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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태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사 손은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변광태
작품등록일 :
2022.03.05 10:02
최근연재일 :
2022.04.01 2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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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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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글자수 :
128,434

작성
22.03.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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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업 재정비3

DUMMY

18. 사업 재정비3



장난하는 줄 알았다.

게다가 4년전과는 달리 지금 고객은 상당한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기에 나조차도 각별히 조심하는 마당에.

바보들?

누굴 탓하랴.

이 자식을 믿고 법당에 들여놓은 내 잘못이지.


그런데 주비서가 귀신은 귀신이다.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고객은 주비서에게 무척 깍듯하게 대했고, 주비서의 말에 무척 고분고분했다.


“왜그래? 뭘안다고 지금 끼어드는 거야?”


나는 들릴 듯 말 듯 주비서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건드려도 될 것이 있고, 절대 건드려선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천기누설.”


듣다 보니, 나나 인플루언서 고객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벅벅벅벅.

갑자기 주비서는 고객이 가져온 스토리와 콘티를 박박 찢어댔다.


“그만. 적당히 해 적당히.”


차라리 내 부적을 찢었다면 말이나 된다지만.

아니지 손해날 일이나 없다지만, 정신이 온전한 놈이라면 절대 고객 물건을 함부로 찢어선 안되는 것이다.


“영상도 폐기하고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파일도 지우세요.”

“파일까지두요?”

“그걸 올리고, 세상에 고객님 목숨을 뿌리시겠습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도사님 직접 보세요.”


거침없이 온갖 무서운 짓거린 지가 다 해놓고 갑자기 나한테 토스하는 이 자식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묘하게 거역할 수 없는 주비서의 말대로 나는 고객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으어!”

“왜 그러십니까 도사님?”

“자...잠시만요.”


상담중엔 좀처럼 물을 마시는 일이 없는 나다.

가끔 무속인들과 줄다리기를 하려고 작정하고 온 고객들에게 말리지 않기 위해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평정심에 흔들림이 없이 상담하고 있음에 대한 나름의 표현이다.

그런데, 고객의 눈동자를 다시 확인하니,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까지 느껴졌다.


화오.


내 목을 죄어 오는 고통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주비서가 박박 찢어버린 종이들이 갑자기 활활 타올랐다.


“도사님 괜찮으십니까?”


고객은 내가 염력으로 태웠다고 생각하는지,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종이가 모두 타서 재가 되자, 타들어가던 목도 괜찮아졌다.


“두 사람의 영이 보였습니다.”


물론. 내가 볼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과욕을 부려서는 안되는 것까지 너무 부리셨나 봅니다.”

“실은 최근들어 조회수에 욕심이 생겨 한국과 서양할 것 없이 귀신을 부르는 일이라면 뭐든 해 보고 있습니다.”

“퇴마를 해야할 퇴마 주제 유튜버가 귀신을 불러 들인다구요?”

“최근에 보셨던 유튜브 영상에 뭐가 있으신지요?”

“전, 주로 맛집 영상을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맛집 영상이란 피바다가 나오는 것이다.

실은 요리물을 본 건 최근이고, 주로 스릴러나 서스펜스, 그리고 심영 심리 등을 주로 본다.

영업에 도움이 되니까.

대기업 ‘그렇다더라’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시군요. 제 구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좀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고 있습니다. 댓글을 보면 하나같이 다음엔 좀 더 강한 걸로 부탁한다는 것, 그리고 엑소시스트나 실제로 귀신들린 사람들에 대한 영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말하는 게 뭔지 이해는 하겠으나, 해선 안되는 영역을 건드리고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가 될 듯 했다.

나에게 영업적인 토스를 한 주비서는 눈을 감고 공손하게 앉아서 나와 고객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러다가 정말 귀신이 제대로 붙었다는 사람의 사연을 제가 뽑아서 퇴마 비슷한 걸 했었습니다.”

“그게 작년 여름이죠?”

“기억하시는 군요.”


기억을 못할 수가 없다.

보통은 나한테 영상들을 주르륵 올리기 전에 상담을 하러 오는 편인데, 그 때는 거의 두 달을 잠수 타다시피 했다.

