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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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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34

작성
22.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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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DUMMY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비몽의 판윤미 대표와 대치 상태에 있었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판윤미 대표와는 답답해서 그렇지 그리 힘들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히 기가 빨려들어가는 기분.

분명 오전에 피바다와 상큼하게 데이트하고 기분 좋게 들어와서 직원들과 싸우긴 했어도 기운이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컨디션만은 최상이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운 때문에 법당에 앉은 보료에 눕고만 싶었다.

고객은 지금 당장 내 앞에서 대성통곡이라도 할 태세다.


“제가 모시는 신께서 거부를 강하게 하고 계신 탓에 저는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신을 볼 수는 있고?”


상당히 앳된 얼굴을 하던 고객은 순간 나와 고객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로 올라설 듯 나를 강하게 쳐다보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누가 봐도 내가 상당히 밀리는데, 주비서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


“신을 볼 수도 없다 생각하시면서 대체 왜 저한테 굳이 집안의 퇴마를 맡기시는 겁니까?”

“그건......”


대놓고 묻자 고객은 다시 다소곳한 얼굴과 태도를 하고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결국 도사님 말씀대로 됐어요.”

“저요? 다른 도사 아니고 저 말씀이십니까?”

“도사님께서 지금 아이는 사춘기가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따님이 보인다. 이상하다...라고.”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아무리 여자의 눈동자를 응시해도 도통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말한대로 돼? 자퇴하고 무슨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저희 아이는 그때까지 아무런 의식도 없었어요. 정신과, 뇌신경학과, 전국의 용하다는 무당집들까지. 안 다녀 본 곳이 없었어요.”

“......”


대화를 들으면서도 나는 계속 고객의 눈을 응시했다.

와하하.

진짜 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안 보이는데, 내가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다는 거지?

결단을 내려야했다.


“고객님.”

“네?”

“오늘은 아닙니다.”

“저희는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있어요.”

“내일 아침 7시에 뵙겠습니다.”

“네?”


파격적이다.

아침잠이 많기 때문에 나는 절대 VIP를 제외하고는 9시 이전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고객은 지금 당장 어떻게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소름이 돋지?


“그럼 꼭 뵙겠습니다.”


당장 날 잡아먹을 듯이 책임지고 자신의 모녀 일을 해결해 달라던 고객은 순순히 물러났다.


“여기.”

“오늘 복채는 안주셔도 됩니다. 되레 제가 시간을 빼앗은 형국이니.”

“아니요. 정확하게 도사님과의 시간엔 대가가 오가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내 고객들이 가끔 먹튀하고 소란 피우려 할 때 내가 하는 소리다.

내가 아무말 못해준 게 아니라, 당신이 문제다 하는 투의.

어찌 보면 거만하고 도도한 박수의 자존심이랄까.

함부로 내 시간을 축내는 자는 다시는 이 법당에 들어오지 못한다 엄포를 놓는다.

신성한 법당이 유지되는 비결은 당신네들이 내게 건내는 복채 봉투니까.

하지만. 여기서 더 골치가 아파졌다.

늘 하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뇌가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고객들한테 이렇게 싸가지 없는 태도를 늘상했다간 당장 밥빌어먹기 십상이지.

보통 이런 말을 들을 정도라면 고성이나 사건 하나가 오갔을 법한테 이 고객에게 전혀 기억이 없다.


고객이 나가고 나서 옆에서 아무말 않던 주비서는 봉투를 낚아채고는 훅 불어보더니, 깜짝 놀라 떨어뜨렸다.


“왜 그래? 뭐 무서운거라도 봤냐?”

“보...보세요.”


귀신이 저렇게 나오니 괜히 나도 덩달아 무서워졌다.

천천히 봉투를 열어보고는 그대로 주비서를 노려봤다.


“장난하냐? 그냥 수표잖아.”

“애...액수를 보세요. 도사님.”

“액수?”


주비서 말대로 수표를 다시 보니 깜짝 놀랐다.

고작 30분 상담에 오천?

나도 돈을 좋아하는 속물중에 상 속물이긴 하지만, 이건 아니다.

그래. 기대감에 오백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라 치자.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오천?


“넌 뭔가 보이지 않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말씀드리지만, 귀신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전 그냥 잡귀에요. 저승을 왜 못갔는지 조차 모르는 그냥 한이 맺힌 잡귀. 잡귀가 귀신의 세계를 모두 알고 있으면 참 좋겠지만......”

