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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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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연재수 :
1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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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8,955

작성
24.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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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멸종 (5)

DUMMY

[발라크는?]


폐허가 된 건물 사이로 세 존재가 나타났다.


[모른다. 연락두절이야.]

[에휴, 하위급 마신들이 하는 행동이 다 그렇지. 안 그러냐?]

[난 극하위권인데? 나랑 장난치냐?]

[꼬우면 한판 하던가.]

[씨발. 덤벼.]


오른팔에 감긴 뱀을 쓰다듬으며 주변을 훑은 남자가 말했다.


[이미 한탕 한 건가?]

[그래 보이는군. 아수라장이야.]

[벨리알은 어디에 있지?]

[근처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두 가지겠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나, 이미 끝났거나.]

[희미하게 체취가 남아 있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군.]


그들이 본 세상은 그들이 간절히 바라던 이상향과 맞닿아 있었다.


[발라크가 사라진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그만.]

[동의한다.]


꾸드득.


격하게 몸을 푼 거대 까마귀가 하늘을 날았다.


[난 도심으로 진입한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


날개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창공을 뒤덮었고, 남은 둘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저 새끼는 진짜··· ···.]

[내버려 둬. 원래 저런 새끼야.]


이제 남은 존재는 둘이었다.

하나는 아까 말했던 오른팔에 뱀을 두른 남자. 깔끔한 정장에 페도라를 푹 눌러쓴 모양새였다.

그의 이름은


[안드로말리우스.]

[또 용건이 남았나?]

[아니, 그냥.]


안드로말리우스의 곁에 있던 여자는 콱 그의 멱살을 잡았다.


[적당치 까불거리라고, 말단 주제에 9위한테 나대면 진짜 죽어.]

[아··· ···알겠다.]


안드로말리우스의 멱살에서 손을 놓은 여자는 자신의 곁에 활활 타는 말을 소환했다. 그리곤 손에 쥔 나뭇가지로 말을 조종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가는 길목은 전체가 불로 뒤덮였다.

그녀의 이름은 파이몬.

72마신 중 말석을 차지하는 안드로말리우스와는 차원이 다른 순위를 가진 마신이다.

10위권의 마신은 웬만한 주신. 창세급 신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자다.


[격도 충분한 새끼가 왜 여기 온 거야··· ···.]


지구 정복의 시나리오를 해결하기 위해 강림한 네 마신은 계획대로 자신의 각 군단과 격을 이용해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는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의 세계 각지에서, 특히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위치한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방대하고 광대한 규모의 습격이 일어났다.


[시작해 볼까.]


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땅에 흘렸다. 그러자 뱀이 스르륵 그의 팔에서 흘러내리더니 탈피를 시작했다.

탈피를 끝마치자 뱀이 있던 자리엔 허물이 남아 있었다. 오직 그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드로말리우스의 능력은, 신의 능력은 상상력을 초월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다.

벗겨진 허물이 천천히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것은 허물인 채로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벗겨진 허물이 또 탈피를 시작했다. 그 허물은 거듭 탈피를 반복했고, 그 수는 배로, 제곱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라. 나의 군단들아. 닿는 모든 것을 부수고 먹어라.]


뱀들은, 안드로말리우스의 군단은 그의 명령을 이행했다.

허물이 된 뱀들은 건물 기둥을 갉아 건물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개미, 새, 개, 심지어는 사람까지 입에 닿는 모든 것을 씹어 삼켰다.


[나와라! 벨리알. 겨우 이 따위 배짱으로 이 안드로말리우스를 상대하려 하는 것이냐!]


안드로말리우스가 양팔을 옆으로 쭉 뻗으며 자뻑에 취해 있을 때.

하늘에서 지변을 흔들 충격과 함께 어떤 것이 안드로말리우스의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은 체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군단이 지구를 갉아먹는 것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콰아아앙!


그런 그를 제지하듯 그 불타는 운석과도 같은 것은 안드로말리우스의 등을 짓이기며 착지했다.

그가 엎어진 채 고개를 들어 자신을 공격한 것을 응시했다. 그것은 착지한 이후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씨발 너는 뭐··· ···.]


욕지거리를 내뱉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뒤로 한번 더 운석이 떨어졌다. 이번엔 정확히 머리를 맞아 머리가 땅속으로 깊게 들어갔다.


[와. 진짜 겁나 어지러워.]

[뭐 이 정도로 어지럼증을 느끼나.]


운석처럼 떨어진 존재는 신들이었다.

주변에 구름을 둥둥 매달고 있는 신과 묘하게 주변에서 습기가 올라갈 것 같은 신.

모두가 알고 있는 구름의 신 운사와 비의 신 우사였다.


[내가 왜 여길 오게 됐는지 모르겠군.]


운사가 한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주제에 이찬이 부르니까 바로 달려오지 않았나?]

[닥쳐라.]


이찬은 운사에게 급히 서신을 보냈고, 운사는 그런 이찬의 요청에 칼 같이 긍정의 답변을 보내왔다.


-저는 먼저 갈 곳이 있으니.


이찬이 둘을 강제로 지구에게로 이동시켰다.


-먼저 가서 사태를 수습해 주세요.


[이거 짬 처리 아니냐?]

[짬 처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녀석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뿐.]

