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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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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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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8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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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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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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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1화 - 절멸 (1)

DUMMY

서아씨 덕분에 몸은 완전히 나았지만, 고통과 피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피곤하네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투 중이었으니깐..”


피곤하다는 말에 서아씨는 나를 위로하며 자라고 권한다.


“이상하게 잠은 안 오는군요”


“큰일을 겪은 뒤니깐 그런 모양이네요”


“앞날이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서아씨를 봤다.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그때였다.


방 안에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지?”


<들어가도 될까~?>


“누구야?”


왠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방금 울린 벨은 현관 벨 같은 거로, 방 앞에 누군가 도착하여 누른 모양이었다.


<원진~>


원진? 누구지?


“16강에서 상대한 사람이 왜...?”


“아”


서아씨의 말에 기억해냈다.


나의 16강 상대.


요요를 쓰던 이상한 놈이었다.


“들어와”


그 말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음성인식인 건가?


“오, 이거... 방해했나?”


원진은 방 안에 들어오다가 서아씨가 있는 걸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소리야?”


“음... 아닌가 보군”


뒤통수를 긁으며 들어오는 원진.


“그...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왔어”


“뭐죠?”


서아씨가 대신 물어봐 준다.


“음...”


원진이 망설인다.


머리를 긁다가 겨우 말을 잇는다.


“고맙다는 말이지”


“고맙다고요?”


“살려줬잖아? 은혜를 입은 거지”


원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다.


경기장에서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여유로워 보인달까 사람이 좋아 보인달까...


“그러니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고 그러려고... 온 거지”


“...뭘요”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 말았다.


감사를 받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가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러 오니, 그게 오히려 어색할 따름이다.


“이쪽은 죽다 살아난 거니깐~ 인사는 받아줘”


사람 좋게 웃는 아저씨.


서아씨와 나는 그에게 같이 웃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셋 다 딱히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 한 번 싸웠을 뿐인 상대한테 딱히 할 말은 없단 말이지.


더군다나 지금 몹시 피곤하고 말이야.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원진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뭐죠?”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함께 편을 먹지 않겠어?”


“편이요? 세력을 구성하자는 건가요?”


“비슷한 거야...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당신 밑에 들어가고 싶은 거지”


“잘 모르겠군요... 노예끼리 세력을 구성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많아. 아아, 그러고 보면 여기에 납치된 지 오래 안 되었다고 했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주면 될까.


원진은 턱에 손을 대고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앉아서 얘기하시죠”


“오, 쌩큐. 고마워 아가씨”


“임서아입니다”


“아, 그러면 서아씨, 쌩큐”


“저는...”


“현수잖아? 맞지?”


“네, 이현수입니다”


“성씨라 왠지 그립네~ 나도 반 년 전만 해도 성씨가 있었지. 김원진이야”


“성씨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닌데~ 여기 끌려오고 나면 다 이름으로만 부르고 불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은 생략되거든”


“일부러 성을 생략시키는 모양이군요”


“응, 노예한테 성씨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뜻일 거야”


“...말살 정책 같은 거군요?”


“말살이요?”


“성씨를 없앤다는 건 조상을 없앤다는 의도 아닐까 싶네요. 과거에 당신이 누구의 자식이었든 이제 그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아마 그런 거 아닐까?”


원진은 성씨 이야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듯싶었다.


“그것보다는 세력 이야기를 좀 하지. 세력이라는 건... 별 건 없고, 현수 당신을 중심으로 노예들을 좀 뭉쳤으면 하는 거야”


“뭉친다는 건...”


“그냥 뭐... 같이 밥 먹고, 같이 수련하고... 그런 거?”


“어차피 지금 그러고 있지 않나요?”


“보통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수련하고 하지”


하긴.


나도 밥은 계속 방에서 서아씨랑만 먹었다.


