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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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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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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8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5.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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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1부 완) - 개막선언

DUMMY

왕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서 있었다.


모든 관중과 진행자, 귀족들 그리고 경기장에 서 있는 이현수까지 모두가 왕을 보고 있었다.


왕은 그 시선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고, 또 지금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것마저 당연한 권리인 듯 누리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빨간 카펫을 밟는 것이 당연한 듯이, 왕은 혼자서만 입을 연다.


“짐이 가로되...”


모두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의 말을 경청한다.


“이 경기의 승리자에게 짐이 상을 내리노라”


웅성웅성.


상이라는 말에 모두가 웅성대기 시작했다.


‘상?’


‘뭘 주려는 걸까요?’


‘말도 안 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나 서아씨와 달리, 검사는 경악하고 있었다.


‘왜 그래’


‘왕의 상이다...’


‘그런데?’


‘왕의 토너먼트에서 이기면... 왕이 직접 상을 수여한다는 말은... 들은 적 있지?’


‘어, 저번에 네가 말해줬지... 아’


‘그런 거예요?’


인제야 이해했다.


검사는 왕의 토너먼트에서 이기고자 했다.


왜냐하면 왕에게서 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통해 노예에서 벗어나고 또...


그러고 보면 검사가 왕에게서 받으려고 한 건 뭐였지?


노예에서 벗어나는 건, 왕의 명령 말고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잘 됐어요, 저희 계획보다 일이 훨씬 잘 풀리는군요’


‘그렇네요...’


생각은 나중에 하자.


물어보는 거야 급하지 않지만, 지금은 왕의 상을 받는 것에 집중하자.


무엇을 부탁하지?


노예에서 해방?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지.


이곳으로 납치당한 후에, 어느새 제 1 목표를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최종목표는 아니다.


내 목표는 복수하는 것.


그렇다, 이 빌어먹을 미래인들에게 복수하는 것.


나를 가치 없다고 결정한 미래의 판단에 엿을 먹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저 왕에게서 무엇을 뜯어내야 좋을까?


“그리고 다시 짐이 가로되...”


무엇을 요구하면 받아낼 수 있으면서도 나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던 참이었다.


왕이 다시 입을 연 덕분에 내 생각은 멈추었다.


“저 앞에 있는 범죄자를 처벌하노라”


“뭐?”


그 말과 함께 쿵, 하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태용이 경기장에 뛰어들었다.


분위기가 다르다.


저번에 싸울 때랑은 완전히 다른 눈빛을 하고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저번에 나와 싸울 때는 싸워준 것조차 아니었던 것을.


그리고 지금은 나를 전력으로 죽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집행자 두 명을 살해하고, 노예의 신분에서 거주 구역을 이탈하였으며, 왕족의 집에 침입하여 그 경비병 열일곱 명과 배정된 집행인 두 명에게 상처를 입힌 죄...”


왕은 마치 외우고 있는 듯이 내가 한 것을 다 나열한다.


이미 모든 행동을 다 알고 있었던 건가.


“중죄, 처형이 마땅하다”


드드드득...!


그 말과 함께 태용이 창을 꺼낸다.


창은 붉다 못해 하얗게까지 빛나고 있었다.


나도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저 녀석을 상대하려면 모든 걸 다 퍼부어야 한다.


언제 덤벼들지 모른다.


먼저 덤벼드는 게 승산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까?


어떻게 하지?


“짐은 공평하다!”


왕이 외친다.


그 외침은 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그대는 관리자와의 경기에서 공정하게 승리했다! 모든 불이익을 견뎌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뭐야, 갑자기 왜 나를 띄워주는데?


“관리자가 그대에게 상을 주는 게 마땅하나 그 관리자가 없다면... 관리자를 책임지는 이 짐이 상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거참 책임감 좋은 양반이네.


“그러므로 그대에게는 짐의 상을 내리겠다!”


“거 그러면...”


“허나 그대의 죄는 중범죄! 이 나라를 대표하는 왕으로서 그대는 심판받아야 한다!”


뭐 어쩌라는 거야.


“상과 죄! 권리와 책임! 자, 말해라. 그대가 원하는 상을! 그리고 그 뒤에 집행하겠노라”


아, 그런 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사면받고 땡치라는 거군요...’


그렇다.


