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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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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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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2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4.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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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 8강 (1)

DUMMY

온몸이 흔들린다.


마치 세포가 하나하나 다 부르르 떨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 몸이 다 분해되어 흩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와중에 겨우 발로 건후를 차버렸다.


하지만 건후에게서 떨어져도 몸은 계속 흔들린다.


‘정신 차려’


뭘 어떻게 정신을 차리라고.


‘집중해’


뭘 뭘 도대체 뭘?


‘약한 능력 정도야 떨쳐낼 수 있어’


무슨 소리야.


이렇게나 흔들리는데.


온몸이 이대로 분해될 것만 같은데.


‘집중하고 떨쳐내! 털어내라고!’


그게 될 리가 있나.


나한테 온 걸 털어내는 건 내 특기가 아니다.


‘이까짓 것에 겨우...!’


이까짓 것이 아니야.


이대로라면 내온 몸이 흩어질 거 같아.


이대로 진동을 거부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진동과 함께 산산조각나는 몸.


세포 하나 하나 다 한꺼번에 분해되면서 형체도 알 수 없는 시체가 되어버리는 모습.


확실하게 떠오른다.


이미지를 떨쳐낼 수가 없다.


‘힘으로 떨쳐내라고! 그냥 튕겨내면 돼!’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아니, 이미 그건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 진동은 나에게 더욱 저항한다.


더 강하게 흔들린다.


‘흐름을 타!’


흐름?


‘흐름을 타서 같이 흔들려, 그렇게 이 힘을 잡아내! 그리고 털어내면 돼!’


말에 따른다.


흔들림을 거부하지 않고 몸을 그대로 맡긴다.


흐름에 따라 흔들림을 몸속으로 받아들인다.


그 순간 진동은 내 영혼까지 흔들기 시작하다가-


그대로 멈추었다.




건후까지 쓰러졌을 때, 김철수는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이제 더 날 짜증도 없다.


오히려 의아해졌다.


저놈은 뭘까?


보통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처음부터 다른 노예들을 이겨나가고 있다.


그것도 보통이 아닌 노예들을 말이지.


성격이 포악하고 져도 상대를 죽이려고 하기에 잘 쓰지 않았던 건후.


얼마 안 되는 전적의 무승부도, 상대방에게 져놓고는 마지막 순간에 상대방을 죽여서 얻은 전적이었다.


패배가 정해진 후 상대와 악수해서 상대를 죽이는 잔인함과 뒤틀린 끈기.


싸움이 끝났는데 그런 짓을 했다고 상대 쪽 노예에 건 사람들은 항의했고, 그 결과 무승부라는 판정이 났었지.


그런 독한 놈도 쓰러트린다.


마지막 발악에도 쓰러지지 않고 결국 견뎌낸다.


잠시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자리에 서 있는다.


아마 건후의 마지막 발악을 견뎌낸 것이겠지.


그런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현수는 그 뒷배경을 조사해봤을 때, 아무 특이사항 없던 사내였다.


가족이나 지인 중에 특별한 사람 없음.


특별히 뛰어난 능력 없음.


운동 능력 보통.


거기에 인과율을 계산하는 컴퓨터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해줬다.


그런 놈이 토너먼트에 나와서 강하다고 알려진 노예들을 쓰러트린다.


태용에게 맞고서 죽지도 않았다.


혹시 자신이 놓친 것이 있는 건가?


과거에서 잘못된 대상을 데려온 것일까?


컴퓨터의 계산에 오류가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놓친 게 한 가지 있을지도 모른다.


김철수는 패널을 켜고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기실로 돌아와서 대충 앉는다.


아직도 내 몸이 흔들리는 것 같다.


싸움은 진즉에 끝났고 진동 현상도 이미 멈췄다.


하지만 여진이 몸에 남아있는 듯, 종종 내 몸이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착각이겠지, 이거?’


‘몰라’


검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능력으로 발생한 진동 현상이니깐, 좀 더 무언가가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능력이란 건 참 귀찮군...’


