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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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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7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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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석연치 않은 인연3

DUMMY

15. 석연치 않은 인연3



점을 보러 온 건지. 아니면 괜히 신경전을 벌이고 싶어서 온 건지.

한참이나 스무고개하듯 말을 주고 받았다.


나는 속이 뒤집어져 환장할 거 같은데, 판윤미대표는 나의 스무고개 멘트가 나갈 때 마다 표정의 변화가 격렬했다.

분노한 듯 하면서도 속시원한듯한.

다른 고객들 같았으면 만족한 표정이 나올 때까지 입안에 든 혀처럼 최대한 비위도 맞추고 상승과 하강곡선을 타며 메쏘드 연기에 임했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묘하게 거보F&C와 연관된 비몽의 판윤미대표가 어쩌면 주비서 죽음에대한 열쇠가 될지 모른단 생각에 내 나름의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처음 내게 나타났을 때부터 거보F&C에 대해서 노래를 불렀던 주비서가 판윤미대표 때문에 그렇게 무너질 수가 없는 것이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손도사님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는 단골이 되겠습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과찬이십니다.”

“제가 제 입으로 아킬레스건을 터놓고 말씀드리게 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역시 다르시네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속까지 뻥 뚫렸는지 알 수 없지만, 흡족하다니 다행이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고, 내게서 적어도 오늘은 더 듣고 싶은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적당히 상담을 마무리 하려는데, 더 진행하지도 그렇다고 선뜻 일어나지도 않았다.


“미련이 아니라 욕심이 생기셨군요.”


이걸 해석하면 웃기는 건데, 얼른 나가주세요. 라는 의미다.


“맞습니다.”


하아. 또 이런.

대화를 하면 할수록 흥미진진한 사람이다.

이럴거면 속시원히 까든가.

대충 찍어서 말을 하자니, 아까 독사처럼 내 눈을 응시하는데, 순간 밀릴 뻔 했다.

이런 눈빛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승승장구 하는건지.

살벌한 듯 애절한 듯.

어렵다.

차라리 이럴 땐, 의대시절처럼 빡세게 암기해서 정답을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계속해서 심리테스트하듯 성격테스트하듯 요리조리 농담따먹기같은 시간을 보내더니, 마지막에 한 마디 더 했다.


“도사님이 어디서 무슨 말을 어떻게 듣고 아이 말씀을 꺼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하구만.


“그런데, 이 안에서 나왔던 모든 말은 뭐 알아서 하시겠지만 누구에도 흘러들어가선 안됩니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마 나가시는 동안 잊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제가 보는 영이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더더욱 다행입니다. 제 비서를 통해서 다음 예약을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귀한 말씀 듣고 싶지만,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판윤미대표는 마치 내게서 목사님 설교말씀이라도 듣고 나가듯 공손하고 깍듯하게 최대한 오늘 나와 했던 대화를 곱씹듯 하고 나갔다.


한참을 지나서 나는 로비로 나가보았다.


“야야야. 주비서는?”

“저요?”


괜히 걱정했다.


“회사에서 라면 먹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나?”


주비서 저 자식은 오늘부로 귀신딱지 떼야 한다.

걸신이라도 들린 건지.

인간보다 더 쳐먹는다.

걱정이 돼서 판윤미 일행의 차가 멀리 사라지는 걸 CCTV로 보고서 부리나케 튀어나왔구만.

그 새 라면을 쳐먹어?


“오늘 손님 땡 아닌가요?”

“아니 손님이 땡을 하든, 뭐를 하든. 법당까지 라면 냄새나면 싸구려처럼 보인다고 했냐 안 했냐?”

“도사님. 거 식품으로 억을 주무르는 거보 사람들도 라면에 환장합니다.”


나는 순간 얼음이 되어 주비서를 바라봤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는 너는 진정 대단한 정신승리자다.


“주비서는 양치하고 법당으로 잠시 들어와봐. 김민석 법사는 근무 시간에 내가 지정한 근무지 이탈은 피하도록 하고.”

“무슨 소리야? 도사님이 꼭 가야 한다고 했다며?”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주비서의 소행이 분명하니까.


“그랬나 보다. 요즘 나이를 먹어 그런가 깜빡깜빡하네.”

“점점?”

“미얀. 오늘은 퇴근해. 내일 일찍 나오는 거 잊지 말고.”

“미안 할 거 까지야. 그럼 나 간다.”

“그래. 운전 조심하고.”


자신이 죽기 전까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놓고.

어떻게 거보 사람들이 라면에 환장했다는 거 까지 알까?

아까 겪은 일 때문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주비서에게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라면 그릇이랑 말끔하게 치웠어?”

“걱정을 마세요. 다 치우고 쓰레기 봉지까지 밖에 내다 놨습니다.”

“몸은?”

“보시다 시피요.”

“아까는 왜 그랬던 거야? 너 지금 보니까 김민석 법사도 일부러 내 핑계대고 강남으로 보낸 거더라?”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한데, 법사님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장가라도 가시라고 재롱 좀 부려 본 거죠.”

“재롱같은 소리 하네. 너 엘레나 윤이 무당 수업 받던 건 알고 얘기 하냐?”

“알죠. 그런데 김민석 법사님 어머니는 강권사님은 회개하고 돌아온 어린 양을 더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하루 만나놓고 깊은 대화를 나눴네?”

