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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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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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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0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4.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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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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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2화 - 절멸 (2)

DUMMY

방 안의 불이 꺼진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직감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긴장하던 참이었다.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은 잘 아는 얼굴이다.


"뭐냐? 넌 왜 여기 있냐?"


김철수가 원진을 보면서 묻는다.


"그냥 인사라도 하려고 왔습니다..."


원진이 머리를 긁으면서 대답한다.


김철수는 애초에 그의 대답은 들을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고는 나를 본다.


"너, 나와"


다짜고짜 나오라고 말하는 강압적인 태도.


이 자식은 정말 재수가 없군.


그러고 보면 검사도 말했지.


이 녀석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처음 만났을 때 그 말을 듣고는 의아했다.


눈앞에서 강한 무기를 휘두르는 걸 봤으니깐.


하지만 지금이라면 잘 알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이 녀석을 때려눕히고...


'안 돼'


'왜 그래?'


검사가 나를 다급히 말린다.


'말에 따라라'


'그냥 이참에 처리하고 도망쳐도...'


'다른 문제가 있다'


하긴.


이놈 죽인다고 해도 또 뭐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러면 뭔데?'


'뒤에 두 놈'


그 말을 듣고서야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본다.


완전히 무장한 김철수랑 달리,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있는 남자 두 명이 서 있다.


둘 다 똑같이 생긴 슈트를 입고 있다.


단순한 보디가드겠지.


'아니야'


'왜 그래?'


그제야 검사의 이변을 눈치챘다.


검사는 저 둘을 보고 긴장하고 있다.


'저것들은... 집행자다'


'집행자?'


'괴물들이지...'


"나오라고"


김철수가 나를 재촉한다.


"갔다 올게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 나와"


김철수가 내 말을 끊는다.


서아씨와 원진도 손으로 가리킨다.


셋 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교환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뚜벅뚜벅.


복도를 여섯 사람의 발소리가 채운다.


김철수가 앞장서고 집행자들이 맨 뒤에 서 있다.


마치 연행하는 것 같구먼.


"타라"


복도를 통해 밖으로 나온다.


밖에는 헬리콥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6명이 모두 타자 헬리콥터는 바로 이륙한다.


"......"


헬리콥터 안에서는 모두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어디론가 연행하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상하다.


어디로 끌고 가는 거라면 수갑 같은 거라도 채워야지 않나?


무언가 물어볼까?


잠시 김철수의 눈치를 봤다가 말았다.


이쪽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철수한테 무언가 묻는 것이 싫고 말이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서아씨와 원진은 긴장한 듯 주위 눈치를 보고만 있었다.


집행자라는 사내들은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정자세로 앞을 보고 있을 뿐이다.


"...어디까지 가냐?"


눈을 감고 있던 사내가 김철수에게 묻는다.


"산으로 갑니다"


"산 어디?"


"적당히 강원도 쪽입니다"


강원도?


여기는 한국이었나 보구나.


잠시 서아씨랑 눈빛을 교환한다.


"뭘 그리 멀리 가고..."


툴툴.


사내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불평을 말하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고생해주십시오, 이쪽 사정 때문에..."


김철수는 사내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있었다.


보디가드처럼 보였는데, 저쪽이 김철수보다 더 높은 지위인 모양이다.


"이해가 안 되오"


다른 집행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어떤 점이 그러십니까?"


"여기로 오면서 저걸 관찰해봤지만... 당신이 그리 걱정할 정도가 아니오"


"그러하지요"


"당신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할 것을 어찌 우리까지 부른 것인지 모르겠소"


"......"


김철수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가 그 말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알고 있소, 우리야 일이나 하면 되는 거겠지"


집행자 사내가 말을 잇는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일을 하는 거니 최소한 이쪽도 납득할 이유가 필요하단 말이오"


그 말에 김철수가 당황한다.


"비공식적이라뇨, 노예 처리하는 거야 그냥 관리자인 제 소관입니다"


"처리가 아니지 않소?"


처리? 무슨 말이야?


