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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289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08.28 19:00
조회
38
추천
3
글자
12쪽

3부 1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1)

DUMMY

[3부: 위대한 가문 편]

[Episode28. 뒤틀린 세계(1)]



무뚝뚝함을 눈으로 본다면 '이곳이 바로 무뚝뚝함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고독하고 씁쓸함이 감도는 공간.


흑옥철(黑獄鐵)로 만들어진 수십 미터 넓이의 커다란 철창. 감옥 안 제일 깊은 곳에 장발의 누군가 벽에 기대앉아 무릎 위에 양팔을 올린 채 무어라 중얼거렸다.



"우리는 이해한다.. 이해받지 못한 여덟 마리의.. 죄수(罪獸)를.."



절그럭.


그의 팔과 다리, 목 등등 사지에는 구속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족히 3미터는 돼 보이는 거구의 팔이 움직이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우리는 걸어간다.. 쓰이지 않은 과거를.."



문장과 문장 사이 공백에서 숨통을 옥죄는 고독과 지침이 묻어 나왔다.


잠시 숨을 고른 거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질문한다. 지독하게 얽힌.. 일곱의 아이를.."



캉! 카강! 절그럭!


거한이 몸을 움직여 무릎을 꿇은 채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조아렸다. 괴이한 행동을 하며 꿋꿋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는.. 우리는 설욕한다.. 이 세계의 태초를.."



카앙!! 캉!!


쇠사슬과 구속구가 서로를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요란하게 감옥을 메웠다.


마침내 거한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그의 시선은 철창 밖을 향했다. 은은한 보랏빛 불꽃으로 펼쳐진 조명의 바깥.


바닥에 자욱하게 깔린 붉은색 안개가 거구가 일어서자 소스라치게 놀라듯 모두 감옥의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거한은 발을 한번 구르고, 계속해서 말했다.



".. 우리는 심판한다. 거짓되어 버린 시간을."



콰드드득!!


거한은 몸을 결박한 구속구 따위는 이미 잊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사뭇 분노가 느껴지는 어조로, 거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



"여덟 마리의 죄수는.. 지금까지도 이해받지 못했다. 다른 자들보다 유달리 강했던 탓에, 죄수는 아직도 이해받지 못했다."



여덟 마리의 죄수.


모든 몬스터들의 정점이자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여덟 마리 몬스터. '팔왕[八王]'.



"이젠 과거를 걷지 못한다. 모든 세계선이 닫히고 무너졌다. 이제 남은 건 세 개뿐. 이젠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 밖에 남지 않았다."



셀 수도 없이 많았던 세계선이 무너지고 닫혀 과거를 내다볼 수 없게 된 이.


거한이라 생각했던 몸집은 불꽃에 비친 그림자 때문이었다. 서서히 앞으로 나와 밝아지는 몸은 그림자의 절반 정도되는 크기였다.



"그들은 이제 우리와 질의를 주고받을 수 없다. 지독하게 얽힌 저주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바빠 더는 우리에게 질문할 여유가 없다."



지독하게 얽힌 일곱의 아이.


'팔왕[八王]'의 권능에 필적하는 힘을 지니고 아틀라스 내 영향력이 가장 큰 일곱 명의 아이. '칠가문'.



"우리는 더 이상 설욕할 수 없다. 더는 태초를 내다볼 수 없으니. 태초에서 뻗어나간 이단의 뿌리는 결국 탐욕에 눈이 멀어 그토록 많던 세계를 무(無)로 돌려보냈다."



카앙! 쿠웅! 쿵!


몸을 옭아매던 구속구가 하나둘 씩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저 때를 기다리기 위해 구속되어 있었다는 듯 가볍게 모든 구속구를 제거한 거한.. 아니, '소녀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커다란 철창에 손바닥을 얹었다.



"우리는 심판한다. 거짓되어 버린 시간을. 상상은 결국 오지 말아야 할 곳까지 와 버리고 말았다. 이곳은 '지하'. 세계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또 다른 세계."



솨아아아-


흑옥철, '지하'에서만 생기는 특수한 광석. 흑옥철의 경도는 미레아 청솔의 건물 보다 6배 정도 더 단단하다.


최상위랭커가 아니면 흠집조차 낼 수 없는 특수 광석. 그런 광석으로 만들어진 철창이.


뚝. 뚝뚝.


새빨간 물이 되어 녹아내렸다.



"이곳은 네 무대가 아니다. 너를 '지상'으로 보내주고 싶지만, '그녀'와 한 약속이 있어 직접적인 도움은 불가하다."



