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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요.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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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883
추천수 :
69
글자수 :
230,625

작성
20.04.21 21:30
조회
42
추천
1
글자
13쪽

30화 - 결승, 결판 (4)

DUMMY

힘을 마지막까지 모은다.


모든 걸 이 동작 하나에 담는다.


나는 온전히 검사에게 내 몸을 맡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휘두르는 검.


찔러오는 창.


두 무기는 부딪치려는 찰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서로를 긋는다.


그 찰나, 부딪치지도 않은 미세한 틈새로 불꽃이 튄다.


그리고 두 무기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태용을 베었고, 태용은 나를 찌른다.


분명히 베었다.


그랬을 터인데.


태용은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새로운 경지에 닿는 것이 실패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찔렸다.


태용의 창은 정확히 내 몸을 찔러넣었다.


중간에 둘의 무기가 엇나간 덕분에, 그 창이 내 심장을 찌르지는 못했다.


다만 왼쪽 쇄골 부분과 목의 일부가 뜯겨나갔다.


“커...억...”


이제 몸을 지탱할 기운도 없어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젠장...’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아직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마지막에 이상한 생각을 한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태용이 지나치게 강한 걸까?


“그윽...으윽....”


목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고통이 엄습한다.


목구멍에 구멍이 나서 소리가 새지는 않는다만, 근육 부분이 뜯긴 듯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강하게 휘두를 걸 그랬나?


최소한 조금만 더 창을 튕겨냈으면, 상처가 새로 생기진 않았을 텐데.


“아깝군”


태용이 중얼거린다.


‘아까운 건 나야 인마’


검사가 분개한다.


‘그대로 베어버릴 수 있었는데 말이지...’


나도 잘 안다.


베어내기 바로 직전까지 갔었다.


아아, 진짜 아깝네.


<<승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 났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오오!!!!


진행자의 목소리가 내 귀를 거슬리게 하며, 관중들의 환호성을 끌어내고 있었다.




“흐응~”


마담은 흥미롭다는 듯 콧소리를 냈다.


예상한 결과였다.


아무리 강한 노예라고 해도 태용을 상대로 이길 리는 없다.


이현수가 지금 쓰러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흥미로웠다.


이현수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힐끗.


마담이 김철수를 잠깐 본다.


김철수는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역시 얘는 저 노예를 싫어하고 있었구나?


그 생각 덕분에 마담은 깨닫는다.


왜 이 경기에 쟁쟁한 투사들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저거 마음에 안 들어서 처리하려고 그랬구나?


마담의 흥미가 더 커진다.


김철수가 싫어하는 노예, 이현수.


그는 저번 주에 처음 끌려와 놓고는 노예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짜냈다.


경기 외에 할 수 있는 수단도 모두 동원했다.


그 점도 흥미로웠다.


경기하기 전, 이현수는 보험 삼아 나에게 자신의 권리를 판다고 접촉했다.


자신이 보유한 권리와 이번 결승의 결과를 당신에게 팔겠다.


그 대신 만약의 경우, 자신이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현수는 진행요원을 통해 자신에게 전언해왔고, 그녀는 그걸 듣고 마구 웃었다.


노예 주제에 건방지게시리, 그리고 용감하게시리!


처음 그 제안을 들었을 때는 단순한 흥미가 생기는 정도였다.


건방지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기에, 그 거래에 응할 생각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경기 과정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보험을 든 사람답지 않은 전투.


더 이상 뒤는 없다는 듯 전력을 다하는 태도.


그리고 그에 걸맞은 실력.


물론 태용에게 졌지만, 이번 경기에서 태용과 가장 잘 싸운 자였다.


“재미있어...”


마담이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장에서 태용이 창을 들고 관중들을 돌아보며 관심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손에 창을 들고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린 태용.


그는 관중들에게 이 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고 있는 중이었다.


관중들은 방금 본 경기가 인상적인 모양이었다.


이 의견 저 의견이 부딪치고 있었다.


환호와 야유가 섞이며 경기장 전체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죽여라, 살려라.


의견은 반반.


그런 와중, 김철수가 손을 들었다.


그에 맞춰 관중들이 조용해진다.


“자, 그러면 관례에 따라 그 녀석을 ㅈ...”


