에 있던 처녀귀신한테 뭔가 들으셨죠?”

“들었지.”

“오오오오. 드디어 신점의 세계에 입문을 하시나?”

“땡.”

“들으셨다면서요?”

“그 처녀귀신 새아버지 때문에 자기가 죽은 거 얘기를 들어줬지.”

“세상에. 그런 미친 놈들이. 그래서 그 새아버진 어떻게 되셨습니까?”

“이런 경우엔 처절하게 복수를 하는게 원칙인데, 자기가 쓴 꽤에 자기가 당했더구만.”

“걔가 홀린 건 아니구요?”

“그러기도 전에 죽었으니 그게 한인거지. 그 한풀이를 못해서 저승으로 못가고 있더라고. 뭐라더라? 자기를 서서히 독살을 했더구만. 진짜 알게 모르게 서서히 죽어가도록. 가난한 집에서 뭐 어떻게 하겠어. 그냥 동네 병원에서 약먹이고. 종합병원 데려가도 크게 반응이 없으니까.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죽은 거지.”

“이런 귀신들 종종 만나요.”

“새아버지란 놈이 치밀하게 생명보험을 들어놨더라고. 그리고 처녀귀신 어머니앞으로도 말이지.”

“그래서요?”

“내연녀랑 돈 찾아서 룰루랄라 하려는데, 집에 내연녀의 전남편이 와서 죽어버렸지. 둘 다.”

“쌤통이긴 한데, 직접 해결하지 못해 그게 한이겠네요.”

“그렇지. 문제는 어머니도 그렇게 아프셔서 당시에 119를 불러 달라 하더라고.”

“어제 다녀오신 병원이 거긴가요?”

“몇 주간 일을 제대로 못했다 하니 치료비가 있을리 없으니까.”


주비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렇게 쫑알쫑알 말 많은 녀석이 한 시간 가까이 말이 없었으니.

이런 때 보면, 살아 생전 말못할 사연이 있는 놈 같기도 하고.

하긴 뭔가 사연이 있으니까 저승문을 못 넘었겠지만.


어제 처녀귀신의 어머니 병문안을 갔던 이유도 그런 이유다.

귀신을 달래서 저승에 보내기 위해서.

짠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얘가 김민석 법사에게 달라붙어서 살려고 했었기에.

떼내서 법당에 앉히고는 자초지종을 들어준 것이다.

녀석에게 붙어살며 어머니를 살피려 그랬다는데.

그래서 더더욱 달래야만 했다.

좋은 의도건 나쁜 의도건 귀신이 되어 저승문을 넘지 못하는 건 결국 시간을 거듭할수록,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게 되니까.


***


우리가 도착하니 마당엔 미리 준비된 제사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부러 굿을 하겠다 말하고 고객에게 차려 달라 부탁한 것이다.

집 자체가 동네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유입은 쉽게 막을 수 있었다.

내가 궁금한 건 오직 도박장에 드나드는 고모라는 여자였으니까.


“저희 고모가 준비하느라 어젯밤부터 정성이란 정성은 다 쏟은 제사상이에요.”

“고객님은?”

“전 그 때 돌아가시고부터 몸이 너무 힘들어서 오늘 새벽까지 자리 보존하고 누워 있었어요. 실은 고모가 저랑 중고등학교 동창인데 제 수족처럼 정말 모든 걸 다해주고 있거든요.”

“훌륭한 시누이를 두셨군요. 고모라는 분은 서울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

“남편이 소아과 의사고, 집에서 알뜰살뜰 살림 하는 전업 주부에요. 강남 사시구요?”

“네? 강북쪽이에요. 집이랑 병원 모두요.”

“아하. 전 워낙 부티나는 분이시라.”

“부잣집 딸인데도, 그 흔한 명품 하나 걸치지 않고 가정 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고객은 며칠 전 내가 본 여자와 정 반대의 성격에 해당하는 고모를 이야기 했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다.

잘못 봤거나 이중적인 여자거나.

지금 내 눈앞에서 성실하게 제사상과 주변 마무리를 하는 모습만 봐서는 고객의 설명에 신빙성이 있긴 하다.

심지어 고객보다도 어쩜 더 가까운 직계가족이니까.


“저 아이들은 누구입니까?”

“고모 아이들이에요. 오늘은 고모부가 일이 있다 하셔서 봐줄 사람 없다고 다 데리고 오신 거 같아요.”


아이들은 해맑게 여기 저기 뛰어 다니며 놀랐다.

