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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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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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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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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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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12)

DUMMY

[상황은?]


“현재 전투에 참여 중인 다섯 성단 중 두 성단은 열세. 나머지는 나름의 순조로움을 보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열세로 들어설 것입니다.”


[파견했던 마신은?]


“안드로말리우스, 말파스, 그레모리는 영멸. 발라크는 지구의 주민과 결투 후 은신해 있습니다.”


[쓸모없는 새끼들. 이건 내가 따로 바엘에게 청구해야겠군.]


바엘이라는 이름이 성주의 입에서 발언하자 일대가 준동했다.


“직··· ···직접적인 신명은 삼가 주시면··· ···.”


[나도 알고 있다. 그냥 멋부려 본 것뿐이니 크게 상관할 것 없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궁금하군. 그놈의 대응이 말이야.]


“그놈이라고 하심은··· ···.”


성주의 시선이 꽉 막힌 성(成)의 천장을 향했다.


[성이 너무 꽉 막혔군. 천장을 뚫어라. 추락하는 새가 어디로 추락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뱀도 풀어라.]


"뱀, 알겠습니다."


성주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챈 주민이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강인한지고··· ···.]


***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고귀한 상염을 쓰다듬으며 주민에게 전황을 요구하는 또다른 성주가 있었다.


“저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성단은 알아서 궤멸하고 있고, 양측의 손해도 현재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금세 추태가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와 연관된 소문은 없나?]


“시스템을 통해 기사가 하나 발간되어 있습니다.”


[읽어 봐.]


“대성단 <태극>의 하위성단 <이매망량>의 행패. <태극>과 성주들의 해명 필요.”


[별거 아니군. 관리성에 연락해 삭제 조치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참 즐겁군··· ···.]


“무엇이 즐거우십니까?”


[장단에 맞춰 주니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처럼 의기양양해 있지 않나.]


성주를 지탱하는 옥좌가 오늘은 유독 빛이 바래 보였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참아야겠군··· ···. 폭탄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괜히 폭발에 휘말릴 수 있으니 말이야.]


상염이 장식된 얼굴의 너머로 넘실거리는 불온한 기운이 저 멀리 나타나고 있었다.


***


“가스페르! 곧 도착해.”


임의로 상상력을 이용해 제작한 통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현재 통신망에 접속한 존재는 아윤, 이노, 이찬, 가스페르, 우사와 주연으로 총 다섯이었다.


“조심하세요. 어쩌면 이매망량 녀석들보다 강할 수도 있어요.”


바로 곁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한 음질에 모두가 만족했다.


“알았어.”


아윤이 시선을 돌리자 그녀의 뒤로 공룡 군단이 잇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윤은 어쩔 수 없는 든든함을 느꼈다.


“흡!”


숨을 참아 아래로 고공 낙하하며 아윤이 전장에 당도했다. 뒤를 이어 이노와 공룡 군단이 이노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윤은 자신과 이노, 공룡들이 상대해야 하는 상대편 성단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다양한 주민이 있었으나 주를 이루는 것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과 다부진 남성의 모습이었다.

아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왜냐면 그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 모두 같은 얼굴, 같은 복장, 같은 몸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같은 공장에서 같은 기법으로 생산한 마네킹을 모아 놓은 것만 같았다.


“올림포스··· ···.”


아윤은 그것들을 보자마자 단번에 저것들이 대성단 <올림포스>의 하위 성단 소속임을 알아차렸다.

일전에 있었던 벨리알의 경고와 조언 덕분이었다.


[가끔 적을 마주칠 때 보면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기이하거나 불길하다거나 하는 느낌 말고. 불쾌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이 나면 그것들은 대부분 큰 이변이 없는 한 올림포스 놈들일 거야.]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그때, 그 소름 돋는 군단의 위로 누군가 나타났다.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얼굴에 빛나며 찰랑이는 금발.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함이 담긴 벽안. 모든 미의 기준이 저 성주로부터 기인한 것만 같았다.


[반갑다. 지구의 수호자. 우리의 적(敵)이여. 나는 ‘모든 선물의 수신자’다.]


아윤은 성주의 이명을 듣는 순간, 저 성단의 이름을 알아챘다.


“판도라(pandora).”


[오. 우리 성단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완전 영광이네. 올림포스라는 너무 커다란 이름에 가려서 하위 성단은 잘 기억도 안 해 주던데··· ···얼마나 내가 서운했는지.]


“하소연은 너네 예쁘장한 주민들한테나 하고, 빨리 덤벼. 피차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


아윤의 왼손에 코셰흐샤비브가 쥐어졌다.


[또 뭘 그렇게 성급하게··· ···으아!]


아윤이 격을 창 끝에 달아 무심하게 툭 내던졌고, 성주는 인지조차 힘든 속도의 격을 대응해냈다.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야.’


[그리고, 우리 주민들이라니. 난 주민이 없어.]


“뭐? 그럼 저건 뭔데?”


아윤이 ‘모든 선물의 수신자’의 밑에 있는 주민(?)들을 가리켰다.


[아, 이놈들은 주민이 아니야. 쓸데없이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주민 따위 필요하지 않지. 내 피조물에게 인사해.]