[예, 예. 선비님 말 한번 잘하시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운사가 흠칫 우사를 노려보았지만 우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시선을 돌렸다.


[근데 무엇보다 우리 내려오면서 뭔가를 밟지 않았나?]

[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 솔직히 편했어. 그냥 땅바닥에 착지했으면 아플 뻔했는데.]


우사의 시선이 슬쩍 제 왼쪽으로 틀어졌다. 그에 따라 운사도 우사와 같은 수순을 밟았다.


[그어어··· ···.]


우사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리곤 서서히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했다.


[이 새끼 성주 같은데?]


안드로말리우스의 정체를 한참을 유추하던 둘은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뱀에 의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으악! 이거 뭐야?]


당황하는 우사와 달리 운사는 침착하게 그것을 대응했다.


[고유격 발현. 「적운(積雲)」.]


그의 고유격 중 하나인 적운 발현하며 그의 주변에서 떠다니던 구름이 팽창을 시작했다. 그에 상응하듯 구름은 뱀들을 감싸더니 뱀들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침착해라. 방정맞은 성격으론 아무것도 못하다가 영멸당하는 수가 있다.]


툭툭 옷을 털어낸 우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무렴요. 감사합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푹 들어갔던 고개를 안간힘을 써 겨우 들어내며 천천히 일어섰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이. 나를 능욕해?]


안드로말리우스는 이어 전신에서 뱀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구름에 타고 날아갔던 양의 몇 배나 되는 뱀들이 그들을 덮치기 위해 달려들었다.


[징그러운 건 손에 꼽는 놈이로군.]

[됐고, 빨리 적란운이나 소환해 봐.]


운사와 우사는 각각의 힘 자체도 굉장히 강하다. 괜히 그들이 천신에 오른 것이 아니라고 말해도 될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였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예컨대 우사는 하늘에 비를 내릴 뿐 구름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지구의 이치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서술하지만 《관념》에선 그 개념과 지식의 궤를 달리해야 한다.

오로지 상상력에만 의거한 생각 방식으로서 우사의 격은 ‘구름이 없어도 비가 내린다.’는 문장이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이치를 부정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당성이자 당위성이다.


[고유격 발현. 「적란운(積亂雲)」.]


웅장한 구름이 서울 전체 하늘을 덮었다.

이로써 우사의 격은 ‘구름이 없어도 비가 내릴 수 있다.’에서 ‘구름이 있으면 비가 많이 내린다.’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캬. 좋다 좋아. 고유격 발현. 「큰 비」.]


이상하리만치 단순한 작명과는 대비되는 어마어마한 위력이 안드로말리우스와 불타는 건물을 잠재웠다.

방금 힘겹게 일어섰던 안드로말리우스는 우사의 고유격에 의해 방금 났던 자국 그대로 다시 땅에 박혀 버렸다.


[그으아아아악!]


우사의 「큰 비」는 우사의 적에게 움직이지도 못할 강한 힘을 선사한다. 예컨대 아주 단단한 벽돌 같은 것이 저 고공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거 치워어어어어어!]


절규에 가까운 악성이 그들의 귀에 때려 박혔다.


[와. 진짜 개 시끄럽네.]


우사가 천천히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말을 걸었다.


[야, 너 왜 여기 왔냐?]


안드로말리우스는 묵묵부답이었다.


[질문이 잘못됐나? 너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깽판이야.]

[질문이 바뀐 게 맞냐? 어이가 없어서.]


우사는 천천히 일어나 안드로말리우스의 등을 세게 밟았다.


[끄아아악!]


안드로말리우스는 고통에 못 이겨 신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렇게 안 보여도 굉장히 화가 난 상태거든?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영멸당하고 싶으면 말해. 최대한의 고통으로 보내줄 테니까.]


우사의 뒤에서 푸른 기운이 넘실거렸다.


[조심해라!]


그때, 운사의 경호성이 들려왔다.

그런 운사의 말을 귀담아들은 우사는 급히 자신의 격을 사용하며 물러섰다.

우사가 있었던 자리에는 거대한 나무창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아슬아슬하게 안드로말리우스의 머리통을 피해갔다.


[어떤 놈팡이냐. 빌어먹을 비를 내린 것이.]


방금 활개를 치러 도심으로 들어갔던 파이몬과 말파스였다.


[내 말의 불을 끈 놈은 각오해야 할 것이야.]


그녀는 자신의 말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버린 것에 매우 분노한 상태였다.

운사와 우사를 발견한 말파스는 둘에게 깃털을 난사했고, 그것은 하나하나가 잘 정제된 암기와도 같았다.

빠른 속도에 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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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범 (5) 24.08.30 7 0 10쪽
149 범 (4) 24.08.28 8 0 10쪽
148 범 (3) 24.08.25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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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도룡지기 (1) 24.08.04 7 0 10쪽
138 대멸종 (9) 24.08.02 9 0 10쪽
137 대멸종 (8) 24.07.31 7 0 9쪽
136 대멸종 (7) 24.07.28 10 0 10쪽
135 대멸종 (6) 24.07.26 10 0 11쪽
» 대멸종 (5) 24.07.24 7 0 10쪽
133 대멸종 (4) 24.07.21 7 0 10쪽
132 대멸종 (3) 24.07.19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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