고객의 아이들이 아파서 시름시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슬픈 생각까지 들었다.


그 사이, 주비서에겐 우리가 고모라는 여자를 만났던 뒤뜰을 살펴 보도록 했다.

분명 장독대에서 무언가 나왔다.

지문 남지 않도록 일부러 장갑까지 끼웠다.

뭐 명분은 내가 가져온 귀신쫓는 부적을 태우는 것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집에 귀신같은 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주비서는 좀처럼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괜히 들킬까 걱정되는데, 뭘 이렇게 꾸물꾸물 대는 건지.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제가 비서님을 모셔올까요?”


이럴 줄 알았다.

고모라는 여자다.


“혹시, 쌀을 좀 튀겨 주실 수 있으신가요?”

“쌀을요?”

“제가 준빌 했어야 했는데, 깜빡잊고.”

“바로 할게요. 어렵지도 않을 걸요.”


괜히 야채나 다른 것들 준비해 달라고 했다가 뒤뜰에 다녀온다고 할까봐 최대한 집안에 있는 것으로 부탁을 했다.

적어도 뒤뜰쪽으로 가는 건 막을 수 있으니까.


굿판을 벌이는 무당들이 입는 알록달록한 옷은 입지 않았다.

평소 입던 법복에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는 정도로 제의 경건함을 일반 굿과 달리 했다.


고모라는 여자가 쌀을 튀겨 나올 즈음, 다행히 주비서도 내게 다가왔다.


“다 태웠나?”

“얘. 말씀히 태우고, 사진까지 찍어 왔습니다.”


고모라는 여자가 사진이란 말에 놀라 주비서를 바라봤다.

그 때.

고모의 눈빛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순간적이었지만,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미쳐도 확실하게 미쳤군.

고민할 필요도 없는 건이었다.

이런 소름끼치는 일에 연루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쁠 정도니까.


주비서가 찍어온 사진엔 묻어져 있는 작은 항아리 하나가 있었다.

그 동안 관리를 거의 고모라는 여자가 전담을 하다보니, 대놓고 이런 미친 짓을 벌인 것 같았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둥둥둥.


나와서 제를 올리는 모든 가족들은 그야 말로 간절해 보였다.

고모라는 여자 역시 가장 적극적으로 손에 있는 지문이 닳아 빠지도록 비는 시늉을 했지만, 결코 간절하지 않았다.


제를 지내기 전에 나는 주비서에게 물었다.


“거 왜, 사람을 비방하면 자기가 살을 맞는다고 하잖아?”

“그렇죠.”

“그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경우엔 어떻게 돼?”

“케이스 바이 케이스긴 한데, 그게 남을 해치는 경우엔 역시나 살을 맞게 돼죠.”

“뭐? 야. 그럼 만약 살리긴 살리는데, 죽을 운명을 늦추는 정도라면?”

“소신껏 하세요.”

“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단 말이야. 괜히 진짜 괜히 죽을 팔자라는 것도 있는 법인데...”

“차 돌릴까요?”


절대 미신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운명 자체를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신도 아니고, 보이는 걸 적절히 믹스해서 말해주는 것과 운명에 개입하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일이니까.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냥 지껄이는 거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둥둥둥


북소리의 장단에 맞춰 최대한 고모라는 여자의 귀에 팍팍 꽂히도록 주문 중간중간에 알아듣도록 힌트를 던져주었다.


처녀귀신이 저승으로 가면서 내게 그랬다.

천륜을 저버릴 정도로 극악무도한 인간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게 ‘도둑이 제발 저린다’ 라는 것이었다.


“줄줄줄줄 죄다 새고 있구나 죄다 새고 있어. 못된 잡귀의 꾐에 넘어가 애미애비도 못알아 보니... 이를 어쩐다 이를 ...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둥둥둥.


“이 넓은 땅에 이 집 하나 홀로 떠 다니더니, 그나마도 사라지니 조상님을 뵐 면목이 없구나. 애미애비 목숨값을 남의 바짓가랑이 몽땅 갖다 바치니 오호 ... 조만간 급살을 맞고 쓰러질 지어다. 오호 ...”


아직 가족들의 눈에 들어있는 검은 구름과 고모라는 여자의 속에 들어 있는 근미래의 모습이 뒤바뀌질 않았다.


이미 늦은 건가...싶을 즈음.


“우욱. 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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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60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7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9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8 6 10쪽
» 잡았다 요놈2 22.03.12 144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3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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