모든 선물의 수령자가 가장 앞에 있는 여자의 조막만 한 얼굴과 턱을 부여잡고 그것을 열었다 닫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성주님의 충직한 부하입니다!]


아윤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물들었다.


“지랄을 하는구나.”


[너,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아윤이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이노에게 말했다.


“진입하자.”


그러자 이노가 손을 말아 쥐어 휘파람을 불었고, 그 휘파람에 동요하는 공룡들이 일제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에구. 난 아직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모든 선물의 수신자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무표정의 미남미녀들은 공룡과 맞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룡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전투의 양상은 기이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무 기능도 없을 것 같은 마네킹들이 공룡과 호각을 벌이고 있었다.


“이노야. 너는 저 주민들을 다 소탕해. 난 저놈을 만나고 올게.”

“알았어. 조심해. 쟤. 위험해.”


이노의 경고는 모두가 귀여겨들을 필요가 있었다.


“알았어.”


금세 모든 선물의 수신자에게 도달한 아윤이 창을 빼 들었다.


“거두절미하고.”


코셰흐샤비브가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캉!


허나 알 수 없는 보호막에 튕겨 나간 코셰흐샤비브가 땅에 박힌 채 파르르 떨었다.


[우리 얘기를 좀 하자. 어? 우리 꽃미녀 아가씨?]


***


[올림포스 내에서도 저 또라이의 소문은 자자하지. 저 새끼는 상식이 통하지 않아.]


아윤과 모든 선물의 수신자의 전투를 지켜보던 <올림포스> 소속 한 성주가 말했다.


[얼마나 미친년이면 숭배자들도 멸종에 가까워져서 여신이었던 위치가 일반 인간으로 격하된 것이겠나.]


성주의 말을 누군가 이었다.


[더 정신이 나간 점은 인간으로 격하되고도 성주의 자리는 이 악물고 유지했다는 거겠지.]

[격의 수준이나 상상력의 양으로는 지구인 쪽이 우위일 수 있겠지만 과연 저 녀석이 판도라의 광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로군그래.]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이겨도 이득 아니겠나?]


***


아윤이 코셰흐샤비브를 회수하려 손을 뻗었다. 허나 코셰흐샤비브는 아윤을 ‘부정’했다.


[아, 깜빡했네. 나한테 어떤 것도 닿지 않게 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안타깝게도 내 속성은 ‘부정’이라서.]


결국 아윤은 마기를 발출해 모든 선물의 수신자—판도라에게 그것을 던졌다. 허나 또다시 알 수 없는 장막에 막혀 버렸다. 아니, 막혔다고 하긴 힘들었다. 그것이 순간 정화되더니 흰 빛을 띠며 아윤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윤은 재빠르게 그것을 피해냈다.


[마기에게 신성은 상성이지 안 그래?]


저 격은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존재를 부정할 수도, 정반대의 속성을 띄게 하는 용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아윤이었다.

작금을 예로 들자면 아윤이 발출한 마기를 판도라는 부정해 그것을 신성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쿵! 쿵! 쿵!


그때, 아윤의 곁으로 한 공룡이 다가오더니 판도라를 물어뜯으려 아가리를 벌렸다.

공룡의 아가리가 판도라를 사이에 두고 닫히려는 순간.


파스스스.


판도라의 장막에 닿은 공룡의 살이 순식간에 산화하기 시작했고, 이어 근육이 녹아내림과 동시에 뼈가 드러났고, 뼈 또한 어떠한 예외 사항 없이 재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생명을 부정해 죽음으로 뒤바꾼 것이었다.


“쉽지 않은데.”


아윤은 어쩌면 자신이 상대했던 그 어떤 적보다도 이번 판도라가 가장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판도라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것이 아윤의 눈에 비쳤다.


“죽거나 죽이거나. 물러설 곳은 없다.”


아윤은 자신에게 주어진 허용 상상력을 극한까지 발휘해 판도라를 압도했다.


[우와, 역시 ‘위인’ 반열에 오른 주민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니까?]


판도라에게는 긴장한 기색 따위 느껴지지 않았고, 되려 즐기는 것 같은 느낌도 미묘하게 느껴졌다.


아윤의 상상력이 증가할수록, 판도라의 기분이 고양될수록. 점점 지구는 그 본질을 잃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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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대멸종 (14) 24.09.08 7 0 10쪽
153 범 (8) 24.09.06 4 0 11쪽
152 범 (7) 24.09.04 5 0 10쪽
151 범 (6) 24.09.01 6 0 10쪽
150 범 (5) 24.08.30 7 0 10쪽
149 범 (4) 24.08.28 8 0 10쪽
148 범 (3) 24.08.25 7 0 10쪽
147 범 (2) 24.08.23 8 0 10쪽
146 범 (1) 24.08.21 8 0 10쪽
145 대멸종 (13) 24.08.18 8 0 10쪽
» 대멸종 (12) 24.08.16 1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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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도룡지기 (2) 24.08.07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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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대멸종 (7) 24.07.28 1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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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대멸종 (5) 24.07.24 7 0 10쪽
133 대멸종 (4) 24.07.21 7 0 10쪽
132 대멸종 (3) 24.07.19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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