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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455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7.26 19:01
조회
39
추천
3
글자
11쪽

2부 11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DUMMY

[2부: 아틀라스 편]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혼자 그곳으로 가 뭘 하려고 했지?"


"전.."


"혼자 미레아 가문의 본진으로 쳐들어가서! 아이들을 지키라 준 검으로! 칼부림이라도 벌이려고 했나?"



가슴속이 울렁거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좋아. 그곳으로 가 미레아 가문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쳐 죽이다 보면, 뭐가 나아지기라도 하나? 미레아 렌엘이 어이쿠 잘못했습니다, 하고 아이들을 넘겨줄 것 같아? 허튼소리!"


"....."


"차라리 아까 화를 내지 그랬어. 소리치지 그랬어! 아이들을 빼앗긴 것이 너무 화가 나고 걱정돼서 견디질 못하겠다고. 빌어 처먹을 명령 따위 듣기도 싫으니 아이들을 구하러 가겠다고! 차라리 아까 그렇게 소리라도 지르지 그랬어!!"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혼자 슬쩍 빠져나가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 치자. 너 혼자서 대체 뭘 할 수 있냔 말이야! 닥치는 대로 베고 죽이다 보면,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어? 그러다 쓰러지면, 넌 그걸로 충분한 거야? 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고작 그딴 유언을 남기려고 지금!!"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카이르가 결국 노기를 참지 못하고 격을 방출했다. 하나 격은 최선을 스치지도 않고 모조리 하늘 높이 비상했다.


잠시 숨을 고른 카이르가 다시 입을 뗐다.



"나는 네게 무엇이니?"


".. 제 스승이십니다."


"아니. 넌 날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아. 네 스승은 내가 아니야."



카이르도 은연중에 눈치채고 있었다. 최선이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지만, 한순간도 자신을 스승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걸.


최성수. 그의 가슴속에 있는 스승은 오직 한 사람. '김청일'뿐이었다.


카이르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얼굴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이리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센 아이가 스승으로 부르고 따를 정도의 사람이라면 얼마나 현명하고 총명한 사람이었을까.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에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지난 2년 동안 최선과 가장 가까이서 지낸 사람이 바로 카이르니까.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이 미치광이 제자가 분노를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고 억누르며 자신의 동료를 구하러 가려한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최선에게? 아니, 자신에게.


자신이 최선에게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해 혼자 끙끙 앓다 내린 결론이 홀로 적진에 뛰어드려 했다는 사실이, 카이르를 분노케 만들었다.



"네가 그러다 죽기라도 한다면, 나는.. 단장은- 카트리는! 네 친구들은!! 그저 애도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을 거 같아? 이유불문 하고 미레아 가문으로 쳐들어가 전쟁을 일으킬 거야."


"..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놈이 잘도 이 야밤에.. 이 야밤에 혼자 적진으로 뛰어드는 미친 짓을 하려고 해!!"



입이 백 개, 천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솟아오르는 구토감과 자책, 좌절감을 분출해내고 싶었다. 이 차오르는 감정을 토해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카이르가 떨리는 숨을 고르며 다시 입을 뗐다.



"네 스승도 아니고, 부단장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널 알고, 아끼는 한 명의 형으로서 부탁할게. 돌아가자.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이건 아니야."


"... 대체, 무엇을 위한 2년이었는지 모르겠어."



수문이 터지듯 최선이 막혀 있던 말문이 열렸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할 정도로 다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고작 2년으로 미레아 렌엘, 그런 놈들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 따위 없어. 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았다. 친구를 잃는 고통은, 어째서인지 조금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김청일, 지구의 많은 사람들, 이혜민. 한 사람이 겪었다기엔 꽤나 많은 사람을 영원히 잃었다.


서희은, 민주희, 최인수, 김건식, 박예빈, 루이 레이, 밀츠와 멜츠까지. 많다면 많은 숫자의 사람을 잃었다. 다시 되찾은 사람도 있었지만, 잃었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은 하나도 익숙해지질 않았다.


