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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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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연재수 :
1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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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71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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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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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멸의 비애 (9)

DUMMY

아윤은 이찬의 배웅을 받으며 창 밖으로 뛰었다.


후우욱!


허용 상상력의 증가로 격을 꽤나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기에 기자들과 경찰을 따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하!”


상황과는 맞지 않는 호방한 웃음이 아윤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일단 부모님을 대피시켜야 해.’


이미 아윤의 신원과 거주지가 노출된 이상 경찰이 아윤의 가족과 접촉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엄마! 엄마!”


아윤이 그녀의 어머니를 다급히 찾았고, 다행히 부모님은 모두 집에 있었다.


“잠깐만.”


화아아악!


건물 전체가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뒤덮이더니 암전되었다.


“뭐 ··· ··· 뭐야?”


아윤의 부모는 당황하여 마구 아윤을 찾았다. 이내 다시 밝아지며 시야갸 돌아왔다.


“엄마. 아빠. 지금부터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 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다녀올게.”


하지만 부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밖에 나가면 안 돼.”

“왜 안 되는데?”

“그 ··· ···.”


아윤은 명확히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도 불확실하고,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 ···아무튼 밖에 나가면 안 돼.”


결국 아윤의 고집에 부부가 언성을 높였다.


“네가 찬이랑 무슨 일을 한다기에 눈감아 줬어. 갑자기 다른 친구들이 있다며 집을 하나 내 달라기에 안 쓰는 집도 줬어. 그런데 뭐? 이번엔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여보, 난 이제 아윤이 장단 못 맞추겠어요.”


결국 아윤의 엄마가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현관의 손잡이를 내렸다.


크그극!


문이 쇠를 긁는 강력한 파찰음을 뱉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이··· ···이게 왜 이래?”


아윤의 엄마가 문을 앞뒤로 당기며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평범한 인간이 《관념》의 격을 이길 순 없었다.


“엄마, 아빠. 미안해.”


아윤은 그 말을 끝으로 창문으로 다시 날아올라갔다.


“대체··· ··· 무슨 일이야.”


부부의 눈이 혼란으로 가득 들어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윤은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뿐이었고,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길 빌어야 했다.

아윤의 예상대로 경찰은 아윤을 놓치자 아윤의 부모님에게로 타겟을 돌렸다.


***


“반장님!”

“어 결과 나왔어?”

“그게··· ··· 말입니다.”

“왜? 뭔데?”

“이 학생 부모님의 거주지로 가 봤는데요··· ···.”

“아 뜸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신입 형사로 보이는 남자가 반장에게 입술을 뻐끔거렸다.


“주소지에 찍혀 있는 건물이 통째로 없습니다. 증발한 것처럼요.”

“뭐라고?”


반장이라 불린 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저··· ···그게.”


다른 형사들도 가세해 반장을 설득했다.


“주소지는 맞는데, 그곳에 건물이 없습니다. 앞뒤 양옆으로는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데, 그 주소지에만 건물이 없어요.”

“이것들이 다 짜고 치나··· ···.”


반장은 그 말을 끝으로 형사들을 데리고 주소지로 향했다.


끼이익!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바퀴와 아스팔트 바닥이 마찰음을 냈다.


“여기야?”

“예. 맞습니다.”


주소지에 도착한 반장이 차에서 박차듯 내려 그곳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정말 딱 그 주소지의 건물만이 통째로 사라져 있던 것이었다.

반장이 다가가 건물이 있던 자리를 향해 들어갔다.


파슥.


척박한 흙이 내는 비명이 반장의 발끝에서부터 들려왔다.


“진짜네··· ···.”


반장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건물에 사람이 없는 것은 숱하게 보아 왔지만, 건물이 아예 사라지는 경우는 형사 경력 이십 년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거 국과수랑 다른 관련 기관들한테 전부 문의해서 협조 요청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백날 파 보세요. 실마리라도 나오나.”


아윤이었다.

나무 뒤에 꽁꽁 숨어 아윤의 집을 찾아 온 경찰을 염탐하던 아윤이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허용치 않은 채로 하늘을 뛰었다.


