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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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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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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1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4.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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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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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6화 - 4강 (3)

DUMMY

<<기권 선어어어어어언!!!!>>


진행자가 놀란 목소리로 외친다.


관중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잭은 양손을 든 채로 비릿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


태용은 아무 말 없이 잭을 노려보았다.


그 눈길에 주눅이라도 든 듯이 잭이 변명을 털어놓았다.


“왜, 기권하면 안 돼?”


잭은 어깨를 으쓱 올린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나 너 못 이겨”


“......”


“태용, 불사자에 가까운 투사... 왕의 토너먼트의 유력한 우승 후보. 그런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잭은 시민이었다.


그렇기에 노예들, 투사들의 토너먼트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왕의 토너먼트도 한 번 본 적이 있었고.


왕의 토너먼트.


왕이 주최하는, 몇 년에 한 번 여는 거대한 경기.


여기서 우승한 자는 왕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왕이 건 어마어마한 상금, 그리고 참가하는 것만으로 주어지는 참가비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예일지라도 그 돈이 있다면 일반 시민과 비슷한 입장이 될 정도의 돈이다.


물론 노예가 참가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상금과 왕의 소원이라는 경품이 너무나 매력적인 탓에, 이 경기에는 노예가 아닌 자들도 대거 참가한다.


싸울 줄 아는 자라면 노예든 시민이든 귀족이든 상관없다.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강한 철핵’을 끼고 이 경기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시민의 목숨은 소중하기에 함부로 싸움에 끼어들면 안 된다.


하지만 왕의 토너먼트만은 유일한 예외다.


왕이 들어주는 소원이라는, 엄청난 이득.


우승하는 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거대하기에 이 경기만은 예외로 인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왕의 토너먼트에서, 태용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군인이자 용병이자 프로 투사.


결코 죽일 수 없다고 알려진 7명의 불사자를 상대로 비등비등한 실력을 보여준 괴물.


그런 괴물을 상대로 싸운다면?


자신은 이길 수 없다.


잭은 잘 알고 있었다.


살인도 해봤으니 더더욱 잘 안다.


상대는 자신이 절대로 죽일 수 없는 실력자라는 걸.


다만 다행인 것은, 태용은 잔인한 성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번의 경기에서 태용이 보여준 모습은, ‘필요 없는 살생은 하지 않는다’였다.


승부가 결정 나면 죽이지 않는다.


상대가 존중할 만하면, 이긴 다음 상대의 부탁도 들어준다.


강하면서 그런 매너 있는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이 태용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잭은 기권이라는 도박을 했다.


기권 또한 포기이기 때문에, 승자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꼴이 된다.


보통이라면 관중들의 성토와 관례 때문에 승자가 패자를 죽이겠지.


하지만 태용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


싸우지도 않고 기권한 상대를 죽이는 건, 태용답지 않다.


거기에 자신은 시민이었던 몸.


지금은 살인죄로 인해 노예가 되어버렸지만, 원래는 저 관중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 피를 원할지라도, 시민이었던 사람이 죽는 꼴을 보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살인죄를 지은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사회다.


시민의 목숨을 함부로 취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강하다.


시민이었던 자를 죽이는 것도, 똑같이 저항감이 있겠지.


“...그게, 기권의 이유인가?”


“응”


태용의 질문에 잭은 깔끔하게 인정한다.


“어느 정도면 모르겠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못 이기지”


“......”


“당신도 잘 알 거 아니야. 겨우 하급 철핵이나 낀 노예가, 왕의 토너먼트에서 싸우는 태용을 상대로 뭘 할 수 있겠어?”


태용은 잠자코 잭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잭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아니, 변명을 이어나갔다.


“상급 철핵을 껴도 당신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몸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당신이랑 싸운다? 그런 짓을 왜 하겠어... 손해만 볼 뿐이지”


태용은 팔짱을 풀었다.


“정말 싸울 생각이 없는가?”


“뭐... 지금은”


싸움만 생각하는 놈이다.


어쩌면 싸움을 포기한 나에게 환멸을 느낄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에 잭이 말을 덧붙인다.


“내가 노예가 된 지 이제 겨우 석 달 지났어. 좀 싸움 실력을 키울 시간은 달라고. 성장하고 나서는, 확실히 당신과 겨루어줄 테니까”


“왜 지금은 아니지?”


“말했잖아, 뻔하다고”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확실한 걸 굳이 할 필요가 있어?”


“......”


태용이 한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 손에 응답하듯이, 붉은 창이 태용의 앞에 생겨난다.


강력한 기운을 품은 채 그대로 땅에 꽂혀있는 창.


태용은 그 창을 뽑아 든다.


“살려주면 좋겠는데”


칫.


말은 부탁하는 주제에 혓소리를 내는 잭.


잭은 자신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존중할 가치가 없군”


그 말과 함께 태용이 순식간에 창을 찔렀다.


경기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잠시 소리가 멈춘 경기장은 곧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그 이유는 태용이 창을 찔러넣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다른 모습,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고 흥분한 탓도 있었다.


잭이 태용의 창을 막았다.




“선 넘네~”


“그렇군요”


마담과 김철수가 동시에 말한다.


잭이 태용의 창을 막은 모습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잭은 약속을 어겼다.


그리고 약속을 어긴 자에게는 처벌만이 있을 뿐이다.




<<잭이 태용의 창을 막았다아아아아아아!!!>>


진행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커진다.


“화를 내는 거죠...?”


서아씨가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관중들의 환호성이 다르게 들리는 걸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진행에 흥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에 분개한 목소리가 가득 섞여 있었다.


‘약속을 어겼잖아’


검사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아... 기권해놓고 막아서?”


“네?”


그 말에 잠깐 놀라는 서아씨.


