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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295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3.12.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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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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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부 53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1)

DUMMY

[3부: 위대한 가문 편]

[Episode36. 요정의 둥지(1)]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하유르를 품에 안은 하리아가 포탈 너머로 먼저 건너갔고, 연희와 민주희, 그리고 서율 차례순으로 포탈을 넘어갔다.


최선은 곧장 넘어가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카트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될 수 있으면 놀러 올게."


"....."


"마츠, 바로 떠나지는 않을 거죠?"



뒤에서 인벤토리를 정리하던 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다. 그 상태로 계속 있으면 아마 죽겠지."


".. 천문 님을 말하는 겁니까, 단장을 말하는 겁니까?"


"알 필요 없다. 얼른 가기나 해라."



'좀팽이 같이 굴기는..'


쓰다듬던 손을 떼고, 외로이 싸늘하게 식어가던 밀츠를 대충에 옆구리에 끼고선 포탈로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질 거 같아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나중에 만나자."



혼자만의 작별을 고하고 무심하게 포탈로 발을 들이밀었다. 슈릴레인으로 넘어가는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당분간은 상황 정리와 전력을 보강하는 데 전력을 다 해야 돼. 하리아에게 언제까지고 도움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당장은 무조건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낙원에 가기 전, 리엘 레마니움에서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육체는 아직까지 버틸만했지만 정신력이 바닥이 나버렸다. 또 이혜민에 대해서도 다른 이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고, 기억 또한 어떻게든 되돌려 놔야 한다.


'바쁘겠지만 힘들지는 않을 거야.'


포탈을 거의 다 넘어갔을 무렵, 수만 가지의 향긋한 향기가 코를 쑤시고 들어왔다.


달콤하고 시원하며, 은은한 벚꽃내와 들판을 걷고 있는 느낌에 눈을 뜨자, 예전에 왔을 때 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햇살이 얼굴을 들이밀어 눈을 찡그렸고, 앞에 있는 하리아의 얼굴이 역광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새하얀 이빨만이 만개하여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하리아가 오른쪽으로 슬쩍 비키며, 햇살에 감춰진 '진짜 슈릴레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최선은 큰 전율에 몸을 떨었다.



"어서 오너라. 이곳이 '모든 이들의 낙원', '슈릴레인'이다."




《414F / 모든 이들의 낙원, 슈릴레인》


수만, 혹은 수십만 가지의 꽃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 동화 속 세계.


크고 작은 꽃들이 햇살을 마시기 위해 얼굴을 하늘로 들이밀었고, 꽃봉오리 근처로 손바닥만 한 요정들이 꽃잎을 간질이 듯이 무언가를 채취하고 있었다.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며 서로 장난을 치고 대화하는 어린 요정들과 작은 꽃잎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요정들도 보였다.


지상에는 일곱 갈래로 상가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중에는 요정이 아닌 인간, 마족, 드워프나 이름 모를 종족들 또한 많이 보였다.


물건을 흥정하거나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해 땀을 삐질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최선은 말을 잃고 말았다.


아틀라스에 와서 마을이나 도시는 많이 봤었지만, 이만큼 화려하고 북적북적한 곳은 처음이었다.


다른 일행들도 넋을 놓고 보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 민주희조차 놀란 표정으로 슈릴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보니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슈릴레인의 입구 같아 보였다. 위로는 꽃들과 요정의 낙원이, 앞에 있는 큰 계단 아래 지상으로는 인간을 비롯한 타 종족의 화합의 장이.


넋을 놓은 최선에게 하리아가 오렌지색 사과를 던져주었다.



"놀랐느냐?"


".. 네. 저번에 제가 왔을 때 이런 곳은 보지 못했으니까요."


"거긴 나의 둥지인지라 여기선 멀리 떨어져 있다. 어떠냐? 생각 이상으로 화려하지 않느냐?"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어?"



사과가 입 속에서 솜사탕처럼 녹아 사라지며 바닥 나 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다시 차올랐다. 아니, 넘쳐흘러 주체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최선이 당황한 눈으로 하리아를 보자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하리아가 호탕하게 웃었다.



"맛은 어떠느냐? 슈릴레인에서 가장 비싼 과일이다만."


".. 맛은 물론이고, 마력까지 모두 충전됐어요. 이건 대체 무슨 과일입니까?"


"슈릴레인에서만 자라는 '홍실과(紅實果)'다. 하나에 200만 엘드나 하는 최고급 과일이지!"


"뭐, 예? 200만이요?"


"홍실과요?! 어디!? 어디요, 어디!"



'홍실과'란 소리를 듣은 연희가 사이를 비집고 최선과 하리아를 번갈아보며 눈알을 굴렸다.


하리아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홍실과 하나를 꺼내 연희에게 주자, 연희가 눈을 반짝이며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다소곳하게 받아 들었다.



"..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입니까?"


