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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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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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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6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4.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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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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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DUMMY

한참을 날던 집행자가 땅으로 착지했다.


숲 한가운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


하지만 집행자는 이곳이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곳임을 알고 있었다.


‘GPS의 마지막 기록은 이곳이고...’


내려오기 전에 눈으로 살펴봤지만 특이한 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당한 건가? 아니면 고장?’


날아오던 도중, 연락도 끊긴 참이다.


곤혹스러운 기분과 온갖 억측이 머릿속을 괴롭히고 있었다.


'설마 갑자기 도망을...'


집행자가 제 일을 때려치우고 도망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항상 같이 일하던 후배다.


도망칠 이유가 따로 있지 않다는 건 잘 안다.


그런데도 그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행자가 노예에게 질 가능성이 더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행자가 쓰는 철핵은 B급 철핵.


착용하면 고유의 능력이 발휘되는 건 물론이고, 장착하는 무기가 더 강해진다.


C급 철핵으로 만들어지는 무기가 강철 정도의 강도라고 친다면, B급 철핵의 무기 강도는 다이아몬드.


게다가 B급 철핵을 장착한 사람은 그 육체 능력이 더 강해진다.


일반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기에, B급 철핵을 끼는 집행자를 1인 군대라고 부를 정도다.


그걸 C급 철핵을 낀 노예가 이긴다고?


단지 무기와 능력 하나만 가지는 그런 노예가?


그렇게 생각하느니 차라리 이유 없이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게 더 신빙성이 높다.


‘그럴 리 없겠지...’


이상한 불안감을 떨쳐내며 집행자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싸움의 흔적이 보였다.


파헤쳐진 땅, 부러진 나무들, 일자로 베어진 땅.


‘이건 참격 자국인데...’


후배가 주로 쓰는 참격의 자국.


눈에 익다.


주위를 살펴보던 집행자는 무언가가 질질 끌린 자국을 발견했다.


‘시체를 끌고 갔다? 이 녀석...’


혹시 나쁜 취미라도 생긴 것일까?


후배 녀석은 학살하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놈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인 김에, 시체를 가지고 농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의 연락이 끊긴 것도 이해가 된다.


평소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던 행동이었으니, 나한테 간섭받지 않기 위해 연락을 끊었구나.


이해한 집행자가 피식 웃었다.


‘이 자식이, 격 떨어지니깐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거늘...’


집행자는 시체를 끈 자국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이홍!”


집행자의 외침이 숲의 나무를 흔들 정도로 크게 퍼진다.


“내가 시체 가지고 장난치지 말랬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퍼진다.


“격 떨어져 인마!”


마치 멀리 떨어진 개를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


터벅터벅.


집행자는 천천히 자국을 따라 걷는다.


“한 번 봐줄 테니 그만하고 나와...”


크게 외치던 집행자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상상도 못 한 모습을 보게 된 까닭이었다.


“봐주긴 뭘?”


눈앞에 나타난 것이 제 후배 집행자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요?”


“어떻게 된 거긴, 보면 모르냐?”


난 눈앞의 집행자를 도발했다.


“네 후배, 죽었어”


“......”


“나한테 말이야”


일부러 강조했는데도 반응이 없구먼.


상대는 말없이 이쪽을 보기만 할 뿐이다.


“재미없는 농담이구려”


“내가 여기 왜 서 있겠냐?”


“그래서 재미없다고 했소”


휙.


참격이 날라왔다.


고개를 살짝 꺾여 참격을 피한다.


내 목만 정확히 노렸던 참격이 빗나가, 뒤에 있는 나무들을 날려버린다.


어느새 집행자는 손에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번에는 도끼를 던지는 집행자.


목을 꺾을 때 검을 꺼내놓은 덕분에, 이번에는 검으로 도끼를 막아냈다.


중후한 무게에 검이 떨린다.


“...확인해봐야겠구려”


양손에 도끼를 든 채, 집행자가 나에게 선언한다.


‘강하군’


‘그렇네, 방금 집행자보다 세네’


도끼 집행자의 넥타이를 본다.


짙은 남색의 넥타이.


분명히 방금 쓰러트렸던 놈의 넥타이는 보라색이었지?


‘설마... 빨주노초파남보. 그중에서 남색과 보라색...’


