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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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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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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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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정비1

DUMMY

16. 사업 재정비1


누가 거미줄급의 인맥을 가졌다 해야할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비몽의 판윤미대표와 드라마 제작사 사장을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딱 만난 것이다.

판윤미대표는 아는 척 하지 않았지만, 제작사 사장은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났다는 양 반가워해주었다.

오케이 접수.

판윤미대표의 의중을 알아챘기에 나는 제작사 사장이랑만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셋만 있었다면 아마 거기서 어쩌구 저쩌구 더 많은 이야길 했을 텐데.

오늘따라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은 탓에 나는 약속한 층에서 바로 내렸다.


“좋은 인연 만나러 가시나 봅니다.”

“예?”


법당에선 절대 당황한 적이 없는 철갑 인두껍을 자랑하는 나였지만, 괜히 공공의 공간에서 무속인인걸 들킬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선보러 간다고 써 있습니다.”

“아.....그게......”

“하마터면 저희 자회사 엔터테인먼트쪽에서 영업하라고 명함이라도 내밀뻔 했습니다.”


그럼그럼 그래야지.

아침부터 때빼고 광내고.

심지어 얼굴에 최대한 꾸미지 않은 듯 하게 살짝 메이크업까지 하고 왔다.

돈들인만큼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어랍쇼.

이 두사람도 나랑 같은 층에서 내렸다.

판윤미대표야 나랑 엮이고 싶지 않아하는 표정이었지만, 제작사 사장은 장난끼가 발동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날아다니는 주둥아리란 별명까지 돌겠나.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저희는 식사를 하러 온 거라.”


나이스.

듣던중 다행이다.

그 둘과 헤어지고 카페로 들어서려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둘이 못해도 띠동갑은 될 텐데.

대충봐도 너무 다정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한테 의뢰가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니, 다정하든 살림을 차리든 상관없는 일이겠으나, 이상하리만큼 그쪽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원래 남의 일, 특히 불륜이 재미있기 마련이지만, 그것 이상의 묘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인간적으로 다른 무당들은 귀신이 와서 미래도 말해주고, 사람들 보면 일일이 뭔가 보인다고 한다.

얼마나 편해?

나는 귀신이라고는 심약하고 외모가꾸는 거 밖에 모르는 라면 귀신 주비서가 최선이니...

하아. 불평을 말자. 그래도 이 자식 덕분에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값은 벌게 된다하니.

긁어모으기 전까지 귀신보단 심리학 책들에 의지하는 걸로.


***


주말 교통 사정 때문에 만나기로 한 맞선녀는 상당히 늦게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헐레벌떡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대충 카페 안에서 선을 볼만한 연령대의 남자가 나혼자였기에 여자는 내 쪽으로 냉큼 달려왔다.


이런.

나는 속물이다.

아니라고 그렇게 부정하며 살아왔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엄마가 보여준 맞선녀의 사진은 상당히 거짓이었다.

최근 사진이라는 게 대충 분위기만 보는 용도지.

당췌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알지. 충분히 알지.

그래도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정말 대강의 실루엣만 제외하고는 전혀 들어맞지가 않는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일부러 일찍 나왔는데도 차가 너무 밀렸어요.”


만나자마자 상큼하게 미안하다를 연거푸 말하면서도 숨을 헐떡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고 말할 뻔 했다.

오늘 처음 본 여자한테 마음을 홀라당 빼앗겨 버리다니.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이다.

뭘 안다고 이 여자의 외모만 보고 이렇게 설레나.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스며들 듯 알아가는 여자가 아니면 절대 마음에 두고 살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다만, 나의 남성적 호르몬과 대뇌가 펄떡거릴 뿐.


“저도 방금 왔습니다. 미안해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가 정말 막히더라구요.”


거짓말이다.

정확히 48분째 기다리는 중이다.

55분이 되면 욕을 된통 박고는 집으로 향하려던 참이다.

하지만 이 여자를 보는 순간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그쵸? 요즘 1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1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다더라구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말투.