흑옥철만큼 짙은 남색 머리카락이 힘 없이 축 쳐지고, 그만큼 짙은 쌍꺼풀과 속눈썹. 보랏빛에 반사된 눈동자는 주황색을 띠었다.


사람이 두엇 정도 지나갈 수 있도록 녹아내린 철창을 빤히 바라보던 '소녀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혼잣말이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려는 듯했다.


감옥 밖으로 한 발을 내딛고 암흑뿐인 천장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나 깊은 곳에 떨어졌으니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을 거다. 이곳의 이름은 '하스트론텔렘'. 별 뜻은 없다. '그녀'가 마음대로 붙인 것이니."



바깥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소녀의 몸이 서서히 보랏빛 연기에 휩싸였다.



"이곳의 주인, '헬스트림'에게 밉보이지 마라. 그녀의 시중을 들다 보면 지상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네게 있는 기회는 그것뿐이다. 아, 그리고 이곳의 시간은 지상의 시간보다 '다섯 배'가 빠르다. 이곳의 닷새가 지상에선 하루이니 망각하지 말도록."



소녀의 발아래로 작은 보랏빛 포탈이 열렸다. 소녀는 곧장 포탈로 몸을 날렸다.



"그만 꿈에서 깨어나도록. '아틀라스가 바라보는 자'여."




*

".. 이번엔 지옥이냐."



《하스트론텔렘, B700》


지옥의 가장 깊은 곳. 최선이 눈을 뜬 곳은 '지하 700층'이었다.


누운 상태에서 몸과 인벤토리 등 모든 것을 점검했다.


'스탯도 그대로, 장비도 그대로. 바뀐 건 없는 거 같네.'



"하.."



눈을 감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했다.


리엘과의 싸움에선 이겼지만, 눈송이는 확보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수거하길 바라야지.'


밀츠와 멜츠의 구출이 우선순위였던 임무. 하나 아이들은 미레아 청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리엘의 말대로라면 남매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생사라도 알아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했어.'


이혜민.



"....."



이유는 모른다. 경위도 알지 못한다. 대체 왜. 어떻게 리엘이 이혜민을 알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쉽사리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구에 있던 내 정보가 놈들에게 풀렸겠지. 문제는 어떠한 경로로 유출이 되었고, 누가 퍼뜨렸다는 거지.'


당장 떠오로는 가설 하나가 있지만, 아무런 확신도 없는 상황이니 일단은 묻어두기로 했다.


마지막은, 자신이 '아틀라스의 맹세'를 저버려 지옥에 떨어졌다는 사실.


한숨을 내쉰 최선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봤다.


고오오오오..



"하하. 진짜 지옥이네. 내가 하하. 지옥에도 다 와보고 참."



커다란 동굴. 그것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커다란 공동이었다.


물론 동굴 안은 비어있는 건 아니고, 천장에는 수정들이 치렁치렁 매달려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용암과 그 위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 내가 아직 잠에서 덜 깼나?"



'어디서 뭘 하고 있다고?'


화들짝 놀란 최선이 다급히 일어나 용암을 유심히 바라봤다.



".. 고문받고 있나 보네. 하하."



용암에서 수영을 하고 서로 용암을 뿌리며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아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잘못 봤을 확률이 단 1도 없을 정도로.


떨떠름한 시선으로 뒤를 돌았다. 뒤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는 힘이 쭉 풀렸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근처를 둘러싼 울타리를 붙잡아 몸을 지탱했다. 몸을 기댄 채 시선을 우측으로 돌렸다.


무수하게 뻗어있는 계단.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내리막이 섣불리 아래로 향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앞에 있는, 웅장하고도 거대한 크기의 궁전을 바라봤다.


기감을 최대한 높여 대략적인 건물의 크기를 가늠해 보려 했다.



"..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네."



기감을 아무리 높여도 건물의 외벽 밖에 탐지가 되지 않았다. 결코 내부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만큼 단 하나의 틈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단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깨어나기 직전 꾼 꿈. 꿈이라기 보단 텔레파시 느낌이었다.


말한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렸다. 허스키한 보이스의 여성.


아쉽지만 목소리 외에는 어떠한 것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말한 문장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스트론텔렘. 이곳의 주인이 '헬스트림'이라고 했었지.'


'헬스트림'이란 이름은 지금껏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당장에 카이르의 낫만 해도 '헬스트림'이 만든 것이었다.


지옥 전체를 다스리는 존재가 일반적일 리 없다. 그리 생각한 최선은 거대한 궁전을 올려다보며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듣고 계십니까. '헬스트림'."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가 겨우 인간 따위에게 답해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최선은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상에 있는 일행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남매의 생사와 이혜민에 관한 것까지. 무엇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었다.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르려는 최선의 어깨를 누가 톡톡하고 두드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백발의 양갈래를 한 소녀가 있었다.