수련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혼자서 수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그러니 당신을 중심으로 뭉쳐서 같이 수련해서, 노예들이 다 같이 강해졌으면 하는 거야”


“저는 메리트가 없군요”


“음...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무리를 만들면 그 무리의 리더는 당신이니깐”


“무리의 리더가 되면 무슨 의미가 있죠?”


“물론 노예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정치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함께 뭉치는 것으로 힘이 생기고 말이지”


“노예가 할 수 있는 정치라는 게 있습니까?”


“만약 네가 무리를 지어서 다 같이 강해진다면 관리자도 너나 네 무리를 무시하기 힘들어지지"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건가?


"관리자 입장에서 노예는 상품인데, 상품이 알아서 강해지면서 무리를 지으면 무시할 수 없거든”


“그리고 그걸 빌미로 관리자랑 거래를 한다?”


“발언권이 생긴다고 하자. 군대는 갔다 왔지? 아니 그 전에, 몇 년도에 끌려온 사람인지부터 들어봐야겠구나”


“2020년입니다만...”


“그러면 나랑 같은 년도로군! 뭐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어... ”


“군대... 그렇군요, 병장 같은 거군요”


“빙고. 일 잘하고 애들한테 발언권 있는 병장이면... 간부랑 조금 거래나 얘기가 가능하잖아. 그렇지?”


“흠...”


듣고 보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긴다.


“당신이 받아주든 말든, 난 당신 따르겠지만”


“네?”


원진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야, 은혜도 입었는데 강하기까지 하니, 나는 무조건 당신 따르기로 마음먹었어”


“그게 무슨...”


“그 태용이랑 싸우고 상처까지 주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당신이 수락하든 안 하든 당신 밑에 들어갈 테니까”


“잠깐만요, 밑에 들어온다고 하셔도 딱히 부탁드릴 것도 없고”


“지내다 보면 생길 거야~”


이 아저씨, 엄청 능글맞네!


어쩌면 좋을지 몰라 서아씨의 얼굴을 바라본다.


서아씨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하는 중이었다.


그렇지, 갑자기 내 밑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이니깐.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아니, 내가 뭘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꿍꿍이가 있으면 어쩔 건데?


‘귀찮은 게 들어왔군’


‘야, 이런 게 진짜로 있었어?’


‘그래’


‘너도 네 편이 있었고?’


‘아니’


‘넌 왜 없었는데?’


‘귀찮아서 다 쳐냈어’


검사는 옛날을 떠올린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한테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들러붙어서 말이지... 수련에 방해되니깐 다 꺼지라고 했다’


‘발언권이나 그런 건 탐이 안 났고?‘


‘귀찮잖아, 그런 거 몰라’


이제 깨달았다.


이놈은 싸움만 할 줄 알지, 나머지는 다 무시하는 놈이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검사의 조언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어쩐다냐.


잠시 고민하는 참이었다.


갑자기 방의 불이 꺼졌다.




불이 꺼지기 잠시 전.


“오셨군요”


콜로세움의 입구에서 김철수가 집행자를 맞이한다.


평상시랑은 다른 복장을 한 상태다.


어깨나 무릎, 가슴 등에 단단한 흑판이 깔린 타이츠.


마치 테러 현장을 진압하려는 특공대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


“안녕하시오”


김철수가 맞이하는 집행자는 반대로 여유로운 복장이었다.


깔끔하고 핏이 딱 맞는 정장에 일자 넥타이.


한 명은 파란색이었고 다른 한 명은 보라색이라는 점만 빼면,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다.


“당신도 같이 일할 거요?”


“네, 저도 같이 가도록 하죠”


“무슨 일이길래 집행자 두 명으로도 모자라서 당신까지 일하려고 하는 거요?”


집행자 주제에 시키는 일이나 하면 되지, 뭘 그리 질문이 많아.


“큰일은 아닙니다, 단지 확실히 처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김철수는 속마음은 감추고, 집행자를 안내한다.


세 명이 콜로세움 안의 복도를 걷는다.


