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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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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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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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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DUMMY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떠오르지 않아 결국 법당에서 자기로 했다.

법당이라고 해도 흔한 무당집 법당처럼 생기지 않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자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뛜렐레레--


“엄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오랜만에 아들 목소리 듣고 잘려고 그러지. 집이야?”

“아니. 회사.”


엄만 법당보다는 회사라는 단어를 훨씬 좋아하신다.


“칼퇴근이 원칙이라며 갑자기 왜?”

“오늘 회사에 어려운 손님 하나가 와서.”

“왜? 뭐가 잘 안풀려?”

“앗. 엄마.”


엄마와 통화하면서 느낀건데. 5년전이면 엄마가 법당 일을 도와주실 때였다.

초창기엔 무섭다고 안오셨지만, 아파트 한 채를 떡하니 안겨드림과 동시에 무서움과 선입견 따윈 날려 버리셨다.


“왜왜왜? 뭐가 그렇게 갑작 스러워?”

“엄마 아직도 기억력 좋지?”

“야, 엄마가 딴 건 몰라도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지. 아직도 느이 아부지랑 처음 방귀 튼 날까지 기억하는 거 몰라? 그건 그렇고 왜?”

“엄마. 혹시 5년 정도 즈음에 법당에서 어떤 여자가 난동 부린 거 기억나? 아니다. 난동까진 아니더라도 환불 관련된 일 같은거.”


세상에 돈 싫어할 사람 없겠지만, 우리 엄마도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돈을 사랑하신다.

엄마가 있는 동안 환불 사건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있다해도 엄마가 가만 있었을 리 없으니까.


“그걸 그렇게 생각해 내란다고 팍팍 떠올리고 그러면 엄마가 뭐 아인슈타인이게?”

“갑자기 이 상황에 무슨 아인슈타인이 나와.”

“이를 테면.”

“알았어. 갑자기 엄마가 무슨 수로 기억하겠어.”

“그런데, 아들. 환불은 모르겠고. 믿을 수가 없다면서 나중에 준다고 덜렁 오만원만 내고 가려는 여잔 하나 있었지.”

“어? 오만원?”

“그래 오만원. 내가 절대 안된다고 그 여자 차까지 쫓아갔었는데, 차가 그렇지. 그 엄청 비싼 외제차였는데.”

“외제차 탄 여자를 엄마가 놓쳤을 리가.”

“그런데 차가...그 때 당시 지금 당장 주저 앉겠다 싶을 정도로 낡았었어.”

“그래?”

“무늬만 외제차였지, 무슨 귀신딱지 태워서 저승가면 딱 맞겠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오만원도 됐다고 차 문 열어서 주고는 들어왔지. 소금은 안뿌렸던 거 같다. 없었을 테니까.”


안받았으면 안받았지.

절대 내 영업에 있어서 할인이란 없다.

가끔 정말 없는 사람들이 오면 내가 알아서 무료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오만원이라니...맨처음 오픈 했을 때도 못 벌어서 애들 과외하면서도 절대 20만원 밑으로는 받아본 역사가 없다.


“맞아맞아맞아. 엄마 나도 기억났어. 역시 엄만 기억력하나는 우주 최고라니까.”

“그렇다니까. 그나저나 아들, 너무 돈돈돈돈 하다가 건강 해칠라. 적당히 해. 엄마는 거적대기쓰고 라면만 먹는다고 해도 아들만 있으면 천국이니까.”

“알았어. 나도 그렇지. 아버진 주무시고?”

“야, 지금 땡크가 몇 대가 지나갔나 몰라. 코를 하도 골아서 거실로 피난나왔다. 알았으니까. 얼른 자.”

“싸랑하는 엄마두.”


결국 공짜 손님이었는데, 내가 한 말이 들어맞아서 이 여자가 다시 와서 저런 큰 돈을 선뜻 내놓고 간 것이었군.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

거 보라니까.


***


“어서 오십시오. 류지혜씨.”

“어떻게 제 이름을......”

“아드님은 안녕하십니까?”

“예?”

“아니지. 이젠 따님의 안부로 여쭤야 할까요?”


잠시 5분 정도의 긴 침묵이 흘렀다.