레이스가 달린 새까만 원피스,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적안과 흠잡을 데 없는 미모까지.


최선이 아무리 이성에게 큰 관심이 없다 해도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순수한 학창 시절, 처음 만난 짝꿍을 보고 첫눈에 반한 소년처럼 순간 볼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정신을 차린 최선이 세차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젠장. 매혹인가?'


매혹. 이성과 동성, 성별과 종족을 막론하고 홀리는 힘.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최선은 제법 많은 미녀들을 만나 봤었다.


민주희, 루이 레이, 카트리, 리엘. 심지어는 요정 트리오(하리아, 하펠, 하엘) 또한 특색은 제각각 다르지만 압도될 정도의 미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30cm를 남겨두고 대치 중인 소녀의 모습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 지옥이 아니었나?'


뜨거운 불길과 용암의 열기가 따사로운 햇살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들 만큼 아리따운 외모에 또다시 넋을 잃고 소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하는 모습마저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심지어 목소리 마저 황홀하게 고막을 간지럽혔다.


다시 정신을 차린 최선이 답지 않게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놀라서 그만.. 그런데, 누구시죠?"


"당신이 절 불렀잖아요?"


"네?"


"응?"



아주 잠깐의 침묵. 뒤로 열 걸음을 물러난 최선이 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저, 전 헬스트림을.. 어? 아니, 예?"


"그러니까요. 절 부르셨잖아요?"


"아, 아니.. 당신이.. 헤, 헬..?"



적잖이 당황해하는 최선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소녀는 양손으로 치마 끝자락을 잡고 살짝 펼치며 허리를 숙였다.



"'반전 세계'. '하스트론텔렘'."



'반전 세계'

'하스트론텔렘'

'겁화의 씨앗이 자라는 곳'

'모든 것이 유폐되는 세계'

'지옥'


이곳의 이름은 이처럼 수도 없이 많지만, 소녀는 이 세계를 이렇게 부르곤 한다.



"'잊힌 자들의 낙원', 의 주인. '헬스트림'이라 합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명왕[冥王]'이라 불리고 있답니다."



[명왕[冥王] 헬스트림(女) | 잊힌 자들의 낙원의 주인]


지옥에 최초로 발을 들이민 존재. 그녀가 바로 아틀라스 최고의 대장장이, '헬스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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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3부 9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3) 23.09.16 31 3 14쪽
193 3부 8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2) 23.09.13 34 3 12쪽
192 3부 7화) Episode29. 낙원의 비밀(1) 23.09.11 37 3 12쪽
191 3부 6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6) [完] 23.09.09 36 3 13쪽
190 3부 5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5) 23.09.06 36 3 13쪽
189 3부 4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4) 23.09.04 45 3 13쪽
188 3부 3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3) 23.09.02 37 2 12쪽
187 3부 2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2) 23.08.30 31 2 12쪽
» 3부 1화) Episode28. 뒤틀린 세계(1) 23.08.28 39 3 12쪽
185 2부 128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0) [完] 23.08.21 39 3 10쪽
184 2부 127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9) 23.08.19 38 2 13쪽
183 2부 126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8) 23.08.16 31 3 12쪽
182 2부 125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7) 23.08.14 33 2 14쪽
181 2부 124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6) 23.08.12 38 2 12쪽
180 2부 123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5) 23.08.09 39 3 13쪽
179 2부 122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4) 23.08.07 39 4 13쪽
178 2부 121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3) 23.08.04 35 3 15쪽
177 2부 120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2) 23.08.02 37 4 15쪽
176 2부 119화) Episode27. 각오의 불꽃(1) 23.07.28 41 3 14쪽
175 2부 11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20) [完] 23.07.26 39 3 11쪽
174 2부 117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9) 23.07.24 38 4 14쪽
173 2부 116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8) 23.07.19 37 4 13쪽
172 2부 115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7) 23.07.17 35 4 14쪽
171 2부 114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6) 23.07.15 36 4 13쪽
170 2부 113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5) 23.07.14 42 4 13쪽
169 2부 112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4) 23.07.12 37 4 11쪽
168 2부 111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3) 23.07.10 39 4 13쪽
167 2부 110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2) 23.07.08 42 5 12쪽
166 2부 109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1) 23.07.07 41 5 12쪽
165 2부 108화) Episode26. 칠백 년과 천 년 사이(10) 23.07.05 4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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