네가 지금 이겼으니 보상을 받아야겠지만, 범죄자니깐 그 보상 없는 셈 쳐라.


대신 봐주겠다.


왕은 그렇게 선언하고 있는 셈이었다.


못마땅했다.


하지만 지금 깔아놓은 이 판을 뒤엎는 건 무리다.


다른 적절한 부탁이 떠오르지도 않고, 무엇보다 눈앞에 태용도 있다.


지금의 태용은 이길 수 없다.


그걸 직감적으로 깨달은 이상, 허튼수작은 부릴 수가 없다.


수틀리면 왕은 바로 나를 제압하겠지.


“...용서를 구합니다”


“좋다!”


나는 왕의 의도대로 해주었다.


“그대의 중죄를 짐의 권한으로 해결해주겠다! 이걸로 눈앞의 자는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 모든 걸 용서받았다!”


웅성웅성.


여전히 웅성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왕은 그 소리를 잠재우려는 듯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짐은 토너먼트를 개최할 것을 선언하노라!”


웅성웅성웅성웅성...!


웅성거리는 소리는 오히려 더 커진다.


“이현수, 그리고 태용! 둘에게는 이 토너먼트에 출전할 것을 명한다!”


왕은 그 웅성거리는 소리를 다른 선언으로 덮으려는 듯 외친다.




며칠 뒤.


투기장 한쪽에 마련된 조용한 공간.


투기장 관리자가 손님이 오면 맞이하기 위해 마련한 그 공간에, 이현수와 마담이 앉아있었다.


“오랜만이네 횽아~ 건강했어?”


“덕분에”


“그러면 잘 됐네~”


마담은 이현수의 반말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서, 충분히 즐기셨나?”


이현수는 며칠 전 경기에 관해 얘기한 것이다.


관리자와 이현수의 경기.


일방적으로 이겨낸 그 경기.


“신기하네~ 어떻게 그렇게 바로 회복해서 싸워낸 건지~”


“내 능력이야”


“엄멈머 그렇구나~”


마담은 전형 궁금해하지 않는 목소리로 감탄한다.


“그보다, 즐겼냐고?”


“으응~ 너무 성급하네 횽아는~”


“......”


“확실히 재미는 봤지~ 예상보다 손님도 많이 와줬고 폐하가 특별히 보너스도 챙겨주셨거든~”


“그건 잘 됐군”


“그리고 재미도 있었어~ 철수 횽아가 그렇게 발리는 건 참 즐거웠지~”


다시 생각하면서 마담은 그때의 기억을 음미한다.


“그것도 잘 됐군”


“게다가 폐하가 토너먼트를 열기까지! 근래 이렇게 두근거린 게 얼마 만인지~”


“그러면...”


이현수는 마담에게 몸을 기울인다.


“약속한 건 제공해줘야지”


“음 그렇지만~ 폐하께서 이미 상을 수여했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마담은 그런 뉘앙스로 어깨를 들어 올린다.


“어떻게든 해야지”


“그치만~”


괜히 아양을 잔뜩 담아 말하는 마담.


“내가 괜히 나서서 ‘노예에서 일반인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는걸~”


“왕족이잖아, 분위기 정도는 무시하고 제의해야지”


“왕족이라지만 변방 찌끄레기야~ 폐하랑은 8촌 정도?”


“이 봐, 당신은 나랑 계약서도 썼다고”


“알아 알아,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마담이 턱짓으로 나를 가리킨다.


“이미 당신은 준 일반인 상태야~ 허락만 받으면 외출도 가능하고, 노예들과 달리 제대로 된 방도 있고~ 사유재산도 인정된 데다가 ID 번호도 받았잖아~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당신이 나한테 요구했던 그 일반인!”


“하지만 허락이 없으면 외출은 할 수 없고 방이나 사유재산은 노예일 때도 있던 데다가 ID 번호는 특수번호로 죄수들에게 쓰는 번호랑 같은 거잖아?”


“욕심도 많아~”


내 지적에 마담은 흥이 꺼지기라도 한 듯 입을 삐쭉 내민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건 내가 이뤄줄 수가 없어”


“일반인이 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그럼~”


“......”


“전무후무한 일인 데다가, 뭐 이것저것 문제가 많기도 하고~ 애초에 계약할 때도 말했잖아? 안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며 마담은 계약서를 꺼내 나에게 보여준다.