"그럼요! 홍실과는 특정 구역에서만 자라는 초특수 과일이라고요! 나무 한 그루의 크기만 높이 30m인데, 열매는 단 스물한 개만 열리는! 그런 엄청난 나무의 과일! 이라고요!!"


"오호. 잘 알고 있구나. 시간이 나면 내 친히 슈릴레인을 소개시켜주마."


"헉! 진짜요?!"



하리아가 모두에게 홍실과를 하나씩 던져주며 씩 웃었다.



"네겐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니 자랑스러워 하여도 좋다."



그렇게 말하며 최선의 뒤로도 홍실과 하나를 던졌다. 왜 뒤로 던지지, 라고 생각한 최선이 뒤를 돌자 전혀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카트리? 뭐야, 네가 여길 왜 왔어?"


".. 대장하고 떨어지기 싫으니까. 오빠는.. 강하니까 괜찮아. 하지만 대장은 약하니까 내가 보살펴줘야 해."



먼저 틀린 말이 한 군데가 있다고 지적하고 싶었다. 약하지도 않고, 보살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트리의 진심이 담긴 눈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이혜민을 잠시 서율에게 맡기고 밀츠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떻게 잘 타일러서 보내지.'


누가 봐도 자신을 보내려 고민하는 최선에게 고개를 젓고 말했다.



"나 안 갈 거야. 안 돌아갈 거야. 대장하고 같이 지낼 거야."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애가 됐지?"


".. 내가 대장보다 누나거든?"


"누나고 자시고. 너는 형하고 같이 있어야지. 평소에도 걱정 많이 하는데, 이렇게 말도 안 하고 오면 어떡해?"


"오빠는 알아서 잘 살 거야. 그리고 나도 아무 생각도 없이 온 거 아니야. 나도, 내가 가야 할 곳을 스스로 정한 거라고. 그니까 네가 참견할 이유 없어."



너무 진심으로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최선이 생각하기엔 카트리는 자신을 따라오면 안 된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자신보단 흑월유랑이 무엇과 비교해도 안전했다. 하나 최선만큼이나 카트리도 완강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걸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던 민주희가 혀를 강하게 차며 욕을 뱉었다.



"지랄을 하네, 지랄을. 여기가 무슨 만남의 광장이니? 내 눈깔 파버리고 싶으니까 둘 다 그만 좀 해 줄래?"


"....."


"그래, 둘 다 그쯤하고 둥지로 가자꾸나."



홍실과를 먹으며 놀라는 서율도, 먹지 않고 제 품에 꼭 껴안은 연희도, 아껴 먹겠다며 인벤토리에 넣는 카트리도, 이미 씨까지 다 먹어버린 민주희도.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밀츠와 이혜민도.


모두가 하리아를 따라 그녀의 둥지로 이동했다.


최선이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은 이유는, 흑월유랑 보다 슈릴레인이 더 안전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괜찮겠지. 당분간은.'


카이르에게는 편지를 써놓자 생각하며 모두의 뒤를 밀츠를 옆구리에 끼고 따라갔다.




[요정숲의 둥지]


하리아를 따라 걷자, 예전에 왔었던 장소가 나왔다.


앞, 좌우로 10m 이상으로 자라난 각양각색의 꽃들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했다. 커다란 꽃들 주변으로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향을 내는 게 흥미로웠고, 바닥에 자라난 이끼가 푹신 거려 걸음걸음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셀과 싸우고 하펠이 관객들에게 배팅.. 여러모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었지만, 온몸이 치유되는 느낌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걷다가 멈춰 선 하리아가 박수를 한 번 치자 일곱 명의 작은 요정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나타났다.



"나의 손님이니 예를 다하여 모시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하리아 님."


"내 너희를 믿으마."



각 요정 당 한 명씩 담당을 하는 모양이었다. 모두에게 요정이 다가갔고, 최선의 앞에는 두 명의 요정이 다가왔다.


그중 단발머리 남성 요정이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옆에 계신 분은 저에게 맡겨주시죠. 명예를 걸고 케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괜찮-"


"맡겨두거라. 죄다 난쟁이처럼 작지만 힘은 약하지 않으니. 남 걱정은 접어두고 쉴 때는 쉬어라."



하리아의 말도 맞는 말이고, 슈릴레인에 있으면 밀츠의 외상도 나아지겠다 싶어 밀츠를 요정에게 넘겨주었다.


옆을 보니 눈치를 보던 서율도 최선이 밀츠를 넘겨주자 이혜민을 조심스럽게 넘겨주고 있었다.



"이 앞으로는 장구류 착용이 금지되어 있으니 모두 장비를 해제하시고 인벤토리에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장비를 벗으려 하자 선뜻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구에서부터 장비는 한 번도 벗어본 적이 없는데.'