“잠깐”


김철수가 말을 멈춘다.


마담이 그의 말을 세웠기 때문이다.


“철수 횽아~ 약속 안 잊었지~?”


“약속 말씀입니까?”


“응~”


싱글벙글 웃는 마담.


그 큰 입은 마치 김철수를 놀리는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물론입니다 마담, 제가 어찌 그 약속을...”


“그러면~”


마담이 손을 든다.


그리고 이현수를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외친다.


“살려 저거!”


그녀의 마지막 말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강남역에서 인파에 시달리고 있었다.


완전히 가득 찬 만원 지하철.


그 안에서 괴롭게 껴있다.


왼쪽 사람이 지나가면서 내 옆구리를 누른다.


오른쪽 사람이 지나가면서 내 발을 밟는다.


“아, 이봐요!”


화가 나서 외치지만, 상대는 듣지 못한 듯 바로 지나가 버렸다.


“뭐, 저런... 아야!”


불평할 틈도 없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내 목을 그었다.


매고 있던 가방에 등산용 지팡이라도 있는 건가?


피라도 나나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서둘러 목을 손으로 만져본다.


목은 멀쩡했다.


“아, 진짜...”


지하철 문이 다시 닫히고, 나는 계속 인파에 갇혀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마치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나 알아보려는 듯이, 인파는 나를 계속 찍어누른다.


아니, 짓이기는 듯싶다.


괴롭다.


다음 역에서 무작정 내리고 볼까?


지금 이걸 계속 견디는 건 무리다.


하지만 지금 내렸다가는 다시 지하철에 탈 수 있을까?


이번 열차가 이 정도면 다음 열차도 분명히 이 정도일 테다.


어쩔까?


내릴까? 견딜까?


“하아...”


아니, 그래도.


아무튼 괴로운 걸 참고 견디는 건 익숙하기도 하고.


이런 고통, 받아들일 수 있으니깐.


나는 계속 타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떴다.




“헉!”


숨을 토해내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익숙한 방의 풍경이 보인다.


일주일 동안 내내 갇혀있었던 방이다.


“뭐, 뭐야...?”


지하철은?


아, 꿈이었나?


“현수씨!”


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서아씨가 보였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은 상태로 나를 보고 있었다.


“서, 서아씨...?”


“괜찮은 거예요!?”


“아, 뭐, 네...”


어설프게 대답한다.


그 대답을 허락 삼아, 서아씨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서아씨!?”


“걱정했다고요!”


서아씨는 당황하는 내 반응은 무시한다.


나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굳어있다가, 그대로 손으로 서아씨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면 그 귀족이 저를 살려준 거군요?”


서아씨에게 내가 쓰러진 뒤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내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 뒤, 태용은 관중들에게 내 처분을 맡겼다.


그리고 관리자가 나를 죽이라고 하려는 순간, 여자 귀족이 나서서 나를 살려주었다.


관리자는 여자 귀족과 이야기를 길게 하면서 반발하는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였다.


관중들 또한 여자 귀족의 말에 동의하여 나를 살리라고 외쳤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의 청에 따라 태용은 나를 내버려 두었고, 나는 그대로 내 방으로 옮겨졌다.


다만, 치료는 일절 제공해주지 않은 채로 말이다.


같이 방으로 온 서아씨는 예전에 받은 약을 다 나한테 쓰고, 계속해서 내 손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내가 치유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내 상처는 금방 나았다고 한다.


서아씨가 손을 잡고 계속해서 빌자, 태용의 창이 낸 상처들은 빠른 속도로 아물었다.


하지만 상처가 다 아물어도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서 걱정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계속 내 손을 잡고 있다가 방금 내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도박을 하길 잘했군...’


그 귀족 여자가 정말로 나를 살려줄 줄은 몰랐다.


다만,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호기심을 강하게 보였기에 이판사판으로 걸어본 도박이었다.


저 여자는 나라는 상품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팔아보자.


그게 통하다니, 정말로 다행이었다.


“아무튼, 계속 제 손을 잡고 있죠. 기운 차릴 때까지 말이죠”


“휴우...”


나는 등을 침대에 눕히며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래요? 어디 또 아파요?”


“아뇨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안타까워서요”


“뭐가 말인가요?”