영상은 미친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그 뒤로 고객은 거의 몇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아마도 지금 가져온 것과 같은 천기누설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천기누설이 다른 데에 있는 게 아닙니다. 두 가지를 철저하게 지켜주셔야 고객님의 목숨과 건강이 안녕할 수 있는 겁니다. 애초에 귀신따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분이 마치 지구와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듯 영상을 제작하시면 없던 귀신도 붙을 수 밖에 없지요.”

“실은 이번 것도 메일을 통해서 들어온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본 겁니다.”

“사연이요?”

“예. 저승가는 길목에서 귀신들로부터 해리되는 방법을 직접 터득했다고......”


그냥 들어도 절대 해서도 믿어서도 안될 것을 한 것이다.


“몇 퍼센트까지 진행하셨습니까?”

“오늘이 저승가는 사자와의 대면을 촬영하기로 한 날입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이 자의 눈에 그토록 무시무시한 오늘을 보게 된 것이다.


무속 인플루언서 고객을 보내고 나서 나는 한참이나 주비서를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거야?”

“그냥 귀신이니까 귀신의 한계정도까지는 볼 수 있다 보시면 됩니다. 더 이상은 천기누설이라......잘못하면 제가 큰일납니다.”

“그럼 그런 귀신의 식스센스로도 네 생전과 죽음에 대해선 결코 찾을 수 없는 거고?”

“아니요. 찾을 수 있으니까 제가 도사님 곁에서 이런 구박을 견뎌내고 있는 겁니다. 귀신 체면 구겨가면서.”

“얘가얘가. 웃겨. 내가 구박을 했다고?”

“그렇죠. 원래 무속인한테 이런 이로운 귀신이 붙으면 뭐 드시고 싶으신 건 없는지, 아니면 정성을 어떻게 얼마나 더 드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네고가 붙는게 기본인데, 컵라면 먹는다고 구박하셨던 거. 한복 컬러 웃긴다고 무시무시하다고 환불해오라고 한 거 기억 안나십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뭔가 기억의 회복을 돕고 싶어서 보드랍게 말을 해도 요따위로 받아 넘기니 항상 끝은 큰 소리로 끝나는 거다.


어찌됐든, 확실히 법당 사업이 이원화 되면서, 전에없는 성장을 시작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법당 상담 업무에 재미를 느낀 주비서는 본격적으로 수석 보조 도사로서의 입지를 서서히 다져가게 되었다.

내가 주변에 있어야만 기운을 쓸 수 있다기에 어쩔 수 없이 지점을 나눠서 영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같은 지점 영업을 하더라도 이원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이중삼중으로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었다.


***


“야, 세상에 누가 수능 부적 하나가 삼천만원씩 내고 가져가냐!”

“도사님. 인생 한 방이고, 과감하지 않으면 절대 일확천금을 모으기 힘든겁니다.”

“점점.”

“김민석 법사님, 엘레나 윤 데이터베이스 실장님도 다 훌륭하다고 박수를 치시는데, 왜 도사님만 그렇게 반기를 드십니까.”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너 설마 걔들한테 너 귀신이라는 거까지 말한 거야?”

“점심으로 보쌈 대자를 흡입했는데, 귀신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하긴 했구만.”

“믿나 안믿나 시험해 보고 싶어서, 한 번 던졌는데, 제가 귀신이면 엘레나 실장님은 자기가 옥황상제라고 하더라구요.”

“그건 그렇지. 암튼, 난 기본 상도덕은 지키는 편이야. 어떻게 자식 수능 공부기원하는 부모맘을 고따위로 매겨서 돈을 벌 생각을 하냐.”

“실은......”


이상하게 이 자식이 실은...이라며 운을 떼면 슬쩍 소름이 돋는다.


“수능 대박 기원 부적이 아니라, 목숨값이었어요.”

“목숨값?”

“이 집이 식당을 하는 집인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부터 갑자기 불붙듯이 일어나기 시작했다하더라구요.”

“조상이 돌봤나 보네.”

