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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457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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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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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부 2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2)

DUMMY

[3부: 위대한 가문 편]

[Episode28. 뒤틀린 세계(2)]



"당신이.. 헬스트림이라고요?"


"진명은 '하델리스 헬스트림'입니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 네?"



'무슨 미친 소리세요?'라는 표정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이 헬스트림이라고? 대장장이 헬스트림?'


당연한 반응이었다. 본디 대장장이라 함은 건장한 체격에 중년 남성쯤으로 생각하기 마련.


한데 눈앞에 있는 대장장이는 그런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부숴주기 충분했다. 게다가 상정 외의 미모까지.


세계와 헬스트림의 정체까지.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고 적응이 되질 않았다.



".. 대장장이 헬스트림이 맞습니까?"


"소년분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셨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보통 그런 반응이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제 직업과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답니다."



눈앞에 존재가 헬스트림이 확실해지자 사고회로가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도 이곳은 지옥. 그중 가장 깊은 곳이다.


최선은 '아틀라스의 맹세'를 저버리고 이곳으로 유폐된 상태. 한마디로 지옥에 끌려온 죄인인 셈이다.


그런 죄인 앞에 지옥의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하니 오금이 저려오는 기분이었다.


최선의 상념을 읽은 헬스트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께서 산 자의 영혼으로 어떻게 '낙원'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 모르고 계시길 바랐는데 아쉽게 됐군요."


"알고 계시겠지만, '아틀라스의 맹세'는 절대적입니다."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지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몸소 끌려 왔으니까요."



손바닥과 등이 땀으로 젖어갔다. 상대는 무려 '명계의 왕[冥王]'.


어떠한 언변에도 놀아나지 않을 것이고, 행여 혓바닥을 잘못 놀려 심기라도 건드리는 상황이 된다면.


'진짜 죽어서 명왕 앞에 다시 서겠지.'


그런 일은 한사코 피하고 싶었다.


최대한 명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말을 이어갔다.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아직 죽지는 않았습니다만."


"평생 이곳에 갇혀 계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틀라스의 맹세'가 절대적이긴 하나, 그 효력은 '지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끌려간다'까지니까요. 이후 일들은 모두 제 관할입니다."



최선의 눈이 반짝였다. 잘만 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지상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위만 잘 맞춰주면 당장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야.'


보는 이도 기쁘게 할 만큼의 미소로 최선을 바라본 헬스트림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당신을 지상으로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아틀라스가 바라보는 가장 견고한 초석'."



'빌어먹을. 수식언이 왜 자꾸 길어지는 거냐고.'


지옥을 다스리는 왕. 최선이 생각하기로서니 헬스트림은 지상의 '팔왕[八王]'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강자라 생각했다.


'팔왕[八王]'이라 한들 세계를 다스릴 정도는 아니니까. 그러한 존재가 거짓을 입에 담을 리는 없다는 판단이 서자 현기증이 몰려왔다.


일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게 먼저였다.



"저의 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신에게 맹세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건.. 뭐라 변명할 수도 없는-"


"인간의 화법으로는 제게 어떠한 변심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당신은 말의 무게를 아는 법을 먼저 배워야겠군요."



따악-


생글생글 웃던 헬스트림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위가 새까만 어둠으로 물들었다. 당황하여 반말을 섞어 소리쳤지만, 입을 떼는 것보다 칠흑으로 뒤덮이는 게 훨씬 빨랐다.


어둠에 잠식되며 바라본 헬스트림의 표정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슬퍼? 뭐가 슬-'


칠흑으로 시야가 완전히 닫히고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헬스트림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한 달. 그동안 단 일구(一口)도 하지 않는다면 협상의 여지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의는 받지 않아요."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방금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다음에도 일구를 하면 협상의 여지는 없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고! 여기서 한 달이나 썩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이를 아득바득 갈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에 겁보다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꿈에서 본 내용이 맞다면 지옥의 시간은 지상의 다섯 배. 아틀라스의 한 달이 56일이니, 지상은 11일 정도가 흐른다. 11일이면 미레아 청솔 임무는 정리가 끝날 테고, 내가 지옥으로 끌려온 걸 형과 단장이 알아채고 찾으러 올 거야.'