여진을 달래기 위해 양팔을 양손으로 감싼다.


물론 그런다고 여진이 없어지진 않는다.


손으로 몸을 잡는다고 지진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애초에 없어질 여진도 없고 말이지.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쉬고 나가도록 하지’


‘웬일로 친절하대’


‘멍청한 새끼, 네가 뒤지면 나도 죽는다고’


검사가 짜증을 낸다.


나는 그 짜증을 대충 받아주면서 바닥에 누워버렸다.


서아씨가 다음 경기도 봐줄 거다.


나는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자...




그동안 임서아는 다음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아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아아아아!!! 외국에서 온 최고의 방패애애애!!! 헥토오오오오오오오오르!!!>>


특이하다.


여기 와서 외국인의 이름을 듣는 건 처음이다.


패널에 적힌 정보를 본다.


<<그 상대느으으으으으은!!>>


환호성이 조금 더 커진다.


<<모든 것을 베어버린다아아아!!! 그 어떤 방어도 소용없다아아아아아!!! 사신 이이이이이이아아아아아아아아안!!!>>


배당률.


헥토르 3.2 : 이안 1.8


앞에서 본 배당률들보다는 비등비등한 배당률.


임서아는 우선 이안이라 불린 사람을 살펴본다.


장발의 여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아니, 남자인가?


멀리 있기에 잘 알 수 없지만, 성별을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체격도 얼굴도 중성적인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상대방을 살펴본다.


뚜렷한 이목구비, 밝은 갈색의 머리, 또렷한 눈.


그리스 조각상처럼 생긴 사람이 서 있었다.


‘헥토르라는 이름이 참 어울리네...’


<<준비이이이이이!!!>>


임서아는 집중한다.


방패와 사신, 둘 모두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최대한 알아내서 현수에게 알려줘야, 승산이 높아질 거다.


<<파이트으으으으으으!!!!>>


그 신호와 동시에 헥토르가 달리기 시작했다.


사신 이안의 반대편으로.




“아, 저런 스타일~?”


마담이 흥미가 떨어진다는 투로 한숨을 쉰다.


“외국에서는 장기전도 하나의 메타라고 하더군요”


“으응, 난 장기전이 싫어~”


재미없거든.


“하하하, 우리나라는 다들 단기전을 선호하긴 하죠”


“외국도 선호할 걸~? 단지 그걸 잘하는 애들이 없다 보니 장기전이 유행하는 거지”


“아무튼 구경해주십시오”


김철수는 마담을 계속 상대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안에게 건 돈을 확인하고 있었다.




<<헥토르, 역시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메타~!>>


헥토르는 이안하고 거리를 벌린다.


이안이 다가가면 전력으로 도망친다.


이안이 다가가길 멈추면, 바닥을 손으로 파내서는 꾹꾹 누른 뒤에 던진다.


헥토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흙덩어리는 돌멩이처럼 단단해져서는 이안에게 날아간다.


이안은 그걸 피한다.


다시 돌맹이가 날아온다.


이안이 다시 그걸 피한다.


또다시 돌멩이.


이안은 이번엔 손으로 쳐내고 헥토르에게 뛰어간다.


피했다가는 이안이 다시 던질 타이밍을 주는 것이니, 손으로 쳐내면서 돌맹이를 상대하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헥토르는 도망쳐버린다.


계속해서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이안이 쫓기를 멈춘다.


아무리 쫓아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서이다.


그러면 다시 헥토르는...


우우우우우!!


반복되는 지진 부진한 양상 속에서 관중들의 야유가 커진다.


개중에는 손에 들고 있던 걸 던지는 관중들도 있었다.


경기장 가세에는 알 수 없는 쓰레기들과 먹다 남은 음식물들이 조금씩 생긴다.


<<헥토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진행자는 관중들을 딱히 말릴 생각은 없는 눈치였다.


오히려 헥토르를 같이 비난하는 듯이 해설한다.


임서아로서는 헥토르가 현명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체력에 자신이 있는 것이겠지.


최대한 상대방의 체력을 빼고 나서 싸움을 건다.