“귀찮은 일이 아니면 좋겠소만...”


“...후아암...”


대놓고 귀찮아하는 티를 내는 집행자들.


하지만 김철수는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는 자신의 지위가 위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랑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지위를 가진 자들이다.


그런 자들을 밤늦게 개인적인 용무로 불러냈다.


괜히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집행자.


이 시대의 특수 경찰들.


무력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나서서 해결하는 실력자들이다.


표면상으로는 시민들의 안전과 특수한 범죄에 대항하는 특수부대와 같은 존재지만...


왕의 명령과 원로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수행원들로, 쉽게 말하면 권력자들을 위한 군대였다.


B급 철핵을 끼고 있는 그들은 한 명이 일반 군인 한 부대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김철수는 자신의 상관 덕분에 집행자들을 원하는 데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권리라고 해도 한 번에 2명이 최대다.


게다가 집행자들이나 자신이나 왕의 부하였기에, 실질적으로는 같은 등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니, 집행자 중에는 여러 권리를 가진 자들도 있기에 그보다 높은 등급인 자들이 더 많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김철수의 명령에 따라서 왔지만, 김철수를 이렇게 하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왕의 명령에 따라 김철수를 돕는다.


하지만 김철수 자체는 자신들보다 아래다.


집행자들은 김철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소?”


“네”


“진짜로? 노예 한 명 죽이려고 우리를 불렀다고?”


“아마 2명이겠지만... 그렇습니다”


“장난하냐...?”


하품만 하면서 아무 말 안 하던 집행자가 입을 열었다.


“화내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화 안 나겠냐? 쓰레기 치우라고 우리를 불렀어?”


“노예 정도면 다른 노예를 시키면 되지 않소?”


“오늘 경기에서 태용과 붙어서 살아남은 놈입니다”


“태용과?”


집행자들이 말을 멈추었다.


태용과 겨뤄서 살아남았다.


그만큼이나 그 노예가 강하다는 건가?


아니, 노예가 그만큼이나 강해질 수나 있나?


“태용이 봐준 거겠지...”


의심스럽다는 투로 집행자가 되묻는다.


“그런 것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법 잘 싸웠습니다”


“태용을 상대로 말이오?”


“네”


“허...”


다른 집행자가 놀란다.


김철수는 딱히 마음에 드는 녀석은 아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로 태용과 겨룬 것일 테다.


“오늘 결승 영상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보시면...”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부를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은데... 후암...”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알겠소”


집행자는 더 이상 김철수에게 묻지 않았다.


실력으로 권리를 얻고 명령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철저한 자들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주어진 명령을 완벽히 수행한다.


그것이 집행자의 윤리였다.


김철수 같은 놈이 불렀기에 이유를 조금 물어봤을 뿐이었다.


만약에 얼토당토않은 이유였다면 김철수에게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래도 김철수가 의뢰한 일은 처리했을 거고.


하지만 태용과 어느 정도 맞붙고 또 살아남은 노예를 처리하는 일이라면...


그가 자신들을 부른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두 명은 지나치다고 생각하오만...’


“한 명만 부르라고 한 명만... 하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을 확실히 처리하고 싶으면 평소보다 세 배는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세 배라고 하셨소?”


집행자 한 명이 발을 멈춘다.


“우리 둘과 자네를 합쳐서 세 명?”


“그렇습니다”


그 말에 집행자 둘이 김철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한다.


“철핵의 등급이 같다고 같은 수준으로 보면 곤란하오만...”


“분수도 모르는 거냐?”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 한 음절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제 다 왔습니다”


김철수는 그 둘의 분노를 무시하고는 방문 하나를 가리켰다.


“저 안에 있습니다”


“......”


“뭐 일단... 일부터 해야겠지”


집행자가 김철수의 말을 넘어가 준다.


김철수는 이현수의 방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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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 31화 - 절멸 (1) 20.04.22 64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8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3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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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30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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