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948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10 13:05
조회
149
추천
8
글자
12쪽

나 돌아갈래2

DUMMY

9. 나 돌아갈래2



오늘은 어찌어찌하여 버텼다.

함께 온 귀신들은 하나같이 무서웠지만, 나는 사연에 약한 사람이니까 또 버텼다.

하루면 참지.

왜 캠핑도 하루 이틀 불편한 건 낭만이지만, 기약없이 매일 불편하다고 상상해 봐라.

지금 내꼴이 그렇다.


“내가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거 같고. 말해. 어떻게 도우면 될지.”

“그걸 알면 내가 직접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귀신들도 이딴 식으로 사람 형체가 되어 돌아다니진 않지. 이건 상도덕 위반. 뭐 이런 거 아닌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사람 몸뚱아리의 형체를 한 귀신이라는 걸 잊고 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런 귀신들 TMI할 필요 없고. 난 안 보고 싶다고. 여기 있든 저기 있든. 옆에 있든. 그냥 안 보이고 서로 해 안끼치면 장땡인데 왜 굳이 보라고 그러느냐 말이야. 동업? 좋아하네. 나는 지금 은퇴해도 굶어죽지 않거든. 그러니까 제발 너도 사라지고, 내 눈에서 귀신들까지 모두 사라지게 하라고. 당장.”


좀처럼 흥분을 모르고 살아온 나다.

어려서부터 차분하기로 유명하고 화를 내는 법도 드물다.

오죽하면 주변에서 우리 부모님을 보고 손 안대고 코 푸는 거 마냥 자식 쉽게 키운다 부러워 했을까.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정말 온실속 화초처럼 살아온 나이기에 이렇게 진흙탕에 빠진 상황 자체를 용납하기 싫었다.

다 되돌려야 한다.

애초에 나는 무속인 흉내내는 일종의 배우일뿐. 절대 퇴마나 무속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상관이 있어요.”

“무슨 말이야?”

“용한당 그 집에 도사님만 들어오려 했었을 거 같아요?”

“돌려 말하지 말고 직진해. 나 지금 너랑 말장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그 집에서 불이나고. 제가 죽었죠. 경찰들에게 아무리 하소연 해도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어서 저는 알았어요. 아. 죽었구나.”

“좀 더 간략하게.”

“정신을 차려서 그 집을 나가려는데 나갈 수가 없었어요.”


주비서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래서 집 귀신과 터 귀신이 있겠구나 싶었다.

나갈 수가 없다니...


“도사님이 그 집을 보기 전에 여러 무속인들이 그 집을 보러 왔다갔죠. 불이 났던 집이기에 터가 좋다는 둥, 귀신들과의 합이 좋다는 둥.”

“그럼 그런 사람들과 잘 지냈어야지. 왜 하필 나냐고.”

“그건 저도 모르죠.”


귀신이 지들끼리 하는 일을 모른다고 하니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수분이라고는 전혀 없는 고구마 백 개 먹고 물 한 모금 못마시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다.


“네가 내쫓았겠지.”

“아니요.”

“그럼 앞선 세입자들이 여긴 손은수 무속인에게 자릴 내어 줘야지 하면서 갔다고?”

“그럴리가요. 들어오기도 전에 그들에게 일이 터져서 다들 무산이 될 거죠.”

“니가 하셨구만 니가.”

“저는 고작 비루한 귀신일 뿐. 그들 중 누구도 저를 본 자 조차 없었습니다.”

“그럼 시쳇말로 그 집과 나와 니가 서로 연관이 있단 말이야?”

“그건 밝히셔도 되고 안 밝히셔도 되고. 귀신들이 특정인에게 붙는게, 그 자를 반드시 저주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우연인 경우도 있고, 필연인 경우도 있고.”

“네 말인즉슨 우린 필연이다?”


주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사님한테만 있는 그 능력. 그게 정말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초인지 능력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중도 포기했어도 나 의대 출신이야. 관련 책도 무수히 읽어봤고. 괜히 나를 귀신들과 엮지 마.”

“그럼 저를 보신 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이렇게 무려 다섯 시간을 말하고 또 말했다.

김민석 법사와 엘레나 윤이 퇴근하고도 한참을.