“짧게 줄이면?”

“안보여요.”

“그말을 길게도 한다.”


띠이이 --


“말씀하세요 도사님.”

“5년 이내 기록에서 오늘 온 고객 번호에 해당하는 자료 모두 뽑아오세요.”

“예.”

“잠깐, 고객은 나갔지?”

“응. 근데......아니다.”


잠시후 김민석 법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없어.”

“없다니?”

“5년된 기록이 하나 있긴 한데......”

“그럼 그걸 가져와야지.”

“핸드폰 번호만 있고, 아무것도 없어.”

“너 아까 나한테 하려다 만 얘긴 뭐야?”

“그게......”

“같은 얘기 두 번 안하게 좀.”

“실은 엘레나가 그 여자랑 낯이 익다고 해서.”

“윤실장이?”

“엘레나가 신엄마라는 사람 밑에서 오랜 시간 따까리 했잖냐.”

“그렇지. 그런데?”

“이 여자를 거기서 본 거 같다고 하는데.”

“하는데 왜?”

“2년전인가? 자기 돈 내놓으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다는 거야.”

“잘못 본 건 아니고?”

“잘못보기가 힘든게, 워낙 동안이잖아.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저렇게 20-30대처럼 보이기가 쉽지가 않잖아.”

“요즘 현대 의학이 웬만한 갱생수준이라 그건 패쓰.”

“아니지. 그래도 많이 이상한게, 너 그여자 손 못봤지?”

“손?”

“손은 거의 70대 할머니 수준이었어.”


나는 다시 한 번 주비서를 바라봤다.


“몰라요.”

“아무말도 안 했다.”

“그래도 몰라요.”

“너도 눌린 건 아니고?”

“하여튼 전 몰라요.”

“왜? 그 여자 한을 풀어주면 너한테 뭐가 좋은데?”

“저한테 좋은 게 뭐가 있겠어요? 다 우리 도사님 지갑 두둑해 지시라고.”

“일단 김민석 법사는 나가 봐. 뒷 고객들도 있으니까.”

“그래.”

“참, 아까 내가 주비서 혼내는 소리가 그렇게 컸어?”

“무슨 소리?”

“그 고객 들어오기 전에 말이야. 우리 얘길 다 들었다던데?”

“꿈꿨냐? 그 아줌마 늦게 들어와 미안하다면서 헐레벌떡 들어온 거였는데?”

“무슨 소리야? 니가 직접 문까지 열었잖아. 한참 기다렸다고.”

“점점? 배고프냐? 너 가끔 배고프면 헛소리 하더라. 어떻게. 다음 고객까지 시간이 있는데, 뭐라도 좀 줘?”

“됐어. 나가봐.”


김민석 법사가 나가고, 십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주비서는 웬일로 가볍디 가벼운 주둥아리를 무겁게 닫고는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차라리 귀신을 속여.”

“귀신끼리는 그런 거 않죠.”

“네가 속물이긴 해도, 이렇게 큰 돈에 환장할 정도는 아니지. 막말로 명품을 좋아하길해. 아니면 스포츠카에 관심이 있길해?”

“저야, 우리 도사님의 사리사욕 축적에 관심이 많죠.”

“개소린 거기까지만 하자. 뭐야?”

“하아. 이것도 일종의 천기누설인데......”

“그럼 난 내일 7시에 법당이 아니라 내 침대위에서 쿨쿨 퍼자고 있을 텐데?”

“내가 가진 한의 무게만큼 다른 귀신의 한을 풀어주면 저승에 갈 수 있어요.”


게임에서 퀘스트 달성하는 것도 아니고, 뭐만큼 뭐를 한다고?

그럼 이 새낀 여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감지했음에도 날 이용한건가?


“알고 받았지?”

“다 알진 못한다고...”

“그래. 계속 알지 못하든가.”

“느낌만 받았어요. 느낌만.”

“그럼 그렇지. 저 여자 뭐냐? 너같은 귀신이야?”

“사람.”

“그럼 저 여자 딸은?”

“사람.”

“그럼 저 여자 집엔?”

“믿어줘요. 정말 몰라요. 그냥 전화기 넘어로 느낌만 왔다구요.”


