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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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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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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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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넘어 한1

DUMMY

22. 한 넘어 한1



각오를 하고 고객 류지혜의 집으로 향했었다.

나서기 전, 김민석 법사와 주비서에게 따로따로 주의를 시켰다.


김민석 법사에겐 각별히 조심하되, 최대한 냄새를 맡지 말 것.

그런 내게 김민석 법사가 웃으며 말했다.


“나 비염 심해. 무슨 일인데?”

“원래 굿판 가서 냄새 많이 맡으면 귀신들이 붙는데.”

“헐. 진짜? 야 나 그럼 좀......”

“비염은 예외.”


개소리였다.

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고, 책에서도 본 적 없다.

그저 감으로 때리는 만일을 위한 대비책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가서 무얼 하면 되냐?”

“흔적을 찾아야지.”

“흔적?”

“분명, 세 사람만 산다고 했었는데, 그 이상의 흔적이 있을거야.”

“그건 억지다. 왜냐면 친척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게 돈을 척척 내고 다닐 정도의 사람이라면, 게스트들이 자주 드나들 수도 있잖아.”

“통상, 자녀문제로 그렇게 힘든 집에서 게스트들이 흔적을 남길 정도로 상주하는 게 말이 되냐?”

“그야 그렇지만.”

“직감일 뿐이니까. 없으면 마는 거야. 나를 믿고 흔적을 찾아봐.”

“방마다 뒤져 보는 건 가택 침입에 해당하지 않을까?”

“방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김민석 법사와 달리 주비서는 내 말을 척척 알아들었다.


“뭔가 보신 거죠?”

“아직.”

“아니시구만. 봤는데. 몸에 붙이고 다니던 부적들 다 떼셨구만요. 뭘.”

“그래서 지금 좀 힘들어.”

“오오오오. 왜요?”

“아까부터, 베란다에서 너한테 윙크하는 저 여자 때문에.”

“여자?”

“저승 가는 길에 혼자가기 싫었는데 너랑 가고 싶다고..”

“훗. 가면 저도 좋죠.”

“그래서 데려가라니까 접근이 힘들다고 툴툴 거리잖아.”

“이여...귀신 보다 나은데요?”

“원치 않는다고 했지?”

“걱정 마세요. 제가 떨어져 나가면 모두 사라질 환영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니 문제지. 대체 넌. 아니다. 됐고, 넌 고객 류지혜가 귀신인 증거를 찾아.”

“지난 번 지방 출장 이후로 형사 놀이에 맛들리셨네.”

“형사들이 그런 걸 찾을 수 있을 정도면 과학수사가 아니라, 무속 수사가 되지 않겠냐?”

“어떻게 보면 획기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획기적으로 쫓아버리기 전에, 헛소리 말고.”

“보신 거죠?”

“내가 진자 얼탱이가 없어서. 사람이라며? 사람 맞다며?”

“사람은 사람이죠. 지금 사람이냐, 아니면 좀 예전 사람이냐가 미스테리라 그렇지.”

“어후. ...... 그래도 이 정도 스케일이면 저도 저승문에 거의 발을 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전광판에 몇 퍼센트, 몇 퍼센트 이렇게 나타나면야, 저도 너무 좋겠죠.”

“그렇지. 귀신인데, 혹은 귀신이 붙었는데, 무조건 사람이라고 빡빡 우기지 않아도 되고.”

“에헤이. 너무 몰아가신다. 그래서 저는 누구의 흔적을 찾으면 되는 겁니까?”

“딸. 아니 아들. 몰라 암튼. 믿기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


내가 사랑채에서 고객 류지혜의 남편의 방에서 나오기 전 둘은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건데, 주비서가 귀신들을 잠재울 때 쓰는 향낭이 나무에 걸쳐진 걸 보고는 옳거니 했었단다.

그걸 착안하여 최대한 비틀 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바위에 주저 앉아 버린 것이라고.

향낭을 지날 땐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내 옆으로 비켜 난 것이었단다.


결국 내 예상이 맞았다.


