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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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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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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수 :
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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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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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 결승, 결판 (2)

DUMMY

보이는 모든 걸 베어낸다.


처음 이른 경지는 이것이었다.


상대하는 무기를 모두 베어낸다.


돌이든 강철이든 무엇이든 검으로 닿기만 한다면 베어낸다.


보이는 것이라면 뭐든지 반응해서 베어낸다.


그것만으로, 토너먼트에서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느끼고 있었다.


보이는 걸 베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다.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힘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간절히 느꼈다.


그래서 계속 검을 휘둘렀다.


무엇이 부족한지도 모른 채, 부족하다는 느낌 그 자체에 저항하려고 했다.


어쩌면 부족하다는 그 갈증을 베어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렇게 한참 검을 휘두르다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허공에 휘두르는 이 검은, 무엇을 베어내고 있는 것이지


백 번, 천 번, 만 번, 십만 번...


자신이 지금 무엇을 베는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허공을 베었다.


내가 휘두르는 검은 모든 걸 베어내는 검.


그렇다면 허공에 휘두르는 이 순간에도 반드시 무언가를 베어내고 있을 터.


베어내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는 생각을 역전한 발상이었다.


검을 휘두르면 무언가를 베어낸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걸 알고 싶어서 밤낮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몇 번 검을 휘둘렀는지, 얼마나 검을 휘둘렀는지, 이윽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휘두르고 있는지 잊을 무렵이었다.


내가 지금 베어내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다.


그렇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능해졌다.


보이지 않는 것을 베는 것이.


허공, 공기, 그리고 적의 능력들...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느낄 수 있다면 베어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휘두르는 이상 모든 걸 베어낼 수 있다면.


보이지 않을지라도 베어낼 수 있다.


그 깨달음이 가져다준 경지였다.


그 이후로는 적수가 없었다.


상대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든, 또 얼마나 떨어져 있든...


검을 한 번 휘둘러 베어내면 끝이 뿐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이 운명까지 베어내려고 했을 때...


태용을 만나 패배했다.




다시 싸워보는 상대라지만 역시 난적이다.


상대의 창이 내 검에 닿기 전에 베어내는 거로 공격을 막는다.


이렇게 방어는 겨우 성공하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공세로 전환하여 검을 휘둘러도, 상대는 그 공격을 전부 피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베어내는 검이다.


그 속도를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태용은 그 공격을 미리 읽고 있기라도 한 듯 피해낸다.


겨우 몸에 공격을 성공해도, 피부로 막아낸다.


‘사이보그야?’


몸이 강철이라도 된 것 마냥, 피부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다.


넘치는 힘으로 몸 자체도 단련된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되든 좋다.


지금 자신의 검이 태용을 베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히 자신의 검이 베지 못하는 건 없을 터였다.


제 검의 질은 상관없다.


‘내가 내 검을 휘두른다’는 것만으로 베어낼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보이는 것조차도.


하지만 태용은 베이지 않는다.


“허공을 베는 거군”


한참 공격을 막던 태용이 중얼거린다.


갑자기 발차기로 검사를 찬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겨우 막아내는 검사.


발차기의 힘을 빌려 거리를 벌린다.


<<연전! 연전! 연저어어어어어어어언!!!! 놀랍게도 태용과 겨루고 있습니다아아아아아!!!>>


진행자의 외침에 검사는 짜증이 났다.


겨룬다고?


지랄하네.


저 새끼는 지금 나를 봐주고 있다고.


일부러 내 공격을 받아주고 있단 말이다.


“엄청난 기술이야... 겨우 깨달았군”


내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말이다.


“기술이 아니라 능력이지”


“그렇군”


태용이 납득한다.


“제 능력을 온전히 살리고, 그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렸어.... 능력과 기술의 결합... 놀랍군”


“뭔 말이 그렇게 길어”


검사가 조롱한다.