어쩐지. 모처럼 편안하게 피바다와 데이트를 즐기도록 둔다했다.

평소엔 피바다와 데이트하는 날엔 보통 십분에 한 번씩 전화를 하는 놈이다.

오죽하면 피바다가 주비서가 날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니까.

아, 대여섯 시간은 떨어져 있어도 괜찮다며!

거의 안하무인 격으로 걱정하는 문자, 고객 관련 전화, 법당 인테리어 관련 카톡.

퓨처 컨설팅엔 엄연히 매일 회의가 있다.

회의때 해도 될 말을. 지가 뭔데 매 십분 마다 보고와 걱정의 연락을 하냐 말이지.

그런데 오늘은 편안하게 놀도록 뒀다는 건, 지가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였겠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주비서보다 내가 먼저 저승가는 게 쉽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기운이 없더니, 순식간에 다시 살아났다.


다행히 남은 두 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혼관련 상담과 수능관련 상담이었다.

게다가 근미래도 웬일로 그렇게 술술 풀리게 보이는지.

매일 이런 손님들만 있으면 편안하게 돈 벌겠다 싶을 정도였다.


***


“내일은 아침10시부터 강북에서 미팅이 있습니다.”

“오전 7시에 강남에서 잠깐 미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몇 시?”

“아침 7시.”

“부도사님?”


나는 주비서의 얼굴을 바라봤다.


“부도사는 강북에 먼저 가 있지?”

“아닙니다. 저의 최우선 업무는 도사님의 어시스턴스 아니겠습니까. 함께 하겠습니다.”


어시스턴스가 아니라, 감시겠지.


“김민석 법사는 바로 강북으로 9시까지 출근하면 되고, 윤실장은 아침 10시까지 강남으로.”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저도 7시까지 올까요?”


빈말이다.

그냥 의미없이 한 말.


“그럼 그렇게 하십시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죄송하네요. 그럼 윤실장은 아침 7시 전에 스탠바이 부탁해요.”


최대한 웃지 않기위해 엘레나 윤의 눈을 피했다.

얼마나 속으로 군시렁 군시렁 거리겠는지, 안봐도 안들어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엘레나 윤을 부르는 이유는 하나다.

이미 신엄마라는 사람과 그 고객이 한 판 붙는 걸 봤으니, 대처도 빠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고 김민석 법사와 엘레나 윤은 바로 퇴근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이 하세요?”

“지금 이상황에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나간 놈이지.”

“이거라도 드시면서 하세요.”

“웬일이냐? 라면 귀신이 초밥에 우동이라니.”

“라면 귀신 말고, 매니아. 매니아라고 해주시죠.”

“뭐가 됐든.”

“도사님 심기건드렸다가 괜히 완전히 쫓겨날까봐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나마 국물 중에 냄새가 덜날만한게 우동이기도 하고.”

“메뉴 초이스 굿.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냐?”

“일단 드시죠.”


든든하게 배라도 부르면 뭐가 좀 생각날까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돌파리가 됐든 뭐가 됐든, 엘레나 윤이 신엄마로 뒀던 여자는 업계에서 꽤 유명하다.

뭐 실제로 점괘 때문이거나 퇴마를 해서라기 보단 7할은 유튜브 덕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업계에서 버티는 건, 내가 써먹듯 남의 얘기 조금 듣고 시나리오써서 대충 부적이나 굿으로 연명하는데에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단 뜻이다.

그렇다면, 아까 왔던 고객은 대체 왜 거기까지 가서 돈 내어 놓으라고 난동까지 부린 걸까.

퓨처 컨설팅엔 5년전에 왔었고.

그 사이 다른 곳까지 다녔지만, 해결이 난 건 없다는 뜻.

보통 사안은 아니다.

무당을 찾아가 난동을 부릴 정도의 깡다군데, 나에겐 별로 얻어간 것도 없을 텐데, 30분에 오천을 내고 간다라......

머릿속이 복잡한 나머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띠이 --


“도사님. 예약한 고객님 오셨습니다.”

“들여 보내주세요.”

“예.”


드르륵 문이 열리자, 어제의 고객이 쾡한 눈을 하고 법당으로 들어셨다.


“어서 오세요. 류지혜씨.”


작가의말

여기저기서 행복의 기운이 팍팍 솟구치는 봄날 되시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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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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