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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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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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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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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의외의 멤버1

DUMMY

4 의외의 멤버1



해리성 인격 장애.

쉽게 말해 엘레나 윤은 신병을 앓는게 아니라 다중 인격이다.

나는 이런 부류를 성격적인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안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인격이 있다하면 의당 귀신이라 보는 편이 편할 테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는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에 얽매이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퓨쳐 컨설팅에선 일년에 많아야 한 둘 정도 만나게 되는 환자들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 세계에 꽤 많은 퇴마사나 무당들이 자신들이 귀신이 들렸다 착각하고있을지 모른다.


엘레나 윤의 이름은 윤복진이다.

어렸을 때,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거기서도 역시 학대를 받게 됐다.

타인을 학대하는 게 정당화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엘레나 윤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

부모에겐 최대한 여리고 보호본능을 이끌어내고 싶었을 테고, 보육원에선 미친 욕쟁이 할머니의 폭력성을 빌었었다.

그리고 공장 생활을 하면서는 본인이 남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게 싫어서 있는 척에 똑똑한 척까지.


그녀의 눈빛에 모든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불러 들여온 귀신이 부자로 만들어줄 거란 믿음은 허상입니다.”

“도사님이나 신어머니는 제 롤모델이세요.”


어쩌나 이 여자는 두 사기꾼을 롤 모델로 삼게 됐을까.

나는 귀신을 보지 못하는 사기꾼.

그리고 그 신어머니라는 사람은 그냥 사기꾼.


“롤 모델은 중요한게 아니죠.”

“무슨...말씀이신지...?”

“돈이죠.”

“그야, 뭐 두 분처럼 용하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거 아니겠어요?”

“순서가 틀리죠. 저는 능력이 있고서 돈이 굴러 들어온 사례고, 엘레나 윤이 바라는 모델은 전후 순서따윈 중요하지 않은 돈. 그냥 딱 돈이면 되는 거니까.”

“제가 돈 때문에 있지도 않은 귀신 타령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엘레나 윤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막말로 신내림 받는다 치자.

그렇게 자신 있다면 사채라도 끌어다 투자하고 뽑아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스스로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인격들의 존재를.

무엇 보다 이 세계에 대한 되지도 않는 동경을 하고 있다.

신을 받은 무당들이 모두 성업하고 있을 거란 생각.

사람 상대하는 일인데 그냥 점집이라고 간판만 내건다고 손님들이 바글바글하진 않는다.

점보러 온 고객들의 대부분은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봐 주길 원한다.

그걸 용하다고 생각하는 거고, 입소문도 그런데서 나오는 거니까.

결국은 영업이 절반이상이다.

한 번 온 고객이 또 다시 찾지 않는 점집은 수년 내지는 수개월 내에 반드시 망한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시 본연의 상담으로 돌아왔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신경정신과를 방문하게 되도 뾰족하게 ‘이거다’하고 진단을 내리긴 힘들겁니다. 그런건 없으니까요.”


이건 영업이 아니라 사실이다.

대학에서 교양으로 심리학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한참 다중인격에 꽂히셔서 수업 중간중간 자신이 경험했던 다중인겨 사례를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나 역시 자꾸 이상한 증세를 보여 자세히 귀기울였었다.

결론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자아의 주체는 결국 나라는 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스로가 무너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내는 허상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라고 하셨다.


지금 엘레나 윤의 눈을 들여다 본 내 생각도 같다.

분명 눈이 서너개 더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심적으로 불안한 엘레나 윤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건 동일하니까.


“내일 김민석 법사가 오면 정직원 복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듣게 될 겁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회적 인정.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을 갖게 되면 정답이 보일 겁니다. 그리고 이건 직원 보너스.”


나는 부적 하나를 그려 주었다.

말이 부적이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그림이다.


“선택은 엘레나 윤의 몫입니다.”


남들처럼 눈물을 쏟아내지도 대성 통곡을 하지도 않았다.

어려서부터 자기 방어로 똘똘 뭉친 사람이기 때문에 대놓고 힌트를 줘도 섣불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돈문제나 이미 입사지원때 신내림 준비생이라는 걸 밝히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의 상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


다음날, 김민석 법사는 아침 일찍 출근했다.


“이번주는 쉬라니까 고집도.”

“아직 그렇게 식구들 모두가 모두 매달릴 상황은 아니야. 다행히 방법이 있는 상황이고.”

“너 이쪽으로 출근하는 거 어머니 노발대발 하지 않으셨냐?”

“원래 엄마들이 보고 싶은대로 보시잖냐.”

“......?”