고객은 망설이는 듯 했다.

여전히 고객의 눈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살아난 기억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입을 오물오물 거리더니, 결국 고객은 그간의 일을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촌스럽게 남자로 태어났으니, 남자로 살다 죽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에요.”

“아......”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여장을 하고 다니기에 처음엔 연극이라도 생각하나? 아니면 트렌스젠더를 꿈꾸나? 지극히 남들이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물론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 점집을 찾긴 했지만, 다들 그냥 돌아온다고 하면서 저를 위로하곤 했죠. 그러면서 부적이나 굿을 권했구요.”

“그런데 왜 저한테 다시 오신 겁니까?”

“도사님께서만 저희 아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셨어요. 더불어......”


고개은 말끝을 흐렸다.


“말씀하십시오.”


고객은 옆에 있는 주비서를 무척 경계했다.

계속 주비서를 곁눈질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나는 주비서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했다.


으으으으.


어린 애도 아니고, 주비서는 절대 못나간다는 듯 좌우 1cm 내외로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제 신제자인데, 워낙에 말이 없는 친구입니다.”

“그런게 아니라... 저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귀신을 믿을 수 없어서요.”


이 믿기 힘든 상황에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소름 뿐만 아니라 털오라기 하나하나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슨......”

“이제 귀신이라면 넌덜머리가 나요. 지금 저 귀신과 함께 계신 도사님도 제가 여기 앉아 있는 이윱니다.”


주비서는 좀 더 강렬하게 도리도리를 했다.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저는 고객님 건을 의뢰받지 않았을 겁니다. 곁에 두도록 부탁드립니다.”

“귀신들은 하나같이 한통속이었어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도사님께서 보인다는 그 묘령의 여인을 쫓아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귀신으로 장사를 하더군요.”

“저도 별반 다르지 않은 무속인입니다.”

“봉사활동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적어도 귀신 몰아내고 인간처럼 살고 싶다 찾아가면 그리 해 줘야 하는데, 혹 떼러 갔다가 혹만 잔뜩 붙인 격이 되어 버려서......”


와하하.

말을 듣고 있는 와중에도 판타지 퇴마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라면 믿겠는가?

정말 고객은 얼굴은 앳된 어린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손은 쭈굴쭈굴 늙어 있었다.

귀신에 들려 그런건지. 고생을 해서 그런건지.

고생을 해서 그렇다면 대체 이 얼굴은 뭔지.


“책임져 주세요. 저희 아이는 매일 영혼이 바뀌어요. 가보라 하셨던 정신과도 가보고 뇌 사진도 찍어 봤어요. 안해봐서 온 게 아니에요. 오늘은 남자로 살았다가 내일은 여자로 살았다가. 그래서 하루는 물어봤어요. 넌 대체 누구냐고. 그랬더니, 엄마딸 마리라는 겁니다.”


마리라는 말에 고객은 얼굴이 허얘졌다.


“그건 순간순간 정신을 지배하는 그 무엇이 바뀌니까 애가 흔들려서...여자 아이 이름을 대는 건 아닐까요?”

“마리는 제가 재혼 전에 전남편과 낳았던 아이에요. 그 아이 한 살 때 교통사고로 남편과 함께 죽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아이는 그걸 모르구요. 그런데 어느날 자신의 이름을 마리로 바꿔 달라고 별의 별 소동을 다 벌이더라구요.”

“......”

“그 때 도사님께서 그러셨어요. 저더러. 다복하다구요.”

“그랬군요.”

“너무 기막히고, 당황스러워 소란을 피웠던 겁니다.”

“그럼 자녀분은 여자 아이 말고 또 있으시군요.”

“그게......지금 남편의 어린 아이들이 셋 있었는데, 저와 혼인신고를 하고부터 하나하나 죽어가는 거에요.”

“고객님. 지금 사건이 점점 커지는데, 이런 건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와 상담을 하셔야 할 문제 같습니다.”


별안간 고객은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상한 노파의 목소리로 내게 소리치며 말했다.


“아니라잖아. 다 해 봤다고. 나를 의심하는 거요?”

