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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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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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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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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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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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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9)

DUMMY

아윤의 코셰흐샤비브를 맞은 괴한의 머리가 흐물거렸다. 그와 동시에 아윤의 머리는 두 가지 주장이 양립했다.


이미 죽은 것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아윤의 창에 맞은 머리 부분은 흐물거리며 제 위치를 찾지 못하는 반면, 몸체는 여전히 아윤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도, 코도, 입도 아윤을 식별할 수 있는 그 어떤 감각기관도 가지고 있지 않은 괴한이었지만 아윤은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자신을 응시하는 감각을 인지할 수 있었다.


절그럭.


아윤의 머릿속 주장의 싸움에서 결국은 후자가 승리했다. 아윤의 이어질 행동은 같았다.


“고유격 발현.”


아윤이 격을 발현하자 스멀스멀 그녀의 창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것은 이내 괴한의 발목을 감싸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겸했다.

아윤이 격을 발현하자 스멀스멀 그녀의 창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것은 이내 괴한의 발목을 감싸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겸했다. 허나 괴한은 단순히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 듯 자연스레 그 족쇄를 풀어냈다. 그 광경에 아윤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미 그녀는 어느 정도 베테랑에 들어선 주민.

즉시 창을 휘둘러 이번엔 발목을 베어냈다. 기묘한 일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스스스··· ···.


베어낸 발목은 형체를 못 잡고 일그러졌지만 형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아니겠나.


“으아아아!”


아윤은 이어 고성을 내지르며 괴한을 베어냈다. 그 마저도 내구도가 한층 단단해져 생채기가 나는 정도로 그쳤다.


[찾았다.]


괴한의 형체 없는 입에서는 섬뜩하게 왜곡된 신언이 흘렀다. 그것은 마치 마신의 그것과도 유사했다.

아윤이 재차 힘을 실어 이번엔 제대로 찔러내고, 베어낼 생각으로 창을 그러쥐어 움직였다. 이어 그녀의 바람대로 괴한은 파편이 이리저리 흩어지며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다.


“허억··· ···, 허억··· ···.”


가쁜 숨을 몰아쉰 아윤이 괴한의 파편을 집었다. 그러자 그것들은 일제히 자신들이 부순 입구를 타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대로 아윤은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 짧은 순간 없는 체력까지 소모해 아예 에너지가 바닥난 탓이었다.

아윤이 정신을 잃기 직전, 그녀의 주변으로 악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질리지도 않냐?”


아윤은 절심되는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전투 태세를 취했다.


‘대략 보이는 것만 서른 이상. 정면 돌파는 자제하고 반장을 데리고 도망친다.’


계획을 세우고 아윤이 성큼 앞으로 한 발 내딛자 면전의 기운들이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놈들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경계하고 있다.’


발라크가 보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후퇴했다고 해도 마신은 마신. 겨우 그 전투로 빈사 상태가 되어 비실거렸을 리가 없다.

그게 아니라면··· ···.


‘다른 놈들이겠지만.’


앞의 아윤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있었으니. 발라크는 이런 재주를 부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 사람’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


김기헌의 재주를 말하는 것이었다. 허나 이것에도 어폐가 있긴 매한가지였다. 바로 저것이 김기헌의 소환수라 가정하면 저것들이 김기헌보다 격이 높다는 것을 어폐로 삼을 수 있었다.


‘한눈 팔 시간 없어.’


아윤이 반장을 챙기기 위해 뒤를 휙 돌았으나 그곳에 반장은 없었다.

반사적으로 아윤이 뒤를 돌았다. 머리가 시키지 않은, 오로지 자신의 본능이 내린 명령이었다.


“반장?”


그때, 반장이 아윤을 밀쳐 뒤로 보냈다. 예상치 못한 완력에 아윤이 뒤로 쑥 밀려났다.


“언제까지 반장이라고 부를 거야. 내 이름 몰라?”


‘지금 이름 타령할 때야?’라고 일갈하려던 아윤이 반장이, 아니, 성주연이 발하는 격에 말문이 막혔다.


“앞으로는 주연이라고 불러라.”


주연이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뭐라고? 고유격 발현?”


츠즈즛!


사방에서 기이한 상상력이 끓어올랐다. 주연의 뒤로 방금 봤던 기이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그래.


“염라대왕··· ···?”


지옥의 시왕(十王)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왕 중 하나로써 제5 지옥인 발설지옥을 관장하는 왕.

염라대왕의 재림이 아윤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동시에 바깥에서 흉흉하고 불온한 기운을 내비치던 것들의 힘이 약해지고 있었다.

물론 주연이 발하는 기운에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 정도로 약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가 된다.


‘도망쳤어.’


서른이 넘는 놈들이 주연이 발한 격 하나에 압도되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후우··· ···.”


주연은 즉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시전자가 격을 감당하지 못하면 되려 시전자에게 더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마 주연이 단 일 초만 더 격을 발현했다면 되려 내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너··· ···.”


아윤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반장이 진짜 염라대왕의 주민이라면··· ···.’


놈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달아나는 것이 어느 정도 신빙성과 정당성을 가진다.

본디 지옥의 시왕은 죽은 이들을 심판하는 역할을 맡는다.