이게 말이 되는 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한맺힌 원귀들이 어쩌다 이 집 사람들 속으로 다시 들어와 자기 집처럼 살고 있었지만, 현재와 과거가 겹쳐 힘을 쓰며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예전의 류지혜의 모습을 한 채 태어났지만, 실은 옛날에 죽은 마리의 영이 깃들어 있었고.

예전 류지혜의 영혼은 아들에게 빙의되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있습니까? 계마리씨?”

“네?”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어머니를 이런 식으로 지켜드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마세요. 누구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 류지혜는 주저 앉았다.


“저한테 귀신이라도 들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한 몸에 두 영혼이 깃들어 있어서 서로 차지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럼 제 딸은요?”

“마찬가집니다. 류지혜씨를 지켜 드리기 위해 마리로 살아 가려 하는데, 자꾸 옛 기억에 몸서리 치게 되는 것이죠.”


그 때, 김민석 법사와 주비서가 내게 달려와 속삭였다.


“도사님께서 말씀하신 게 이건가요?”

“어후 야. 저리 치우고 말하자.”


짚으로 만든 인형은 거의 썩어 흐물흐물해져 있었지만, 그 인형에 이름표와 함께 입혀진 옷을 보고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어디서 발견했어?”“의외로 너무 쉽던데요?”

“어디?”


그들이 가리킨 곳은 원숭이 우리였다.

왜 하필 원숭이 우리인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인형을 두고 고객에게 물었다.


이걸 태우는 순간 모든 게 제자리로 갈겁니다.


“싫어.”


이 목소린 분명 고객 류지혜의 입에서 나오고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같았다.

얼어버린 김민석 법사는 주비서의 뒤로 숨었다.

아마 나중에라도 주비서가 귀신이란 걸 알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까 싶다.


“류지혜씨가 됐든, 계마리씨가 됐든 전 상관않습니다. 다만.”

“......”

“아시겠지만, 어머님의 몸이든, 따님의 몸이든, 두 영혼이든 영원히 저승과 이승 문턱에서 고통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겁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잊진 않으셨겠죠?”

“그럼 아빤?”


이번엔 계마리의 영혼인 듯 했다.


“유일하게 이 상황에 대해서 수긍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걸 태우면 돌아가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야 한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사람도 귀신도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이들의 한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겠으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아.

어설프게 퇴마를 했다간 또 다음에도 고통받는 시간을 맞이하겠구나......


“사랑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매일 우리 모녀 때문에 전처 자식들이 잘못된 거라 매일같이......”


이 목소린 고객 류지혜의 것인지 계마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전생에서든 이생에서든 사랑받고 보호 받고자 했던 한맺힌 절규같았다.


“노력하셨잖아요.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시려구요.”

“맞아요. 이렇게 시간만 연장하는 게 의미없다는 걸 아니까요.”


섣불리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저 흔적들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다.

류지혜가 됐든, 계마리가 됐든.

또는 독실하게 기독교를 믿어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했던 남편이 됐든.

적어도 일말의 노력들은 기울였던 것이다.

하지만, 저 물건들을 치우지 못한 건.

그리고 무속인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신기를 마비시킨 건, 의지와는 다른 또 다른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제가 어쩌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아셨을 텐데요.”

“아뇨. 눈치채실 줄 알았어요.”

“어떻게죠?”


고객 류지혜는 미소지었다.


“원숭이 우리가 저렇게 봉쇄된 것도. 그리고 남편 분의 방문이 이중삼중으로 보안처리가 된 것도 혹 ......”

“맞습니다. 동훈이가 마리가 되면서 밤마다 남편을 괴롭혔어요. 예전에 학대 받았던 일을 떠올리면서요.”

“그래서 들어가지 못해 동물들이 ......”

“......”


이 상황에 직원들 하나는 진짜 최고인게, 나와 고객이 속 이야길 터놓고 하는 동안 이 둘은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눈치만 보자면 세계의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러울 놈들.


“전 강요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막무가내로 해서 될 일도 아니구요.”

“그건 무슨 뜻이죠?”

“억지로 무언가를 끊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걸 모두 태우면 남편은 바로 죽게 되나요?”

