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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952
추천수 :
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14 17: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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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잡았다 요놈3

DUMMY

12 잡았다 요놈3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저 전날 유튜브를 보면서 1인 굿할 때 북치는 것 장단만 배워 왔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늘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배웠으니까.

기왕 하는 거 약간 신들린 듯 해 줘야 돈 주는 사람도 흥이 나는 법이니까.

비즈니스의 세계는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리액션의 콜라보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음을 그 동안 숱한 경험으로 체득해 왔다.


굿을 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나는 집안 사람들을 돌아보며, 눈을 다시금 들여다 보았다.

모두 혼탁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

혼탁의 종류는 달랐다.

이쯤되면 나도 궁금하다.

대체 왜 이렇게 다른지.


예상했던 대로 고모라는 여자는 근미래가 굉장히 어둡다.

심지어 경찰도 보이고, 쇠창살도 보이는 걸로 보아, 누가 봐도 이 여자다.

이 여자.

오늘 자폭해서 골로가나?

아니면 줄줄이 굿판에 나온 부모님에 조카들, 오빠에 마음 아파 여기서 미친 짓을 멈추기라도 하나?


그런데 의외의 탁함이 보이는 이 여자.


나는 오자마자 이 시커먼 근미래를 가진 여자 때문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나의 의뢰인인 고객이다.

얼굴에 수심이란 수심은 그득하고.

시부모와 자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잔하고 처연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런 며느리의 정성을 보아서라도 고모라는 여자의 만행이 밝혀져야 할 텐데.


굿을 시작하면서 고모라는 여자는 괜히 뒤뜰을 서성이며 뭔가 찾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비서에게 눈짓해서 그 여자를 뒤쫓아가도록 했다.

이게 좀 큰 판인가 말이다.

한참 둥둥둥둥 하는데, 잽싸게 고모라는 여자와 주비서가 나타났다.

주비서는 이상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짜고치는 판처럼 보일까봐 뭐라 하지도 못하고 한참 신발 오른 무속인처럼 신명나게 두드릴뿐.


그 때.


“우욱.”


뜻밖에도 고객이 미친 듯이 굿판에 빌다가 연신 우욱하며 엎드려 버리는 게 아닌가.

그 뒤엔 며칠 전 법당에서 봤던 처녀귀신이었다.

그녀는 내게 계속 북을 두드리라 손짓했다.


‘계속?’


의아스런 얼굴로 바라보니, 그러라네.

저승간다던 녀석이 뜬금없이 나타나질 않나.

그런데 왜 나의 고객의 등에서 연신 그녀를 발길질 하질 않나.

심지어, 들리진 않았지만, 입모양에선 연신 쌍욕이 난무하고 있었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둥둥둥.


계속해서 북을 울리고 또 울렸다.


“그만. 그만.”


고모라는 여자가 우리의 북을 멈췄다.

고객의 가족들도 모두 고객에게 향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 아니요. 멈...멈춰 주세요.”

“하아...범인은 귀신이 아니로군요.”


모두가 놀란 가운데, 고객은 갑자기 내게 달려 들었다.


“네 까짓게 뭘 알아. 기껏해야 사람 겉보고 경이나 읽어대는 새끼가.”


히야. 이런 걸 두고 귀신에 홀렸다고 얘기 하나?

그렇게 교양있는 사모님이었던 고객은 마치 뭔가에 미치기라도 한 듯 나의 멱살을 잡았다.


“언니 왜 그래요. 언니.”

“그래서 내가 뭐랬어. 안한다고 했잖아.”


이건 또 무슨 전개지?

고객이 간절하다고 내게 오지 않았었나?

그런데 갑자기 자기가 하려던게 아니란다.

거침없는 반전 전개에 나도 주비서도 오락가락 하는 판에 처녀귀신은 신난 듯 고객을 질근질근 밟아 대고 있었다.

이래서 저승을 못갔구만.

뭔가 알 듯 싶었다.

바로 앞에서 간접 복수의 껀이 있으니 은혜 갚을 겸, 화라도 풀 겸.


신빨은 없어도, 상황 판단하나는 기차게 하는 나다.


“집안에서 쌓아온 덕으로 인간의 저주를 막을 수 있겠구나.”

“......”

“......”


모두들 이런 개막장의 상황에서 숨죽이고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고객은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고객을 남편이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이제라도 회개. 아니지. 자백하고 고개를 숙이리니......”


나도 모르게 평고 김민석 법사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회개라는 말에 깜짝 놀라 다른 말로 희석시키기 위해 다시금 미친 듯이 북을 두드렸다.


그 사이 처녀귀신은 최후의 어퍼컷을 고객에게 날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객은 내가 고개를 숙이라는 말과 딱 박자를 맞추어 잔디밭에 고꾸러졌고, 곧 119가 와서 남편이 쫓아갔다.


기운을 차리지 못한 가족들은 모두 따라가진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으며, 고모만이 내게 계약된 금액을 주고 뒷정리를 시작했다.


“와. 살다살다.”

“왜요, 이런 종류는 요즘 유튜브 사건 사고만 쳐봐도 비슷한 거 엄청 쏟아지지 않나?”

“그거야 사건을 재구성한거고. 내가 살다살다 이런 개수라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히야. 귀신 생활 십수년동안 이런 건 저도 처음이네요.”

“그럼 애초에 우릴 소개한 사람이 고모였던 거지?”