시간이야 오래 걸리지만 좋은 전략 아닌가?


보는 사람이 재미없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오히려 신기한 것은 헥토르의 악력이었다.


얼마나 손아귀 힘이 세면 흙을 손으로 뭉쳤다고 돌멩이처럼 단단해지는 거지?


아니면 능력인 걸까?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린 임서아가 본 것은, 깊게 패여버린 경기장과 이안이 들고 있는 푸른 검이었다.


<<아앗!!! 이안이 땅을 갈라버렸습니다!!!>>


화끈한 양상에 관중들의 야유가 환호성으로 바뀐다.


<<화가 난 것일까요!!>>


다시 한번 더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


또다시 이안이 칼을 휘둘러 경기장을 패어버렸다.


헥토르의 양옆이 깊게 패여, 그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많이 화났네~”


헥토르는 웃는 얼굴로 말한다.


하지만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화난 거야? 그런 거야?”


헥토르가 되묻는다.


물론 모르고 묻는 건 아니다.


좀 더 화가 나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게 너무 화내고 그러면 금방 늙는다~?”


계속해서 도발하는 헥토르.


하지만 이안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온다.


이제 가둬놨다고 생각하는 걸까?


파인 땅 정도야 뛰어넘으면 그만인데.


이안이 한 걸음 더 걸어온다.


그걸 신호로 헥토르는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방금 팬 땅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의 참격이 헥토르의 몸을 강타한다.




‘거리를 재는 거였어...‘


임서아는 이안이 칼질을 한 이유를 인제야 깨닫는다.


땅을 일자로 베어서 구멍을 파봤자,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저런 번거로운 짓을 한 걸까?


그걸 궁금해하던 임서아는, 이안의 참격이 헥토르를 정확히 강타하자 답을 깨닫는다.


거리 재기.


헥토르가 뛰어가는 속도에 맞추어서, 그가 옆으로 도망치는 순간 어딜 베면 그가 베일지 땅에다가 표시해놓은 것이었다.


‘계속해서 쫓아다니면서 속도를 잰 거였구나...’


이안은 화가 난 게 아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계산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점프를 하면 그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느려진다.


그런 점도 포함해서 노린 셈이다.


‘상대를 쫓지 못한다고 판단하자 거리를 확실히 재서 노리는 냉정함...’


검을 휘둘러서 땅을 파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도 무섭다.


하지만 저렇게 냉정하게 상대를 몰아세우는 건 더 굉장하다.


지금 자신이 정리한 것을 현수에게 잘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임서아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미뤄진다.


그 모든 생각은 지금 결판이 났다고 전제하고 진행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헥토르가 다시 일어선다.


분명히 참격을 맞았는데도 멀쩡하다.


구경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결판이 났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저렇게 강력한 참격을 무방비하게 맞았다.


바로 두 동강이 낫겠지.


하지만 이안은 멀쩡했다.


한 손에 든 방패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주고 있었다.


“방패?”


마담이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무기다.


방어 일색인 경기는 재미가 없으니 말이지.


방패를 든 놈들치고, 안 끈질긴 놈도 없고.




이안은 빠르게 헥토르에게 달려간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달려가면서 칼을 휘두르는 이안.


헥토르는 서둘러 방패를 들어 이안의 참격을 막는다.


거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격이 헥토르의 방패를 가격한다.


그사이 다가온 이안이 헥토르의 방패를 직접 칼로 내려친다.


이미 날린 참격과 실제로 휘두른 칼이 겹쳐, 동시에 헥토르의 방패를 가격한다.


계속해서 방어하는 헥토르.


이안은 그러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으로 헥토르의 방패를 내려친다.


방패로 막지 못하는 곳을 노리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방패째로 헥토르를 베어버리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헥토르는 그 모든 공격을 꿋꿋이 막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막아낸 뒤였다.


헥토르가 막기를 포기하고 방패를 휘둘러 공세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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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1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4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8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5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3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 20화 - 8강 (1) 20.04.07 55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30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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