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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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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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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9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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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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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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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 결승, 결판 (3)

DUMMY

태용에게 특별한 능력은 없다.


육체 능력은 극한에 다다랐지만, 그 외에 특수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태용이 낀 철핵에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능력은 종종 다른 이들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그런데도 그가 불사자에 근접할 정도로 강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싸움에 대한 직감이다.


싸우는 도중 본능적으로 최선의 수를 알아차린다.


모든 걸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몸이 알아서 행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헛된 공포가 생기지 않게, 또 괜히 방심하지 않도록 위험한 것만을 위험하다고 알아차린다.


그 능력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야생의 감이라고 해도 좋겠지.


전쟁터에서도 이 직감 덕에 그는 무수한 위기를 피했고 많은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직감을 느끼고 있었다.




손을 뻗어 이현수의 검을 잡으려던 태용이 멈춘다.


그 손은 빠르게 이현수의 검을 피한다.


태용의 손이 이현수의 검을 지나치며 스치고, 그의 손에는—.


“칫!”


—상처가 난다.


검이 스치면서 난 생채기.


종이에 베인 것 마냥 얇은 상처.


하지만 그 얇은 상처 하나가 검사와 이현수에게는 희망이었다.


상처를 냈다.


이 괴물 같은 놈에게 드디어 상처를 냈다.


이현수는 그대로 태용을 지나쳐 거리를 벌린다.


태용은 그런 이현수를 따라가지 않는다.


가만히 서서 손등에 난 상처를 만진다.


종이에 베인 것 마냥 얇은 상처지만, 그 느낌도 비슷하다.


찝찝하고 괜히 더 따갑고 무엇보다, 날카롭다.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눈앞의 사내는 무슨 짓을 한 거지.


태용은 생각을 정리하며 그대로 이현수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마담이 자세를 고쳐잡는다.


지루한 듯이 옆으로 기울였던 고개가 앞으로 향한다.


손으로 괴고 있던 턱이 똑바로 서서는 튀어나온다.


“오...”


정말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 태용이 상처가 났다.


눈에 잘 안 보일 정도로 얇은 상처다.


처음에는 태용이 상처가 났다는 것도 몰랐다.


다만 검이 스친 뒤에 가만히 있길래 화면을 확대해본 것인데...


“......”


놀란 건 김철수도 마찬가지였다.


태용에게 상처를 냈다.


노예 따위가 태용에게 상처를 낸 것이다.


저 건방지고 신경 거슬리는 노예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아직 잘 설명할 수 없는 분노가 덮는다.


그 분노는 짜증과 어떤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에 섞여서는 자신을 괴롭힌다.


재미있어하는 마담과 분노하는 김철수.


둘은 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잠자코 지켜보기 시작한다.




상처를 냈다.


검사의 환호가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커졌다.


상처 하나 내지 못한 상대에게 공격이 성공했다.


드디어 다음 경지를 엿보게 되었다.


드디어 이 검으로...


온갖 기쁨이 몸에 흘러넘친다.


이미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몸이 다시 기운을 차린다.


“왜? 놀랐냐?”


가만히 서 있는 태용을 도발했다.


“...그렇군, 놀랐다”


손등을 만지던 태용이 이쪽을 바라본다.


어느새 손등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는 순식간에 아물겠지.


그렇다고 해도...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그런 검으로...”


“말했지, 베어주겠다고”


“그랬나?”


태용이 이쪽의 말에 태연스레 대답한다.


아니, 정말로 몰랐다는 눈치다.


지금까지는 이쪽의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구나.


“보이지 않는 걸 베던 수준... 그다음 경지에 다다른 건가?”


“이제부터 보여주지”


검사가 말하며 검을 고쳐잡는다.


조금 전의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최대한 집중한다.


검사의 생각이 나에게도 흘러들어온다.


보이는 모든 걸 벤다.


보이지 않는 것도 벤다.


그 모든 건 이 검으로 해낸 일이다.


눈으로 보이고 실제로 들고 있는 검으로 무언가를 벤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반대의 감각이었다.


다음 경지에 도달하면서 그 시작조차 바뀐 느낌이었다.


