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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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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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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10)

DUMMY

이찬은 하늘에서 하강하며 한 가지 위화감을 느꼈다.

다양한 상상력의 종류와 크기. 각양각색의 격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이찬은 지구의 작금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어림짐작했다.


“일행 발견했습니다.”


낙하 도중 가스페르가 이찬에게 이야기했고, 이찬은 즉각 명령을 내렸다.


“앞에 달려가는 놈들 쏴 죽이세요.”

“어려운데.”


말과 달리 가스페르는 능숙하게 아르코 솔을 꺼내 단 하나의 화살을 장전해 시위를 놓았다.


파앙!


그러자 시위에서 떨어진 화살이 수십 갈래로 쪼개지며 각각 하나의 대상만을 피격했다.

단 한 발로 대상을 사살할 수 있다는 가스페르의 자부심이 담긴 일격이었다.

이어 이찬과 이노, 가스페르가 차례대로 착지해 우사 일행에게 합류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지간히 많았어야.]


“농담하시는 거 보니 할 만하셨나 보네요.”


우사가 실소를 터뜨렸고, 운사가 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침공에 참여한 성단만 봐도 최소 다섯 이상이다. 이 정도 규모는 관념에서도 전례가 부족한 경우다. 정체가 파악된 성단은 <태극>의 하위 성단 <이매망량>뿐.]


이어 우사가 덧붙였다.


[이놈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건 최소 이놈들이 다섯 개 성단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얘기야.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경우는 그뿐이니까.]


이찬은 둘의 말을 들은 즉시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찬이 구상하는 사이 <이매망량>의 주민과 성주들은 가스페르가 쏜 화살에 맞은 시체들을 넘느라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운사가 고유격 「안개」를 전개해 시야를 차단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잠깐 모여 보시죠.”


이찬의 지시에 운사와 우사, 가스페르, 이노, 아윤 그리고 이찬의 바깥으로 흘러 형체를 구성한 풍백이 모여들었다.


“우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합니다. 우사와 운사, 풍백께는 이매망량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스페르는 근처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해 주십시오. 지원 사격과 동시에 상대의 전력을 제게 보고해 주십시오. 앞으로 현 전장의 총사령관은 가스페르입니다.”


가스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꾹 쥐었다.


“아윤아. 너는 가스페르가 분석한 성단 중 가장 강한 곳으로 향해. 이노는 아윤이 뒤에 따라붙어 줘. 가스페르의 말이 있기 전까지 둘은 인명피해를 막아.”


이찬의 지시를 받은 이들이 알겠다는 표를 했다. 한 사람, 아니, 성주를 제외하고.


[이의가 있다.]


세 농업신 중 군사를 맡고 있는 운사였다.



“말씀해 주시죠.”


[여타 다른 요소를 모두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너희들이 운용할 수 있는 상상력을 훨씬 상회한다. 그렇다면 우리 셋을 떼어놓는 것이 맞지 않나?]

[이 새끼 나랑 안 붙으려고 안간힘을 쓰네.]


우사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운사가 이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것도 맞습니다만, 저희 전력의 최강인 세 분이 한 곳에 있다면 저 이매망량이라 한들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운사는 이찬이 하는 말의 의도를 정확히 알았다.


[알겠다.]

[뭐야 다 듣지도 않았는데 뭘 알아 알긴.]


운사가 우사의 목덜미를 낚아채 이매망량에게로 향했다.


[나보다 계획을 잘 전개하는 놈은 처음 보는군.]


이찬은 이어 아윤에게 말했다.


“너는 느낄 수 있지?”

“뭘?”

“저 느껴지는 상상력들.”


아윤은 강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각기 다른 개성을.


“어.”

“그중에 가장 강한 것도 느낄 수 있어?”


이찬의 감각도 물론 뛰어난 편이지만, 이만한 거리에서 격이나 상상력의 강약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격의 감지에 뛰어난 아윤이라면 어쩌면 알 수 있지 싶었던 이찬이었다.


“대형마트에 하나, 그리고 그 옆 주택 단지에 하나.”

이찬이 아윤을 포함한 모두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다들 살아서 봅시다.”


모두가 일제히 흩어졌다. 아윤은 가스페르의 보고가 있기 전까지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이노도 그것에 동참해 공룡과 함께 인명피해를 막았다.

가스페르는 근방 마천의 건물로 올라가 활을 조준하며 전황을 살폈다.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 마천루의 사이를 오가며 성단을 분류했다.


“움직여 볼··· ···.”


이찬의 말문은 뒤를 돎과 동시에 막혔다.


“넌 뭐야··· ···? 왜 여기 있어?”


반장 주연이었다.


“왜 너에게서 상상력이 느껴지는 거지?”


비슷하다.

옥황상제가 풍기는 격과 비슷하다. 같거나 비슷한 계열의 상상력이었다.