“너를 정신과 의사 정도로 생각하시던데? 본과 1학년 말에 자퇴한 걸 실은 모르셔. 그래서 어제도 의학적 진단 정도로 보고 계시더라고.”

“천만 다행이네. 그럼 여길 뭐라고 말씀드렸어?”

“경황이 없으시잖냐. 법당은 컨셉이고, 심리 상담소라고.”

“그래. 몸도 안좋으신데 그렇게 알고 계시는 게 좋지.”

“솔직히 어디가서 이런 연봉 받기도 쉽지는 않지.”


아침에 간단히 회의를 하면서 엘레나 윤과의 일을 말해주었다.


“나야 좋지만, 굳이?”

“잘 가르쳐 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잖냐. 오래 걸리긴 해도 기다려 보면 영업의 신으로 변모할 테니까.”

“영업의 신? 그건 너의 영역 아니냐?”

“글세 기다려 봐. 아마, 자신의 자아들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될 거야. 생활에서 안정을 찾게 되면 지금의 바탕에 가장 강하고 액티브한 자아로 거듭날 거거든.”

“이건 의학적인 견해냐? 아니면 ......”

“후자.”

“오, 그게 보였단 말이지? 좋아. 직원 복지를 들으면 깜짝 놀라겠네.”


나름 김민석 법사 직원 한 명일 때도 친구사이였기에 오히려 더더욱 직원 복지와 내규에 대한 건 철저하게 마련해 두었다.

그래야 추후에도 서운하네 마네 그런 말이 안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참 오늘 오후엔 출장이 있어.”

“또 시즌이 됐구만.”

“이번엔 캐스팅 후보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는데, 그래도 신중하고 싶다던데?”


***


퓨쳐 컨설팅 VIP중에 드라마 영화 제작사 사장이 한 명 있다.

대기업 3세인데 튼튼한 자금력으로 초창기부터 승승장구해온 사람이다.

물론, 그 뒤엔 내가 있었지만.

이번에 해외 플랫폼과의 합작으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싶어서 일일이 배우들과 작품과의 궁합을 봐달라는 요청이다.


“아이고, 도사님. 전보다 더 멋있어 지셨습니다. 누가 보면 저희 회사에 오디션 보러 온 배운줄 알겠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뭐 보기만 하셔도 척척 맞추시겠지만, 그래도 참고하시라고 저희 시높시습니다.”

“법당 법사님을 통해서 이미 받았습니다. 영화 규모가 상당하던데요?”

“그러다 보니, 거의 돈먹는 하마같습니다.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진행하는 거라. 제가 신중하고 싶어서 어렵게 모셨습니다.”


제작사 사장은 배우들과의 회의를 빙자하여 나를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앉혔다.

일부러 옷도 법복이 아닌 수트를 착용했다.

최대한 지주 회사의 자금 이사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눈을 들여다 봐야 상태를 알 수 있기에 이런 회의를 빙자한 상담이 쉽지 만은 않다.

나는 미리 받은 명단과 사람들을 일일이 대조하며 최대한 눈을 관찰하려 애썼다.

그런데 싱글생글 웃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직원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배우들 명단에 없는 걸로 보아 자체 직원일 텐데.

어떻게 본사에서 나온 자금 이사를 저렇게까지 빤히 바라보며 연신 웃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예?”


나를 보며 웃는 직원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옆에 있는 송민수 배우가 답했다.


“아닙니다.”


배우들의 눈을 들여다 보니, 비교적 근미래에 작품으로 웃음들이 만개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송민수와 그 옆에 있는 직원은 작품과 상당히 멀어 보였다.

송민수는 특히 조만간 스캔들이 터질 예정이고, 생각보다 스캔들의 규모가 내연 관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러운 비리와도 연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직원은......


회의를 빙자한 배우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제작사 사장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도사님. 아까부터 얼굴이 좋지 않으십니다. 혹 배우들 중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배우들의 연기는 하나같이 저같은 사람이 뭐라 평하기 힘들 정도로 작품과 잘 맞습니다.”

“하하하하. 그렇죠? 제가 이래봬도 천만 작품 두 개를 보유한 제작사 대푭니다. 하하하하. 감독이랑 한 달이 넘도록 본 오디션입니다. 하하하하.”


제작사 사장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 작자가 말하는 천만 영화의 주인공들도 내가 최종적으로 좋다고 했던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나의 말과 표정에 대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도사님 그럼 이제 칭찬 말고. 본 게임을 하셔야죠.”


능구랭이같은 제작사 사장은 나의 의중을 간파한 듯 했다.


작가의말

한가롭고 편안한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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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4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6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3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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