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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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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64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9.11 23:46
조회
37
추천
3
글자
12쪽

3부 7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1)

DUMMY

[3부: 위대한 가문 편]

[Episode29. 낙원의 비밀(1)]



최선의 검이 빠르게 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검을 쥔 손은 조금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 헬스트림의 조건 때문에 현자의 힘도 사용하지 못해.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자 어찌하리. 결국은 하는 수밖에 없다.


흑도에 둘러진 오금백룡에 붉은 불꽃이 세차게 타올랐다.


'일격, 일격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꾹 참으며 검을 하늘을 향해 횡으로 휘둘렀다.



"...?"



하지만 왜인지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예요?!"



슈헬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최선에게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날려 머리를 맞췄다.



"스킬, 스킬을 사용하라고요! 설마 '배워둔' 스킬도 없는 건가요?!"


"배워둔..?"



이제야 헬스트림이 말한 '개인 특성의 사용 금지'가 어떤 뜻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방금까지 빛으로 물들었다 생각했던 검조차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구두로 말한 게 아니라 진짜 금제를 걸었어. 언제 이딴 짓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선은 자신의 힘으로 스킬을 배운 적이 없다.


현자의 능력도 힘이라면 힘이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스킬이 아닌, 최선 스스로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얻은 스킬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제검류는 내가 만든 게.. 아냐. 이것도 결국 현자의 힘을 토대로 만든 거잖아.'


시험을 통과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근간 자체를 뒤틀어야 했다.


지금의 최선이 스스로 습득한 스킬이라고 한다면, 이것뿐이었다.


['최선'이 스킬, [요충왕[擾蟲王]] [天]

[개간[開干](Lv62)]을 사용합니다.]


마력을 방출하자 주황빛의 거대한 방패 형상을 한 장막이 형성되었다.


손을 뻗어 방패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며 슈헬의 팔을 낚아 채 자신의 뒤로 오게끔 만들었다.


슈헬은 최선이 왜 자신까지 구해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황해서 소리친 거였지, 이걸 막지 못해서 소리친 건 아닌데..'


늘 헬스트림을 따라 누군가를 구하는 것에만 익숙해진 슈헬에게 자신이 구해진다는 감각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스무 마리 남짓의 양을 막아낸 최선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슈헬은 이대로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인간은 주인님이 선택하신 분. 주인님이 나를 인간과 같이 행동하라 하신 이유는, 반드시 목숨을 지키기 위함. 나는 나의 책무를 다해야 해.'


슈헬의 새하얗던 동공이 까맣게 물들었다. 송곳니가 빠른 속도로 자라 10cm를 넘어갈 무렵, 그녀의 입이 움직였다.



"점멸."



['슈헬'이 권능, [점멸[點滅](Lv??)]을 발동합니다!]

※點‐점 점, 滅‐꺼질 멸


팟-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방패가 부서진 건 동시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칠흑을 이리저리 살피는 최선의 어깨 위로 슈헬이 손을 얹었다.



"눈 감으세요. 뜨고 있으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겁니다. 제가 떠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절대 눈을 뜨지 마세요."



최선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 주변이 새까맣게 된 것도, 방패가 부서졌음에도 금혈어의 공격을 받지 않는 것도.


모든 일이 슈헬이 행한 일이라는 본능적 감각에 얌전히 눈을 감았다.


그 뒤로 정확히 27초가 지났을 때, 슈헬이 눈을 뜨라 말했다.


눈을 뜬 후 가장 먼저 보인 건 하늘 높이 떠 있는 산지바였다. 하늘을 가득 메웠던 모든 금혈어들은 흔적 하나 남김없이 증발해 있었다.



"이건 보너스."



뒤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용암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 마리라도 있으면 산지바의 마력을 사용해 다시 증식시킬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슈헬도 신격의 소유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불현듯 슈헬이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언제까지 멍청한 얼굴로 멍청하게 앉아 있을 거죠?"


"일단 저는 약할지언정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또또 말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산지바를 올려다봤다. 슈헬이 시험에 개입했는데도 산지바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묵언하고 있는 산지바 대신 슈헬이 그를 향해 말했다.



"1대륙의 관리자시여. 당신을 찾아온 인간은 시험을 치를 수 없습니다."


"자격은 동등하게 주어진다.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자격은 만들면 되죠. 그러기 위해 제가 온 것입니다."



