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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의 서재입니다.

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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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연재수 :
1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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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718,955

작성
23.05.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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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행동자

DUMMY

“저게 뭐지····?”


이찬은 며칠 전부터 태양 대신 하늘에 떠있는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저것을 보기 시작한지 몇 주째, 이찬은 그것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섬뜩함에 눈을 피하곤 했다.

그렇게 섬뜩함을 느껴가며 그가 알아낸 것은 두 가지 정도.


첫째, 저 눈은 내게만 보인다는 것.

둘째, 저것은 무언가를 찾고있다는 것.

내가 저것을 보고있던 안 보고있던 간에 눈은 빠르게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


그때, 뭔가를 찾는 듯 바삐 움직이던 눈이 이찬을 노려보았다.

이찬은 오싹함을 느껴 눈을 피했다.

그렇게 오싹함이 사라졌을 때 즈음, 눈을 뜬 이찬은 자신이 이상한 곳에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뭐야? 여긴 어디지?”


이찬은 숲에 와있었다.

본적도, 들어 본적도 없는 숲.

이찬이 살던 동네의 숲이 아니었다.

이찬은 정신을 차리며 숲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눈앞에서 해괴망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아드는 불꽃, 파괴된 건물, 하늘에선 번개가 치고 바람 또한 거세게 불어왔다.

그러나 정신차릴 틈도 없이 날아드는 창 하나.

이찬은 가까스로 창을 피해냈다.


“뭐야? 이걸 피해? 이걸 피할 정도면 최소 지급 신의 주민 정도 될 텐데, 내게 느껴지는 격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거적때기 같이 생긴 복장에 하얀 옷,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연상시키는 옷 차림새.

그들은 그리스 삼 형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천신 중 하나의 주민들.

이찬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보통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신화에 직접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때, 삼 형제 중 막내가 말했다.


“형님, 저놈 그냥 죽여요. 굳이 시간 끌리는 거 저희 신들도 아니꼽게 보실 겁니다.”

“흠···그래. 그러지”


대화를 마친 로마시대 복장의 삼 형제가 이찬을 향해 화살을 퍼부었다.

그는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화살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찬의 눈에 보인 것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성.

그 남성의 주위로 몰려드는 바람 그 두 가지 뿐이었다.


“괜찮아?”


이찬은 얼떨떨함을 떨쳐내고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이찬에게는 하나의 흠집조차 보이지 않았다.


“후 다행이네. 우리 주민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점에 너 같은 그릇들을 잃어버리면 큰일 나거든.”


아까부터 주민이니 뭐니 지껄여 대는 저들의 말에 이찬이 반박했다.


“아니 주민이 뭐죠 제가 아는 주민 말하는 건가요? 계속 못 알아듣게 말 하시네 저기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뭐? 너 <태극> 소속 아냐?”

“네? <태극>이요? 그딴 건 모르겠고 여기 얼른 빠져나가야 해요. 저 사람들 단단히 화난 거 안보여요?


이찬의 말대로 저 세 사내들은 단단히 분노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찬은 간과했다.

저 삼 형제 중 화를 내고 있는 사람은 막내뿐이라는 걸.


“저 기생오래비 같이 생긴 놈은 누구지?”

“그...어..우리 도망쳐야겠는데요?”

“뭐? 쟤가 누군데?”


삼 형제 중 막내가 벌벌 떨며 말했다

“한반도 성단의 창세신 중 하나, 풍백, 그 풍백의 행성 주민인 것 같습니다.”

“뭐? 풍백? 풍백이면 우리 신이 절대 마주치지 말라고 당부했던 놈이잖아. 망할, 얘들아 도망쳐야 한다!”


황급히 도망치려는 사내들.

그러나 풍백의 그릇이 그들의 머리를 한 줌에 터뜨려버렸다.


“하하. 어딜 도망가려고.”


단숨에 산산조각 나버린 사내들.

이찬은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대체 누구세요?”

“나는·······풍백성의 주민. 따로 이름은 없어. 그래도 부르고 싶으면 풍백이라 불러.”


그렇게 이찬이 알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엄청난 양의 바람이 불어와 이찬을 덮치고는 중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의 이름은 네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또 그러신다. 저 이름 없는 거 아시면서”


[·······.]


“일단 이 녀석에게 전 풍백인겁니다? 어차피 ‘풍백성 주민’이라 부르기도 애매하지 않습니까? 예?”


[······알겠다.]


“어우 내 신이지만 정말 고지식 하단 말이야.”


이찬은 넋이 나간 눈으로 한반도의 창세를 연 신좌 중 하나인 풍백을 쳐다보았다.


“저····저건 또 뭐죠?”

“너 진짜 아무것도 몰라?”


이찬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불과 몇 분 전에 이곳으로 왔고, 몇 분도 안되는 시간 사이에 생사를 오갔으니.

그때, 곰곰이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던 풍백이 말했다.


“너...... 설마 ‘행동자’야? <태극> 최초의 행동자?”


아까부터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하려던 순간.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날아들었다. 풍백은 가까스로 화살을 막아내며 이찬을 업어 달리기 시작했다.

불어온 바람이 풍백의 전신을 감쌌다. 이찬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찬은 하늘을 날고있었다.


***


“어떻게 합니까 대장님. 쫓아서 죽일까요?”

“아니다 그냥 둬라 그쪽으로 이미 누군가 갔군. 것도 굉장한 격의 소유자가.”

“알겠습니다.”


***


“후······겨우 따돌렸나. 여긴 내 거주지야 자유롭게 쉬어”


그렇게 말한 풍백은 자신의 거처인 ‘풍주’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지금은 안전한 거예요?”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난 풍백이 말했다.


“그래, 앞으로 얼마간은 안전할 거다.”