오히려 한 명씩 곁을 떠나갈 때마다 고통은 더욱 끔찍해졌다. 악몽을 꿔 잠을 설치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고, 죽고 싶단 생각을 한 건 이미 수 년 째다.


그래도 꿋꿋이 참고 견뎠다. 이 길의 끝에, 어쩌면 행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하나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망의 빛은 옅어져만 갔다. 모두가 하나둘 자신의 곁을 떠났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불행해지고 말았다.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최선의 최선 끝에는 늘 누군가의 불행이 있었을 뿐.


위태롭기만 하던 감정의 선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소리를 빼액 하고 질렀다.



"야이 멍청한 새끼야!!"


".. 서희은?"


"어, 어? 잠깐-"



순식간에 달려온 서율이 카이르가 말릴 새도 없이 최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콰앙!


그대로 정문 옆 벽에 처박혔다.



"이 새끼는 뭐만 하면 자꾸 도망질이야, 도망질은! 어? 다시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도망을 가!!"


"....."


"절대로 혼자 못 보내."


"....."


"이번에는 같이 가."



뜻밖의 발언에 카이르의 눈이 커졌다. 당황한 건 최선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불미스러운 발언을 한 당사자는 당당하게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칠가문 애들을 지키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 애들이 지금 네 동료라고 들었어. 그럼 내 동료인 거나 마찬가지야."


"서희은, 억지 부-"


"닥쳐!



불끈 쥔 서율의 주먹에 연두색 불꽃이 주변을 환하게 밝힐 정도로 화려하게 타올랐다.



"서희은이 아니라 서율이야! 자꾸 네 멋대로 이름 바꿔 부르지 마!!"


"사람 말 좀.."


"예전에는 내가 힘이 없어서 막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너 한 명쯤은 물고 늘어질 수 있어."


"사람 말 끊지 말고 들어! 넌 어떻게 바뀐 게 하나도 없냐? 나이를 먹었으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이란 것 좀 배워!!"



되려 고함을 치는 최선을 바라보던 서율의 눈빛에 살기가 듬뿍 담겼다. 살의를 가득 담긴 눈이 번뜩였다.



"아아, 패배자의 말은 잘 안 들리네."


"뭐, 뭐? 패배 뭐?"



콰앙!!


마력을 방출하자 그녀의 발아래 직경 1미터 정도 되는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살기가 듬뿍 담겨 있었지만, 장난스러웠던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싸늘하리만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뭐라고 지껄이든, 혼자서는 무리야. 여러 번 느꼈잖아. 배움이 없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그렇게 혼자 짊어지다 사람을 잃고, 또 후회하겠지. 넌 늘 그랬으니까. 그리고 병신처럼 울겠지."



폐부를 뚫는 팩트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건 최선의 고질병이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굳이 똥통에 뛰어드는, 생각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최선을 이번만큼은 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네가 칠가문 놈들을 혼자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그 넓은 곳을 어떻게 뒤질 건데? 내일. 내일 가는 거야. 정보란 정보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작전을 짜서 행동하자고."


"그건.."


"이 정도면 카이르 님께서도 허락해 주실 거 같은데, 아닌가요?"



카이르는 굉장히 곤란하다는 얼굴로 서율을 쳐다봤다.


'내가 가고 싶지만, 난 갈 수가 없어. 애들끼리 보내는 게 맞는 걸까?'


카이르는 당장 이른 아침에 루이 가문으로 가야 해 미레아 가문으로는 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이들만 보내자니 큰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 되어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역시 안 돼. 호루를 붙여준다고 해도 렌엘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어.'


렌엘도 문제지만, 미레아 청솔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들만 보낼 수는 없었다.


안타깝지만 서율에게 단호히 안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그럼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 문이?"



청색 더벅머리에 허리 양옆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검. 무엇보다 검상으로 인해 감긴 왼쪽 눈이 그가 누군지 확실하게 만들었다.