“아니요. 남편분은 귀신 때문에 죽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귀신 때문에 없는 생명력을 연장하시고 있습니다. 바로 죽는다 아니다가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가시게 된다면 쇼크가 올 수도있겠지만, 인명은 제천입니다.”

“그럼......”

“아니요 아니요. 오해는 하시지 마시구요. 바로 119 구급대를 부르시면 될 듯 합니다.”

“제 딸은요?”

“어쩌면 다시 계동훈씨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객 류지혜는 고통스런 얼굴로 결단을 내렸다.



***


“은수야. 그럼 그 집은 어떻게 되는 거냐?”

“너는 권사님 아들씩이나 된 놈이 오늘 있었던 일에 그렇게 담아주면 쓰냐?”

“내가 바보냐? 너 귀신이 어쩌구 저쩌구 했잖아. 너 이제 진짜 신이라도 들린 거야?”

“헐. 신들렸냐는 질문을 그렇게 신나게 하는 게 맞냐?”

“신기하니까 그렇지 신기하니까. 내가 원래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일절 없는 놈 아니냐. 이 형님한텐 다 말해도 돼.”

“차라리 너희 집에 계신 권사님과 의논을 하는 게 낫겠다.”

“하여간 의심은.”

“됐고. 통장에 인센티브 넣어줄 테니까, 어머니 치료 좀 해드려.”

“내가 의사냐? 치료야 병원에서 항암치료 착실히 받고 계시지.”

“항암치료가지고는 나이드신 분들은 쾌차가 힘든 거 알지?”

“왜? 왜? 너 혹시 울엄마한테서 뭘 본 거야?”

“보긴 뭘 봐. 지난번엔 진짜 증상이 얼굴에 나타났다니까. 의대서 내가 놀기만 한 건 아니잖냐.”

“그럼 뭘로 치룔 해드리냐?”

“캐쉬 치료.”

“푸하하하하하. 캐쉬 치료?”


내 말에 김민석 법사가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민석이야 그렇다 치고. 주비서 넌 왜 그렇게 흐뭇해 하냐?”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전 도사님 통장에 제 마음을 쌓고 있다구요.”

“저 새끼가 아침에 앙버터를 그렇게 목구멍으로 우겨 넣더니, 말이 왜 이렇게 느끼해? 너 정신 안차릴래?”

“에이. 아직 강남에 한강뷰 아파트 현관까지 밖에 못해드렸는걸요. 그리 좋아하시면......”


김민석 법사도 왜 저러냐며 미친놈 보듯 주비서를 바라봤다.

아마도 주비서가 신난 건, 본인이 바라는 저승문으로 가는 길을 내가 몇 미터 닦아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모녀의 한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사님?”

“영업 기밀.”


사실, 김민석 법사가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아까 고객의 집에 들어 서기도 전에 온 집안에 다른 잡귀들이 절대 침범할 수 없도록 잔뜩 막아놓은 걸 알 수 있었다.

초현실의 범위이기에 김민석 법사가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어 말을 아낀 것이다.

감으로 느껴지는 걸 증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원숭이는 무언갈 토로하고 싶어했고, 다른 강아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학대의 정황이 아니라 무언가를 본 녀석들이 잔뜩 얼어있다는 걸.


그리고 남편은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었지만, 강하게 모녀를 바로 잡고 싶어 떠나지 못하는 영 때문에 버티고 있었다.

내게 보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입모양을 씰룩 거릴 때 알아챘다.

인사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리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쐐기를 박았다.

여기 저기에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그렇게 현대적이고 이국적인 인테리어 사이사이에 조선말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물건들이 사이사이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들 사이에서 묻어나는 그리움들.


당연히 굿을한다고 해서 이렇게 한맺히고 강하게 그리워 하는 영들을 마구잡이로 보낼 수 있을까?

유령대소동처럼 마치 하나하나 헌팅하듯 잡아서 보낼 문제였다면 고객은 내게 매달리지 않았을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선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


며칠간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잠잠했다.

여전히 법당의 대기 리스트는 미어터졌지만, 바쁘다고 무조건 힘든 건 아니니까.


그런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한도안 머리 좀 아프겠군.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일찍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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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6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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