최선의 속내를 읽은 헬스트림이 대답했다.



"망상은 자유입니다만, 그들은 이곳으로 오지 못합니다. 산 자는 제 허락 없이 낙원 안으로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 당신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역시 이런 편법은 통하지 않으려...'


아차 싶었다. 대게 막강한 존재들은 필멸자의 생각을 잃기도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팔왕'과 대등할 거라는 판단이 섰을 때부터 생각했어야 했는데.. 멍청했어.'


똑똑.


암흑의 바깥에서 헬스트림이 공간을 두드렸다.



"또 하나 말해드리자면, 한 달의 기준은 낙원이 아닌 지상의 기준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280일' 동안 일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56÷5'가 아니라 '56×5'의 계산식이었다. 인간이 280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게 분명했다.


깊게 한숨을 내쉰 최선은 결국 협상 테이블을 화끈하게 뒤엎었다.


['최선'이 '개인 특성', [상상의 현자] [天]

[상상의 현자[想像賢者](Lv50)]를 사용합니다.]

[모든 스탯이 '500'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스킬이 '20'만큼 상승합니다.]


칠흑의 어둠에서 최선의 몸이 황금빛 물결에 휩싸이며 주변을 밝혔다. 하지만 한 뼘의 시야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


리엘을 상대하며 성장한 마력(불꽃). 마력을 최대치로 개방해 혼신의 격을 방출했다.


['최선'이 자신의 [격[格](Lv60(+20))]을 방출합니다.]


하늘의 격에 닿은 칠흑의 관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다시 바깥을 마주한 최선의 눈빛은 살기가 담겨 있었다.


헬스트림은 전혀 동요한 기색 없이 말했다.



"좋아요. 흑관(黑棺)을 파괴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었으니 죄는 묻지 않겠습니다."


"협상의 여지는 이미 물 건너 간 거 같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겠다, 라고 들리는데. 제가 잘 이해한 게 맞을까요?"


"낙원이 너무 어두워서 귀까지 어두워졌나?"



호전적으로 돌변한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한데, 헬스트림은 기껍다는 듯 웃었다.



"두려움이 사라지셨군요."


"잔말 말고, 당신과 거래를 원한다."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두 가지 조건을 걸겠습니다."


"알-"



헬스트림은 대답하려는 최선을 무시하고 바로 입을 뗐다.



"첫 번째는 낙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섯 관리자'를 찾아가 그들의 시험을 통과할 것. 두 번째는 개인 특성을 사용하지 말 것."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협상의 여지를 깨뜨린 당신이 지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낙원의 관리자 중 한 존재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화악!!


헬스트림의 눈이 호를 그렸고, 입술은 매혹적이게 반짝이며 반원을 그렸다. 그와 동시에 낙원 전체가 새빨간 불길에 휩싸이며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로부터 흐르는 수많은 용암 폭포들과 실로 압도될 크기의 궁전. 그리고 주변 바위 틈새와 지면, 하늘, 용암 안에 즐비하는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까지.


지금까지 최선이 봤던 것들은 낙원의 극히 일부였다는 걸 깨닫게 해 주기에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던 최선에게 가까이 다가간 헬스트림이 마지막 이유를 말했다.



"당신, 얼굴이 내 스타일이에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부끄러워 말아요, 나의 작은 현자님."



오른손으로 최선의 턱을 어루만지며 고혹적인 미소로 말문을 막았다.



"나의 작은 현자님. 당신이 관리자의 시련을 모두 통과했을 때, 제가 만든 장비를 하나 고를 수 있는 특권을 드리겠습니다."


".. 장비?"



헬스트림의 장비. 이에 대해서는 카이르에게 귀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들었었다.


헬스트림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지만, 그의 장비에 대해서는 입이 닳도록 말하던 그였다.


헬스트림의 장비는 일반적인 장비와 다른 등급이 매겨지고, 가장 낮은 등급인 'R' 등급만 해도 '스페셜' 등급의 장비와 비슷한 효력을 자랑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헬스트림은 고를 수 있는 장비의 등급을 정해두지 않았다.