산지바가 뒷짐을 쥔 채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면으로부터 1m 남짓한 시점에 멈춘 그가 슈헬을 가만히 응시했다.



"헬스트림의 의지인가?"


"주인님의 의지가 아닌, 하델리스 슈헬의 의지입니다."


"슈헬. 무리하지 마세요. 당신이 헬스트림의 심복이라지만-"


"닥치고 계세요."



이전만큼 날이 서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꼬챙이처럼 뾰족하기는 했다. 다만 찔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만.



"누군가 자신을 도와줄 때는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 감사합니다."



'무리하고 있어. 아무리 헬스트림의 심복이라도 대륙을 관리자하는 놈에게 대항하는 건 무리야.'


최선의 말대로 슈헬은 상당한 무리를 하고 있었다. 사용이 허락되지 않은 권능을 멋대로 사용하고 시험에 개입했다.


이는 산지바가 슈헬을 잘게 토막 내어 금혈어의 먹이로 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행위였다.


실제로 산지바에게 거대한 격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적자의 그릇이 아닌 인간과 세계를 모욕하는 심복이라. 웃기는 조합이군."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은 우릴 보내주십시오."


"정확히 49일을 주마. 또한 너희는 42층을 벗어날 수 없고 헬스트림에게 도움을 권할 수도 없다."



최선이 말없이 빤히 산지바를 노려보고 있자 슈헬이 그의 뒤통수를 힘으로 찍어 눌렀다.


졸지에 바닥에 기는 모습이 된 최선은 넘쳐 오르는 굴욕감에 슈헬의 손목을 붙잡았지만 풀리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신의 심복. 고작 인간의 수준으로 간섭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슈헬이 최선의 뒷목을 낚아 채 곧장 호수 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했다.



멀어져 가는 둘을 바라보는 산지바의 뒤로 분홍빛 안개가 드리워졌다. 손을 휘휘 저으며 안개를 분산시키는 그의 뒤에서 하리엘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리엘은 산지바의 옆으로 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나보군. 능력은 확인했나?"


"헬스트림이 금제를 걸어둔 모양이더군. 스킬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로 네 어류를 열 마리 정도 막아낸 건 대단한 일이 아니더냐."



무뚝뚝한 성격에 감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산지바가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겠지. 최선.. 이라고 했었나. 그 또한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 슈헬의 도움으로 조만간 '신격[神格]'을 습득할 거다."


"그렇게 되면 헬스트림의 금제도 풀 수 있게 되겠구나."



산지바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금혈어의 출력은 산지바가 말한 것보다 배는 강했다. 하위랭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하위랭커 중상위권 수준의 파괴력을 갖춘 게 금혈어였다.


그런 마수를 단신으로 정확히 스물세 마리를 막아냈다.


'금제가 모두 풀린 대적자의 힘이 궁금하군.'


웬만한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산지바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최선이 떠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하리엘은 그런 산지바를 보며 혀를 차고는 슈헬의 발자취를 따라서 날았다.




*

[B42, 작렬의 호수 최외곽 지역]


"하아.. 하아.."



호수의 영역에서 거의 벗어난 위치까지 냅다 달려온 슈헬이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최선이 스스로 달릴 수 있다 소리쳤으나 슈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선은 앞으로 49일 동안 죽음의 문턱을 수백 번이나 드나들어야 하니까.


조금의 체력이라도 아껴두는 편이 좋다는 판단을 해 최선을 질질 끌며 계속해서 달린 것이다.


진정이 된 슈헬이 어정쩡하게 서 있는 최선을 노려보며 말했다.



"뭘 봐요? 지친 사람 처음 봐요?"


"네 말에 계속해서 틀린 게 있는데 말입니다. 일단 당신은 인간이 아닙니다."


"자꾸 말대꾸할 거-"


"그리고.. 팬티 보입니다."



충격적인 최선의 말에 슈헬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쉬지 않고 달려 원피스 따위에 신경을 쓸 수 없던 탓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한껏 위로 말려 있었다.



"이..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


"야, 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쾅!! 쾅!! 쾅!! 콰앙!!


연신 바닥을 내려치던 슈헬이 벌떡 일어나더니 최선에게 다가가 멱살을 휘어잡았다.