아마 인테리어 공사와 소방 공사 이후 이렇게 늦게까지 법당에 불이 밝혀진 건 지금이 처음일 거다.


“같은 얘기 그만.”


더 했다간 내가 이 자식한테 홀려버릴 것 같았다.

아니지. 이미 이렇게 결과물 없는 대화를 다섯 시간 넘게 했다는 거 자체가 홀린 거다.


“정리를 하자. 너는 네가 왜 그 집에서 죽었고, 그 안에 왜 갇혀 있었는지가 궁금한 거야.”

“갇혀 있었던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어요.”

“그걸 왜 지금 얘기해! 뭔데?”

“집에서 화재가 나도록 타지 않게 잘 숨겨진 부적이 곳곳에 박혀 있더라구요. 나중에 알았어요. 그걸 법사님이 나중에 용한당 잘 나가게 돼서 중간에 인테리어 하면서 업자들이 발견한 거에요.”

“이유는 모르는 거고.”

“그쵸.”

“그리고 나는 너 때문에 귀신을 보게 됐어.”

“솔직히 백 퍼센트 저 때문은 아니에요.”

“뭐야. 너 때문이지.”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면 그들의 과거의 근미래가 보였던 거...잊으셨나요?”

“그건 다시 말하지만, 나의 초인지 능력으로 이미 심리학이랑 정신분석학계에서는 말야,”


절대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 듯 놈은 또 다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도사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 과학적인 초인지 현상은 당연히 있을 수 있어요. 타인의 심리적 방어기재를 파악해서 그것과 관련된 사회적 혹은 이미 들었거나 간파한 개인적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음 행동적 기재를 믹스해서 예측을 해주는 거죠.”

“제법이네. 내 말이 그거야.”

“도사님의 영업적인 면에서는 상당 부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고 주변을 보는 능력은 그런 류의 과학적 초인지 능력과는 무관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요. 그렇게 치면 저같은 귀신의 경우를 두고 모 정신분석학자들은 귀신을 보는 자가 만들어낸 자기 최면 내지는 허상이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도사님 보시기에 저나 다른 귀신들이 허상같았다면 이렇게 난리 치시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 어떤 호러 영화에서 봤던 귀신들보다 확실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놈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스스로 상당히 분석해 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똘똘한 놈이 어쩌다......


“지금 당장 도와 주실 필요는 없으세요. 다만, 도사님께서 저를 본격적으로 보실 수 있게 되었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서 몸을 빌리게 된 것이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귀신을 보는 능력을 제가 나눠 드렸다기 보단 원래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일깨워 드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내가 그런 능력이 있었다고?”

“그러니, 질색팔색하시는 신내림을 받는다거나 빙의를 걱정하실 일은 없죠. 귀신들과 무관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이시니까. 실재로 나중에 부적 사라지고 여러 무속인들 만나봤는데, 신점 친다는 부류도 신한테 빙의되지 않고 랜덤으로 우연히 귀신을 보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결국 이 녀석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부적이 효험은 있냐?”

“그 주지 스님한테 배운게 완전 엉터린 아니더라구요.”

“그럼 부적으로 너부터 없애 버려도 되겠구나?”

“한 동안은 힘들 겁니다.”

“어?”

“인간 몸뚱아릴 하고 있는 동안엔 통하지 않더라구요.”


찜찜하긴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진 또 다른 능력 하나를 일깨울 수 밖에 없었다.

이젠 귀신까지 보게 되다니......


***


그럭저럭 며칠이 흘러갔다.

주비서가 기다리는 거보F&C쪽에선 전혀 연락이 없어 놈으로서는 아쉽겠지만, 한맺힌 귀신이라 하기엔 김민석 팀장과 엘레나 윤과 한 가족처럼 지내며 살고 있다.

애초에 자신에 대해서 알고싶다, 비밀을 밝혀 달라고 했던 것들이 죄다 거짓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밝고 쾌활하다.


믿지 않겠지만, 귀신들을 보는 것도 상당히 적응이 되어 가고 있다.

비주얼들이 처참한 녀석들을 보게 되면 여전히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니까.

산책을 할 때나, 사람들이 많은 쇼핑몰을 걸을 때나, 식당에 있을 때.