‘우리가 왜 이런 신세가 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조금만 참아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곤 아윤은 주인도 없고 주민도 없는, 일명 무인도로 향했다.


“후아.”


무인도에 안착한 아윤이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은거를 시작했다.


“개 같은. 집 밖에 사람이 많아서 들어갈 수가 없네.”


집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든 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심심해.”


[그러니까. 왜 집을 나와서 이렇게 고생이야.]


“그게 내 탓이냐. 지구 멸망 막아 줬더니 당사자 잡으려고 온갖 지랄을 하는··· ···데··· ···.”


산 중턱에 드러누웠던 아윤이 벌떡 일어나며 경계를 취했다.


“누··· ···누구야!”


[서운하네. 목소리도 기억을 못해?]


목소리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기계음 때문에 목소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누군데?”


[나잖아. 나! 네 성주!]


“성주··· ···? 아!”


그제서야 뭔가 기억이 난 듯 아윤이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도마뱀 한 마리를 꺼냈다.

도마뱀은 큰 눈에 검정과 빨강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모양새였다.


“벨리알?”


[그래! 나라니까.]


벨리알의 금수형태의 그릇이 아윤에게 말을 걸었다.


“허용 상상력 괜찮아요?”


[어어. 괜찮아. 하림도 아니고 목소리만 전송하는 거라 큰 문제 안 돼.]


“다행이네요.”


[너 어떡하냐. 여기 공권력한테 제대로 찍힌 거 같은데? 그냥 여기로 오지. 남는다고 했냐.]


“다 알고 있었어요?”


[이 도마뱀 줄곧 네 인벤토리에 있었는데?]


“아, 내가 얘기한 거 다 들은 건 아니죠?”


[흠··· ···대부분?]


“아 진짜, 사생활을.”


[뻥이야. 뻥 큭큭. 무서워서 장난이나 치겠나.]


“요즘 어때요?”


[요즘 그럭저럭. 내가 애지중지 키운 수제자가 갑자기 도망쳤다는 것만 빼면?]


“아니··· ···.”


[농담이야 농담. 그럭저럭 타격 입은 것도 다 치료했고, 네가 데려온 이 쌍둥이, 너보다 더 재능 있는 거 같은데? 어디서 데려온 거야?]


“있어요. 아무튼, 《관념》에는 뭐 특별한 일 없어요?”


아윤이 벨리알에게 질문하자 도마뱀의 입이 파닥거렸다.


[사실 이게 본론인데. <태극>에 무슨 일이 있는 거 같더라고. 백호가 나타났다느니. 옥황상제가 죽었다느니 하는 찌라시 있잖아. 백호라니. 얼마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야. 저게 진짜면 내가 먼저 갈 거 같은데?]


역시 아윤과 타인 사이에 있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닌 듯했다.

동시에 아윤은 백호에 관한 이야기를 최대한 함구하기로 다짐했다.


[너는 왜 이찬이 넘어올 때 같이 안 오고 여기 남았냐?]


벨리알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질문에 아윤이 답변했다.


“성주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게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거든요. 세상 무엇과 바꾸어도 마땅치 않은.”


[가족이라. 나도 알지. 가족.]


“우리 고독한 성주님이 가족이 뭔지 아신다고요?”


[이래 봬도 다른 마신들이랑 한때 가족이었어.]


갑자기 벨리알의 말문이 잠깐 막히더니 다시 그의 입이 뚫렸다.


[스읍. 잘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화목하진 않았네.]


“안 봐도 뻔하죠. 아무튼 거기 무슨 일 있으면 계속 알려 주세요. 끊을게요.”


[아니, 아직 할 말 많이 남았는··· ···.]


도마뱀을 바닥에 놓고는 아윤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파삭! 파사삭!


아직 채 녹지 않는 눈 밟는 소리가 아윤의 발로부터 발생되었다.


“그 계를 바깥에서 푸는 건 불가능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안에서 엄마 아빠가 문을 여는 거지만, 그것도 불가능에 가깝지. 나는 이찬이나 가스페르에 비하면 나름 여유로워.”