가든을 가르쳤던 선생 '천문'. 그가 정문에서 화낭월로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애들만 보내는 게 껄끄러우신 거면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확실히. 문이라면 렌엘과 대치가 가능할 거야. 하지만..'


다 좋다. 천문을 같이 보내는 것까지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흑월유랑은 정말 미레아 가문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해야만 한다.


이유가 뭐든, 미레아 가문의 영역에서 직계 아이들을 납치하는 꼴이니깐 말이다.


남매를 빼내오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가주의 귀에 들어간다면, 빠른 시일 내 큰 전쟁이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


흑량이라면 모르겠지만, 카이르는 그런 선택을 할 각오가 부족했다. 전쟁이란, 본인만이 아닌 아군 진영의 모두가 생사를 걸어야 하니까.


카이르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자신의 상관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지금 상황에선 어떤 게 최선일지를.


'내가 없을 땐 네가 나야. 난 네 선택을 언제나 믿어. 모든 책임은 같이 진다. 알지?'


언젠가, 흑량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그의 음성에 피식 웃은 카이르가 진중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내일은 안 돼."


"부단장님."


"이틀 후, 내가 지정한 인원과 함께 미레아 청솔로 들어가 미레아 밀츠와 미레아 멜츠를 구출해 온다."



생각지 못한 카이르의 말에 최선의 두 눈이 떨렸다. 자신이 아는 카이르라면 죽어도 보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허락을 한 것에 감격을 하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금일 07시까지 내 방으로 집합할 것. 자세한 건 그때 전하겠다."


"알겠습니다."



싱긋 웃은 천문이 아직까지 벽에 기대 쓰러져 있는 최선에게 다가갔다.



"이 정도면 부단장께서 굉장히 많은 걸 우리에게 양보해 주신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너라면 잘 알겠지?"


".. 네."


"지금은 돌아가자. 오늘 아침에 다 같이 제대로 된 계획을 짜보자."



최선을 다독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인 최선은 천문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꼭 구해내고 말겠어.'


최선은 호기롭게 다짐을 하며 모두와 함께 다시 화낭월로 돌아갔다.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아틀라스에 얼마나 거대한 폭풍을 불러올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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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3부 9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3) 23.09.16 32 3 14쪽
193 3부 8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2) 23.09.13 35 3 12쪽
192 3부 7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1) 23.09.11 37 3 12쪽
191 3부 6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6) [完] 23.09.09 36 3 13쪽
190 3부 5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5) 23.09.06 36 3 13쪽
189 3부 4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4) 23.09.04 45 3 13쪽
188 3부 3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3) 23.09.02 37 2 12쪽
187 3부 2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2) 23.08.30 31 2 12쪽
186 3부 1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1) 23.08.28 39 3 12쪽
185 2부 128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0) [完] 23.08.21 39 3 10쪽
184 2부 127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9) 23.08.19 38 2 13쪽
183 2부 126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8) 23.08.16 33 3 12쪽
182 2부 125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7) 23.08.14 34 2 14쪽
181 2부 124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6) 23.08.12 38 2 12쪽
180 2부 123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5) 23.08.09 39 3 13쪽
179 2부 122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4) 23.08.07 39 4 13쪽
178 2부 121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3) 23.08.04 37 3 15쪽
177 2부 120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2) 23.08.02 37 4 15쪽
176 2부 119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 23.07.28 42 3 14쪽
» 2부 11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23.07.26 40 3 11쪽
174 2부 117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9) 23.07.24 38 4 14쪽
173 2부 116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8) 23.07.19 37 4 13쪽
172 2부 115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7) 23.07.17 35 4 14쪽
171 2부 114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6) 23.07.15 36 4 13쪽
170 2부 113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5) 23.07.14 43 4 13쪽
169 2부 112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4) 23.07.12 38 4 11쪽
168 2부 111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3) 23.07.10 40 4 13쪽
167 2부 110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2) 23.07.08 42 5 12쪽
166 2부 109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1) 23.07.07 42 5 12쪽
165 2부 10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0) 23.07.05 4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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