"진즉에 팔린 상품을 넘기기 전에 없애는 건 반 범죄요"


"그걸 어떻게...!"


"...우리가 등신으로 보이냐?"


다른 집행자 사내가 말한다.


"아니, 이건, 그..."


"오기 전에 대충 조사 다 했어"


"폐하의 명이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거요"


폐하?


왕까지 지금 일어나는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


"애초에 지금 하는 일이 왕명이랑 상관이 있기나 하냐?"


"폐하께서 이 자의 명령을 수행하라고 한 이상, 무엇이 되었든 이 자의 명령은 왕명이오"


한 집행자가 다른 집행자를 진정시킨다.


"아무튼 이 일에 대해 해명이 필요할 거요"


"잠깐만"


나는 이 사내들의 말에 끼어들었다.


세 사내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마치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하는 걸 본 듯한 반응.


"처리는 무슨 뜻...입니까?"


"노예가 어디 쳐 끼어들어"


집행자가 화를 낸다.


"......"


하오체를 쓰던 다른 집행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이쪽이랑 말을 섞기조차 싫다는 듯한 눈치다.


"이 새끼가 어디라고 끼어드냐?"


마지막으로 김철수가 나를 나무란다.


"너는 참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지금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노예가 하라는 대로 할 것이지 어디 질문질이야"


이 개자식이?


"처음부터 그랬어... 계약하는데 끼어들기나 하고"


"애초에 사기를 치려고 한 그쪽이 나쁜 거지"


화가 나기 시작한다.


현재 입장은 상관없다.


"이 자식이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려?"


"당신은 우리를 사기 쳐서 납치했잖아?"


"사기? 계약대로 했을 뿐이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속이고 계약서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걸 사기라고 하지, 뭘 사기라고 하겠어?"


게다가 말이야.


"이 쪽이 강제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강요해놓고는 뭐? 계약?"


"나는 강요한 적 없는데?"


"강요한 적이 없어? 직장 상사 시켜서 계약하게 만든 게 강요지 그게 아니냐?"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이 자리에서 베어버릴까?


"처음부터 사기 치고 납치해놓고는,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취급하고... 구경거리로 삼고..."


말을 하다 보니 분노가 자연스레 커진다.


화가 나서 말을 하고, 말을 하니 더더욱 화가 난다.


"노예 새끼가 어디 분수를 모르고 지껄여?"


이번에는 김철수가 일어선다.


"너같이 하찮은 새끼 때문에 내가 손해를 얼마나 봤는지 알아?"


"손해? 사람 목숨으로 손해라고 했냐?"


"노예 목숨 따위 알 게 뭐냐!"


김철수가 목소리를 높인다.


"네놈은 그냥 구르다가 적당히 뒤지고 말아야 하는 거였어... 그런데 네 놈 때문에 태용의 복무기간도 10%나 줄고, 투사들은 잃고, 돈도 잃고, 마담에게 소리까지 듣고..."


김철수는 내가 알 수 없는 말을 떠들기 시작했다.


복무기간? 돈? 마담?


"네 놈이 끼친 손해를 메꾸는데 들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잠이 다 달아난다"


"등신 같은 놈. 겨우 그런 할머니한테 소리 좀 들었다고 그걸 내 탓을 하냐?"


이놈과 마담이라는 자의 관계는 잘 모른다.


마담은 아마도 나를 산 그 여자를 말하는 거겠지.


내가 계기로 그 마담에게 무언가 혼난 모양이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상관없다.


단지, 이 자식을 좀 더 도발하고 싶었다.


좀 더 화나게 만들고 싶었다.


"......"


김철수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눈을 크게 뜰 뿐이다.


"왜? 등신 같은 놈아, 욕먹으니 놀랐냐? 욕 듣는 게 처음이야? 노예 따위한테 들어서 놀랐어?"


"킥킥킥"


집행자 중 한 명이 웃는다.