이 말이 화근이 되었던 걸까.

저녁 아홉 시가 되었을 무렵. 갑자기 그녀의 감이 맹목적인 경고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아윤은 그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옆에서 곤히 잠든 도마뱀을 인벤토리에 넣고 하늘을 날아 집으로 향했다.


타닷!


집 주변에 몸을 숨긴 아윤이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벨리알의 격으로 건물 자체를 다른 차원으로 옮겨 놓아 바깥에서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할 터인데··· ···.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려왔다.


[격은 만능이 아니란다.]


벨리알이었다.


“나도 알아요.”


[사실 저 격은 안에서 열려면 언제든지 열 수 있어. 네가 억지로 막아 놓아서 여는 게 힘들었을 뿐. 계속해서 거부하면 언젠가는 박살 나게끔 설계되어 있지.]


“그런 설명 없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그게 문제야?]


“에이 씨.”


결국 아윤이 형사와 기자의 밭에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안녕하세요.”


살가운 듯 살인적인 미소를 띤 아윤이 아윤의 부모와 형사, 기자들 사이를 가르며 나타났다.


“이제야 왔네. 도망은 왜 쳤어?”


아까 다급하게 차에서 내리던 반장이었다.


“께름칙한 게 있나 봐? 도망까지 쳐 가면서 숨겨야 하는 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믿을 수 있어?”

“뭐? 어디 반말이야 버릇없게.”

“어이 거기!”


아윤이 경찰의 뒤에서 카메라를 비추던 기자들에게 말했다.


“당장 그 카메라 치워. 다 부숴 버리기 전에.”

“너 그게 말버릇이 뭐야!”


형사들이 다급히 아윤에게 경고했다.

그에 따라 아윤의 아빠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섰지만, 아윤은 그런 아빠를 손짓으로 막아섰다.


“깡패야? 이딴 것도 경찰이라고.”


결국 아윤이 건드린 버튼에 반장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의로 행해진 건 아니었다.

아윤의 눈이 희번뜩거리며 알 수 없는 암흑의 반장의 왼손을 올렸다. 그리곤 눈길을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카메라는 마치 목도해선 안 될 것을 목도한 듯 펑펑 터졌다.


“뭐··· ···뭐야!”


당황한 기자들이 황급히 아윤의 말에 따르듯 카메라를 내렸다.


“씨바. 빡치네.”


뒤에 부모님이 있다는 것도 망각한 채 아윤이 그들을 무력으로 통제했다.


[야, 화끈하네.]


벨리알의 첨언이 이어졌다.


“여기 얼씬도 하지 마. 나에 대해 캐묻지도 말고, 주변에 알리지도 마.”


형사들과 기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떨었다.

욕지거리를 퍼부은 아윤이 격을 해제했다.


“알아들었으면 꺼져.”


아윤의 통제가 풀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각자 차량에 올라타 일사천리로 흩어졌다.


“딸··· ···.”


아윤의 엄마가 아윤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뒤를 돌아 둘의 손을 잡았다.


“다친 데는 없어?”

“괜찮아. 그런데 너··· ···.”

“자세한 건 이따가 설명해 줄게.”


쿠르르르르릉!


엄마와 아빠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윤의 귀에 굉음이 때려 박혔다.

이 굉음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윤이 부부를 얼른 집으로 들여보냈다. 둘은 탐탁치 않은 듯 계속 뒤를 돌아보았지만, 어딘가 안심이 되는 듯한 느낌에 건물의 내부로 향했다.


[시■■이 ■현됩■다.]


갑자기 하늘에선 먹구름이 몰려들어 하나의 소용돌이를 이루더니 그에 상응하듯 시스템이 지구에 발현되었다.


[이게 뭔 일이냐?]


도마뱀의 눈을 통해 지구의 광경을 목격한 벨리알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야, 빨리 그 행동자한테 연락해.]


“뭐?”


[빨리 시스템으로 연락하라고!]


지구의 ‘멸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갑작스런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편린>은 더 나은 작품성을 위해 휴재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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