“힘과 기술이 온전히 하나로 합쳐졌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로군... 아주 재밌어...”


하지만 태용은 그런 검사의 말은 무시한다.


그렇다.


태용은 지금 검사의 기술에만 감탄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저번에는 깨닫지도 못한 경지를 이제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


드디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기쁠 뿐이다.


이미 검사는 안중에도 없다.


“개자식...”


빠드드득.


검사가 이를 간다.


“조금 더 보여주겠나? 아직 모르는 게 많군”


그 말에 검사의 인내심이 끊어졌다.


“오냐, 보여주마”


검사는 칼을 들고 자세를 고쳐잡는다.


보이는 모든 걸 베는 검.


보이지 않는 걸 베는 검.


그다음은...


검을 수평으로 든다.


바닥과 일직선이 된 검을 양손으로 잡고 뒤로 돌린다.


등 뒤로 돌아가는 검은 그 궤적조차 아름답다.


완벽하게 원을 그리며 뒤로 돌아간다.


“또 그건가”


태용이 실망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괜찮겠어?’


이 자세는 검사가 죽기 전, 태용과 싸울 때 마지막으로 시도한 기술이었다.


보이지 않는 걸 베는 그다음 단계.


그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 눈앞의 모든 걸 베어내기 위해 취하는 자세.


태용도 경기장도 관중들도 다 포함해서 세상을 다 베어내기 위해 취했던 자세.


이대로 검을 휘둘러서 모든 걸 베어내려고 했고—.


태용은 검사의 공격을 찌르기로 분쇄해버렸다.


그것이 일전의 싸움에서 마지막이었다.


검사에게 몸을 온전히 맡긴 덕분에, 그의 기억도 어느 정도 내 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알게 된 검사의 마지막.


그래서 하는 참견.


하지만 내 물음에 검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 물음을 듣지도 않았다.


완전히 정신을 집중한 상태.


검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검사의 의식이 멀어진다.


검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중도, 나도, 경기장도 점점 흐려진다.


이윽고 검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검사가 검을 휘둘러 모든 걸 베어낸다.




예전에 검사랑 싸울 때도 봤던 자세다.


똑같다.


모든 걸 베어내려는 그 의지도, 저 자세에서 느껴지는 위험도...


그 베어내려는 의지는 확고했다.


그래서 감탄했었다.


그 자세에서 느껴지는 위험은 너무나도 사소했다.


그래서 실망했었다.


똑같이 파훼하면 될 뿐이다.


그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예의다.


태용도 창을 찌를 자세를 취한다.


이윽고 검사가 검을 휘두른다.


태용도 그에 맞춰 창을 찌른다.


그리고 검사의 공격은 태용의 찌르기에 뚫린다.


검사가 휘두른 검은 그 어느 것도 베어내지 못한다.


태용의 찌르기는 검사가 휘두른 공격을 막아내고, 분쇄하고, 그대로 검사의 몸을 뚫어버렸다.


푹.


묵직한 소리가 퍼지며, 검사의 옆구리에 큰 상처가 생긴다.


그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검사가 무릎을 꿇는다.


“실망이군...”


좀 더 실력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승부를 서두르다니...


게다가 예전에는, 저 공격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 사소한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태용으로서는 검사가 더 나아진 것 없는 것이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개 같은...’


똑같은 결과를 되풀이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 몸은 검사의 몸도 아니다.


더욱 약하고 수련이 부족한 몸.


그렇기에 저번과 같은 공격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예전에 죽을 때와 같은 짓을 반복한 이유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경지를 알 것 같은 직감.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그래서 한 번 더 휘둘렀을 뿐인데...


새로운 경지는 아직 깨닫지 못했고, 상대에게는 생채기조차 주지 못한다.


게다가 저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배때기에 구멍이 뚫렸다.


나는 또 내 죽음을 반복하는 건가.


분명히 저번과 무언가 달라졌는데.


아직 그걸 잡지 못하다니.