"너는 얼마나 인복이 없으면 도와달라고 부른 사람도 너를 안 좋아하냐? 그 정도면 좀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


"네가 못나서 혼나고 까이는 거야, 정신 차려. 노예 나부랭이라고 하지만, 나도 그 정도는 바로 눈치채겠구먼"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한심한 새끼"


그 말이 신호였다.


무언가가 내 몸을 휘감는다.


"뭐야!?"


보이지도 않았다.


어느새 김철수는 채찍을 들고 있었고, 그 채찍이 내 몸을 묶고 있었다.


팔을 벌려 풀어보고자 하지만, 안 된다.


엄청난 압박이다.


"역시 넌"


덜컥!


헬리콥터 문이 열리며 바람이 휘몰아친다.


내 몸이 뜨여서는 밖으로 날려진다.


이런 젠장.


김철수 놈이 나를 밖으로 날려버렸다.


당황할 틈도 없이, 김철수가 나를 따라 헬리콥터 밖으로 뛰어내린다.


"내가 죽인다"


몸이 묶인 채, 하늘을 김철수랑 단둘이 난다.




"크하하하하하!"


집행자 한 명이 유쾌한 듯 목소리를 높여 웃는다.


그 모습에 임서아와 원진은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아 저거 재밌네!"


"허 마담이 저걸 산 이유를 알겠소"


"노예는 취급 안 하던 양반이 갑자기 하나 사길래 뭔가 했더니... 큭큭큭..."


임서아는 둘을 보면서 최대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김철수가 현수를 데리러 와서 우리를 모두 데리고 나왔다.


그 목적은 처리, 그러니깐 죽이는 것.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저 사람들까지 동반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실력자라는 것일 터.


우리를 죽이기 위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지?


제일 큰 걱정거리인 관리자가 눈앞에서 없어졌다.


이현수가 같이 사라진 것이 걱정되지만, 우선은 자신의 목숨부터 챙겨야 한다.


여기서 탈출해서 이현수를 찾아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니, 지금 뭘 할 수 있을까?


"거 너무 쫄지 마라"


집행자 한 명이 임서아에게 말을 건다.


임서아는 자기 생각이 들킨 것처럼 놀랐다.


"저거 처리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니깐... 그때까진 살려줄게"


전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어차피 너희를 죽일 것이라는 말.


'어쩌면 좋지...'


임서아는 이현수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최대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좋아'


검사가 말한다.


'좋긴 뭐가 좋아! 우린 추락 중이야!'


'집행자에게서 떨어졌다. 살아남을 확률이 생겼어'


그만큼이나 집행자가 무서운 존재였던 건가.


턱.


내 얼굴을 김철수가 잡았다.


"이대로 죽어라"


"죽긴 누가..."


나는, 아니 검사는 김철수의 채찍을 풀어낸다.


한 손으로 김철수의 손목을 잡았다.


김철수가 놀란 눈으로 그 손목을 바라본다.


"네가 죽어라"


검사가 검을 꺼낸다.


휙.


공중에서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김철수를 베는 데 실패한다.


어느새 김철수는 거리를 벌린 뒤였다.


빠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야.


'저것도 좋은 철핵을 쓰나 보군'


검사는 공중에서 다시 자세를 잡는다.


불안정한 가운데 팔과 검만은 확실히 김철수는 노린다.


'그래봤자 쓰는 놈이 등신이면...!'


검사가 검을 휘두른다.


둘 사이에 거리는 꽤 떨어져 있지만 상관없었다.


검사의 검은 보이지 않는 걸 베는 검.


이 정도의 거리는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김철수는 공격을 막아냈다.


거리가 멀다고 방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채찍을 양손으로 들고 펼쳐 검격을 막는다.


온종일 내가 싸우는 것을 봤다.


보이지 않는 걸 벤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겠지.


'잠깐만!'


'뭐?'


나는 검사를 서둘러 불렀다.


검사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을 하지만... 이건 급하다고!


'곧 부딪친다!'


어느새 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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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 역습 (3) 20.05.05 40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1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5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 32화 - 절멸 (2) 20.04.23 56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4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2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50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8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5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10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3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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