“그럼 이제 물어봅시다. 여긴 어디고, 당신은 누구고, 내가 왜 여기에 왔고, 아까 그 화살 세례는 뭐며 그 행동자라는 건 뭔 소리.”

“잠깐만 기다려봐 하나씩 설명 해줄게 일단 여기는 성단 <태극>. 한반도의 신들이 살아가는 집단이야.”

“네? 신이요?”


이찬은 평소 신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던 놈이었다.

풍백이란 이름이 나올 때부터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는 그 긴가민가함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아까 말했듯이 풍백성 의 주민. 정식명칭은 「폭풍의 눈」 이지만 그냥 대충 불러. 주민이라는 건 신들의 ‘격’을 감당 할만한 신체를 말하는 것, 그리고 아까 화살들은 내가 죽인 그 주민의 신호를 받고 달려온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의 주민들 이지”


“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태극> 이라는 곳에 와있는 건데요?”

“성전”

“성전이요?”

“그래, 성전. 별을 가진 신들끼리의 싸움이지. 우리 <태극성> 은 지금 그리스 로마의 성단인 <올림포스> 에 완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고.”

“<올림포스>...... 아무튼 일단 여기는 지구가 아닌 게 맞죠?”

“그래 그렇지..?”

“그럼 그 행동자라는 거 그게 뭐죠?”

“행성 이동자의 줄임말이야. 말그대로 행성 사이를 오가는 자들을 의미해 보통 거성단이 다른 행성에서 데리고 오는 경우야.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행동자들이 너와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을 겪었다는 점에서 난 널 행동자라고 본거고.”

“요약하면 이런 느낌이라는 거죠? 이곳은 인간들이 모르는 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고, 저는 그 미지를 드러낸 인간.”

“그래, 그런 거지.”

“그럼 제가 있던 곳으로 어떻게 돌아가죠?”


지금껏 여러 질문에 옳은 것처럼 보이는 답을 해준 풍백이었기에 이 질문에도 잘 대답해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풍백의 입에서 나왔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

“<태극>에 행동자가 나타난 건 내 신이 처음 탄생하실 때부터 지금까지 처음이야. 창세신 중 하나인 내 신의 서재에도 행동자에 관한 글은 몇 자 없었단 말이지.”


줄곧 이찬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자다. 일단 그를 믿고 지구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이찬은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잃었다.


“커허억!”


풍백이 죽었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

그의 심장에 남아있는 노란 번개 모형, ‘아스트라페’였다.

‘풍주’의 구멍 난 하늘위로 무수히 많은 형체가 보였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

그중 하나는 그리스 삼 주신 중 하나인 제우스의 주민이었다.

이찬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며 간신히 생각했다.


‘절대 맞설 수 없다.’


이찬이 그렇게 생각할 무렵 제우스의 행성의 주민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난 「낙뢰」의 주민 키트리노스다. 그 어떤 성단의 도움도 받지 않으며 신들의 세계에 발을 들인 어리석은 인간이여. 허락 받지 않은 행동자는 처형 될 뿐이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렇게 말한 제우스의 주민은 풍백에 박혀있던 ‘아스트라페’ 를 회수한 뒤 이찬에게 던졌다.

정확히는, 던지려했다.

갑자기 이찬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까 풍백이 사용했던 바람의 힘이었다.


[뭐냐 저건, 어떻게 너 따위가 풍백의 격을 쓸 수 있는 거지?]


이찬은 당황했지만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이 힘이라면 저 괴물을 이기진 못해도 이곳을 탈출할 수는 있다.

그렇게 이찬은 ‘풍주’의 위로 날아가 바람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키트리노스 쪽으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의 곁에 있던 바람들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는 하늘을 날며 생각했다.


단 한 번만!


이찬은 바람을 조종하여 키트리노스 주변의 그릇을 날리는 데에 성공했고, 키트리노스를 잠시 당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찬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바람을 가동하여 그 많은 기파를 뚫어내고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실로 가공할 재능이었다.

그렇게 도망에 성공한 이찬은 추락하듯이 착지했다.

가까스로 그 지옥을 빠져나온 이찬의 눈과 뺨은 흥건히 젖어있었다.

영문을 몰랐다.

같이 지낸 시간이야 고작 서너 시간 동안이었는데, 이유 모를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운 것도 잠시, 다시 이찬의 등 뒤에서 격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키트리노스가 추적 중인 탓이었다.

이찬은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하늘을 날았다.

이찬은 생각했다.


‘날 이곳으로 오게 했던 그 눈, 그 눈을 찾아야 해. 그것만이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줄 거야.’


이찬은 하늘을 둘러보았다.

이찬은 그 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찬은 이곳으로 올 때를 생각했다.


‘분명 그 눈과 마주쳤었어.’


생각을 마친 이찬은 바람을 이용해 하늘을 날았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그러나 오래되지 않아 바로 뒤에서 전격이 느껴졌다.

키트리노스였다.


[어째서 네가 풍백의 격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격이면 올림포스 속에서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도와 모든 성단을 통합하지 않겠ㄴ-]


“꺼져.”


[뭐?]


“귀 먹었냐? 꺼지라고.”


[하! 멍청한 놈이 살 기회를 걷어 차버렸구나.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죽여주겠다.]


이찬은 키트리노스의 말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날았다.

키트리노스가 이찬을 쫓았다.

둘 사이의 간격이 겨우 약 십 센티미터 정도 남았을 때, 이찬은 그 눈과 마주쳤다.

또다시 느껴진 오싹함.

이찬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이찬이 다시 의식을 차렸을 때, 역시나 지구는 아니었다.

지구는 아니었지만, 지구의 일부를 떼어온 것 같은 곳.

그곳은 넓게 펼쳐진 책장이 가득한 곳.

서재였다.




지■ 내겐 당■들이 필요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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