“태용 말이에요. 어쩌면 베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까부터 검사는 아무런 말도 없다.


다만 안타까운 마음만은 강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아깝다.


벨 수 있었다.


딱 한 걸음, 아니 반걸음이 부족했다.


검사 녀석, 아쉬움과 모욕감에 아무 말 하지 않는 거겠지.


“...결국 상처 하나 주지 못했네요”


그렇다.


나도 이제 검사에게 익숙해진 탓일까?


태용을 베어내지 못한 게 스스로도 안타까웠다.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고 나 자신도 강해졌다.


내 몸을 온전히 그에게 맡기면서 우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렇기에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니에요! 베었어요!”


서아씨가 내 말을 부정했다.


“네?”


“현수씨는 쓰러져서 보지 못했지만... 태용을 베었어요!”


“베었다뇨, 마지막까지 안 쓰러진 놈인데...”


“현수씨가 쓰러지고 나서 잠시 후에 말이죠, 태용의 가슴팍에서 피가 흘러내렸어요”


“피가요?”


“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상처였지만... 확실히, 마지막에 현수씨가 베어낸 부분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어요! 너무 얇은 상처여서 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 거였겠죠“


‘진짜냐, 여자!?’


“정말요...?”


“네! 그 상처를 보고 태용이 얼마나 놀랐는데요! 그 무뚝뚝한 괴물이 제 피를 손으로 닦아내고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요!”


‘하하, 하하하하하...!!‘


검사가 웃는다.


그리고 나도 같이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기쁘다.


검사가 기뻐하는 기분이 나에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 자신도 기분이 고양된다.


그 괴물 놈에게 검이 통했다.


마지막에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다만 아직 힘과 기술이 조금씩 부족할 뿐이었다.


0.1일지라도, 0이 아니다.


내 검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아까웠어요...”


“그렇네요, 하하하!”


기쁜 마음을 만끽하며, 잠시동안 나는 누운 채 계속해서 웃었다.


잠시 후 생길 일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실례합니다”


“......”


김철수의 방, 그 안에서 김철수는 혼자 앉아있었다.


그곳에 박이원이 들어온다.


경기를 진행하면서 내던 힘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평상시에 김철수의 비서 역할을 하던, 냉랭하고 침착한 그녀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여기, 오늘 경기 결과와 그에 따른 베팅 수수료 보고서...”


“...개같네”


“네?”


김철수가 갑자기 내뱉은 말에 박이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묻는다.


“왜 그러시죠?”


“그 새끼 말이야”


“그 새끼라 하심은...”


“이현수”


박이원은 김철수가 이현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는데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점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겠지.


박이원은 결승에서 결판인 난 후, 김철수와 마담이 한 대화를 떠올린다.


왜 저딴 노예를 그리 신경 쓰고 살려주느냐고 묻는 김철수.


그리고 그런 김철수에게 재미있어서 그런다고 대답한 마담.


자신에게 대드는 거야?


또 제멋대로 굴어서 나 엿먹이려고?


그 말에 김철수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김철수를 살려주었다.


자존심 강한 저 사내에게 그건 큰 굴욕이었겠지.


그래서 아직도 되씹고 있었군.


박이원은 김철수의 현재 마음을 나름 이해한다.


“그거, 죽여야겠어”


“하지만 마담께서 살려주라고...”


“살려줬잖아. 부탁 들어주고 다음에 죽이는 거니 상관없어”


상관 없을 리가요.


당장 내일이라도 마담이 저 노예 보러오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하지만 박이원이 되묻기 전에 김철수가 다시 말을 잇는다.


“죽인다. 무조건 죽여야겠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네”


저럴 때 김철수는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박이원은 알았다고 대답하며 방을 나서려고 했다.


“집행자들 불러”


“집행자를요?”


“어. 2명”


“아니... 저런 노예를 처리하는데 무슨 집행자를... 그것도 2명이나...”


“시키는 대로 해”


박이원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김철수는 강요한다.


박이원은 그에게 다시 항의하려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 그만두었다.


저건...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겠군.


박이원은 알았다고 다시 대답하고 방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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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6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40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1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8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5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9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60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61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6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4 1 12쪽
»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3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2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50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50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8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2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5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10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3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7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5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2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3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30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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