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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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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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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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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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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DUMMY

“그건...”


어째서지?


왜 서아씨의 능력이 나에게는 발동하고 원진에게는 통하지 않았지?


“거기서 가정을 세워봤어요. 그게 당신의 능력인 것 아닐까?”


“회복 능력 말인가요?”


검사의 철핵을 받아들이면서 난 나대로 회복능력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검사의 힘과 내 고유의 능력 둘 다 활용한 셈이 된다.


“아뇨, 회복 능력은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회복하는 게 설명이 안 되잖아요”


“아니죠, 저랑 똑같이 회복했잖아요? 그럼 제 능력을 쓴 거죠. 게다가...”


서아씨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 손가락은 나를 향해있지만, 미묘하게 내 옆을 가리키고 있었다.


“검사의 힘을 쓸 수 있는 게 말이 안 돼요”


‘나 말인가?’


검사가 재미있다는 투로 묻는다.


“네, 당신의 힘 말이죠. 철핵을 사람이 두 개 이상 끼는 건 불가능해요. 그 말은, 두 가지 이상의 능력을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겠죠”


‘그렇지. 심장에 과부하가 가서 터지는 셈이니깐, 다시 말하면 심장이 두 가지 이상의 힘을 쓰면 터진다는 소리가 되지’


당연한 소리를 다시 반복하는 거 같은데.


“철핵을 두 개 끼는 건 부가적이라는 뜻이에요. 철핵을 두 개 끼면 심장이 터지는 이유는 과부하 때문이고, 과부하는 능력을 두 개 이상 가지니깐 생기는 문제인 거니깐...”


“능력을 두 개 이상 활용했다면 전 이미 죽었을 거다?”


“그렇죠”


“그렇다면 제 능력이 회복능력이 아니겠군요...”


“혹시 모르지만, 우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 거죠”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는 서아씨.


“여기까지 생각하고 다른 가정을 하나 세웠죠“


“어떤 거죠?”


“무엇인지 모르지만 하나의 능력을 갖추고 여러 능력을 같이 소화할 수 있게 한 것 아닐까, 하는 가정이요”


“그건...”


“비유하자면 컴퓨터 같은 거에요. OS가 깔려있으면 그 위에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거죠”


윈도우같은 걸 말하는 거군.


“아니면 무술가라고 할까요? 실력이 좋은 무술가가 있다면 그 무술가가 여러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제가 OS 혹은 무술가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본 거군요...?”


“네. 그렇게 가정한 다음에 당신의 능력이 무엇일지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서아씨.


“검사의 힘을 받아들여서는 그대로 따라하는 힘, 그리고 제 인내하는 힘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힘...”


“아”


서아씨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당신의 힘은 다른 사람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 이 아닐까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자신이 잘 인지하지 못하던 자신을 남에게 듣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해 깨닫는 순간이 있다.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자기 자신에 관해 설명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분석해서 결과를 내려주는 순간—.


아,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종종 있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하던 걸 의식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렇다는 걸 인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그 점에 대해서 더더욱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이 일치하면서 깨달음이 번개처럼 찾아온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맞아요. 제 능력은...”


‘흡수라도 하는 건가?’


“달라, 흡수가 아니야. 난 단지...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는 거야...”


“맞아요. 흡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흡수였다면 능력이 빼앗겨야 했다고 생각해요”


“네, 그래서... 검사의 핵을 받아들이는 순간 검사의 능력을 받아들인 것이고, 서아씨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순간 서아씨의 능력을 받아들인 것이고...”


그 외에도 수없이 받아들였다.


검사의 훈련에 동의하고 그 훈련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강해졌다.


적의 참격을 받고 깨달음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참격의 힘에 대해서 깨달았다.


검사가 새로운 경지로 가려는 것을 같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내 몸으로’ 검사의 새로운 경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을 머뭇거릴 때마다, 검사의 힘이 약해지기도 했었다.


“그렇군요...”


“가정이 맞은 모양이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직 철핵을 끼지 않은 상태에요”




헬리콥터가 천천히 착륙한다.


프로펠러가 천천히 멈추며, 문이 열린다.


김철수와 집행자가 같이 내린다.


하지만 집행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또 연락이 안 되는 겁니까?”


“그렇소...”


집행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연결 중...>


헬리콥터 안에서 계속 남겨놓고 온 집행자에게 연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연결을 받지 않는다.


연결이 되는 걸 보면 통신에 문제는 없다.


이상하다.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리가 없다.


그리고 상대는 자신의 후배, 연락을 무시할 리도 없다.


조금 전에 생체 반응이 끊겼던 것이, 만약 장비 오류가 아니라면?


무언가 일이 일어났던 것이고, 지금도 그래서 통신이 안 되는 것이라면?


노예를 처리하러 간 집행자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다.


“확인해 봐야겠소...”


하지만 방심하고는 일을 간과하는 건, 집행자라는 의무를 완전히 무시하는 꼴이다.


“알겠습니다”


무사히 콜로세움으로 돌아온 뒤다.


김철수로서는 오히려 이 집행자가 확인하러 가면 기쁠 뿐이다.


만약의 사태까지 확실히 처리해주는데 마다할 리가 없지 않은가.


집행자는 그대로 하늘로 뛰어올라, 지금껏 날아온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분명히 철핵을 끼려고 했어요”


나는 방금 깨달은 것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검사가 쓰던 철핵을 들고, 그대로 제 심장에 장착하려고 했죠”


그렇다.