“그쵸. 그럼 왜 그렇게 고객은 초조한 듯 착한 며느리인 듯 우릴 찾은 거지?”

“양심이 없는 거죠. 해볼 거 다 해봤다.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도저히 일반인인 나의 상식선에선 아무리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고모라는 여자의 눈에 비친 건 뭐지?

난 분명히 그녀의 눈에서 근미래를 봤다.

경찰과 쇠창살.

아니면. 내가 상상한 걸 봤다고 확신을 한 건가?


“그런데 고객이라는 여자 건강은 어떻게 되나? 괜히 우리 불려가고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죠.”

“어떻게 알아? 이런 경험도 없다며?”

“아니. 우리가 불려 가는 게 아니라, 불려가도 도사님 혼자 불려간단 소리죠.”

“하하하하하. 넌 진짜 정말 운전하고 집안 청소하는 거 말고는 도대체 왜 내 주변에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 놈이다. 약에쓰려고 해도 의리조차 없네.”

“선이 분명한 거죠. 괜히 저까지 연루되서 법적으로 격하게 말리면 참 힘들지 않겠어요?”

“고맙네.”


찝찝하긴 하지만, 계약한 금액 모두를 고모라는 여자가 마무릴 해줘서 우린 더 이상의 진척 상황도 알지 못한 상태로 서울로 올라왔다.


***


오늘의 피로는 나와 김민석 법사 그리고 주비서 셋이서 풀었다.

마침 김민석 법사도 집안 일로 그 동안 너무 동분서주만 한 탓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내일이 일요일이었기에 일단은 먹고 죽는 걸로.


“배달 다 온 거야?”

“스테이크, 족발, 회무침. 도사님께서 시키신 건 다 온 거 같은데요?”

“그럼 일단 먹자. 하루 종일 신경쓰느라 아까 휴게소에서도 호두과자랑 라떼 한 잔 마신게 다야.”

“고생했다. 나도 엄마 병원만 아니면 따라가는 건데.”

“야야야야. 너 퓨쳐 컨설팅 말고 굿판까지 따라다니는 거 알면 어머니 거품 무신다. 됐어. 어머니랑 하루 종일 있으면서 아들노릇도 하고 좋지.”

“좋긴. 난 찬밥이야. 워낙 아버지랑 사이가 좋으셔서.”

“다행이지 뭐. 황혼에 이혼한다 요즘 좀 많이 나오냐. 그에 비하면 사이 좋으신게 백배 천배 낫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벌어온 금액에 비해 왜 이렇게 얼굴이 별로야? 이 정도면 주말 알바 치곤 굉장히 짭짤한데 말이지.”

“짭짤은 한데, 이상하게 찝찔해서 말이야.”


우리의 영업 방침이기에 김민석 법사는 갔던 내용에 대해선 차마 묻지 않았다.

나 역시 그 동안 이 녀석이랑 일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 고객들의 사연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다.

하아. 이렇게 답답할 데가 있나.

다른 놈들 같았으면 비밀 지켜 줄 테니 알려달라 법석을 떨었을 테지만, 김민석 법사의 주특기.

절대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두번 묻지 않는다.


진탕 먹고 마시고.

나는 최대한 오늘을 잊어보려 노력했다.

차라리 처녀귀신이라도 나타나서 미주알고주알 말해주면 좋겠지만, 얘도 저승으로 갔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고.

주말 내내 숙취에 뒹굴뒹굴 거리고 월요일부터 밀린 고객들 응대하느라 석연찮은 사연의 집 일은 거의 잊혀지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 쯤 지났을까.


띠이이 --


[도사님. 오후 첫고객이십니다.]

“들여보내주세요.”


문이 열리고 등장한 고객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서오십시오.”

“지난 번엔 결례가 많았습니다.”

“결례라뇨. 저희가 예약자의 실명 확인을 하지 않아서 미처 몰라 뵀습니다.”

“제가 진즉에 연락 드리고 감사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워낙 경황이 없어서요.”


찾아온 이는 바로 지난 번 굿을 했던 고객의 고모라는 여자였다.


“올케되셨던 고객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무척 건강합니다. 원래도 건강했던 사람인데, 지금도 아주 건강합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보자마자 따져 묻고 싶은 걸 괜히 교양있는 척 하느나 참는다고 혼났다.


“도사님 덕분에 저희 가족들 모두 치료 잘 받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요.”

“듣던 중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간사 백퍼센트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해결이 되기도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고모라는 여자의 눈을 들여다 보니, 더 이상의 경찰도 쇠창살도 보이지 않았다.


“어!”

“왜...그러시나요?”

“실은 고객님 주변에 경찰과 연루된 일이 자꾸 밟혀서요.”

“역시 용하시네요.”


고모라는 여자의 다음 말들을 듣고 나는 기겁하는 줄 알았다.


충격적인건 강남에서 봤던 여자는 확실히 이 집 고모였다.

그런데 뜻밖의 사연에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된게 주변인들 중 제대로 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건지...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뜻밖에 주말에도 보아주신 분들이 계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중을 하려던 건 아니고, 이 글을 쓰면서부터 이상하게 몸이 아프더니, 급기야 삼사일 앓아누웠습니다.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고 오늘 털고 일어나 열심히 써내려 갔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저녁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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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4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5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5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7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7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18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5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4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 잡았다 요놈3 22.03.14 138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3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50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4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1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1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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