괴물이니 어쩌니 해도 결국엔 모두가 인간에서 기인한 영혼이라는 것이었다.

주연이 아윤의 앞으로 다가왔다.


“넌 이게 뭔지 알잖아.”


주연은 전교권의 학생이었다. 전교 1등은 물론 전교 5위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는 엘리트 중 엘리트라는 소리였다.

그런 학습 능력이 응용되는 것일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격을 발현하는 방법과 상상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홀로 깨우친 것이다.

예를 들면 공부를 평생 해 본 적 없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전교권에 진입한 느낌이랄까.

정말 말도 안되는 광경에 아윤은 잠시 멍해졌다.


“언제부터 이랬는데?”


아윤의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주연의 대답은 간단명료하기 그지없었다.


“너랑 이찬이 학교에서 난동 부렸을 때.”


아윤은 그때를 정확히 기억했다.

이찬과 아윤이 지구로 복귀할 때 멋대로 따라온 쥐의 신에게서 비롯된 전쟁.

그때와 풍백의 싸움으로 지구의 허용 상상력이 과하게 증가하는 사태가 발발해 버렸고, 그 때문에 지구의 몇몇 관념과 잘 맞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각성을 해 버린 것이다.

주연도 그중 하나였고.


“계기는··· ···?”


그때, 아윤의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 한 장면이 있었다. 때는 인두조수, 지귀, 그슨대 등의 악귀 신과 싸울 때였다.

그때 아윤은 전격으로 이찬을 보좌하며 학생들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고, 그 때문에 아윤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찬이 손쉽게 그들을 처치하고 자신을 불렀고, 아윤이 이찬을 따라 비상하려는 순간.

아윤의 뒤에서 강력한 격이 느껴졌다. 그래. 주연에게서 느꼈던 강력한 기시감은 그것 때문이었다.

아윤과 주연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터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뇌리를 때렸지만 결국 아윤도 회복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였고, 주연이 가진 힘은 바깥에 있는 이들의 극 상성 관계였기에 이곳을 침범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너희들이 떠나가고 난 뒤 우린 알다시피 하교를 했어.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견딜 수가 없었지.”

“무슨 목소리?”

“곧 지구엔 종말이 다가올 것이다. 종말에서 네가 살아남는 방법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나의 주민이 되어 너와 내 앞을 막아서는 것들을 전부 죽여라.”


아윤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염라대왕.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지옥의 시왕 중 하나다. 다른 시왕들은 몰라도 염라대왕만큼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그렇기에 상상력이 궁해 주연을 주민으로 삼으려는 것도 아니었고(상상력이 적다면 지구에 암시의 형태로라도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순한 유희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주연은 눈을 감았다. 이 초간 눈을 감은 주연이 다시 눈을 뜨자 그녀의 눈에는 붉은 빛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주연이 염라대왕과 계약을 맺었고, 《관념》의 일부가 된 것을 자처했다는 말과 같았다.


“왜··· ···?”


아윤이 그 이유를 물었다.

비록 자신도 이찬을 따라 그곳에 향한 와중 벨리알의 꾐에 넘어가 이렇게 됐다고는 하나, 주연이 염라의 제안을 받았을 땐 지구에 작은 징조만이 있었을 뿐 지구가 위험하다고 느낀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주연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무수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터였다. 도출된 결론은 아마 자신을 지켜야 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으리라.

아윤의 눈앞에 시스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성주(星主), ‘발설지옥의 관장자’가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이젠 메시지까지 허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가히 최악의 사태라 명명할 수 있을 터였다.


타닷!


아윤과 주연의 기운을 뚫고 누군가 문 앞에 당도했다.

아윤은 흠칫 놀라 다시금 창을 꺼내 주연을 뒤로 밀었으나 주연은 밀려나지 않았다.


“나도 같이 갈 거야.”


아윤은 그런 것으로까지 실랑이를 벌일 여유가 없었기에 암묵적으로 그것을 허용했다.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일전에 나타났던 괴한과 비슷하나 조금 더 정순하고 맑은 기운이었다. 그리고 아윤은 그 기운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운사?”


그러자 운사가 성큼 집 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찾았다.]


운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보다 아윤을 걱정한 것은 운사였다. 운사는 즉시 우사와 운집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는 듯, 하늘에선 불길한 기류가 엄습했다.


[대멸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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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범 (5) 24.08.30 6 0 10쪽
149 범 (4) 24.08.28 7 0 10쪽
148 범 (3) 24.08.25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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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범 (1) 24.08.21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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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대멸종 (10) 24.08.11 8 0 10쪽
141 도룡지기 (3) 24.08.09 6 0 10쪽
140 도룡지기 (2) 24.08.07 7 0 10쪽
139 도룡지기 (1) 24.08.04 7 0 10쪽
» 대멸종 (9) 24.08.02 9 0 10쪽
137 대멸종 (8) 24.07.31 7 0 9쪽
136 대멸종 (7) 24.07.28 9 0 10쪽
135 대멸종 (6) 24.07.26 9 0 11쪽
134 대멸종 (5) 24.07.24 6 0 10쪽
133 대멸종 (4) 24.07.21 7 0 10쪽
132 대멸종 (3) 24.07.19 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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