“그쵸. 그런데 할아버지 노잣돈이 부족하더라구요.”

“그걸 어찌 알아?”

“손녀 주변에 할아버지의 근심과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자기 아들의 딸인데?”

“귀신이 되면 부분 망각의 잔을 한 잔 마시게 됩니다.”

“그럼 넌 망각의 잔에 입수라도 했냐?”

“이상하죠? 이런 얘긴 사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건데, 도사님한텐 해도 아무런 고통이 없거든요.”

“말 돌리지 말고.”

“저는 그 마저도 기억이 안나요. 다만 다른 귀신들이 그랬다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잔을 잘못 마시게 되면 자손의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불행이 닥칠 수 있어요. 아들은 기억하지만 손주는 기억하지 못하고 노잣돈을 벌도록 데려가는 이유가 그거죠.”

“말도 안돼.”

“귀신이 저승 들어가는 게, 목숨 끊어졌다고 바로 초인종 띵동 누르고 들어가 지는 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그럼 결국, 그 부적이 아이를 살리게 된다는 거고? 나는 조금 걱정스럽다.”


조금이 아니라 실은 많이 걱정스러웠다.

내가 무속 영업을 하면서도 절대 비방이나 생명연장 관련하여 부적도 쓰지 않고 굿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나나 내 주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들어서다.

그런데 이 자식은 그런 두려움도 없이 마구 생명연장의 부적을 남발하니 그것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걱정하시는 게 뭔지 알아요. 그런데 그것도 방향과 의도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선까지는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걸 어떻게 믿냐?”

“속고만 사셨네 속고만 사셨어. 악의를 지닌 비방이나 남의 생명과 맞바꾸기같은 귀신과 인간 세계의 룰을 깨는 걸 했다가는 전 지금 당장 꺼지지 않는 불지옥으로 소환되거나 영원한 고통의 땅으로 유배를 가게 될 테니까요.”


괜한 헛다리로 고객들 마음 상하거나 되도 않는 대화를 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나와는 달리, 주비서는 매일매일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이런 때 발생하는 법.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나른함과 평화로움을 최대한 만끽하는 일요일 보내시길요~

내일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게 되길 기원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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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한당에서 만난 사람1 22.04.01 55 2 9쪽
28 한 넘어 한6 22.03.31 59 2 9쪽
27 한 넘어 한5 22.03.30 75 1 9쪽
26 한 넘어 한4 22.03.29 75 1 8쪽
25 한 넘어 한3 22.03.27 83 2 9쪽
24 한 넘어 한2 22.03.26 84 2 8쪽
23 한 넘어 한1 22.03.26 84 2 12쪽
22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4 22.03.24 90 3 11쪽
21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3 22.03.23 106 5 12쪽
20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2 22.03.22 96 5 12쪽
19 본격 퇴마(모녀의 사연)1 22.03.21 135 4 10쪽
» 사업 재정비3 22.03.20 116 4 10쪽
17 사업 재정비2 22.03.19 118 4 12쪽
16 사업 재정비1 22.03.18 134 5 12쪽
15 석연치 않은 인연3 22.03.17 133 5 10쪽
14 석연치 않은 인연2 22.03.16 131 6 11쪽
13 석연치 않은 인연1 +2 22.03.15 138 7 8쪽
12 잡았다 요놈3 22.03.14 137 6 10쪽
11 잡았다 요놈2 22.03.12 143 7 12쪽
10 잡았다 요놈1 22.03.11 152 8 10쪽
9 나 돌아갈래2 22.03.10 149 8 12쪽
8 나 돌아갈래1 22.03.09 163 7 12쪽
7 의외의 멤버4 22.03.08 171 7 9쪽
6 의외의 멤버3 22.03.08 185 8 12쪽
5 의외의 멤버2 +2 22.03.07 198 8 9쪽
4 의외의 멤버1 22.03.06 210 8 9쪽
3 나는 박수무당이다2 22.03.05 210 9 11쪽
2 나는 박수무당이다1 22.03.05 259 8 12쪽
1 프롤로그 22.03.05 250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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