계약서 한쪽에는 ‘을은 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이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필요는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보자고~”


“그래, 꼼꼼히 읽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계약서를 뒤집어서 마담에게 내밀었다.


“뒷면...?”


“몰랐어? 뒷면도 있었는데”


“이런 유치한 술수를...”


“이미 사인했잖아~”


“......”


마담은 못마땅한 듯 계약서 뒷면을 본다.


그 뒷면에는 단 한 줄의 문구가 있을 뿐이었다.


‘을이 갑에게 약속한 것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을의 능력 내에서 가능한 다른 것을 제공한다’


“그래서... 뭘 원하는 건데?”


“별거 아니야. 두 개만 부탁할게”


“그건 계약 초과인데~”


“간단한 거 두 개니깐 봐달라고. 아니면 큰 건 하나 부탁할까?”


“들어나 보지~”


“일단 사람을 한 명 찾고 있어”


“사람을? 여기서? 아는 사람 하나도 없잖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지. 노예 한 명이야”


“그럼 노예라고 말을 해야지~”


그 말에 이현수가 잠시 마담을 째려봤다.


마담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지만.


“...아무튼 사람. 계승하는 능력이 있는 여자고, 무슨 수녀처럼 입고 다니지... 아, 수녀라는 게 옛날 같은 수녀야. 수녀복을 하얗게 해서는...”


“그래 뭐 찾아봐 줄게~ 못 찾을지도 모르지만~”


“...정보는 나중에 더 정리해서 보내줄게. 그리고 두 번째는... 몸이야”


“몸?”


“인공 신체가 두 개 필요해. 최대한 사람 몸에 가까운 것”


“사이보그라도 되게~? 그거 노예한테는 불법인데~? 게다가 성공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건지.


마담이 투덜댄다.


“알아, 성공한 경우 하나도 없는 거. 그렇다고 다 폐기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야? 그냥 백지에 가까운 몸 두 구만 구해주면 돼. 최대한 멀쩡한 것, 가능하면 남자 여자 한 구씩”


“영혼 없는 인공 신체를 남자, 여자로 각각 한 구... 횽아 그런 취향이야?”


“그런 거 아니야”


“깔깔깔! 알았어, 그거야 어려울 거 없지”


“그리고...”


“또 있어? 두 개라면서?”


“왠지 두 개만 말하면 아쉽잖아? 세 개는 되어야지”


“아 됐네요~”


그렇게 말하며 손사레를 치는 마담.


“이것도 별 건 아니야. 그냥 수행할만한 상대를 좀 보내줘...”


“수행?”


“왕의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됐으니깐, 그전까지 수련을 좀 하려고”


“그래서? 누구를 보내 달라는 거야?“


“집행자들”


“......”


그 말에 마담이 입을 다문다.


“이거까지 들어주면 또 재미있게 해주지”


“그럴 건덕지가 있나?”


“가장 큰 건덕지가 있잖아. 왕의 토너먼트”


“허...”


마담이 헛웃음을 짓는다.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지”




마담과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방.


‘생각대로 될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승자와 제 능력을 활용하면...’


어쩌면 검사와 서아씨 둘 다, 다시 몸을 가지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 여자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러니 네가 아는 정보는 다 말해. 정리해서 마담에게 보내게’


‘알았다’


자, 이제 시작이다.


검사의 동료였던 여자를 찾아, 그 힘을 정확히 파악한다.


지금 가진 힘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둘에게 몸을 만들어준다.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집행자에게서 얻은 기억한 켠에, 인공 신체 실험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걸어보는 도박이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이들의 영혼을 보관하는 데 성공했으니 몸만 있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의 토너먼트에서 승리.


이겨서 권리를 얻어내 일반인이 된다.


그다음에...


“이 빌어먹을 미래에 엿을 먹여주지”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1부 완>


작가의말

끝까지 봐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나름 다시 글을 쓰면서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지 못했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쓰는 내내 제법 재미있었던 지라... 여러분에게도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생각한 줄거리는 다 전개했는데, 혹시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계속 연재하고 싶네요.


그럼 다음에 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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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1부 완) - 개막선언 +1 20.05.07 73 1 12쪽
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7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8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59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59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3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1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48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6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1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4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28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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