만티코어들이 살육을 하던 그날.


나는 심장에 철핵을 끼고 장착하려고 했다.


그리고 철핵이 내 심장에 장착되려는 순간.


그 철핵이 심장하고 맞닿은 바로 그 순간.


내 능력이 발휘되었고 검사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철핵이 심장에 장착되기 직전에, 검사의 능력을 먼저 받아들였다.


그렇게 검사의 힘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철핵을 심장에 장착하기 직전, 능력이 먼저 발동되었고 그대로 검사의 힘을 먼저 받아들이게 된 거예요”


“그렇군요”


서아씨는 이해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인다는 것만 가능한 상태였기에 서아씨의 힘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하지만 아직 철핵을 장착한 건 아니다?”


“네. 그냥 빈 철핵이었다면 제 능력을 발휘하는 정도로 끝났겠지만...”


‘그 여자는 이어지는 힘을 가진 자. 그래서 내 철핵과 내 영혼을 이어서 다음에 내 철핵을 끼는 사람하고 이어지게 했지. 그 덕분에...’


“제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 그리고 제가 철핵을 그대로 장착하기 이전에 검사의 힘을 먼저 받아들이게 된 거죠”


“이건 무슨... 버그 같군요”


“제 능력과 검사가 말하는 그 여자의 능력, 두 능력이 특이한 능력인지라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겠죠”


“만약에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검사의 철핵을 꼈다면...”


“검사의 능력과 그 자신의 능력이 부딪쳐서 과부하를 일으켰겠죠”


“이게 무슨 우연인 거죠...”


‘...이제야 이해하겠군. 그 여자가 한 말이’


검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 여자, 내 영혼과 철핵을 이으면서 말했지. 이건 터무니없이 성공 가능성이 낮은 도박이라고’


“왜 그런 걸 지금에서나 말하는데?”


‘어차피 그 수밖에 안 남았는데 가능성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여자 말을 넘겼으니깐’


얘는 정말 머리 쓰는 건 싫어하는구나...


‘게다가 이미 너에게 내 힘을 물려주는 걸 성공한 순간이었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었지’


듣고 보니 이 말은 맞긴 하네.


“그러니 저는 아직 철핵을 낀 상태가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끼기 바로 직전이면서, 동시에 안 낀 건 아닌 상태지만.


“그렇군요”


서아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죽기 직전에 이렇게 깨달으니 속은 시원하네요”


“네? 죽기 직전이요?”


“몰랐어요? 지금 당신이랑 저, 빈사 상태에요”


서아씨가 손을 크게 벌린다.


“죽을 때가 되니 많은 걸 깨닫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지금 이 공간이 생과 사의 경계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고 말이죠”


“그런 거였어요?”


“현수씨는 못 깨달았나요?”


“네. 저는 단지... 이 공간이 검사와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


서아씨가 무언가 하나 더 깨달은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거였군요. 검사의 철핵을 꼈을 때 현수씨, 되게 위험했군요?”


“아, 설마”


“철핵의 힘 두 가지가 부딪치는 상태라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섰던 거였네요?”


“그랬군요...”


검사랑 처음 만났을 때 그 상태가 그저 위험한 것이었다니.


인제야 아니 웃겼다.


내가 이렇게나 운이 좋았나.


아니, 납치당한 시점에서 이미 운이 나빴던 거겠지.


그리고 서아씨의 말에 나는 다른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아니, 아니에요. 제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게 아니에요”


“네?”


“검사와 서아씨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거예요. 검사는 애초에 영혼만 현실에 남은 상태고, 서아씨는 지금 죽기 직전이지요. 그리고 저는 당신들의 그 상태를...”


“...받아들인 거군요?”


“네”


갑자기 내가 서 있는 곳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생사의 기로가 ‘나’의 기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되죠”


... 어쩌면 서아씨가 나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나는 죽지 말라는 마음으로.


“돌아가서 사세요. 철핵을 아무거나 끼고서라도...”


“아뇨”


나는 서아씨의 말을 거부했다.


“같이 죽겠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마요. 그런 건 개죽음일 뿐이니깐”


“알아요. 죽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걸어갔다.


멀리 서 있던 서아씨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남는 한 손을 허공에 뻗친다.


그 허공을 손으로 잡는다.


‘무슨...?’


검사가 놀란다.


보이지는 않지만, 검사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둘 다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그 말과 함께, 우리가 있던 생사의 기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어떻게 눈을 뜬 것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 짜낸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햇빛이 내 눈을 찔렀기 때문일지도.


확실한 것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집행자의 시체에 얹었다.


그 간단한 동작이 몹시 힘들었다.


마치 맨손으로 산을 움직이고 있는 듯이 무거웠다.


얼마나 힘을 쓰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손이 겨우 집행자의 시체까지 닿는다.


그 시체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댄다.


턱.


집행자의 심장 부분을 손으로 잡는다.


그 심장 부분에 있는 철핵을 집어 든다.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서아씨의 손을 잡은 채다.


그 손에 힘을 준다.


한 손으로는 집행자의 철핵을.


또 하나의 손으로는 서아씨를.


죽은 집행자의 철핵을 나에게 받아들인다.


아직 서아씨의 영혼이 겨우 남아있는 철핵을 받아들인다.


양손으로 잡은 채, 나는 둘 다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너더더
    작성일
    20.04.29 22:1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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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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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4강 (2) 20.04.14 41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4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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