시작이 바뀐다...


검으로 무언가를 베어내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거로 무언가를 베어내는 것으로 바뀐 것이겠지.


검이 아니라, 그냥 ‘베어내기’만 할 뿐이라면.


조금 전에는 분명히 그런 느낌이었던 거 같은데...


“좀 더 보여다오”


그 말과 함께 태용이 달려든다.


그 창을 순식간에 내 가슴을 향해 찌른다.


조금 전보다도 빨라졌다.


지금까지 봐주고 있던 거였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이쪽이 검으로 겨우 창을 막아낼 때마다 태용은 아니라고 꾸짖는다.


“그게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어...!”


분개하면서 이쪽을 발로 차버린다.


창을 막는 데 급급하던 참이다.


갑작스러운 발차기를 온전히 맞아버렸다.


“컥”!


그 발차기 한 방에 멀리 벽까지 날아간다.


아프다...!


방금 그 한 방에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아니란 말이다...!”


이쪽이 방금처럼 베어내지 못한 것에 분개하는 모양인데...


‘개자식...’


그렇게 휘몰아치면 감 되살리기도 힘들겠다 이 자식아.


어떻게든 조금 전의 감각을 되살려보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우연과 절박함 덕분에 성공한 한 번의 일격.


다시 되살리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얼른 해봐라!”


태용은 너그럽게 기다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쉬지 않고 다시 이쪽을 향해 달려든다.


나, 아니 검사는 다시 태용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해질 뿐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임서아 또한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해냈다.


태용에게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기시감, 무언가 이상한 동질감, 희망, 걱정, 염려 그리고 간절히 비는 마음.


온갖 생각과 감정이 섞여 임서아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검사가, 아니 현수가 부디 이길 수 있기를.


태용을 한 번만 베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빌 뿐이었다.




<<연격, 연격, 연겨여어어어어억!!!! 태용이 현수를 몰아친다아아아아아!!!>>


진행자의 외침이 시끄럽다.


<<잘 막아내고 있는 현수우우우우우우우!!!! 놀라움의 연속입니다아아아아아아!!!!>>


잘 막아내긴 개뿔이!


이 새끼, 나를 봐주고 있다고!


한 번 베어내는 데 성공하고, 또 속도를 높여 이쪽을 몰아치는 태용을 상대하면서 깨달았다.


이 녀석은 아직도 나를 봐주고 있다.


여전히 힘을 다 쓰지 않았다.


단지 녀석의 판단 속에서 내 수준이 올라서 그에 맞춰 속도를 높였을 뿐이다.


딱 그 정도만.


한참 봐주고 있었고 아직도 봐주고 있다는 점이 이쪽을 화나게 만든다.


다시 알 듯하면서 잘 안 되는 검술이 이쪽을 초조하게 만든다.


검으로 베어내는 감각이되 검으로 베지 않는 감각.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베어내는 것.


그 한 번의 일격이 다시 살아나질 않는다.


“윽!”


태용의 창을 막아내다가 무릎이 휘청거려 넘어졌다.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댈 뿐이었지만...


“크윽!”


지금 그런 행동 하나는 너무 치명적이다.


태용의 창이 이번에는 왼쪽 팔뚝을 뚫어버렸다.


살과 뼈가 파이는 감각.


겨우 왼팔이 대롱대롱 달려있다.


격통에 아파할 여유도 없이 한 손으로만 검을 휘두른다.


태용의 창을 쳐내고, 일어선 뒤 다시 태용의 창을 쳐낸다.


마구잡이로 태용을 상대하다가 겨우 거리를 벌린다.


“......”


태용이 제자리에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개자식, 일부러 봐줘서 틈을 줬어...


‘젠장, 젠장...’


검사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태용에게 분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몸이 제 마음대로 잘 안 따라줘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


검사의 마음은 이미 경지에 도달했지만, 내 몸이 그 경지를 따라주질 못한다.


사실 내 몸은 검사의 기대 이상 움직여주었다.


짧은 수련만 한 몸으로 검사의 기술을 이만큼이나 소화해줬다.