“이찬.”


둘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굴었다.


“묻잖아. 왜 너한테서 상상력이 느껴지냐니까?”


몇 초간 묵묵부답이던 주연이 입을 열었다.


“자세한 건 임아윤에게 들어.”


주연이 기를 끌어 모으자 그녀의 뒤에서 장엄한 풍채의 남성이 비쳤다. 이찬은 그의 정체를 단박에 파악했다.


“염라대왕?”


주연이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내가? 널 뭘 믿고?”


이찬이 눈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꾸었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그게 누군데?”

“아빠.”


이찬이 주연을 응시했다.


“우리 아빠 직업, 지하철 운전사야. 이 근처.”


이찬이 바닥을 훑었다.


“어차피 저것들 다 죽이지 않으면 아빠 찾기도 힘들어. 돕게 해 줘.”


잠시 고민하는 이찬은 머릿속에서 모든 가능성과 가설을 세웠고, 결국 주연의 의견을 승낙했다.


‘이 정도의 전력은 흔하지 않아. 동기도 확실하고, 배신이나 프락치 여부도 확인됐어. 남은 건 실력인데.”


마침 이찬의 곁으로 다섯의 괴물들이 나타났다. 아윤과 격전을 벌이던 발라크와 김기헌이 소환한 괴물들이었다.


“저것들 잡아 봐.”


이찬이 괴물들을 가리키자 주연이 망설임없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는 서서히 상상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염마라사 1형태」.”


화륵.


그녀의 뒤 땅에서 다섯 갈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물체가 솟아올랐다. 그것이 ‘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차후 주연의 설명을 들은 후였다.

활짝 펼쳐진 붉은 손이 괴물 다섯을 가뿐히 짓이겼다.


쩌저적!


손이 재차 위로 향했다. 아래는 참혹의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찌그러진 다섯의 괴물이 끔찍하게 다져졌다.


“이 정도면··· ···되나?”


압도적인 격을 발현한 만큼 지치는 것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을 감안하고도 그녀의 격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몇 형태까지 발현할 수 있어?”


천천히 숨을 고른 주연이 이찬의 질문에 멈칫했다.


“아직 1형밖에는··· ···.”


기대치보다는 낮았을 수 있지만 충분한 전력이었다.


“너는 주변 괴물을 저지하고 이 괴물을 생성해내는 근원을 찾아 없애.”


무리한 주문이었다.

격과 상상력, 《관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마신인 발라크와 전투를 벌여 이기라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임무였다. 하지만 이찬은 더 멀리를 보았다.


“알았어.”


주연은 똑똑하다. 아마 이찬의 모든 일행을 통틀어 운사나 자신보다도 똑똑할 수 있었다.

더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최대 이점이었다. 이찬은 결국 주연을 일행으로 받아들였고, 그녀는 차후 이찬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진짜 움직여 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던 풍백이 이찬에게 향했다.


[어디로 갈 거냐.]


풍백의 물음에 이찬은 저 먼 곳을 응시했다.


“전력 보강하러요.”


[전력 보강?]


“수고하십쇼.”


이찬이 발을 구르며 높이 뛰어올랐고, 풍백은 운사와 우사가 한창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본디 이찬과 풍백의 구속력은 상당했다. 이찬에게서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풍백은 도로 이찬에게 향했다. 마치 떨어져선 안 된다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찬이 풍백도 모르는 수련을 재차 거듭하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졌다.

이찬이 어딘가로 입성하자 풍백과 백룡은 이찬과 연결이 끊어졌고, 다시 이찬의 시야가 보였을 때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던 것이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던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시간 개념까지 잊어버렸어.]



풍백은 이찬에게 차후 그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 이 새끼야! 뭐하는데 이제 와?]


우사의 질책이 이어졌다.


[너와 다르게 한가하지 않아서.]

[뭔 개소리야. 지금 네가 제일 한가하거든?]


가볍게 우사의 불만을 차단한 풍백이 둘에게 제안했다.


[간만에 셋이 한 전장에 있군.]


풍백의 말에 즉각 호응하듯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통격, 「풍요기원」이 발동합니다!]


셋의 파워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전 <이매망량>의 구성원에게 파멸을 선사했다. 그것은 <이매망량>의 수장인 두억시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전선을 물려라! 저것과 맞대선 안 돼!]


***


반면 이찬은 대형마트로 향하고 있었다.

이찬과 아윤의 대화를 기반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저기 있는 사람이 절대적 선을 표방하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설득만 된다면 좋은 전력이 될 거야.’


이찬이 도착한 대형마트에는 기괴할 정도로 많은 괴물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었다. 이찬은 그것들을 피해 위층으로 잠입했고, 점점 상상력의 농도가 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 이찬의 눈에 비친 것은 힘겹게 괴물들을 상대하고 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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