‘뭔지 알겠어요, 서아씨?’


‘추측이지만, 무지개 색깔 순서로 등급을 매긴 것 아닐까 싶은데...’


‘서아씨 추측이면 맞겠죠’


지금까지 무수히 잘 맞춰오셨으니깐요.


‘그러면 실력 한 번 봅시다’


집행자가 다시 도끼를 던진다.


이 녀석의 무기는 투척도끼인 모양이군.


나는 도끼를 튕겨내고, 앞으로 뛰어갔다.


도끼를 막아낼 때마다 강력한 충격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견딜만하다.


‘B급 철핵의 힘, 좋긴 좋네’


검사가 감탄한다.


그리고 상대 집행자는 경악한다.


내 속도가 이 정도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한 까닭이겠지.


순식간에 상대와 거리를 좁힌 나는 검을 휘둘렀다.


캉!


상대가 도끼로 내 검을 막았다.


바로 베어낼 생각으로 빠르게 휘두른 건데 막힐 줄이야.


“제법인데?”


“이 새끼가!”


내 칭찬에 상대는 화를 내며 밀쳐낸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하며 묻는다.


당연히 대답해줄 리가 없는데도 말이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는 검사와 서아씨의 영혼을 나에게 받아들였다.


물론 영혼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철핵이 있었다.


검사의 철핵을 그의 영혼과 함께 받아들였다.


서아씨의 철핵을 그녀의 영혼과 함께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둘의 영혼은 내 안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두 철핵의 힘 또한 내 안에 들어왔다.


모든 걸 베어내고, 또 모든 걸 견뎌내는 힘.


그 덕분에 상처를 회복했다.


피로와 고통은 남았지만 견딜 수 있다.


그다음에 내가 한 것은 집행자의 철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취급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힘은 필요하다.


집행자의 철핵을 취했다.


정확히는 철핵의 힘만 다루며 장착한 것이지만.


‘이런 힘이 있다니...’


집행자의 철핵을 장착했을 때,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나 강력한 힘이 있으니, 노예를 상대로 진다는 상상을 못 하는구나.


집행자들의 생각조차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득도 있었다.


그가 가진 지식을 조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덕분에 상정하지 못했던, 그리고 새로운 계획을 짜게 해줄 이득이 생긴 것이다.




“큭!”


집행자가 다시 나를 밀쳐낸다.


거리를 두고 나서는 도끼를 날린다.


“그거”


난 도끼 두 자루를 튕겨내며 물었다.


“언제까지 반복할 거야?”


“제길, 제길, 제길...!”


자기 힘이 통하지 않으니 당황스럽겠지.


나는 검을 휘둘러 참격을 날렸다.


“커헉!”


상대는 서둘러 도끼 두 자루를 X자로 들어서 막는다.


하지만 막지 못한 충격이 그의 몸을 뒤흔든다.


얕은 상처가 몸에 나면서, 피를 흘린다.


“기분이 어때?”


“뭐?”


“역으로 당하는 입장이 되니깐 기분이 어떻냐고?”


“노예 새끼가...!”


끝까지 상황을 모르는구먼.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면, 지원군을 부르든가 해야 할 텐데.


역시 노예한테 진다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건가?


‘집행자의 영혼도 받아들이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서아씨는 냉정하게 분석한다.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그자가 많이 알고 있었을 테니...’


‘미안해요, 무리였어요’


그런 녀석의 영혼을 내 안에 받아들이고 싶을 리가 없잖아요.


‘하긴, 그런 놈의 영혼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건 내키지 않지요’


서아씨는 그놈 때문에 죽었는데도 참 냉정하구먼.


같이 일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필요할 때는 지극히 냉정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원수 관계라고 할지라도 손을 잡을 수 있을지라도.


‘필요 없잖아, 그런 건‘


‘맞아, 저걸 심문하면 되겠지‘


‘그렇죠’


‘얼른 처리하자고’


‘음... 아직 힘을 더 테스트해보고 싶은데’


‘마음을 바꿔 지원을 부르기 전에 확실히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긴.


내가 강해졌다고 해도 적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그건 난감해진다.


그리고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행동할 필요도 있고 말이지.


‘좋아, 그럼 가볼까?’


‘집행자의 힘이란 거, 나도 한번 써보자고!’