“그런데 그게 궁금하신게 아니잖아요?”


꼭 이런다.

다 알면서 빙빙 둘러서는 급발진으로 만들어 놓기.


“그냥요.”

“알아듣게. 두 번 질문 않도록.”

“죽고나서 잠을 잔 적도 없지만, 꿈을 꾼 적도 없어요. 당연한가? 그런데 도사님께서 비몽이랑 비몽 관련 주요 인사 조사하라고 하셨을 때, 판윤미대표의 얼굴과 각종 동영상을 봤는데, 이상한 장면이 훅 지나가는 거에요.”

“이상한 장면이라니?”

“용한당 기억하시죠?”

“알지. 내가 거기서 일어섰는데 모를까?”


용한당은 동네 중에서도 그리 세련되지 못한 곳이다.

허름한 삼십년 이상된 빌라가 많은 동네.

내가 있던 용한당 말고도 한 빌라 건너건너에 점집이 즐비하고, 동네엔 어린 아이들보다 노인들이 많은 곳.

그런 동네에 어린 내가 박수무당으로 와서 무척 신선하다 소리까지 듣던 그런 곳이다.


“판윤미대표를 용한당이 있던 그 집에서, 그리고 그 동네 카페에서 만났던 장면이이었어요.”


소름이 돋았다.

온몸에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자동차도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런 동네를 오는 것도 좀처럼 있기 힘든 일이지만, 왜 하필 그곳에서 주비서를 만났던 거지?


“그냥 우연의 일치 아냐? 귀신들이라고 다 맞냐?”

“다 맞진 않은데, 이렇게 훅 지나간 것도 처음이라서......아까 보셨죠? 제 이마를 짚어주는데, 묘하게 서늘했어요.”

“서늘?”

“분명 저를 보는 눈빛, 표정, 손길 하나하나 진심으로 따뜻했단 말이에요. 전 헤어진 엄마를 만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온몸에 한기가 도는 게 마치 지금 당장 판윤미대표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도저히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에서 짜둔 판도 다 무너져 버렸으니까.

그런데 아까 분명 판윤미대표는 아이라는 말을 했고.

죽은 것 같진 않았다.

언뜻, 얼핏, 이제라도 찾아오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받겠군요. 연내엔 힘들고, 적어도 제가 있는 동안엔.”

“그건 또 무슨 개뼉다구같은 말이야?”

“문턱이 닳도록 올 겁니다.”

“너 뭔가 기억난거야?”

“아뇨.”

“또 귀신의 촉?”

“빙고.”

“혹시 네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네 어머니나 숨겨진 인연 뭐 이런 거 아닐까?”

“아닐걸요?”

“......?”

“말씀드렸잖아요. 아까 제 이마를 짚어줄 때,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구요.”


포기.

오늘 뭔가를 알아내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도통 뭐가 보여야 말이지.

대신 이 녀석이 있는 동안 VVIP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니, 나름 복덩이네 복덩이.


처음 마음가짐 그대로, 나는 나의 일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형사가 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가 딱 잡히는 일도 아닌데, 열 올려서 고민해 봤자 골치만 아프다.

인생 뭐 있나 그저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면 땡이지.


***


“엄마가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나 주말엔 좀 자야 한다니까.”

“샵 예약해 놨어. 일단 나가자.”

“샵? 나 머리자를 때 됐나?”

“미용실도 미용실인데 너 옷도 맨날 그 한복만 입으니까 너무 노티나.”

“갑자기? 한복은 일종의 유니폼이지. 집에선 이렇게 입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밖에서 어린 놈이 한복 입고 도사님 소리 듣는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에이. 억장까진 아니지. 덕분에 엄마도 한강뷰 아파트에 사시면서.”

“어쨌든 아들. 오늘은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자.”

“우리 솔직해 집시다. 몇 살이야?”

“진짜 박수 다 됐네. 그게 보여?”

“보이긴 뭐가 보여. 엄마가 아침부터 도사 때국물 빼고, 샵 예약하고 하면 백퍼센트지.”

“내가 너 박수라고 안하고,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 학업 직업 컨설팅해주는 컨설턴트라고 했어.”

“틀린 말은 아니지. 고객들 절반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사진 좀 보고 시큰둥해라.”


눈도 뜨지 않고 잠에 취해 적당히 말 받아치기 하는 나를 정확히 간파한 엄마는 사진을 들이밀었다.


“엇!”

“괜찮지?”

“괜찮다니. 완전 착한데?”


반 강제로 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맞선을 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당장 고객들 파악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선까지 보는 건 너무 사치 아니신가?”

“뭐래? 들리게 말해. 혼잣말이면 속으로 하고.”


혹여나 주비서가 초칠까봐 나는 최대한 엄마한테 마크를 부탁했다.

그렇지.

무릇 사람은 짝을 맞춰 살아야 하는 법.


최대한 노티와 박수무당티를 빼고, 댄디한 차림으로 약속한 호텔로 향했다.

그런데......낯이 익은 두 사람과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었다.


“맞으시죠?”

“예?”

“손은수 도......”

“아. 하하하. 예.”


혹여나 도사라는 말이 나올까봐 얼른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그런데 왜 이곳에 이 두사람이 있는 거지???


작가의말

행복한 오후 되십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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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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