딱 내 이상형이다.


“손은수라고 합니다.”

“바다에요. 성은 피씨구요.”

“바다.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얼굴도 몸매도 예쁘고, 이름 마저도 예쁘지만 성과의 조합이 조금 애매했다.

애 이름이 피바다라니.

뭐면 어찌하겠는가.

심지어 목소리가 대박이다.

딱 얼굴과 매칭되는 목소리의 주인공.


“심리 상담가라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저는 한명대학교를 다니다가 2년전에 중퇴하고 지금은 먹방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한명대학교요?”

“예.”

“저도 한명대학교를 조금 다녔습니다.”

“어머. 실례지만 과를 여쭤봐도 될까요?”


대답할 뻔 했다.

내가 실습갔다가 거품물고 쓰러진 걸 본 학생들이 워낙 많았기에 나는 차마 의대다녔다고 할 수가 없었다.


“워낙 인기없는 학과라...그러는 바다씨는요?”

“저는 의대 본과 2학년 다니다가 나왔어요. 영 적성에 안맞아서요.”


이래서 선견지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말했으면 백 퍼센트 지금쯤 나는 왜 내가 귀신이 들렸다는 소문을 달고 다녔는지.

왜 학교를 무턱대고 그만두어야 하는지 주절주절 설명하고 있었을 테니까.

심지어 학과까지 동일하다니......

나도 모르게 이 여자의 눈동자를 지켜보게 됐다.

아니지.

이건 아니다.

반칙이다.

사람의 눈을 보고 그 사람의 과거를 모두 미리 알고 만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눈을 피했다.

차라리 대화를 해서 풀어가자.


“주로 어떤 음식들을 드십니까?”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인데, 가성비 맛집을 찾아 다니는 편이에요.”

“제가 구독할게요.”

“어머 정말요?”


내가 속물임을 인정하고 하는 말인데, 어린데 명품같은 거 일절 두르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박하다.

그런데 먹는 것도 그렇다니 예쁜 애가 더 예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얼핏 잘 나가는 병원집 막내딸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그런 게 안 보인다.


피바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어마어마했다.

시작한지 1년 다 되어 간다는데, 무려 100.

백만이면 땡큐겠지만, 딱 100.

괜찮아 피바다. 오빠만 믿어. 오빠가 밀어 줄 테니.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오매불망 아들 잘 되기만을 바라고, 아들 위해 빌어주시는 어머니.

효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민석 법사의 호출만 아니었어도 나는 오늘 피바다씨의 집에 가서 결혼 승낙까지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헤어지기 전, 바로 다음 약속을 정했다.

피바다야. 우린 만나야만 한다.


***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덕분에 지금 쉬는 날 영업집에 온 거잖아. 대체 무슨 일인데 다 저녁 때 사람을 불러내? 야, 내가 주말엔 어지간해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도사님 진자 좋았나 보네. 중고등학교 때 연예인조차 좋아해본 적이 없는 놈이.”

“장난하지 말고. 나 지금 완전 분노한 상태라니까.”

“나도 어지간하면 널 부르지 않지. 그렇다고 평일에 이런 얘길 주저리주저리 하기도 그렇잖냐.”

“알았으니까 말 해 봐.”

“자기. 이리 나와.”


자기?

무슨 자기?

설마 정말 엘레나 윤이랑 결혼이라도 하려는 건가?

단 몇 초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즈음, 정말 엘레나 윤이 나타났다.


“둘이?”

“엄마가 얼른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남들처럼 가정 꾸리고 살길 바라셔서.”

“좋지. 좋은데, 그...뭐시냐 아셔?”

“말씀 드렸어. 그런데 엘레나가 워낙 어머니 마음에도 쏙 들고, 교회도 꼬박꼬박 나가겠다 하니, 날 잡자고 하시더라고. 외로운 여자기도 하니까.”

“결혼하면?”

“뭐 달라질 거 있냐. 지금처럼 계속 일하는 거지. 네가 딱히 폐업하지만 않는다면야.”