장비를 해제하면 그때부턴 완전히 알몸 상태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옆을 흘겨보자, 투명화 상태로 있던 민주희의 장구류들이 바닥에 널브러지는 게 보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별 다른 의심 없이 하라는 대로 따랐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최선도 마지못해 장비를 다 해제하고 인벤토리에 잘 넣어두었다.


모두가 장비를 해제하자 하리아가 다시 앞을 향해 걸었고, 요정들의 지시를 따라 일행도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길이 점점 작아지며 잎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오직 녹색 줄기벽만이 보이는 작은 통로를 향해 5분을 더 걷자, 엄청난 크기의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이건 또.."



건물은 모두 1층짜리 주택이었으며, 지붕은 버섯이나 다양한 색의 꽃의 머리로 되어 있었다. 주택은 총 스물다섯 채로 하리아가 혼자 지내기엔 너무 많은 수의 건물이었다.



"이곳이 내가 생활하는, 나의 둥지다."




[요정숲, 하리아의 둥지]


슈릴레인에서는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되어 뇌가 따라가질 못했다.


앞으로 나 있는 긴 내리막을 내려가자 제일 가까이 있는 주택에 연희를 배정시켜 주었고, 각각 차례대로 하리아의 선택에 따라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최선은 작은 요정과 하리아를 따라 계속 걸은 끝에, 공동 끝에 있는 2m 정도 크기의 문 앞에 다다랐다.



"여기가 제가 지낼 숙소입니까?"


"들어가거라."



예의상 물어봤지만, 이 안은 숙소가 아닐 것이다. 숙소여도 일반적인 숙소는 아닌 게 분명했다.


안에서 느껴지는 짙은 살기에 살갗이 따가웠다.


최선이 앞까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살기를 뿜어낸 걸로 봐선 이 안에 있는 존재는 결코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다.


최선이 멋쩍은 미소로 하리아를 쳐다봤지만, 하리아는 웃고 있지 않았다. 아그니스를 보고 있을 때처럼 날카로운 얼굴로 최선을 보고 있었다.


하리아가 쓸데없는 이유로 이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녀의 뜻을 따라야 했다.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애들은 잘 챙겨주시리라 믿습니다."


"걱정 말고 들어가거라. 장례는 심심치 않게 치러주마."



식은땀을 흘리며 웃음으로 대답하고, 은빛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쪽은 불이 밝혀져 있지 않아 어둠 그 자체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쾅 닫혔고, 긴장한 최선의 앞에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왔는가. '태초의 현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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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3부 69화) Episode38. 진심(1) 23.12.29 23 2 12쪽
253 3부 68화) Episode37. 결단(10) [完] 23.12.28 25 2 13쪽
252 3부 67화) Episode37. 결단(9) 23.12.27 29 2 12쪽
251 3부 66화) Episode37. 결단(8) 23.12.26 26 3 13쪽
250 3부 65화) Episode37. 결단(7) 23.12.25 23 2 13쪽
249 3부 64화) Episode37. 결단(6) 23.12.23 28 2 13쪽
248 3부 63화) Episode37. 결단(5) 23.12.22 26 2 12쪽
247 3부 62화) Episode37. 결단(4) 23.12.21 23 2 12쪽
246 3부 61화) Episode37. 결단(3) 23.12.20 24 2 13쪽
245 3부 60화) Episode37. 결단(2) 23.12.19 30 2 12쪽
244 3부 59화) Episode37. 결단(1) 23.12.18 29 2 13쪽
243 3부 58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6) [完] 23.12.16 25 2 14쪽
242 3부 57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5) 23.12.15 22 2 13쪽
241 3부 56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4) 23.12.15 23 2 13쪽
240 3부 55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3) 23.12.14 25 2 13쪽
239 3부 54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2) 23.12.13 22 2 13쪽
» 3부 53화) Episode36. 요정의 둥지(1) 23.12.12 28 2 12쪽
237 3부 52화) Episode35. 휴전(7) [完] 23.12.11 26 2 14쪽
236 3부 51화) Episode35. 휴전(6) 23.12.09 28 2 13쪽
235 3부 50화) Episode35. 휴전(5) 23.12.09 21 2 14쪽
234 3부 49화) Episode35. 휴전(4) 23.12.08 21 2 13쪽
233 3부 48화) Episode35. 휴전(3) 23.12.07 22 2 16쪽
232 3부 47화) Episode35. 휴전(2) 23.12.07 22 2 13쪽
231 3부 46화) Episode35. 휴전(1) 23.12.06 25 2 14쪽
230 3부 45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11) [完] 23.12.05 27 2 13쪽
229 3부 44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10) 23.12.05 25 2 13쪽
228 3부 43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9) 23.12.04 23 2 13쪽
227 3부 42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8) 23.12.04 25 2 13쪽
226 3부 41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7) 23.11.27 22 2 14쪽
225 3부 40화) Episode34. 전하지 못한 말(6) 23.11.24 2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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