하지만 이내 이유를 납득한다.


“아, 여기는 계약으로 다 하는 사회였죠”


그렇다면 약속을 어긴 자에게 분개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경기장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


관중은 아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는 각자 무기를 들고 있는 보디가드들이다.


기권해놓고 방어했으니 처단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태용이 나머지 한 손을 들어 그들을 말린다.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창을 거둔다.


전투태세를 취하고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잭과 달리, 태용은 오히려 창을 없앤다.


‘무기를 거둬?’


혹시 잭을 살려주려는 걸까?


‘그럴 리가’


검사가 비웃는다.


그리고 검사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놀라운 모습이 앞에 펼쳐졌다.


태용이 맨손으로 잭에게 덤벼든다.




“미친놈!”


잭이 나이프를 휘두른다.


그 나이프가 달려드는 태용의 목을 정확히 노린다.


하지만 태용은 그 나이프를 손으로 잡는다.


그대로 나이프를 부숴버린다.


“뭐!?”


말도 안 된다.


자신의 나이프는 ‘살을 베는’ 능력을 지닌 무기다.


사람을 상대로는 최적의 능력이다.


무엇이든 살아있는 살이라면 베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태용은 그걸 무시하고 맨손으로 자신의 나이프를 부숴버린다.


이유를 추측할 시간도 없이, 태용이 그대로 잭의 얼굴을 다른 손으로 잡는다.


잭의 뒤통수를 바로 땅으로 찍어버린다.


엄청난 충격에 잭은 비명만 지를 뿐이다.


그 뒤에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태용은 그대로 잭 위에 올라타서는 마운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양손으로 태용을 마구 패기 시작했다.


“기권? 살려줘?”


“으억!”


“내가, 지금까지, 상대를, 봐준 것은”


“억! 컼!“


“전력을 다한, 그들에 대한, 예의였지”


“크억! 컼! 아...악!”


“싸우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는”


“...으! 윽...”


“너 같은, 쓰레기에게는, 그런 건”


“......”


구타를 당하던 잭은 어느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고통을 느낄 정신도 없어진 것이겠지.


“없다”


콰듴.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태용의 주먹이 잭의 면상을 찍어눌렀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잭.


그 손끝이 종종 흔들렸다.


태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려 퇴장한다.


잭의 시체만이 경기장에 남았다.




“......”


“......”


서아씨와 나는 대기실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방금 본 모습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다.


기권한 상대를 맨손으로 부숴버리던 태용.


맨주먹으로 패더니 그대로 상대의 머리를 깨부쉈다.


항복한 상대를 일방적으로 패버리는 모습, 그리고 그걸 맨손으로 해내는 모습.


기분이 더러워진다.


항복했잖아?


그런데 꼭 그렇게 죽였어야만 하나?


‘그건 태용 마음이지’


“아무리 그래도...”


검사의 말에 반박하고 싶다.


하지만 이 미래가 이런 미치광이 사회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머리 한쪽으로는 그렇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 하고 납득하고 있다.


“...준비를 해야죠”


서아씨가 말을 꺼냈다.


“검사가 태용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했죠? 말해줘요. 같이 대책을 세워보게”


‘자 이제 설명해줘’


‘나는 태용에게 패했다’


‘응, 그래서?’


‘그리고 태용에게 죽었지’


“어?”


“왜 그래요?”


“검사가... 태용에게 죽었다는군요”


“네?”


나처럼 놀란 서아씨.


하지만 둘 다 생각해낸다.


그렇지, 검사는 이미 한 번 죽은 몸이지.


“어쩌다가요?”


‘경기에서’


“경기에서 패한 모양이네요”


“잠깐만, 그러면 검사가 제 몸으로 상대해서 못 이겼다는 건가요?”


‘그래’


“야, 진짜야?”


‘왕의 토너먼트 1차전에서 만나 패배했지’


“혹시 뭐 그때 컨디션이 안 좋았다거나...”


‘아니, 만전이었다. 그리고 싸움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펼쳤지’


“야, 너 강하다면서!”


‘노예의 몸으로 왕의 토너먼트에 진출한 자는 내가 유일하지’


“그렇지만 태용에게는...”


‘저건 사기야’


“사기라고?”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놈들과 만만하게 싸우는 녀석이다. 인간으로서 그게 가능한 놈은 아직 저 녀석밖에 없지‘


불사자 얘기인가?


“그러면 우리도 지는 건가요...?”


서아씨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검사에게 묻는다.


‘안 그럴 거야’


“방법이 있어?”


‘태용과 싸우면서 다음 경지를 엿봤었지’


‘레벨이라도 있는 거야?’


‘볼 수 없는 걸 베고 난 뒤, 그다음 단계가... 보일 뻔했지. 물론 그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결국 쓰러졌지만 말이야’


검사의 말에서는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그 감정에는 두려움과 긴장도 잔뜩 섞여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긴장하는 와중에도 검사는 태용을 상대로 이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에게 네 몸을 맡겨라’


“그러면 이길 수 있어?”


‘모르지’


“야,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하지만 다음 경지에 다다를 수만 있다면...’


“그건 될 거 같아?”


‘모르지’


하아.


한숨이 나온다.


저걸 잡아야 하는 네가 그러면 어떻게 하냐.


확신이 없는 검사의 말에 걱정이 점점 커진다.


태용 저거, 못 이길 거 같은데...


‘다음 경지로 가면... 이길 수 있겠어?’


하지만 검사는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기 위해서’


검사의 마지막 말에는 결심이 가득 굳어있었다.


‘이렇게 네 몸에 깃든 것 아니겠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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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주기 20.03.10 55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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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3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49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 26화 - 4강 (3) 20.04.15 77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6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30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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