'장비 좋지. 다 좋아, 좋은데.'


헬스트림의 손을 쳐낸 최선이 말했다.



"받아들이죠. 그전에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아는 선에서 말해 드리죠."


"지상에 있는 제 동료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습니까?"



'동료'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헬스트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오기 전에 있었던 곳. 그곳에 있던 분들 말씀이시라면 괜찮을 겁니다. 중상이긴 하지만 목숨이 위험한 분들은 없어요. 죽을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면 제가 먼저 알아챘을 겁니다."


".. 그렇군요."



다행히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해결되었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안위가 가장 중요했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동료가 무사하단 말을 들은 최선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무심히 바라보던 헬스트림의 얼굴에 측은함이 흘렀다.


'.. 불쌍한 아이. 자신의 몸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동료가 살아 있다는 얘기에 웃음을 짓는다.'


최선의 몸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몸에서 피는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얼굴색은 점점 희게 질려갔다.


알고도 버티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낙원으로 오며 생긴 충격으로 잠시 감각이 마비가 된 건지 모를 정도로 최선은 덤덤했다.


그 점이, 헬스트림을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어린 소년이 짊어진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헬스트림의 검은색 샌들이 처벅처벅 소리를 내며 최선에게 향했다. 헬스트림은, 아무 말 없이 최선을 안아주었다.


'명왕[冥王]'이란 이름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최선을 껴안은 그녀의 온기는 '낙원'의 햇살처럼 따스했다.


불온한 감각을 느낀 최선이 황급히 헬스트림을 떼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헬스트림은 힘을 주어 최선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 네? 아니, 저.. 일단 조금 떨어져서.."


"미안해요. 우리가 너무 못나서.. 너무 못나서... 못나서..."



말 끝을 흐리던 헬스트림이 몸을 작게 떨며 최선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최선은 이해할 수 없는 헬스트림의 행동에 당황했고,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에 한번 더 당황했다.


다시 입을 뗀 헬스트림의 목소리는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겁먹은 아이처럼, 구슬픈 목소리가 최선의 속을 어지럽혔다.


가슴팍이 조금씩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미안.. 미안해요.. 당신이 짊어진 운명은.. 모두 우리 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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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3부 9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3) 23.09.16 32 3 14쪽
193 3부 8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2) 23.09.13 35 3 12쪽
192 3부 7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1) 23.09.11 37 3 12쪽
191 3부 6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6) [完] 23.09.09 36 3 13쪽
190 3부 5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5) 23.09.06 36 3 13쪽
189 3부 4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4) 23.09.04 45 3 13쪽
188 3부 3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3) 23.09.02 37 2 12쪽
» 3부 2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2) 23.08.30 32 2 12쪽
186 3부 1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1) 23.08.28 39 3 12쪽
185 2부 128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0) [完] 23.08.21 39 3 10쪽
184 2부 127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9) 23.08.19 38 2 13쪽
183 2부 126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8) 23.08.16 33 3 12쪽
182 2부 125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7) 23.08.14 34 2 14쪽
181 2부 124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6) 23.08.12 38 2 12쪽
180 2부 123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5) 23.08.09 39 3 13쪽
179 2부 122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4) 23.08.07 39 4 13쪽
178 2부 121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3) 23.08.04 37 3 15쪽
177 2부 120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2) 23.08.02 37 4 15쪽
176 2부 119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 23.07.28 42 3 14쪽
175 2부 11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23.07.26 40 3 11쪽
174 2부 117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9) 23.07.24 38 4 14쪽
173 2부 116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8) 23.07.19 37 4 13쪽
172 2부 115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7) 23.07.17 35 4 14쪽
171 2부 114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6) 23.07.15 36 4 13쪽
170 2부 113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5) 23.07.14 43 4 13쪽
169 2부 112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4) 23.07.12 38 4 11쪽
168 2부 111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3) 23.07.10 41 4 13쪽
167 2부 110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2) 23.07.08 42 5 12쪽
166 2부 109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1) 23.07.07 42 5 12쪽
165 2부 10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0) 23.07.05 4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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