“내가 폐업하면 뭘 하겠냐. 그런데, 너나 엘레나 윤이나 같이 법당서 일하는 걸 어머니께서 계속 봐주신다고?”

“법당이 아니라, 퓨쳐 컨설팅 사무소지.”

“하하하하. 좋다 좋아. 그래서 언제 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지인들 모시고, 교회서 예배 드리려고.”

“혹시 몰라, 나는 축의금만 보낼게.”

“하긴, 그 때 왔던 동네 아주머니도 오실 거 같으니까. 참, 여기 온 뒤로 두 분이서 같이 등산 다니신다더라. 또 예약 잡아달라는 거, 핑계대고 내년으로 미뤘다. 동네에 소문날까봐.”

“잘 했어.”


주비서가 ‘거 봐라’ 하듯 날 바라봤다.

결혼은 김민석 법사가 한다는데 신기하게 내가 뭔가 크게 책임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오지랖인가?


나, 김민석 법사, 엘레나 윤 사무장.

이렇게 셋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제대로 판을 벌여야만 한다.

지금처럼 계속 손님들이 손님들을 몰고 오는 판이 지속된다면 기본 영업은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가진 심리학적인 지식과 판단력으로 버티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지만, 주비서 말에 의하면 나를 따라 다니는 영이 있단다.

문제는 따라다니기만 할 뿐.

실체도 없고, 본 적도 없고,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바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김민석 법사가 할 수 있는 영역, 그리고 엘레나 윤이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김민석 법사와 엘레나 윤을 보내고 나는 한참이나 법당에서 사업구상을 했다.


“뭘 그렇게 고민해요?”

“지금까지는 내가 반은 말빨로 버텼잖냐. 그런데 점점 VVIP들도 늘고, 이제는 제대로 갖추고 일을 해야 할 거 같아서 사업 제정비를 하는 거지.”

“망설일게 뭐가 있어요? 딱딱딱딱 정해져 있구만.”

“여기 그런게 보인단 말이야?”


사실 고민만 했을 뿐, 백지에 우리들 이름 말고는 하나도 넣지를 못했다.


“부도사 주형태?”

“인간적으로 도사 직함을 가져도 제가 가져야 하지만, 그 동안 해오신 게 있으니, 부도사 정도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넌 뭘 할건데?”

“저는 제대로 보잖습니까.”


주비서가 하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귀신이라 함은 지극히 정해져 있다.

시쳇말로 나대기 좋아하는?

나타나기 좋아하거나 한이 많아서 정말 지금 당장 내가 뭔가 해주지 않으면 미쳐 날뛸 수 밖에 없는 부류?

하지만, 주비서는 여전히 심장이 뛰지 않는 귀신이다.

주비서의 손은 차갑기가 얼음짱같고, 맥은 전혀 없다.

귀신의 한이 깊으면 인간처럼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주변에 그런 귀신들이 종종 있는데, 인간들은 모르고 지나칠 뿐이라는데,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도 영업을 하시겠다?”

“빙고.”

“한 곳에 두 도사는 안돼.”

“하지만, 도사님 없이는 저도 안됩니다.”

“너 멘트가 살짝 듣기 거북핟?”

“맞선도 보고 오신 분이 무슨 그런 야릇한 생각을 하실까. 그런게 아니라, 도사님이 오랜시간 부재하시게 되면 저는 기운을 받을 수가 없단 말입니다.”

“이런 흡혈귀같은 놈을 봤나.”

“흡혈귀라 하기엔 가져다 드리는 게 많잖습니까.”


주비서랑은 이렇게 말장난 시작하면 몇 날 며칠도 가능하기에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다.

분명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으로 영업에 뛰어들려 하는 건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도 생각하는 바가 있다.


“좋다. 김민석 법사, 엘레나 데이터 수집 실장, 주형태 부도사. 탕탕탕.”


작가의말

날이 제법 꾸물거립니다. 우산 챙기십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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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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