사람처럼 보이는 귀신들도 간혹 보인다.

그들이 귀신임을 아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모두 자기 할 일이 바쁘지만, 그들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치 주비서가 제작사 사무실에서 나를 빤히 바라봤듯이.

나를 따라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자리가 자기 자리인양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늘 있는 편이다.


그러다, 진짜 퇴마 의뢰가 들어왔다.

상담 시간에는 절대 출장나가지 않으며 영업 종료후 1분당 10만원이라는 말도 안돼는 금액을 책정한 것에는 다이유가 있다.

바로 직접 가서 퇴마를 할 능력이 안됐기 때문이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요. 도사님 덕분에 수 많은 가정이 살아났다고 들었어요.”

“그야 그렇지만, 모든 귀신을 무조건 다 내쫓을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게 호언 장담하는 무속인들이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있다면 그 쪽으로 가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아니요. 이미 해볼 만큼 해 봤어요. 뭐 물에 빠져 죽은 조상신이 있다해서 저수지가서 억대 굿도 해 봤고, 억울하게 죽은 옛 선조의 한을 풀어야 한다해서 수천만원어치 부적을 집안 곳곳에 붙이고 가족들한테도 써 봤어요.”


이 쯤되면 퇴마를 떠나서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대체 어느 정도의 귀신이 붙어야 이렇게까지 집안에 줄줄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고객의 사연은 이렇다.

대가족이 사는데, 몇 년전부터 할아버지의 치매를 기점으로, 아버지 암, 할머니 암, 고객(어머니) 악성 빈혈, 아들 원인 모를 병, 딸 원인 모를 병.

그리고 그들을 돌봐 주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와 같이 살게 된 고모네 식구들까지.

이쯤되니까 억대 굿에 수천만원대 부적을 썼을 것이다.


“의사들도 모른다하고, 점쟁이들 말은 다 다르고. 진짜 물어물어 도사님 찾아 온 겁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고객의 눈을 들여다 보니, 특별한 게 없었다.

지방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소위 말하는 땅부자다.

농장으로도 꽤 버는 것 같은 대대손손 지주의 집.

자손들도 모두 대성했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왔기에 원수질 일도 없단다.

게다가 터가 어쩌구 하기엔 그 곳에서 오래 살아왔고, 최근에 집을 고친 일도 없단다.


고객을 쫓아온 귀신이 없지만, 주비서처럼 집에 머물 수 밖에없는 귀신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

다만, 슬쩍 보이는 근미래는 어둠뿐이었다.

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눈동자만 보일 때도 있었는데, 차원이 다르다.

그저 까맣기만 했다.

마치 호러 영화에 나오는 눈이 까맣게 파인 귀신처럼.

하지만, 이 고객은 결코 귀신이 아니다.


“일단 부적을 써 보심이 어떠신지요.”

“도사님. 그냥 부적 써서 될 집이 아니라는 거 딱 봐도 진단 나오시잖아요.”

“하지만 ......”

“도사님 명성과 실력에 누가 되지 않도록 금액 산정하겠습니다. 제발.”


***


“은근 츤데렌거 아세요?”

“츤데레가 아니라 비즈니스.”

“무서웠죠?”

“이젠 귀신 보고 그렇게 감흥이 있는 편이 아니라.”

“아니요. 갔는데 아무것도 모를까봐서요.”


분명 주비서 저 자식은 내 생각까지 읽지는 못한다고 했는데, 말하는 거 들어보면 도통 모르는 게없다.

사실, 어지간한 기업에 준하는 금액을 처준다해도 가기 싫었던 건 약간의 허세와 두려움 때문이었다.

갔는데 진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도 나아지는 게 없으면 내 영업 밑천 다 드러나는 거 같기도 하고.


“이야, 꽤 유명한 농장인가 봅니다.”


농장안에 집이 있다고 했는데, 농장입구부터 으리으리한 규모의 간판과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에 깜짝 놀랐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규모의 시설이 있다니......


“오셨습니까. 도사님.”


자동차로 좀 더 가다보니, 화려한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고, 문앞엔 퓨쳐 컨설팅을 방문했던 고객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퇴마사 손은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22.04.05 28 0 -
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