검사는 그대로 쓰러진다.


무릎을 꿇고, 들고 있던 검을...


다시 바닥에 찍는다.


무릎에 힘을 주고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선다.


“포기할 거 같냐...”


검사가 다시 자세를 잡는다.


저번에는 이대로 쓰러졌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지.


검사는 그대로 태용에게 덤벼든다.




승부가 났을 때, 마담은 흥이 빠지던 참이었다.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일방적인 승부였다.


역시 태용은 태용, 아무리 다크호스라고 해도 남에게 쉽게 질 몸이 아니지.


애초에 자신도 태용에게 돈을 걸었다.


1.001의 아주 작은 배당이지만 0.001이라도 확실히 버는 게 어디인가?


태용이 이길 거라고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말이지.


재미있는 걸 계속 보여준 놈이니깐 또 혹시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이래서는, 예전에 중지된 왕의 토너먼트 1차전이랑 마찬가지 아닌가.


지루함에 하품이 나오려던 찰나였다.


쓰러지던 검사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고는 태용에게 달려든다.


배때기에 구멍이 난 주제에 달려든다고?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출혈과 상처가 심한 시점에서 오랫동안 싸울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승부를 내려면 바로 공격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패배가 확실한 시점에서 승부를 낼 생각을 한다니.


다시 보는 이전과도 비슷한 모습, 예전에 본 그 녀석과 같은 실력 같은 기술을 선사하는 노예, 그리고 이전과는 조금이지만 다른 결말.


호기심과 확인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약간의 흥미와 근성에 대한 감탄.


지루해하던 마담은 다시 고쳐앉아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흠”


태용은 검사의 공격을 여유롭게 넘기고 있었다.


조금 더 거칠어진 검은 이전보다 더 수월하게 막아진다.


오히려 연습할 기회가 된 건 반갑다.


상대가 하듯이 자신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베어내려고 해본다.


물론 잘 안 된다.


하지만 바로 전에까지 보이지 않던 공간을 베던 검이다.


그걸 상대로 연습하는 게 가장 좋다.


이렇게 하면...


캉.


창과 검이 부딪친다.


아, 안 되는군.


“꼴사납군”


그렇게 말하며 태용이 검사를 발로 차 낸다.


“조금 전까진 보이지 않던 것도 베지 않았나?”


“닥쳐”


”왜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거지?”


“마구잡이? 크크크...”


태용에 말에 검사가 웃기 시작한다.


막무가내에 자포자기인가.


이제 끝을 내줘야겠군.


태용은 검사에 대한 존경과 흥미 모두를 잃기 시작했다.


“끝을 내지”


그 말과 함께 창을 찌르는 태용.


하지만 검사는 다시 그 창을 막아낸다.


이번에는 검으로 직접 창을 막아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


태용은 그걸 포기라고 해석했다.


“무기까지 포기하는군”


“뭘 모르는 건...”


검사가 숨을 고르며 대꾸한다.


“너지...”


그렇게 말하며 태용의 창을 치워내는 검사.


그때 태용은 이상한 걸 느꼈다.


저 검이 왜 부서지지 않았지?


완벽한 상태의 자신의 창에 힘을 실어서 공격했다.


그걸 곧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검이 직접 받아냈다.


그런데 그 검이 멀쩡하다.


상대의 힘이 자신보다 부족한 건 명확하다.


그런데 어째서지?


“다음 단계... 를 보여주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검사가 달려든다.


그 공격을 막아내는 태용.


창으로 상대의 검을 막아낸다.


거칠게 자신에게 부딪치기만 하는 검.


기술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허접한 움직임.


태용은 다시 실망한다.


그냥 녀석의 검을 부러트리고 끝을 내줘야겠군.


그 생각에 태용이 맨손을 내민다.


검사의 검을 그대로 잡아서 부러트리고자 한다.


그리고 그 순간, 태용은 위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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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0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3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2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7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6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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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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