오히려 이만큼이나 따라준 것이 굉장하다.


그가 생전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에 도달하게 해주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은 제 몸이 간절하다.


오랜 수련과 경험이 밴 몸.


그 몸이었다면 조금 전과 같은 검술을 확실히 되살릴 수 있을 텐데.


이 몸이 쌩쌩하더라도 다시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는 검술이다.


이젠 너덜너덜해졌다.


얼마나 이 몸을 더 써먹을 수 있을까?


점점 다음 경지는 멀어지기만 한다.


‘익숙하구만...’


‘뭐?’


내 말에 검사가 반응한다.


인제야 내 감정과 생각에 응답해주는구먼.


‘아니 처음 미래로 왔을 때도 이런 상황이었으니깐’


만티코어들과 갑자기 싸우게 되어서는 팔도 뜯기고 몸도 너덜너덜해지고...


그런 상황에서 제 몸에 맞지 않는 기술을 활용해서 이겨나갔지.


지금도 비슷하다.


팔은 뜯겼고 몸은 너덜너덜하고 기술은 제 몸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도 그때는 너를 만나기라도 해서 넘겼지만...’


이번에도 그런 우연이 있어 주면 좋을 텐데.


실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웃는다.


‘야, 정신 차려’


그래, 그때도 너는 나를 그렇게 구박했지.


‘아니 미친놈아, 지금 너...’


포기하고 있다고?


아, 그러고 보니.


무슨 엔딩 멘트를 하고 있었구나, 나...


‘아직 싸움 중이다, 정신 차리라고’


검사가 나를 재촉한다.


하지만 그, 미안하구만.


네가 내 몸을 쓰고 있으니 잘 알겠지만...


이미 몸은 한계를 넘기고 또 넘긴 뒤다.


내 몸으로 겨우 쓸 수 있는 기술을 일반적으로 난무했다.


검사의 몸으로도 겨우 다다를 다음 경지를 잠시나마 이 몸으로 실현해버렸다.


태용에게 뚫린 배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왼쪽 팔도 뚫렸고, 그 외에도 온몸에 난 상처는 무수하다.


사실 당장 죽어도 무방한 몸이란 말이지.


쓸 수 있는 기운, 쓸 수 없는 기운 다 끌어내서 썼다고.


‘안 돼, 안 돼...!’


검사가 간절하게 외친다.


아무리 그래도, 그, 이제 정말... 무리인데...


조금만이라도 쉬게 해줘라.


조금만,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마냥 아주 찰나의 시간이라도 좋으니까.


내 안에서 둘이서 대화하며 동맹을 하기로 약속한 그 순간만큼이라도 말이지...


‘잠깐만’


‘잠깐만’


둘 다 같이 생각한다.


같이 만난 그 순간.


찰나에 가까운 시간.


하지만 만난 순간 둘은 대화를 나누고 동맹을 맺었다.


찰나이지만 무수한 시간이 있었다.


그 감각과도 닮았다.


방금 태용에게 상처를 낼 때, 내 안에 베어내는 검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검사를 내 안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감각이다.


검으로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베어내는 힘 그 자체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감각.


조금 전에는 검사만이 깨달았던 경지를, 나도 같이 깨닫는다.


“...끝인가”


태용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주위의 모든 함성이 들린다.


<<겨우 버티고 서 있는 현수우우우우우우우우!!! 이제 다음은 없는 것인가아아아아아아아!!!>>


진행자의 외침도 시끄럽다.


그 모든 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편히 보내주마”


그렇게 말하며 태용이 창을 고쳐잡는다.


이제 나를 확실히 일격에 보내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한 번만’


‘그래, 한 번만’


검사가 부탁한다.


한 번만 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대답한다.


앞으로 딱 한 번만 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이게 마지막이다.


오른손으로 검을 고쳐잡는다.


등 뒤로 검을 돌린다.


<<아아아아아아앗!!!! 둘 다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다아아아아아아!!!!!>>


진행자의 외침과 동시에 태용이 창을 들고 나에게 돌진한다.


그리고 나는 태용을 향해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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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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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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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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