누가 뒤에서 밀면 입이 맞닿을 거리까지 온 슈헬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썩어 문 들어진 눈과 뇌를 정화시켜 줄게요."


"아.. 아뇨. 괜찮을 거 같습니다."


"아니?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돼. 그게 이 세계의 법칙이야!!"


"으- 으아아아!!"



파앙!!!


그녀의 작은 주먹이 최선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여파로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됐지만 말이다.


최선은 빠짝 겁을 먹어 언제 들어 올렸는지 모를 양팔을 조심스럽게 내리며 슈헬의 눈치를 살폈다.


슈헬은 뚱한 얼굴로 허리에 양손을 얹은 자세로 최선을 보고 있었다.


조금의 정막이 지나고 슈헬이 한숨을 쉬었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49일 정도예요. 이 시간 동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하납니다."


"뭔데.. 요."



방금의 일로 더는 실수로라도 말을 놓지 말아야겠다 다짐한 최선은 작게 '요'를 붙이며 말끝을 흐렸다.


슈헬이 미간을 좁혀 최선을 노려봤다. 하나 그뿐, 이상의 해코지는 하지 않았다.



"신격을 획득해 주인님의 금제를 푸는 거예요."



'신격'. 이는 최선이 낙원으로 오고 나서야 알 게 된 영역이다.


애당초 '신의 격'인데 이것을 무슨 수로 자신이 익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던 최선이 물었다.



"아시다시피 전 인간입니다.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신격을 획득할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 또한 결국 현자. 현자는 신의 자리에 위치한 별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곧, 당신 또한 신격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되겠죠."



슈헬의 말마따나 신격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고 싶었다. 극히 일부였지만 헬스트림의 신격을 엿본 최선으로서는 탐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구미였다.


슈헬은 최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빤히 보였다.


'신격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경지에 오른다면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겠지만.. 아니야. 어떻게든 올라야 돼. 그렇지 않으면 산지바의 시험은 통과할 수 없어.'


슈헬이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말대로 결국은 인간. 완성되지도 않은 그릇으로 신격을 개방하는 건 상당히 위험할 거예요. 그래도.."


"그래도 하실 거냐, 이런 질문이라면 됐습니다. 당연히 할 거고 당연히 성공할 겁니다."


"아뇨?"


"응?"



예상에 없던 대답에 최선이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슈헬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소름이 돋을 만큼의 짙은 살기를 뿜어내며 웃었다.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그래도 도망치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라고 말하려 했는데요?"


"....."



최선은 일이 상당히 꼬였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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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3부 9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3) 23.09.16 32 3 14쪽
193 3부 8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2) 23.09.13 36 3 12쪽
» 3부 7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1) 23.09.11 38 3 12쪽
191 3부 6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6) [完] 23.09.09 36 3 13쪽
190 3부 5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5) 23.09.06 36 3 13쪽
189 3부 4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4) 23.09.04 45 3 13쪽
188 3부 3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3) 23.09.02 37 2 12쪽
187 3부 2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2) 23.08.30 32 2 12쪽
186 3부 1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1) 23.08.28 39 3 12쪽
185 2부 128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0) [完] 23.08.21 39 3 10쪽
184 2부 127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9) 23.08.19 38 2 13쪽
183 2부 126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8) 23.08.16 34 3 12쪽
182 2부 125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7) 23.08.14 34 2 14쪽
181 2부 124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6) 23.08.12 38 2 12쪽
180 2부 123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5) 23.08.09 39 3 13쪽
179 2부 122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4) 23.08.07 39 4 13쪽
178 2부 121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3) 23.08.04 38 3 15쪽
177 2부 120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2) 23.08.02 37 4 15쪽
176 2부 119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 23.07.28 42 3 14쪽
175 2부 11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23.07.26 40 3 11쪽
174 2부 117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9) 23.07.24 38 4 14쪽
173 2부 116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8) 23.07.19 37 4 13쪽
172 2부 115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7) 23.07.17 36 4 14쪽
171 2부 114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6) 23.07.15 36 4 13쪽
170 2부 113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5) 23.07.14 44 4 13쪽
169 2부 112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4) 23.07.12 38 4 11쪽
168 2부 111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3) 23.07.10 41 4 13쪽
167 2부 110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2) 23.07.08 42 5 12쪽
166 2부 109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1) 23.07.07 43 5 12쪽
165 2부 10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0) 23.07.05 4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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