나는 검사의 영혼을 몸에 받아들인다.


내주는 것이랑은 다르다.


나는 온전히 있는 채, 그의 영혼도 몸에 받아들이는 것.


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내 육체를 둘이서 협동해서 사용하는 상태.


검사의 힘을 사용하며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하는, 더욱더 높은 경지.


“헛!”


순식간에 집행자 앞으로 이동하니, 집행자가 놀란다.


우리는 그의 도끼를 베어버린다.


깔끔하게 잘리는 도끼, 그리고 깔끔하게 생기는 상처.


단 한 번의 베어내기로, 집행자는 쓰러졌다.


“무...슨...”


틈을 줄 필요도 없다.


그대로 집행자의 배를 찌른다.


그리고 땅바닥에 쓰러트린다.


그다음에는 검으로 집행자의 전신을 훑는다.


움직임에 필요한 근육들을 효율적으로 베어버린다.


순식간에 집행자는 무력화된다.


“자, 이제부터 질문하지”


푹.


검을 집행자 얼굴 옆에 꽂아 세운다.


“죽여라...”


집행자는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말해줄 건... 없다...”


“충분히 대화를 좀 해보자고”


“퉷!”


나를 향해 침을 뱉는 집행자.


나는 침을 피한 다음에 집행자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영혼의 대화를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집행자의 영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집행자는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외쳤다.


한없이 펼쳐진 하얀 공간.


아무것도 없는 곳.


게다가 자신의 몸은 어느새 원상복구가 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그 앞에 이현수가 나타났다.


“여기는...”


“내 안이라고 할까?”


“뭘 설명을 해주고 있어, 용건이나 끝내”


“성질도 참 급하시네”


“검사 말이 맞아요. 얼른 진행하죠”


어느새 검사와 임서아도 그의 곁에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자, 귀족의 주소 아는 거 하나, 좀 불러봐”


“뭐라고? 그걸 알아서 뭐 하게?”


“귀족 나리 한 명을 좀 설득하려고 말이지...”


“노예가 자유인이 되려면 권력이 필요하잖아요?”


“가장 쉬운 방법은 귀족 하나 족쳐서 권력 하나 뺏는 거지”


검사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핀잔을 준다.


“네까짓 노예가 고귀한 분을 협박하려 들다니...”


“알 게 뭐야, 난 그런 제도 동의한 적도 없는데”


이현수가 표정을 찡그리며 말한다.


“납치해놓고 고귀하다고 인정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요?”


임서아도 같이 화를 낸다.


“얼른 불기나 해~”


검사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파며 재촉한다.


“......”


집행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집행자는 질서를 지키는 경찰과도 같은 존재.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귀족의 안전을 함부로 무너트리지 않는다.


“영혼 상태인데도 입이 무겁네요...”


“의무와 약속, 그리고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깐요”


“그냥 쟤 패서 불게 하면 안 되냐?”


“영혼 상태에서는 고문 같은 건 의미가 없다니깐요. 설득해서 불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어요”


“귀찮구만...”


“그러니 집행자씨, 얼른 한 명만 말해줘요”


“아, 좋은 게 하나 떠올랐어요”


“뭔가요, 서아씨?”


“집행자씨, 이 사람은 마담에게 팔린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마담의 주소 정도는 알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말이 그리 틀리지는 않은 것 같소만... 흣,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집행자가 자연스레 말하다가 입을 멈추었다.


“봐봐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게만 만들면 술술 말해준다니깐요”


“진짜 영혼이라는 건 귀찮구만...”


머리를 벅벅 긁는 검사.


그를 내버려 두고 이현수와 임서아는 질문을 계속했다.


“마담의 주소를 불러주시죠”


“연락을 취하게 해도 좋지만, 노예가 함부로 연락하는 것도 실례겠죠?”


“알아서 가서 대기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을 테니깐 주소만 불러봐요”


“마, 마담의 주소는... 아니, 잠시만, 그래도 이건...”


조금씩 설득되는 집행자의 영혼.


그와 함께, 집행자는 조금씩 이현수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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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1부 완) - 개막선언 +1 20.05.07 73 1 12쪽
42 41화 - 역습 (4) 20.05.06 66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40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1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5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4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8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5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10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3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5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30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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