“예. 합리적으로 고객님이 가장 의심스러운 상황이로군요.”

“그 아이들은 모두 집이랑 내 아이에게 붙은 귀신 때문에 그리 된 것이오. 하하하하하하. 어서 떼어 내라고. 어서.”


할 말을 잃었다.

아마 지금 당장 귀신에게서 해방되고 싶은 사람은 이 고객인 듯 싶었다.


“나는 귀신을 쫓을만한 무속인이 못됩니다.”

“아니. 너. 너만 할 수 있어. 다른 놈들은 죄다 장사치들이오.”


말투도 점점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게 아무래도 고객이 가장 이 집안의 문제점인 듯 했다.

하아...이런 뭐 기본 데이터나 논리로 때려 박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


“살려주십시오.”


다시 류지혜로 돌아왔군.


“주소를 남겨 주십시오. 그리고 시간은 제가 정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저와 병석의 남편 그리고 딸 아이가 전붑니다. 혹, 굿상이 필요하시면 준비하겠습니다.”

“그런 건 필요없습니다.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저희는 하루가 시급합니다.”

“기다리십시오. 저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여기...”


고객은 명함과 또 다시 돈봉투를 내밀었다.


“돈은 가져가셔도 됩니다.”

“돈만 들은 게 아니니 보아주십시오. 그럼 꼭 부탁드립니다.”


고객이 나가고 한참이나 얼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이건 완전 제대론데.

심지어 내 눈엔 주비서보다 좀 전의 고객이 더 귀신으로 보였다.


“야, 주비서.”

“예.”

“이 여자 사건 정도면 너 저승행 익스프레스라도 타게 되는 거 아니냐?”

“저도 좀 전에 그 생각했어요. 저처럼 조심스러운 놈이 저 아줌마보다 더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았을리 없잖아요.”

“엠에스지 첨가하지 말고 팩트만.”

“귀신 떨어지는 부적을 죄다 떼고 가셔서 정면 승부를 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니가 한다며?”

“저야 해드리고 싶지만, 방금 그 고객님께서 도사님을 간절히 바라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허허허.”

“너랑 윤실장이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내가 맞다 뒈질거 같다. 아...스트레스.”

“자, 스트레스는 이걸로 치료하시죠.”


주비서는 고객이 내밀고 간 봉투를 후 불어 꺼내보았다.


“으어!!!”

“이번엔 안속는다. 왜? 이번엔 오억이라도 들었냐?”

“그...그게 아니라...”

“혼난다. 너랑 장난할 기분이 아니다.”

“정말 그런게 아니라. 좀 보세요.”

“뭐 길래 그러냐. 줘봐.”


나는 주비서에게서 봉투째 받았다.


“이 아줌마 코인이라도 하나? 가지고 다니는 게 천단위 아니면 억단위네.”


봉투속 수표엔 정확히 1억이 찍혀 있었다.

이 정도면 약간의 치유 효과가 있긴 하지.


툭.


그리고 떨어지는 종이 쪽지엔 죽었다는 이 여자의 아이들의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처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단 말이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촉 하나는 세계 최강인데, 말려들어도 제대로 말려들었다.

수표를 다시 봤지만, 돈은 정상적이었다.

우어.

어제 놓고간 오천만원짜리 수표도 다시 꺼내보았다.

별 문제가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고객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고객와 얽힌 나도 문제고.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와하하. 나야 말로 점집이라도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진짜, 이게 실.화.냐.고!


서마리 1910. 6. 10

계봉석 1908. 7. 12

계봉준 1911. 1. 25

계봉희 1912. 9. 28

계마리 2000. 6. 10


***


“야, 서울 시내에 이렇게 큰 한옥이 아직도 있네?”

“이런 데 사니까 그렇게 돈을 물쓰듯 쓰고 다니는 거겠죠?”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부유함의 냄새가 유난히 짙었기에 나도 주비서도 그저 놀랄 뿐이었다.


“도사님 도사님. 저기.”


같이 따라온 김민석 법사가 터덜터덜 굴러오는 고오급 외제차를 보고 놀라서 나를 불렀다.

터덜터덜 ... 턱턱턱 터덜.


작가의말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오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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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7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3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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